참여 마당 - 환상 독회
글 수 12
망각의 문 짧은 감상
이어지는 내용은 아마도 오독(誤讀)과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주관적 ‘망각의 문’감상문입니다.
처음에는 엄청난 분량을 보고,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지요. 오히려 문제는 감상문 쓰기였습니다. 제대로 된 감상을 써 본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어쨌든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제가 이 서툰 감상을 제출한 것이겠지요.
‘망각의 문’은 세계를 좌우할 만큼 스케일이 큰 이야기지만,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입니다. 데메사와 라크헨, 이센린, 이카넬, 예히로사, 히샤르니아, 시뮤아…그들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지요. 대부분의 주요 등장인물은 신이나 영웅(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신화(혹은 설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좋은 의미로입니다.
또한 ‘망각의 문’은 음울하고 색채감이 강한 글입니다. 여러 분들이 이야기하셨듯이 묘사에 들인 공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몽환적이고 서글프지요.
워낙 긴 작품이라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해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검은 들녘에서 태어난 소녀, ‘데메사 라브헬’의 이야기입니다. 데메사는 자신을 검은 들녘에서 데리고 돌아온 학자 아벨 라브헬을 아버지처럼 여기면서 라(슈)에서 성장합니다. 마누(크리이타)에서 오래 전에 이 쪽으로 넘어온 수수께끼의 소녀 예히로사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요. 그러다가 새로운 인물 카르세쟌이 등장하고, 예히로사의 존재가 알려져버리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여차저차해서 데메사는 카르세쟌과 함께 검은 들녘을 건너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불멸’을 풀어주게 되고요. 이게 문제였습니다. ‘불멸’은 대마법사 이센린이 검은 들녘을 봉인하기 위해 그 곳에 묶어둔 것이었으니까. 여기까지를 도입부로 묶겠습니다.
마법의 대륙으로 건너간 데메사는 전쟁에 참전하고, 왕실 마법사가 되었다가 뛰쳐나오는 등, 많은 모험을 겪습니다. 그 와중에 불멸(라크헨)과 재회와 이별을 반복하지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다시 자신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데메사는 성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출생과 라크헨에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 나가지요. 결말부에서는 진실이 밝혀지면서, 데메사는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연재작들 중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이었고, 설정도 특이해서 초반에 무척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이 조금 눈에 밟혔습니다. 먼저 전체적인 감상을 적고, 그 점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데메사의 성장기입니다. 약간 특이하지만 평범한 어린 소녀였던 데메사가, 선택하는 자로서 거듭나는 이야기죠. 결과적으로 데메사는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셈이 되었지만. 약간 아쉬운 것은 데메사가 초경을 시작하면서 신체적으로 성숙한 여자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정신적인 성숙은 잘 드러나지 않네요. 데메사가 어렸을 때부터 무척 조숙한 소녀라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비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망각의 문은 분량에 비해 잘 읽히는 소설이었고, 운명적인 비극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결말이 눈물과 비탄에 잠겨 있지 않았던 것이 인상적입니다.
※아쉬웠던 점들.
- 우연적인 전개
‘망각의 문’의 초반 진행은 좋았습니다. 초반부에서 검은 들녘과 데메사의 출생에 대해 의문을 불러일으키면서, ‘평범하지 않은 소녀’ 데메사의 평범한 일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저는 좀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등장인물과 세계가 어떤 동인을 가지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억지로 끌어다 장면을 연출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원래 그런 거지만, ‘안 그런 척 해야’ 독자는 소설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공중부양 마술에서 피아노 줄이 보여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대표적인 예로 하란이 처음 등장하는 부분을 들겠습니다. 데메사는 라크헨에게 상처를 입고 치료를 위해 폰트체라의 궁성에 머물게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 나가고 싶었던 데메사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고, (우연히) 종지기 소년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소년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고전 소설의 세계나 신화에서도 그렇지요. 하지만 이 소설은 고전소설이 아닙니다. ‘왜? 왜?’를 끊임없이 외쳐대는 까탈스러운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이지요. 여기에서는 그 사람이 그 곳에 있어야 할 이유,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매우 희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요소가 망각의 문에 몰입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소였습니다.
-장면에 매몰된 캐릭터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캐릭터들이 장면을 이끌고 가기보다는 장면이 캐릭터를 끌고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좀 더 비약하면 대사가 캐릭터를 끌고 나간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데메사가 살육에 대해 고민하자, 실피온이 ‘넌 이미 마물이 된 지 오래야’이라는 대사를 말하고, 데메사는 바로 고민을 벗어던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검은 들녘에서 냉혹했던 데메사의 모습과도 배치되고, 고민도 단 한 장면(정확히 말하면 한 줄의 대사)을 통해 쉽사리 해결되어 버리므로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저 대사가 등장하기 위해 데메사가 고민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외
보면서 많이 거슬렸던 부분이 두 군데 있습니다. 마가렌느가 바제스에게 꼬리칠 때, 실피온이 나타나 머리에 불을 붙이는 장면. 그리고 실피온 외전. 중간중간 분위기를 밝게 띄우는 것은 좋지만,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짧고 허접스런 감상문을 내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_-;; 소설의 장점보다 단점에 대한 언급이 많은 것은, 장점의 나열은 문피아에 이미 올라왔던 수많은 추천글들의 반복이 되기 때문입지요.
소설을 연재 완결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연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많은 연재작들을 봐 왔지만, 읽을 만한 글을 완결까지 써내는 작가들은 흔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처녀작이라는 사실을 들으니 더 감탄스럽네요. 긴 여정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보니비 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아마도 오독(誤讀)과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주관적 ‘망각의 문’감상문입니다.
처음에는 엄청난 분량을 보고,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지요. 오히려 문제는 감상문 쓰기였습니다. 제대로 된 감상을 써 본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어쨌든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제가 이 서툰 감상을 제출한 것이겠지요.
‘망각의 문’은 세계를 좌우할 만큼 스케일이 큰 이야기지만,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입니다. 데메사와 라크헨, 이센린, 이카넬, 예히로사, 히샤르니아, 시뮤아…그들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지요. 대부분의 주요 등장인물은 신이나 영웅(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신화(혹은 설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좋은 의미로입니다.
또한 ‘망각의 문’은 음울하고 색채감이 강한 글입니다. 여러 분들이 이야기하셨듯이 묘사에 들인 공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몽환적이고 서글프지요.
워낙 긴 작품이라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해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검은 들녘에서 태어난 소녀, ‘데메사 라브헬’의 이야기입니다. 데메사는 자신을 검은 들녘에서 데리고 돌아온 학자 아벨 라브헬을 아버지처럼 여기면서 라(슈)에서 성장합니다. 마누(크리이타)에서 오래 전에 이 쪽으로 넘어온 수수께끼의 소녀 예히로사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요. 그러다가 새로운 인물 카르세쟌이 등장하고, 예히로사의 존재가 알려져버리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여차저차해서 데메사는 카르세쟌과 함께 검은 들녘을 건너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불멸’을 풀어주게 되고요. 이게 문제였습니다. ‘불멸’은 대마법사 이센린이 검은 들녘을 봉인하기 위해 그 곳에 묶어둔 것이었으니까. 여기까지를 도입부로 묶겠습니다.
마법의 대륙으로 건너간 데메사는 전쟁에 참전하고, 왕실 마법사가 되었다가 뛰쳐나오는 등, 많은 모험을 겪습니다. 그 와중에 불멸(라크헨)과 재회와 이별을 반복하지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다시 자신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데메사는 성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출생과 라크헨에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 나가지요. 결말부에서는 진실이 밝혀지면서, 데메사는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연재작들 중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이었고, 설정도 특이해서 초반에 무척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이 조금 눈에 밟혔습니다. 먼저 전체적인 감상을 적고, 그 점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데메사의 성장기입니다. 약간 특이하지만 평범한 어린 소녀였던 데메사가, 선택하는 자로서 거듭나는 이야기죠. 결과적으로 데메사는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셈이 되었지만. 약간 아쉬운 것은 데메사가 초경을 시작하면서 신체적으로 성숙한 여자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정신적인 성숙은 잘 드러나지 않네요. 데메사가 어렸을 때부터 무척 조숙한 소녀라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비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망각의 문은 분량에 비해 잘 읽히는 소설이었고, 운명적인 비극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결말이 눈물과 비탄에 잠겨 있지 않았던 것이 인상적입니다.
※아쉬웠던 점들.
- 우연적인 전개
‘망각의 문’의 초반 진행은 좋았습니다. 초반부에서 검은 들녘과 데메사의 출생에 대해 의문을 불러일으키면서, ‘평범하지 않은 소녀’ 데메사의 평범한 일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저는 좀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등장인물과 세계가 어떤 동인을 가지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억지로 끌어다 장면을 연출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원래 그런 거지만, ‘안 그런 척 해야’ 독자는 소설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공중부양 마술에서 피아노 줄이 보여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대표적인 예로 하란이 처음 등장하는 부분을 들겠습니다. 데메사는 라크헨에게 상처를 입고 치료를 위해 폰트체라의 궁성에 머물게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 나가고 싶었던 데메사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고, (우연히) 종지기 소년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소년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고전 소설의 세계나 신화에서도 그렇지요. 하지만 이 소설은 고전소설이 아닙니다. ‘왜? 왜?’를 끊임없이 외쳐대는 까탈스러운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이지요. 여기에서는 그 사람이 그 곳에 있어야 할 이유,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매우 희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요소가 망각의 문에 몰입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소였습니다.
-장면에 매몰된 캐릭터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캐릭터들이 장면을 이끌고 가기보다는 장면이 캐릭터를 끌고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좀 더 비약하면 대사가 캐릭터를 끌고 나간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데메사가 살육에 대해 고민하자, 실피온이 ‘넌 이미 마물이 된 지 오래야’이라는 대사를 말하고, 데메사는 바로 고민을 벗어던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검은 들녘에서 냉혹했던 데메사의 모습과도 배치되고, 고민도 단 한 장면(정확히 말하면 한 줄의 대사)을 통해 쉽사리 해결되어 버리므로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저 대사가 등장하기 위해 데메사가 고민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외
보면서 많이 거슬렸던 부분이 두 군데 있습니다. 마가렌느가 바제스에게 꼬리칠 때, 실피온이 나타나 머리에 불을 붙이는 장면. 그리고 실피온 외전. 중간중간 분위기를 밝게 띄우는 것은 좋지만,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짧고 허접스런 감상문을 내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_-;; 소설의 장점보다 단점에 대한 언급이 많은 것은, 장점의 나열은 문피아에 이미 올라왔던 수많은 추천글들의 반복이 되기 때문입지요.
소설을 연재 완결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연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많은 연재작들을 봐 왔지만, 읽을 만한 글을 완결까지 써내는 작가들은 흔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처녀작이라는 사실을 들으니 더 감탄스럽네요. 긴 여정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보니비 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