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마당 - 환상 독회
- 아를르캥 1부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이러한 글을 읽어본 것은 오랜만이었습니다. 평소대로라면 한참 잠자고 잇을 시간에 읽었는 데도 불구하고 졸음이 오지 않더군요.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었고 인물들의 대사 역시 멋지며, 성격을 간단명료하게 잘 드러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의 모양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이지만, '붉은 색'으로 상징되는 군대의 성격이나, 등장인물들의 이름, 지명, 총기명에서 러시아와 동유럽 쪽의 대립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저만이 아니리라 믿습니다. 붉은 색으로 상징되는 군대, 피, 투쟁, 죽음 이러한 이미지들이 추위, 등장인물들의 냉혹함, 갈등, 그리고 공간배경으로써 그려지는 하얀 설원과 아울러 글임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시각적, 촉각적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것을 필력이라고 하는 것이겠죠.
1. 늑대 머리
이 이야기에서 '아를르캥' 은 늑대의 모습과 힘을 가진 환상의 종족, 수인으로써 존재합니다. '수인'의 테마는 이미 여타의 환타지에서 나타나는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고 이는 '자신과 다른 것들'을 경계하고 때로 증오, 혐오하는 인간 속성상 자주 그 이유로 핍박과 박해의 테마를 구성할 때 자주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역사상에서는 중국이나 로마와 같은 제국들의 이민족에 대한 관점이 그러했고, 게임 상으로는 워크래프트에서의 오크족 배경스토리에서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있었습니다(궤도상에 오른 스토리에서는 카리스마적인 인물의 지휘아래 단결하여 인간과 대등하게 맞서게 됩니다). 아를르캥이라는 수인들은 개개인이 강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개체가 소수이거나 단결력이 약하거나 한 것인지, 적대적인 군대에 대등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이들의 행동과 위치는 어둠속에 암약하는 레지스탕스들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줍니다. 때문에 이 글의 배경적인 갈등구조는 제국(수인배척) ↔ 아를르캥의 형태로 읽을 수 있습니다만, 이러한 갈등구조에 있어서 아를르캥들이 반드시 늑대머리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마뱀 머리라도 상관없고 또는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면 같은 모습을 한 인간이라도 충분히 서로의 눈에 더없는 악귀로 비칠 수 있으니까요. 덧붙여 레지스탕스 활동에서 그 집단 전원이 확실하게 외부와 구별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그 존속 여부가 의심 됩니다. 글을 읽은 것만으로 아를르캥 거의 전원이 반정부의 입장인지, 아니면 아를르캥 내부에서도 정부군 소속, 일반시만, 반정부 투쟁 소속으로 파가 갈린 것인지. 그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확실한 특질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라면 구분이 쉬우며, 사람들 속에 숨어 파르티잔(빨치산) 활동은 불가능, 때문에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아마 빨간 모자의 우화에 맞추어 들어가기 위해선 그러한 환상적인 설정이 필요하였다고 봅니다만, 반드시 이 녀석들이 늑대 머리를 하고 있을 당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이 환상소설의 블록을 벗어나게 됩니다만, 실제로 이 소설의 갈등구도는 반드시 환타지에 의존해야할 성질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2. 이 소설은?
이 소설의 시작은 빨간 모자 소녀가 늑대들에 의해 납치, 감금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 시점에서 빨간 모자 소녀의 신분은 정진정명 제국의 첩보원, 가둔 자와 갇힌 자의 대립으로부터 이 글은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그렇게 비범하진 못했고, 늑대들은 무뇌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갈등은 본격적인 대립이 되지 못했습니다. 힘의 우위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빨간 모자 소녀라고 보기 보다는 드리트리라는 늑대 머리라고 보는 것이 올바를 듯합니다. 공간적으로도 역할로써도 감금되어 수동적인 반응 외에 보이지 못하는 이샤 양보다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사건을 이끌어 나가는 드미트리야 말로 더 주인공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겠지요.
이 녀석 때문에 '반전 비극'의 테마, 사건, 인물 배경 등을 갖추고 시작한 이 글이 '로맨스' 소설로 변하게 됩니다. 이 녀석은 다른 늑대들에게는 빨간 모자 소녀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그녀의 대접에 신경을 쓰는데, 그는 그 이유를 '늑대의 긍지와 암호 해독에 도움이 될수 있기 때문에'라고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이 거짓말은 아를르캥 사이에 의심과 분열의 씨앗이 되었고, 이는 결국 자신의 군대의 파멸과 죽음을 불러오게 됩니다.
좋습니다. 로맨스 물의 주인공이 공적인 자신의 입지와 내적인 자신의 열정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이성적인 행동을 보이지 못하고 파멸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고 상상가능한 비극입니다. 그러나 이 늑대 머리 '드미트리'의 캐릭터로써의 약점은 동화상이나 실제로도 빨간 소녀를 납치, 감금한 집단의 수장으로써 빨간 모자 소녀와 극한 대립을 보여주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위를 포기함으로써, 글의 전개에 참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 것에 있습니다. 즉, 적, 반동인물이 없어졌습니다. 마침내 해독된 암호에 있어서는 제국이나 제국 측의 인물이 새로운 적으로써 기능할 수 있음을 암시하지만, 그것은 1부 마지막에서도 명확히 드러나지를 않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2부에서도 마찬가지) 빨간 모자 소녀가 늑대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빨간 모자와 늑대 사이의 갈등과 동인은 소멸합니다. 때문에 늑대와 빨간모자 소녀의 도피행이 완료된 1부 완결시점에 있어서, 저는 빨간 모자 소녀가 무엇을 목표로 어디로 발길을 돌릴지 알수가 없었습니다(원래 게부라 시라는 곳으로 가려 했지만, 늑대가 죽어서야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3. 우연에 기댄 갈등의 해소
이 소설의 터닝포인트는 드미트리가 빨간 모자를 심문하겠다고 나서, 그와 이사의 옛 관계를 말하면서 이샤에 대한 그의 호의의 이유를 암시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후로 둘의 관계는 급진전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원인이 되는 사건이 완벽하게 이야기 밖에서 일어난 또한 순전히 우연에 의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우연히 아니라면 드미트리는 완벽한 위선자가 되려버립니다. 바로 전 화에서 드미트리는 빨간 모자에게 꺼낼 말이 없다며 고민합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전개인데, 이는 갈등의 해소가 우연적인 원인에 의해서 일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같기 때문입니다. 다른 점은 기계장치의 신은 지금 바로 강림하여 문제를 해결하여 주지만, 이 경우는 과거에 이미 일어났던 사건이 현재에 갑작스레 등장해 갈등을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죠. 개인적으로 이것을 '러브히나식' 해소법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기계장치의 신도, 러브히나식도 작가 입장으로 참으로 좋은 도구이지만 함부로 쓰여져서는 곤란합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길을 가다 우연히 복권하나를 줍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그 복권이 아무런 이유 없이 '우연히' 당첨되어 있던 복권이라면, 그 결과로 떠나갔던 애인이 돌아오고 아픈 아들을 고치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아무리 이야기 전개라는 것이 작가의 손에 붙여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독자가 화낼 겁니다.
4. 늑대는 왜 죽어야 했는가.
설정상, 아를르캥들은 일반적인 워울프의 특성(강력한 힘과 체력, 경이적인 회복력)을 가지고 잇는 것으로 여러번 묘사되어 총상의 후유증으로 결국 쓰러지고 마침내 죽게 된다는 결말은 예상 외였습니다. 이것이 예상 외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위의 설정 외에도 이 늑대 녀석이 죽을 것 같은 낌새를 전혀 내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 할 때, 중상으로 입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