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히어로

"쓰벌."

바이크헬멧을 쓴 히어로가 피다만 담배를 짓밟으며 일어섰다. 그 앞에는 너무 얻어맞아서 얼굴이 퉁퉁 부은 사내가 있었다. 히어로는 삐딱한 자세로 사내를 내려다봤다. 사내는 흠칫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니까, 딸내미가 난치병에 걸려서 수술비 마련하려고 이 짓을 했다?"

중년 사내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자 구조조정으로 잘렸고, 설상가상으로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내미가 이름도 이상한 병에 걸려 골골 거렸다. 병원이 부랴부랴 데려가니 의사라는 양반은 돈부터 내놓으라고 난리였다. 다행히 보험을 꼬박꼬박 넣어서 안심했는데, 이게 또 무슨 변이람? 보험사에서는 약관에 따라 그 병에는 보험비를 지급 못한다고 한 무더기 계약서만 그에게 던져줬다.

"참 좆같아. 이 양반아. 어쩌자고 그 많은 범죄 중에서 은행털이를 골랐고, 하필이면 내가 순찰하는 날에 나타난 거야."

히어로는 헬멧 뒷부분을 긁적이며 다리를 털었다. 동네 양아치 같은 행동이었다. 그는 두 번째 담배를 꺼내어 불을 피웠다. 살짝 들어 올린 헬멧실드 아래로 드러난 투박한 입술이 담배를 꼬나물었다. 드러난 입술 주위로 수염이 지저분하게 듬성듬성 자라있었다.

"하나 줘?"
끄덕끄덕.

히어로는 품안을 다시 뒤적였다.

"에이썅, 돗대네. 이거 아무나 주는 게 아닌데."
"그, 그러면 됐습니다."
"그냥 물어, 인마."

히어로는 사내의 입에 담배를 물려주고 라이터를 가져갔다. 담배 한 모금을 빨자 사내의 얼굴이 한결 나아졌다. 히어로는 담배를 빨아올리다가 옆에 떨어진 권총을 집어 들었다. 손이 전혀 묵직하지 않았다. 권총치고는 너무 가벼웠다.

"하, 어처구니없네. 이 아저씨 보게. 이거 장난감이잖아?"

히어로는 BB탄을 사내에게 쐈다. 동네문구점에나 파는 싸구려 총이었다.

"지, 진짜 총을 구할 방도가 없어서……."

사내가 말끝을 흐렸다. 히어로는 단숨에 남은 담배를 빨았다. 타들어간 담뱃재 뭉치가 변비 똥처럼 떨어졌다. 히어로는 잠시 침묵하다가 소리를 왁 질렀다. 그 소리에 사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바닥을 붙였다.

"씨발, 진짜-! 이 짓도 엿같아서 못해먹겠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아저씨. 기다리라고 했는데 도망가다 잡히면 나한테 뒤져."

히어로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어슬렁어슬렁 골목을 걸어 빠져나갔다. 잠시 후 돈다발을 들고 나타난 히어로가 사내의 가방에 돈을 구겨 넣었다. 사내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뭘 놀라? 그냥 받아. 이걸로 딸내미 일단 수술 시켜.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지. 나중에 뒷조사해서 구라였으면 아저씨는 그날 나한테 죽는 거야. 이제 후딱 꺼져."

사내는 두둑한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허겁지겁 뛰어나갔다. 한참을 멀어지고 나서야 사내는 걸음을 멈추더니 히어로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히어로는 짧게 손을 흔들고 그가 사라지는 걸 바라봤다.

"하, 씨발."

히어로는 헬멧실드를 닫고 구부정한 자세로 걸었다. 바이크헬멧만 아니면 영락없는 길거리 양아치가 따로 없었다. 편의점에서 담배 세 갑을 사고 공원에 도착한 그는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그는 끊임없이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 그는 하루에 10갑은 넘게 피는 골초였다. 하지만 10분 동안 숨을 참을 수도 있다. 평생 운동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그는 맨손으로 전신주를 부수고 주먹질로 4층 건물을 무너뜨린다. 서전트 점프는 4미터가 훌쩍 넘고 시력은 초원의 원주민들보다 뛰어나다. 이 정도면 종이 다르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그는 히어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넌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다.]

맴도는 그의 말, 히어로는 거친 한숨을 내쉬었다.

“충분히 알아요. 지금 내 꼴을 보면 정말 실망하겠죠.”

구름 한 점 없이 높은 가을 하늘이다. 공원은 무척 조용했다. 원래 이렇게 조용한 공원은 아니다. 푸르스름한 헬멧실드 너머로 히어로는 모든 것을 응시했다. 그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슬금슬금 도망가는 사람들. 그들은 히어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다른 곳으로 걸어간다. 수 백명이 노닐 수 있는 공원에 히어로 혼자 앉아있다. 워낙 고요해서 세기말적 분위기까지 풍겼다. 간간히 비둘기가 푸득푸득 히어로 앞에 날아올 뿐이다. 노곤한 한숨이 비둘기 머리 위로 지나간다. 3갑이나 되는 담배를 다 피워갈 무렵이었다. 쓰레기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였다. 비둘기들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히어로를 떠났다.

“왔군.”

히어로는 남은 담배를 쭈욱 빨아들이고 꽁초를 뱉은 후에 헬멧실드를 닫았다. 밀폐된 헬멧 안에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맴돌았다. 히어로가 앉아있는 벤치 주위로 경찰들이 몰려들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히어로 귀에 거슬렸다. 그들은 조심스레 총을 겨누며 히어로를 포위했다.

-체포하겠다.

히어로는 은행털이범으로 체포 되었다. 그는 어떤 반항도 하지 않았다.



경찰서 유치장 안에 히어로는 구금되었다. 형사들은 이러한 특이케이스에 어쩔 줄 몰라 상부에 연락하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히어로가 공공기물파손 및 여러 경범죄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확실한 증거도 없었고, 경찰의 공권력으로 히어로를 억압하기란 사실 무리다. 그래서 눈감기가 일반적인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목격자도 수없이 많았고 CCTV에 히어로가 은행금고를 부수고 지폐다발을 들고 오는 모습이 확연하게 찍혔다. 더군다나 본인조차 범죄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경찰들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히어로는 삐딱하게 누워서 철창 너머의 17인치 TV나 보고 있었다.

“아, 담배 피고 싶다.”

히어로가 별 의미 없이 내뱉은 말에 유치장 안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히어로가 들어오기 전부터 안에 있던 사람들은 한쪽 구석에 모여 수군수군거렸다. 히어로는 그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멋도 모르고 깝치면 박살낼 생각이었지만 그다지 간이 부은 사람이 없었다. 단지 담배가 떨어져서 기분이 안 좋을 뿐이다.

“어?”

히어로는 뉴스를 보다가 벌떡 일어섰다. 그가 쥐고 있던 철창이 충격으로 휘었다. 철창에는 그의 손자국이 도장처럼 선명하게 찍혔다. 그의 돌발행동에 경찰관들이 긴장했다. 싸늘한 침묵 속에서 뉴스 아나운서의 말만이 뚜렷하게 퍼졌다.

-오늘 오후 7시경에 …중략… 4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살해당했습니다. 신원은 아직 불명이나 다량의 현금을 소지하고 있는 걸로 보아….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히어로의 손에 철창이 휘었다. 히어로는 아무 말 없이 유치장을 빠져나왔다. 경찰관들이 그를 포위하지만 섣불리 덤벼들지 못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총을 쏴도 소용없다는 것을. 벌써 7년 전에 히어로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히어로는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40여명이 넘는 경찰관을 쓰러뜨렸다. 거기에는 경찰특공대도 포함되어 있다. 그 때부터 경찰과 히어로의 암묵적인 룰이 만들어졌다. 히어로가 힐끗 경찰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담배 사러 간다.”

젊은 형사가 발끈하며 권총을 들어올렸다.

“그게 무슨…!”

쾅!

히어로가 컴퓨터 모니터를 한손으로 들어 던졌다. 모두가 놀라는 사이에 히어로는 유유자적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총을 들어 올렸던 젊은 형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건 불합리했다. 어떻게 저자만이 법 위에 존재하는 걸까. 모두가 정해진 규칙대로 법대로 살아가는데, 히어로만이 혼자 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법자가 된다. 정당하지 못하다.



“이봐!”

순경 하나가 히어로를 어깨를 잡아당기지만 오히려 그가 발라당 넘어졌다. 경찰관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히어로는 당당히 사건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접근금지라고 적힌 표지도 그에게는 무의미했다. 형사들이 히어로를 보고 뭐라고 끊임없이 외쳤다. 히어로는 그들의 외침을 무시하며 싸늘하게 식은 시신을 바라봤다. 분명 은행을 털다가 히어로에게 걸렸던 사내였다. 그 사내가 죽어있었다. 누구에게 죽은 걸까?

“흥.”

히어로는 냉소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한쪽 벽에는 새빨간 피로 글씨가 적혀있었다.

[당신은 존경해, 히어로. 당신의 실수를 내가 메웠어.]

“웃기지 말라고 그래. 병신 새끼.”

탕!

그 순간 누군가의 총이 발포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 신참내기 형사가 히어로에게 수없이 경고하다가 총을 쐈다. 생명에 지장 없는 다리 쪽이었으나 발포했다는 것은 큰 사건이다.

땡그랑-

허벅지에 박혔던 총알이 밀려나오며 땅에 떨어졌다. 기괴함을 목격한 형사의 얼굴에 공포가 스쳤다. 히어로는 총을 쏜 형사에게 다가갔다. 히어로의 키는 무척 커서 위압감이 넘친다. 어림짐작해도 180cm 족히 넘어 보인다. 대한민국 평균 신장을 훨씬 넘어섰다. 형사가 입을 달싹이며 다리를 떨었다. 눈앞의 상대는 총알도 통하지 않는 괴물이다.

“좋은 용기다. 형씨는 멋진 경찰이 되겠어. 나 같은 불의의 무법자에게는 철퇴가 필요한 법이지. 힘이 된다면 말이야.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여신의 저울은 기울어지지 않았어.”

히어로가 형사의 어깨를 툭 쳤다. 형사는 긴장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히어로는 몇 걸음 걷다가 빌딩 난간을 잡아 도약하며 위로 올라갔다. 20층이 넘는 고층건물 옥상까지 도착하는 데는 단지 30여초가 걸렸다.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동물도 저런 운동능력과 민첩성을 가지지 못한다. 그건 생물학적 반칙이다.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48층 레트로 센터다. 다국적 의료기관인 레트로사의 한국지부다. 레트로 센터 빌딩 꼭대기에는 층을 제외하고도 높게 솟은 첨탑이 있다. 히어로는 그 첨탑에 걸터앉아 소주병을 깠다. 세 사람 정도 겨우 앉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다. 세찬 바람이 불어오지만 히어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숨에 소주를 비웠다. 마시는 순간 알딸딸한 취기가 돌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의 해독능력은 일반인의 몇 십 배. 아무리 술을 마셔도 끄떡없다. 그는 이곳에서 도시의 야경을 바라봤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자연을 짓밟고 성장해온 인간문명. 그 정점에 히어로가 앉아있다.

“스읍.”

히어로는 안주삼아 담배연기를 빨았다. 빌딩 아래로 누군가 올라온다. 히어로는 무심하게 아래를 내려 봤다. 검은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상승한다. 순식간에 히어로 앞에 그림자가 섰다. 그림자는 달을 등지고 있었다. 히어로가 입술을 비틀었다.

“애송이군.”
“안녕하세요. 히어로. 처음 뵙겠습니다.”

까만 머리의 소년이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할만한 애송이다. 히어로는 맥이 빠졌다. 하지만 어릴수록 강한 힘은 위험하다. 히어로는 일찍이 그걸 경험으로 체득했다.

“왜 죽였지?”
“은행강도였으니까. 전 정의의 사도니까요. 저도 당신처럼 영웅이 되고 싶어요. 어릴 때에 아파트 위에서 당신이 싸우는 걸 봤어요. 쑥스러운 표현을 빌리자면 그 때 당신에게 반했어요. 당신의 조수가 되게 해주세요. 저도 당신과 같은 부류에요.”

히어로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답은 정해졌다.

“거절한다. 꼬맹아. 집에 가서 공부나 해라.”

소년의 눈동자가 게슴츠레하게 감겼다. 소년이 히어로를 매섭게 응시했다.

“그렇다면 당신을 죽이고 영웅의 이름을 가지겠어요.”
“꿈도 야무지셔.”

순간 히어로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소년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아래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두 사람이 중력으로 가속되었다. 주위 풍경이 3초만에 하늘에서 땅으로 바뀐다. 소년이 땅에 처박히며 아스팔트 깊숙이 머리가 박혔다. 머리통을 쥐고 있던 히어로의 손이 피로 질퍽하게 젖었다. 갑작스러운 추락에 사람들이 소란을 일으켰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남자들 신고하기위해 핸드폰을 들어올린다.

“아파요. 반칙이잖아요. 이런 기습은. 영웅답지 못해요.”

분명 두개골이 부서지고 뇌수가 튀어나오는 것을 봤다. 히어로는 소년이 멀쩡하게 일어서는 걸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재생력은 히어로 이상이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히어로가 느낀 감각이 있었다. 미약하게나마 히어로는 손을 떨었다. 동물은 자기보다 강한 개체를 보면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떤다. 소년은 히어로보다 상위개체였다 좀 더 세련되고 깔끔한 완성형에 가까운 그것.

“하하, 알잖아요. 우리가 동족이라는 걸. 그들은 우리를 두려워해요. 영웅놀이는 단지 유희잖아요. 단지 그걸 같이 하자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요? 장난감을 뺏기는 게 싫은 건가요?”

히어로가 몸을 던지며 소년을 끌어당겼다. 그와 동시에 히어로가 땅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바닥이 무너지며 지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쾌한 악취가 넘쳐흐르는 지하도였다. 거기로 소년을 던진 히어로는 따라 들어갔다.

“1992년, 1997년, 2001년, 2007년. 그리고 지금.”

질퍽이는 오물 속에서 일어선 히어로가 중얼거렸다. 소년은 악취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뭐죠?”
“내가 처리한 돌연변이들이 나타난 해다. 보통 네 또래 어린애들이지. 내가 다 처리했다. 죽였지. 너도 나에게 죽는다.”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우리는 영웅이 될 수 없다. 필연적으로 악마가 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악하다는 것이다.”

소년은 갑작스럽게 지레 겁먹었지만 자존심을 내세웠다. 소년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주위의 폐수들이 회오리치며 히어로에게 뻗어나가다. 물체를 움직이는 염력이었다. 히어로에게 없는 능력. 소년의 세대 때부터 생겨난 초능력이다. 하지만 막 개발된 초기능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히어로는 몸을 빙글 돌리며 폐수를 떨쳐냈다.

“뭔가 이상해요! 당신은 영웅이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는 확신하거든. 그리고 역사가 증명해.”

소년을 악을 썼다. 평생 쓸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온갖 능력을 동원하며 모든 전투지식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히어로는 모든 공격을 파훼하며 걸어왔다. 소년을 머리가 터질 정도로 강한 염력폭풍을 쏟아냈다. 폐수가 파도치며 히어로를 덮치고, 배수관들이 뜯겨나가며 히어로를 강타했다.

깡그랑!

“내 모습은 허상이다. 나는 날 한 번도 영웅이라 칭하지 않았어. 그저 욕망에 충실하며 살 뿐이지. 나는 단지 과거에 부탁받았을 뿐이야. 그의 실수를 수습할 뿐이지.”

히어로가 소년의 팔을 잡아 뜯었다. 피가 오물이 섞여 흘러간다. 소년의 비명이 하수구에 메아리친다. 히어로가 묵묵하게 소년을 분해했다. 재생력이 탁월한 돌연변이를 죽일 방법은 극히 드물다. 산채로 분해하는 것이 그 중 한 가지 방법이다.

“그는 영웅을 만들고 싶어 했어. 낭만주의자에 몽상가였거든. 초인을 통해 이상적인 영웅상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 첫 번째가 나였지. 그러나 초기모델인 내 생각은 달랐어. 나는 내가 절대 영웅이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 모두가 나를 두려워하는데 어찌 내가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두 번째 모델이 태어났어. 내가 옳았지. 두 번째는 고독과 소외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들을 죽였지. 나는 두 번째를 죽이기 위해 냉동에서 깨어났어. 깨어난 나는 ‘그’ 도 죽였지. 실험은 종료되었지만 나는 살아있었고, 때마침 돌연변이가 태어나기 시작했어. 그 원인은 아직 찾고 있지. 이제는 거의 알아냈지만 말이야.”
“하지만 왜 헬멧을 쓰고 있죠? 사람들과 섞여 사는 거죠?”
“미치지 않기 위해서. 나는 고독을 이기지 못해. 잘 봐.”

히어로가 헬멧을 벗었다. 3쌍의 눈동자가 소년을 응시하고 있었다. 헬멧 안에는 끔찍한 괴물이 숨 쉬고 있었다. 히어로는 소년의 목을 비틀어 뽑았다. 뇌와 척추를 분리하고 분쇄하고 히어로는 분해 작업을 끝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난 욕망에 충실할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