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판타지 갤러리 단편 대회 출품작

시간이 정지한 곳

by 더스트

 

<1>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 않아.”

 에지는 맥주 안주로 나온 싸구려 나초를 베어 먹으며 중얼거렸다. 나초에 묻어있는 치즈 가루가 입에 묻자 그는 검지를 들어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소리지.”
 “네, 네. 그렇겠죠.”

 나는 에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나초 부스러기를 쓸어 버렸다. 에지는 자신이 감명 깊게 느낀 것들에 대해 열성적으로 설교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자신은 그를 무시해왔었다.

 “너무 건성으로 대답하는군. 나는 내 말에 대한 자네의 생각이 듣고 싶은 것일세.”

 불만스러운 얼굴로 에지가 중얼거렸다. 나는 억지로라도 대답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 생각을 묻는다면-”
 “묻는다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아무렇게나 대답하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부드럽지만 톡 쏘는 맛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에지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미간을 좁히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니, 말이 돼. 자네의 시간과 내 시간은 엄연히 다르다고. 미하엘 엔데의 <모모>도 안 읽어봤나.”
 “읽어는 봤지만, 에제키엘. 우리는 물리학도라고요. 그런 형이상학적인 말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있지. 충분히 신경 쓸 겨를이 있다네.”

 에지-에제키엘의 예칭이다-는 자신의 말이 맞다는 듯 몇 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고는 깊게 빨아들였다.
 나는 고집스레 중얼거렸다.

 “없어요.”
 “있어.”
 “없다니까요.”

 내 망할 교수, 에지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고는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후우.”

 에지가 담뱃재를 떨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 시선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휘말리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망할 교수의 장난기는 알아주어야 하니까.

 “좋아. 못 믿겠다면 내기를 하지. 자네, 벨리스트 가 21번지의 오래된 집을 아나?”
 “아, 유령의 집이요?”
 “그래, 유령의 집.”

 벨리스트 가 21번지라면 잘 알고 있다. 도시괴담 같은 이야기지만, 그 집은 본래 평화로운 네 가족이 사는 집이었다고 한다. 인자한 아버지, 현숙한 어머니, 말괄량이 딸과 야구를 좋아하던 어떤 소년이 사는 집. 가끔 서로 할퀴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던 어느 날, -비 오는 날이었다.- 살인마가 그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행복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다.

 “그 집이라면 싫은데.”
 “가 봐. 그럼 내 말을 알게 될 테니까.”
 “거기는 유...”
 ‘유령이 있다고요.’ 라고 말하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하마터면 잊을 뻔 했는데, 나는 물리학도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물리학도.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망할 족속. 그들은 사랑도 믿지 않고 미하엘 엔데의 <모모>도 믿지 않는다. 신이나 유령은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물리학도 중에서도, 에제키엘 교수에게 강습 받은 사람들은 대개 그 경우가 심한 법이다.

 “계속해봐. 유 다음이 뭔가?”
 “유...유지비가...”
 “하핫.”

 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알아차린 듯 에지가 웃어보였다. 그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래, 거기에 가서 사진을 찍어와. 그러면 네 양자역학론에 A+를 주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여기 있어. 자네는 잊은 모양이지만, 나는 자네 교수라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지만...”

 나는 무어라고 항의를 하고 싶었다. 양자역학과 유령이 나온다는 집은 하등의 상관이 없다. 물론 미하엘 엔데의 <모모>와도.
 하지만 더 말할 새도 없이, 에지는 3달러 23센트 -정확한 더치 페이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펍을 나가버렸다.

 “망할 놈.”

 나는 짧게 중얼거렸다.

 

 <2>

 내가 에지를 만난 게 언제더라? 나는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느꼈다.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가는 설사병 환자처럼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생각해보면 그를 만난 건 어린 시절 같다. 아니, 어린 시절이라기보다 소년기일 것이다. 그때 즈음에 자신은 에지에게 맡겨졌고 에지는 그런 자신에게 물리학 개론을 던져주었다.
 그를 만나고서야 제대로 살아 보겠다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럭저럭 그대로 되었다. 제대로 산다기보다 제대로 망가져가는 느낌이 들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그에게 만족하는 편이다. 이런 이상한 숙제를 내줄 때는 제외하고.
 나는 벨리스트 가 21번지 앞에 서 있었다.

 끼익-
 낡고 녹슨 경첩이 불쾌한 삐걱거림을 자아냈다.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이니 관리가 제대로 됐을 턱이 없지. 하지만 그 소리는 꼭 귀신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두려움 때문일까? 나는 혼잣말을 주워섬겼다.

 “여, 여기서 뭘 보라는 거야...”

 어쩌면 에지 교수는 유령을 보라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유령 때문에 자신을 이리로 보내지는 않았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이야기를 했었고,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니까...”

 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몇 마디를 읊조렸다. 응접실에 놓여있는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1980년대 유행하던 엔티크 스타일의 소파였다. 소파 위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나는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한 채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

 “더럽잖아.”

 나는 검지로 소파 위를 훔쳤다. 소파 위에 쌓여있던 먼지가 손에 묻어났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망할 교수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나는 걸음을 옮겨 이층으로 향했다.
 이층에는 한때 어린 소년이 사용했을만한 방이 위치해있었다. 낡은 야구공과 배트, 그리고 조그만 침대. 침대 위에는 뉴욕 양키즈의 투수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포스터 위에는 그들의 것이리라 짐작되는 싸인이 그려져 있었다.
 이 집에 살고 있던 소년은 야구를 좋아했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소문과는 다르게 그것은 매우 정확한 정보인 것 같다. 84년도의 양키즈부터 91년도의 양키즈까지, 그 모든 기록이 여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것들이 있었다.

 “좋아. 엘릭의 싸인볼이로군.”

 나는 여전히 먼지가 쌓여있는 자그마한 방을 둘러보았다. 엘릭의 싸인볼이나, 폴리 카트슨의 글러브 같은 귀중한 것들이 있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볼 것이 없다. 오직 옛 모습 그대로의 모습인 집과 그 위에 가득 쌓인 먼지만이 보일 뿐이었다.

 “여기서 나가겠어.”

 더 이상 있어봤자 볼 것이 없으므로, 나는 그만 돌아가 에지의 멱살이라도 잡고 화풀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대로 실행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여긴 내 방이야.”

 침대 위에 앉은 작은 소년이 고집스럽게 입술을 앙 다문 모습으로 자신에게 말했다. 하나님께 맹세코, 조금 전까지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

 

 <3>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눈을 뜨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맑았던 -어둡고 스모그가 끼어있긴 했지만- 밤하늘에 어느새 먹구름이 끼어있었으니까.
 우울한 하늘 아래에서는 한 두 방울씩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기묘하게 쓸쓸한 밤이었지만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눈을 뜨기가 무섭게 침대에 앉아있던 소년이 말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캐치볼 할래?”
 “너, 너는...”
 “캐치볼 싫어? 그럼, 스플릿 볼 할까?”

 두려움에 가득 찬 눈을 한 나를 보며 소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수줍게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그럼 엘릭의 싸인 볼을 줄까?”
 “아니, 나는...”

 유령처럼 투명하지도 않고, 다리도 멀쩡히 붙어있는 소년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유령과 캐치볼이라.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담력이 없는 내게는 무리다.
 일단 유령의 분노를 끌어내지 않기 위해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늦어서 이만 가봐야...”
 “가지 마.”

 제길,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 어쩌면 유령에게 붙들린 채로 밤을 지새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나를 휘감았다.

 “가, 가봐야...”
 “가지 마. 너처럼 재미있어 보이는 친구는 처음이란 말이야.”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마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공포감이 조금 희석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는 유...”
 “유령이지.”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공포감이 밀려들었다. 그래, 아무리 귀엽고 순진해 보이는 소년이라지만 저 아이는 분명히 유령이다. 어쩌면 자신의 생명을 가져가겠다고 말할지도 모르는 유령.

 “널 다치게 하지 않을게. 그저 조금만-”

 손가락을 모아 뱅글뱅글 돌리며 소년은 수줍게 말했다.

 “놀아줘.”

 오랜 시간동안 외로웠을 것이 분명한 소년의 눈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이 미쳤던 것뿐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때는 그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4>

 “너 되게 못한다.”

 그래, 못한다. 나는 운동은 빵점이라고. 예전에는 야구를 좋아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은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소년이 던진 공을 받는 것만도 벅찼으니까.
 나는 내 머리 위로 날아가는 공을 잡기 위해 손을 내뻗었다.

 “나,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는 거야.”
 “그래도 너무 못한다. 하나도 재미없어.”

 불만 가득한 얼굴로 소년이 중얼거렸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 2시에 유령과 캐치볼이라.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또 있을까.

 “그래, 그러니까 보내주면 되잖아.”
 “하지만 심심한걸. 얼른 던져.”

 나는 부드럽게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힘 있게 아래로 내렸다. 저주스럽게도 공은 소년을 비껴가 동화책이 가득 꽂혀 있는 책장에 가 박혔다.
 소년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는 주섬주섬 공을 집어 들었다.

 “있잖아, 나는 오래 전부터 여기 있었던 것 같아.”

 공을 던지며 소년이 말했다. 지금은 2004년, 소년이 살해된 것은 아마도 1991년일 것이다. 13년간 이 집에서 홀로 있었을 테니, 짧지는 않은 셈이다.

 “그래?”
 “응, 심심했어. 집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보는 것도 이제 지겨워.”
 “...먼지가 많이 끼었더라. 시간이 그만큼 지났다는 거겠지.”

 짧게 중얼거린 나는 야구공에 낀 먼지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소년은 대꾸도 없이 손짓을 했다.

 “얼른 던져, 이 바보야.”

 나는 소년의 타박을 받으며 공을 던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공이 들어갔고, 소년은 모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 하네.”
 “응.”

 소년은 공을 던지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나는 먼지가 싫어.”
 “왜?”
 “시간이 흐르는 게 느껴져서. 게다가, 먼지가 쌓인다는 건 아무도 관리하지 않았다는 증거야.”

 나는 힘겹게 공을 받아냈다. 소년이 못한 것이 아니다. 공은 제대로 날아왔지만, 내 저주스러운 운동신경이 문제였다. 무사히 공을 받아낸 나는 소년에게로 그것을 던졌다. 소년이 무어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먼지는 외롭다는 뜻이라고.”

 소년은 공을 받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살던 집에도 먼지가 가득 끼어있었다. 그때 소년과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지 않는다면 먼지는 쌓이지 않는다. 그리고 누가 곁에 있어도 -물론 그 누군가가 관리 개념이 분명하다는 전제 하에- 먼지는 쌓이지 않는다. 먼지는 변하지 않는 것에 뿌려진 시간의 파편이고, 외로움이 만들어내는 쓸쓸한 기다림이다.

 “내가 청소해줄까?”
 “아니.”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얼굴 가득히 우울함이 자리 잡았다.

 “너는 이제 가야 돼. 벌써 삼십분이나 놀았는걸.”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대단히 짧은 시간이라고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 소년은 거의 울먹거리고 있었다.

 “이제 가. 늦으면 다시는 볼 수 없을 테니까.”

 소년은 글러브와 공을 주워들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발을 뗄 수가 없었다. 눈앞의 소년은 분명히 유령인데. 담이 작은 나는 상대하기도 싫은 유령인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혼란스러운 느낌 속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하고 나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왜인지 설명하라면 못하겠지만, 소년을 두고 떠나서는 안 될 것 같다.

 “나는...”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아무도 없었다.

 

<5>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멀찍이서 느껴지는 동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지의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기묘한 경험을 겪었다.

 “그러고 보니 사진을 안 찍었네...”

 나는 손에 들린 야구공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소년은 사라졌지만, 캐치볼을 하던 엘릭의 싸인 볼은 남아있었다. 그것을 챙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그것을 쥐어들었다.
 싸인 볼에는 먼지가 가득 끼어있었다.

 “먼지...”

 나는 먼지를 쓸어 만졌다. 그리고 문득, 어쩌면 에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때때로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미하엘 엔데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소중히 보내라는 의미로 <모모>를 썼겠지만, 내가 느낀 것은 달랐다.
 누군가가 시간을 보내주지 않으면, 그 시간은 정지한다. 홀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소년처럼,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먼지가 켜켜히 쌓인 집처럼.

 “에지에게 선물할까.”

 나는 엘릭의 싸인볼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니, 이런 보물은 에지에게는 너무 과분하다. 아무래도 보물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 관리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엘릭의 싸인볼을 침대에 던졌다. 침대에 떨어진 공을 보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가 사고를 당하기 전날 밤, 그러니까 에지를 만나기 전날 밤에 잃어버렸던 엘릭의 싸인볼이 떠오른 것이다.
 폴리 카트슨의 글러브는 있는데 엘릭의 싸인볼을 잃어버려 많이 당황했었다.

 “아...”

 갑자기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80년대의 엔티크 스타일의 소파도, 그리고 싸인이 되어있는 야구 선수들의 포스터도 떠올랐다.

 “그 녀석...”

 데쟈부일까? 소년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집도 어디서 본 것만 같다. 아니, 엘릭의 싸인볼이 있었다는 사실은 내가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내 자신에게 어린 시절이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당혹감에 젖었다. 여덟 살 이전의 기억은 자신에게는 없었다. 에지는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가 사고를 당한 충격 때문이라고 했다.
 조그만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혼란스럽게 흔들리던 시선을 내렸다.

 "아..."

 나는 엘릭의 싸인볼을 내려다보았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누군가와 캐치볼을 한 기억이 있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