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저가에 굿 해드립니다.


12월 23일 학교는 방학했지만, 고등학생에게 방학은 그다지 길지 않다.
크리스마스 신년을 거치고 나면 다시 보충수업이 시작되는 고등학교 생활..

창식은 아직 1학년이지만 이미 시작되어버린 대입행렬과 쉴틈도 없는 교육제도에 불만을
가졌다. 그러나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 법 눈깜짝 하는 사이 지나가버리는 짧은 방학에
이것 저것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는 여친과 함께 사람 붐비는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한 밤중에 겨울 바다를 보다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키스를..

그리고 일출을 보면서 앞으로의 장래를 얘기하는거야.'

창식은 혼자 즐거운 상상에 빠져 가방을 둘러메고 짧은 방학의 향기를 맡았다.
깊은 숨을 들이 쉬고 있을 때 그의 입에선 의도치 않은 소리가 새어나왔다.

"히익.. 끼익끼익"

"아 저 미친 놈 또 저러네."

창식은 급하게 입을 가렸다.

심리적으로 들뜨거나 긴장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알수 없는 소릴 내뱉어 버리는 틱장애.
창식은 틱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한번 시작되면 한참동안 계속되는 증상 때문에 창식은 입을 가린채 책상에 도로 앉았다.
증상이 가라앉으면 집으로 가려는 생각이었다. 창식은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여친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는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눈을 뜨면 사라졌다.

'성냥팔이 소녀도 아니고..'

하지만 창식은 짧은 방학이 너무나 기대되었다.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교실이 조용해질 때 누군가 엎드린 창식의 머리를
툭툭 쳤다.

"김창식"

창식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았다. 같은 반 여학생 나영이 내려다 보고있었다.

"왜?"

창식은 기분이 나빴다. 틱장애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게 다반사였기에 누구든 건드리면
화부터 내곤했다.

"야. 너 그거 고치고 싶지? 틱장애던가? 끽끽 거리는거."

나영이 뭔가 말하려는걸 보는 순간 창식은 또 놀린다고 생각하고 짜증이 밀려왔다.

"히익 아 좀 꺼져. 끼익 내가 만만해 보이냐?"

창식은 가방을 둘러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이 녀석이야?"

뒷문으로 여자애 하나가 또 들어와 큰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창식은 위압감을 느끼고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너. 이상한 소리 내는거 그거 귀신이 들어서 그런거야."

나영이 거들었다.

"딱 5만 원만 내라."

"뭐? 뭐라고? 히익 끼익 끼익"

"5만원 이라고"

"끼익 끼익 무슨소리야 5만원이란게."

"내가 최근에 신이 내렸거든. 그래서 광고겸 저렴하게 단돈 5만원에 귀신 쫒아내는
굿을 해주겠단 소리지."

창식은 굿을 한다는 애들의 소문이 생각났다.

"히익.. 굿 같은거 안해. 끼긱.."



chapter. 2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2009년 기축년 12월 24일 음력 11월 9일 목요일 thursday 오후 2시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친과 시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바다도 구경하고 깊은 밤에 로맨틱한
키스도 나누고 일출도 구경하고 싶었던 한 사나이는 차디찬 바닥에 무릎꿇고 앉아 있었다.

"히익.. 난 굿을 믿지 않아. 끼익"

창식은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나치게 긴장해서 쉬지 않고 이상한 소리를 입밖으로
내고 있었다.

"이놈 어디 불경스럽게 그런 소릴 입에 담는것이냐?"

태희가 소리치자 창식은 아무 소리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대구시 동구 신천동 어떤 공터. 한 때 옛 성터라고 알려진 곳에서 뭔가 허술한
굿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워이~~ 기쁘다 구주 오셨네에에에.. 만백성 맞으라아아아!! 얼씨구"

"끼이익 그거 찬송가 잖아 히이익"

창식이 외쳤다. 그러자 태희가 창식을 잡아먹을 듯 쏘아봤다.
눈빛에 기가 죽은 창식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다시 가만히 있었다.

사실 창식은 한마디 하고 싶은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일단 제사상, 제사상은 무슨 고기 같은것이나 과자 같은것들을 생각했었는데 쟁반에
타로카드나 화투장이 얹혀져 있었다.

이것을 물어보자 '제사상이란건 하나의 마법진이나 만다라 같은 것. 거기 놓여지는
음식이 중요한게 아니고 그 자리에 알맞은 물건이 놓여있는게 중요하다.

음식을 놓을 수도 있지만 음식을 놓으면 단가가 올라가서 안된단다. 대신 같은 의미를
지닌 카드를 대체하면 효과는 같다.' 라며 일축했다.

옷도 기괴했다. 굿할때 입는 옷에 꿩깃털이 박힌 모자 딸랑거리는 방울들을 생각했지만
붉은 색 바탕에 검은 물방울 무늬 원피스였다.

이것을 물어보자 '무당의 옷은 상징적이다. 옷의 모양이 중요한게 아니고 그 옷의 의미가
제대로 표현되면 된다.

그 옷을 준비할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단가가 올라가서 안된다. 대신 무당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무당벌레의 모습을 형상화 함으로 효과는 같다.'라고 말했다.

굿할때 하는 소리도 그렇고 뭐든 단가라느니 효과가 같다는 소리만 말하자 창식은
불만으로 입만 삐죽거릴 뿐이었다.

"끼익.. 히익..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증상이 더 나빠지는거 아냐? 끼익 끼익"

"야 김창식 넌 기본이 안돼있구나. 한소리 들어야겠다. 잘들어"

북을 치고있던 나영이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굿, 마법, 명상 형이하학에서 형이상학을 보이거나 형이상학에서 형이하학으로 강림하는건
기본적으로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틱장애를 낫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이뤄진다고.
강한 의지가 이루는 힘이 되는 거고 그런일은 마치 말장난 처럼 교묘하게 이뤄진다고."

창식은 태희는 위압감에 아무 소리도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만만한 나영이 말하자
소리쳤다.

"뭔소리야. 결국 내가 낫고싶다고 강하게 믿어서 프라시보 효과로 낫는단 소리아냐?
그냥 대놓고 사기란 소리잖아. 내 돈 돌려줘. 내 6만원 돌려 달라고 추운데 여기서
앉아 있는데 6만원을 내야한다는게 말도 안되잖아."

창식은 6만원을 뺏긴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한 달 용돈 6만원을 하필이면 용돈 탄날에
뺏겼다. 어쩌면 이런 점으로 보면 뭔가 신이 내린게 진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5만 원이라고 했던 녀석들이 지갑에 6만원이 있는걸 발견하곤 6만 원을 다 뺏어갔다.

"네 이녀석 틱 장애가 낫고 싶지 않은거냐! 신령님이 노하신다."

태희가 정색하고 소리쳤다.

"히익.. 그런게 아니고 히익.. 알았어 조용히 끼익.. 할게..히익"

또다시 굿이 시작되었다.

"얼쑤.. 위 위시 어 매리 크리스 마스 위 위시어 매리 크리스마스 지화자"

창식은 이제 아에 포기해버렸다. 될데로 되라는 기분으로 춤출때 마다 슬쩍 슬쩍 보이는
태희 팬티를 보며 6만원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했다.

이 추운날 원피스 한장 걸치고 땀을 흘리며 진지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계속 사기니
하면서 했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6만원 내고 춤 구경이라고 생각을 바꾸자
돈이 좀 아깝긴 해도 스스로 납득 할수 있었다.

"그런데 이거 얼마나 오래 해야 하는거야? 상당히 추운데."

춤을 추느라 땀이 날정도로 뛰고 있는 태희와 달리 북을치고있던 나영은 슬슬 추워지기
시작했다.

"글쎄.. 분명 귀신이 들어서 그런거니 뭔가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태희가 춤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돌팔이 히익 무당들 끼익.. 내 돈 히익 돌려줘."

창식이 틈을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갔다.

"넌 좀 닥쳐. 틱장애. 뭔가 니가 잘못한거야."

나영이 소리쳤다.

"히익.. 틱장애라고 부르지 히익.. 말랬지 히익.. 너 히익.."

창식이 화가나서 나영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태희가 갑자기 손을 들고 두사람을 제지했다.

"뭔가 좀 이상해. 분명 굿은 제대로 되고있었는데 어째서 저 귀신이 안떨어지고
이상한게 나와 버린거지?"

"히익 하여간 이힉 이런 사기 끼익 질렸으니 히익 돈 돌려줘 끼익."

창식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나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태희가 창식의 내민 손을 거칠게
때리면서 말했다.

"야 그게 문제가 아냐.. 뭔가 나와버렸다고."

"히익 그건 이익 내가 알바가 이익 아니고 히익 돈을 달라고. 히익"

나영이 창식의 말을 막으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야. 뭔가 나오다니."

"나도 모르겠어. 뭔가 나와버렸어."

"히익.. 사기꾼들아 이익.. 내.. 히익.. 돈 히익 돌려 이익 달라고 끼익"

태희가 소리쳤다.

"아 좀 조용히 해봐. 생각 좀 해야겠어."

그러자 나영은 가지고 왔던 카메라와 노트북을 꺼내서 뭔갈 만지기 시작했다.

"여기 사진찍고 네트워크에 올려 뭘 잘못했는지 알아봐야겠어. 태희야 근데 뭔가 나온게
어디야. 우리 거기 가야하는거 아냐?"

태희는 무척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가야 할거야. 이거 일이 너무 커졌어. 왜 이렇게 엄청난게 나온거지? 나 때문인건가?"

태희와 나영은 서로 쳐다보면서 대화하기 시작했다. 창식은 돈을 돌려받긴 틀렸다는
느낌이 들자 슬슬 옷을 털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김창식 너 어디가는거야. 너도 같이 가야해."

몰래 도망가려는 창식을 발견한 나영이 소리쳤다.

"히익 난 이익 안갈거야 히익 추워. 집에가서 해리포터나 볼거야 히익"

태희가 소리쳤다.

"닥치고 따라와."

창식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어딜 가는데? 이익"

"인천"

창식은 자신이 잘못들었다고 생각했다.

"어디라고? 인천? 이익"

태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인천광역시"

"이익 키익 끼익 키익 인 키익찌익 끼익 천 끼익"

창식은 심하게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인천 인천광역시"

"끼익 끼익 히익 끼익 끼익 히익 안가! 끼익 히익 끼익 히익"


chapter 3. 크리스마스의 향기

서울행 ktx 안. 김창식 혼자 역방향으로 앉아서 두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익 키익 기차 값 키익 돌려 줄거지?"

창식은 두사람을 노려보며 말했다.

"봐서 니 잘못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기차값 굿 값 모두 돌려줄게."

나영이 노트북을 만지며 건성건성 대답했다.

"히익 내가 모른다고 대충 나때문이라고 하는거 아냐? 키익"

창밖을 쳐다보던 태희가 무심하게 말했다.

"내가 돌려준다. 돈으로든 다른 걸로든지 내가 거짓말하면 신벌 받을테니 믿어도 좋아."

창식은 태희를 한번 힐끔보고 창밖을 쳐다봤다.

'내 돈 16만원..'

창식이 중얼거렸다.



굿판을 접고나서 나영은 물건들을 챙겨서 무당 집으로 갔고 창식은 태희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자 엄마는 못마땅한 표정이었고, 아빠는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엄마는 용돈받아간지 얼마됐다고 용돈을 가불해 달라고 하냐고 말했지만, 5만원을 줬다.
엄마는 공부할 때 라고 못마땅한 듯 쳐다봤다.

집을 나서려는 데 아버지가 5만원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귓속말로 속삭였다.

'돈을 너무 아끼지 마라.'

그리고 동대구역에서 나영을 만나 돈을 고스란히 뺏겼다.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인천은 또 뭐야.'

창밖을 내다보며 창식이 중얼거렸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문득 이생각이 들었다.

'아 이래서 역방향이 멀미가 난다고 하는구나.'

창식은 지루해져 눈을 돌려 앞에 앉은 여자애들을 쳐다봤다. 나영은 노트북으로 뭘 하는지
쉬지않고 두들기고 있었고 태희는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상한 눈빛을 눈치챈 태희가 창식을 바라보니 창식은 시선을 피해버렸다.
태희는 피식 하고 웃고는 다시 창문을 바라봤다.

"히익 야 그런데. 너희 둘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하는거야?"

심심해진 창식이 나영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의미야?"

나영은 창식의 말이 마치 시비로 들렸다. 언잖은 표정으로 반문했다.
창식은 도발하려는 의미가 아니었다는 뜻으로 과장되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히익 아니 너희 두명 왜 굿을 하느냐고 이상하잖아. 키익 고등학생이 무당이니 굿이니
이상하잖아."

"이상하지 않아."

나영은 노트북을 접으며 말했다.

"우리집은 조상 대대로 무당집이었어. 나는 나름의 긍지를 갖고 있었는데 말이지.
신이 안내리더라고, 신이 내리지 않으면 무당이 될수 없거든. 그래서 절망하고 있는데

신이 안내려도 굿을 할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서양의 마법과 만다라 노스트라다무스 점성술 연금술 모든 진리는 하나로 이어진다는
형이상학적 이론이라던가.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강한 구심점이 없는 상태로 이뤄지는 방법이라서 변수에
따라서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가 벌어지는데 이는 마치 거대한 농담처럼 이뤄지기때문에
결과로 과정을 추측할 수 있지만, 과정으로 결과를 도출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괴상한
현상을 불러 일으키게 되더라고. 마치 카오스 이론처럼 말이지 하지만 많은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날씨를 예측할수 있게 되듯이 조금씩 결과를 예측할 수있는 상황이지.
대신 슈퍼컴퓨터 급의 연산이 필요하지만 말이야."

나영은 창식이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릴 뱉어내기 시작했다. 창식은 처음엔 관심을 가졌지만
알아 들을수 없는 얘길하자 말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신이나서 말을 하는 나영의 말을 쉽사리 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틈을 봐서 한마디 했다.

"너희 둘 어떻게 같이 다니게 됐냐고."

나영은 그제서야 자기가 원래 해야할 말이 뭐였는지 기억난 듯했다.

"태희는 지병같은게 있었어. 나는 그걸 해소해주려고 굿을 해줬는데 신내림을 받아버렸더라고
원랜 다른 무당 밑으로 들어가서 배워야 하지만, 태희가 그런걸 싫어해서 무당 수업을
받은 내가 옆에서 보살펴주고 있는거야. 태희는 이상한 케이스라 가끔 굿을 해서 안좋은
기운이 쌓이는걸 풀어야 하거든. 그래서 내가 너같이 안좋은 기운이 있는 애들을 찾아내서
굿을 시키는거야. 공짜로 해도 좋을거 같지만 굿할때 돈을 받는것도 굿의 형식중에 하나라
어느 금액이상은 돈을 받아야해."

창식은 나영에게 말을 건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신이나서 말을 하는데 쉽사리 끊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너 굿 이후로 틱장애가 조금 나아진거 같지 않아?"

창식은 틱장애 소리가 나오자 욱하고 성격이 올라왔지만 말을 하려다 참았다.
화가나서 말을 하면 심하게 더듬거리기 때문에 기차에 탄 사람들 모두에게 놀림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왠만하면 말을 하지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다왔다. 내리자."

내내 창문밖만 바라보던 태희가 입을 열었다.
나영은 창밖을 한번 스윽 바라보더니 노트북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기차는 점점 속도를 줄여나갔다. 기차가 속도를 줄이는데 마치 시간이 천천히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플래폼 저멀리에서 부터 크리스마스의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창식에게 그다지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가득하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게 긴장해야 한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chapter 4.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가 되어도 컵없이는 못마십니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이브를 택한건 잘못이었나봐."

나영이 창식에게 말했다. 하지만 창식은 비좁은 사람들 틈을 헤치고 지나가며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히익..그래 사람들이 너무 많아. 끼익.. 죄다 커플이군 끼익."

창식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는데 더듬더듬 거렸기 때문에 무척이나 놀라버렸다.
창식은 급하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런게 아니야. 날짜를 잘못잡았어. 12월 24일 음력 11월 9일 불길한 날이지 119를 연상
시키잖아. 911사태도 미국의 비상전화 911을 연상시키듯이 119도 그렇다고.

더불어 이날 기운이 행복한 기운보다 탐식(Gluttony), 탐욕(Greed), 게으름(Sloth),
시기(Envy), 정욕(Lust), 자만(Pride), 화(Wrath)  같은 안좋은 기운이 가득차있어.

나는 창식이 네 몸에서 좋지 않은것을 빼내려고 했는데 오히려 이런 기운 자체를
형상화 해버린 걸지도 모르겠어."

나영이 진지하게 말하자 창식은 뭔가를 말 하려다 참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은 미어터지는 지하철을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에 도착하면 굿을 해야겠어. 태희야 가능하겠지?"

태희는 자기의 이름을 부르자 얼굴을 나영에게 돌리더니 잠시 멀뚱 바라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끼익.. 히익.. 그런데 난 끼익.. 왜... 끼익 와야 했던 끼익 거야?"

창식이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고 말했다. 그리고 금새 후회했다.
쉽사리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낯선 환경이 그에겐 참기 어려운 상태기 때문인 듯했다.

"글쎄.. 네트워크 사람들의 분석에 따르면 창식 너 자체가 증폭기재가 된 것 같다고
하더라고, 니가 원한 어떤 것이 강제로 이뤄지게 돼버린것 같다고 할까.

그런데 어째서 틱장애가 낫지 않은걸까. 그리고 뭘 증폭시킨걸까. 뭘 소환한걸까
아무것도 예상할수 없어. 애초에 굿에 뭔가 잘못된게 있는 것같애.

우리가 생각하기론 그 뭔가가 너랑 관계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네가 가야해.

지금 예상하기론 네 틱장애는 귀신든게 아니라 양기가 과다해서 흥분할 때마다 기운이
역류하고 있는 것같다고 생각돼. 지나치게 양기가 과다한건 아마도 사춘기 2차성징이라
그런게 아닐까 생각되고 있지. 양에 음(音)이 눌리고 성(性)에 성(聲)이 변형됐달까."

나영은 중얼중얼 잘도 말했다. 지하철은 아주 조용했지만 나영이 떠드는 소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마침 자리가 나자 나영은 냉큼 앉아서 노트북을 키고는 뭔갈 바쁘게 치기 시작했다.

창식은 주변을 살폈다. 태희는 지하철에 붙은 시덥잖은 광고를 읽고 있었다.
뭔가를 읽는듯 입술일 조금씩 꿈틀거렸다. 창식은 입술을 보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쳐다보고 있을때 시선을 느낀 태희가 창식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태희와 시선이 마주친 창식은 또다시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왜 자꾸 힐끔 힐끔 쳐다보는거야?"

태희가 창식을 보고 말을 걸자 창식은 입을 열었다.

"히익"

창식은 입을 열자마자 이상한 소리를 냈고 이에 놀라 입을 굳게 닫고 말았다.
창식의 행동을 본 태희는 피식 웃고는 다시 광고를 읽기 시작했다.

나영이 창식을 툭툭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굿했던 그 곳. 옛 성터였어. 흙으로 지은 성 '토성(土城)' 이것도 관련이 된거
같아 소환된 그건 분명 '토성(土星)'의 기운을 가졌을거야. 토성(城), 성(聖)탄절, 성(性)욕,
성(姓), 성(聲). 성이 너무 모였어. 불길해."

창식은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나영의 설명은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내릴 준비하자"

태희가 말했다.

지하철에서 나오자 이미 밖은 어두웠고 크리스마스 불빛이 번쩍일 뿐이었다.

"끼익 어디로 히익 가야"

창식이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살펴볼때 나영이 팔을 잡아 채서 끌었다.

"뒤쳐지지마"

태희가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갔고 그 뒤를 두 사람은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얼마나 가야하는지 몰랐지만 무작정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내 생각으론 김창식 너와 이 모든 사건이 연관 되어있는 것같아. "

"너 끼익 태희가 안들어 주니깐 나한테 히익 이렇게 말을 자꾸 거는거지?"

나영이 자꾸만 뭔갈 설명하려하자 귀찮아서 한마디 했다. 그러자 나영이 금새 울상이 되었다.

"너도 안들어줄거야? 너도 귀찮은거야?"

창식은 금새 마음이 약해졌다. 그리고 아무런 의심없이 성큼성큼 걷고 있는 태희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영을 바라봤다. 이렇게 말많은 아이가 얼마나 심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끼익 좋을대로해. 히익 어짜피 니가 하는 말 80프로는 못알아 듣지만, 히익 그래도
상관없다면 말해봐."

나영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 태희는 말을 안들어주는 뿐만 아니라 말도 안해. 분명 나를 비웃고 있을거야.
쟤는 나처럼 생각안해도 그냥 아니깐. 직접 느끼니깐 분석할 필요가 없겠지.
하지만, 나는 뭔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실수와 오차를 줄여가야 한다고.
난 아무것도 없으니깐, 아무것도 없이 해야하니깐 말이야. 그러니깐 더 분석에
메달리게 되는거라고."

귀가 따갑게 말을 시작하는 나영을 보자 창식은 괜히 말하라고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야."

태희가 멈춰섰다.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다.

"히익 아무 것도 없잖아."

검은 바다가 흐믈거리는 것이 마치 도토리 묵처럼 보였다.


chapter 5 크리스마스의 성물(星物)

"얼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에헤."

일부러 눈에 안띄는 구석진데 굿판을 차리고 굿을 하고 있었지만, 크리스마스엔 어디가도
사람이 있었다.

나영은 굿판에 방해 될까봐 사방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고 창식은 누가 볼까봐 잔뜩
긴장하고 이리 저리 살피고 다녔다.

다행히 주변엔 사람들이 없었고 눈에 띄는 물건이래봐야 크지도 작지도 않은 트리 하나가
번쩍이는 것 뿐이었다.

창식과 나영이 얼마나 주변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운지 아는지 모르는지 태희는 혼이 반쯤
나간 듯이 굿하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히익 이거 효과가 있는거야?"

창식은 주변을 계속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건드리자 창식은 놀래서 펄쩍
뛰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나영이었다. 나영이 말을 걸었다.

"태희가 말하기를 인천에 소환 된 건, 맥아더의 원혼이라고 하더라고. 실제 맥아더의 영혼이
아니라 맥아더에 대한 한반도 사람들이 가진 인식이지. 그것도 아주 안좋은 방향으로 굳어있는
인식이야.

하필이면 인천인 이유는 맥아더의 영혼이 인천을 통해서 한반도에 상륙하려고 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맥아더가 소환된건 아무리 봐도 아까 그랬지 성이 너무 모였다고 토성(城),
성(聖)탄절, 성(性)욕, 성(姓), 성(聲). 이렇게 5성이 가득한 날 했기 때문에 5성 장군인
맥아더가 튀어나온 것 같아."

나영이 흥분해서 노트북을 두들겨 댔다.

"이런건 처음이라. 무척 긴장돼. 맥아더는 뭐가 있지? 핵무기? 매칸더 브이? 트루먼이
경질했고 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아 감을 못잡겠어. 아 진짜 조금 일찍
태희가 맥아더라고 말해줬다면 더 찾아봤을텐데.

맥아더는 메카시스트라고 극렬 반공주의자야 지금은 크리스마스 어쩌면 산타 복장 조차
공격할지 모르겠어. 맥아더는 전쟁영웅에 반공산주의자. 6.25 혹은 한국전쟁이라 부르는
전쟁때 이 전쟁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전장을 확장하려 했어.

1.4후퇴시 맥아더는 연변에 핵을 터트리려고 했어. 그렇게 됐으면 중국과 미국의 전면전이
시작됐을거야. 더불어 러시아도 참전했겠지. 1945년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휴전상태로 남아버렸어. 이걸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아마 6.25가 더 진행되었다면 한국은 핵오염지역이 됐을거고 어쩌면 베트남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맥아더는 어쩌면 전세계적인 경제권을 넘겨쥐게될 중국에 대한 전쟁을
위해서 우리나라를 통해 전쟁을 시작하려는지 몰라. 크로노스의 힘으로 우라노스를 분열
즉 핵분열으로 핵폭탄을 터트리고 원자력발전소를 폭파시킬거야.

우리나라를 택한건 잘한 선택이야. 현재 미국은 민주당 정권이니 전쟁을 피하려 할거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친미파들이 집권한 상태야. 전쟁을 한다면 죄다 도망가겠지만, 전쟁을
하고싶어 할 사람들이 있겠지.

때가 좋아 지금 북한쪽에서도 체제변환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국제적 도발을 해대고 있는 걸로봐서 전쟁을 시작해도 될 상황이야.

잊어선 안되 우리나라는 휴전상태야. 언제든지 불바다가 될수 있다고, F-22의 성능을
보여주고싶을지도 모르지. 열화 우라늄을 소모해야 할 시기일수도 있어. 1kg의 우라늄에서
연료로 쓸수있는 우라늄은 7g정도래 나머지는 죄다 열화 우라늄 즉 방사능 폐기물.
하지만 이걸 무기로 만들면 텅스텐보다 관통력이 뛰어나고 납보다 무거운 무시무시한
무기로 새로 태어나는거지. 방사능 폐기물 즉 쓰레기가 재료가 되고 그것도 비싼 가격으로
파는거야. 아마 미국엔 엄청난 양의 열화우라늄이 있을거야.

이라크에서도 쓰고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거긴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니깐
총탄소모가 아무래도 적지 않을까. 진짜 알짜배기는 날개분리철갑탄이라고 하던데.

열화우라늄 탄두로 만든 m1a2대전차 날개분리철갑탄을 쏜다면 현존하는 1200미터 안의
모든 전차의 전면부 장갑을 뚫어버릴거야."

가만히 듣고 있던 창식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히익.. 너.. 이익.. 약좀 먹어야 히익 겠다."

창식은 나영이 잡다하게 많이 아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론 과대망상증상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다. 조심해."

태희가 소리 쳤다. 바닷가 저편에서 안개 같기도 하고 연기같기도한 뭉글 뭉글한 것이
세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인천 상륙작전이다!!"

나영이 소리치자 갑자기 안개가 나영에게 몰려갔다. 창식은 알수 없는 힘에 밀려
나영에게서 튕겨져 나갔다. 창식의 손에는 나영의 노트북이 들려있었다.

"제대로 된걸까"

태희가 말했다. 창식은 어안이 벙벙했다. 나영은 쓰러졌고 태희는 나영의 모습을
쳐다봤다. 창식이 말했다.

"히익 뭐가 이익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히익"

태희가 창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나영이와 네트워크의 계산은 대단해. 나영의 말대로였어."

창식은 어안이 벙벙해서 나영을 쳐다봤다. 땅바닥에 쓰려져 있었다. 다가가려고 하자
태희가 제지했다. 창식은 태희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손에 들린 노트북을 쳐다봤다.

다행히 고장나지 않은것 같았다. 창식은 나영의 노트북을 가방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말을 꺼냈다.

"히익 나영이 히익 괜찮은거야?"

"놀라지마. 나영(羅靈)이는 이름처럼 길잃은 혼을 매어둘수 있어. 그리고 자기 멋대로
중얼거리는 말들이 상당히 정확해. 역시 그것이 인천을 통해 들어와 일을 저지를 생각
이었어. 그리고 종국엔 그리고 한반도에 핵을 터트릴 생각이었어. 북한의 핵폭탄과
남한의 원전을 터트리겠지. 그리고 종국엔 중국과 러시아를 노릴거야. 그리곤 3차 대전이야."

"히익..뭐? 끼익.."

창식은 얘들이 단체로 미친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일이라면 자신은 빼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순간 태희는 연이어 말했다.

"비밀로해. 나영이 이걸 알면 안돼. 자신이 아무런 재능이 없다고 믿고 있는 편이 나한테
편해. 정신차려 지금 나영은 맥아더의 원한이야. 저 혼령도 나영의 속에 잠재워야해."

순간 창식의 머릿속에 뭔가 짚히는것이 떠올랐다.

"끼익. 혹시.. 너 히익 그거 때문에 나영이랑 같이 히익 다녔던 끼익 거야? 그리고 너 히익
이렇게 말이 히익 많았어?히익?"

태희는 창식을 노려봤다.

"내가 이러쿵 저러쿵 말을 했다고 치자. 그럼 나영이 불필요한 말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잠시 적막이 흐르고 창식은 다시 입을 열었다.

"끼익..히익 그럼..끼익.. 히익.. 난 히익.. 왜 히익.. 와야 했던..끼익.. 거야? 끼익"

창식은 도무지 자신이 이곳에 오게된 이유를 알수 없었다.

"니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고, 니가 해결해야하니깐. (結者解之) 무슨 뜻인지는 곧 알게 될거야."

태희는 이렇게 말하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나영을 향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워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어어,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얼쑤,
나라이 임하옵시며..."

이번엔 주기도문이었다. 나영의 몸이 마치 행사장 춤추는 인형처럼 일어났다.

태희는 소리를 더 높여서 굿을 하기 시작했다. 나영은 그런 태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다가오지마"

창식이 머뭇거리고 가려고 하자 태희가 저지했다.

굿은 더욱 격렬해졌다. 마치 새 신을 신은 듯 뛰어 올랐다.

"기기 가가 고곡(奇氣 加歌 高曲)"

의미를 알수없는 소리가 나영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갑자기 나영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거대해 지기 시작했다. 눈에 빛을 내더니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태희는 가볍게 뛰어올라 괴물의 이마를 짚었다.

'안통해..'

태희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태희는 괴물 주위를 돌며 파란 빛이 나는 실로 괴물을
묶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야 김창식!! 나영이 어떻게 했다고 했지? 어떻게 소환했다고 했지? 어떻게 무찔러야 한다고
했었지?"

창식은 어안이 벙벙했다. 애초에 나영의 말을 귀담아 들은 적이 없었다.

"히익 몰라. 너도 히익 들었을거 아냐."

괴물을 실로 묶자 태희가 수인(手印)을 맺으며 소리쳤다.

"임 병 투 자 개 진 열 재 전 (臨 兵 鬪 者 皆 陣 列 在 前)"

태희가 주문을 외우자 파란 실이 빛이나면서 괴물을 조였다. 하지만 이내 실은 끊어지고
괴물은 태희를 향해 다가왔다.

"토성.. 우라늄.. 대체 뭐야. 말을 아에 안했던거야? 맞아 노트북 노트북을 뒤져봐."

창식은 노트북을 꺼냈다. 뭔가 알수 없는 프로그램만 깔려있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히익 몰라.. 이익 이거 히익.. 토(土)는 수 (水)에 강하고 (木)에 약하다 이런거랑
히익 크로노스는 히익.. 제우스의 히익 번개에 맞아 패배했다. 히익 이라고 적힌것 히익
밖에 안보이는데 히익"

태희는 괴물의 공격을 피하며 말했다.

"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나영이 얘기를 안했을리가 없어. 기억해내봐."

창식은 조급해졌다. 너무 긴장한 탓에 입에서 쉴세없이 이상한 소리가 튀어 나왔다.

"이익 히익. 이익.. 키익"

입에서 무슨소리가 튀어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노트북을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태희는 창식을 쳐다보다가 괴물에게 잡히고 말았다.

"김창식!! 뭔갈 찾으려고 하지말고 니 머리에 떠오르는 걸하라고!! 니가 한 생각이 무조건
맞을거야. 니가 믿는대로 해. 생각하지 말고 해야 한다는 생각대로 하라고."

태희가 소리쳤다. 창식은 거대한 괴물에게 잡힌 태희를 보자 태희를 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식은 주변의 돌같은 것들을 집어 던졌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괴물은 창식은 아무런
관심이 없는듯 태희의 몸을 쥐어짰다.

그러자 태희의 입을 통해 토(吐)하듯이 파란 빛이 새어 나왔다.
창식은 직감으로 저게 다 빨리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던져서 될것 같지 않자
주변을 살폈다. 그런 창식의 눈에 띄인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큰 트리는 아니었지만 작은 전구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히익.. 이걸 휘둘러서 키익 쳐낼수 키익 있을까"

창식은 전선이 연결된 그대로 남의 트리를 들고 냅다 괴물 쪽으로 뛰어갔다.
사람들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 몰려 들기 시작했다.

"키익.. 위험 키익 해요 히익"

사람들이 몰려들며 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괴물은 사람들이 몰려들자 태희의 몸을 쥐어
짜는것을 멈추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창식이 트리를 휘둘렀다. 태희가 괴물의 손에서 튕겨져 나왔다.
손에서 태희를 놓친 괴물은 눈을 돌려 창식을 바라봤다.

창식은 우물 쭈물 하는 사이에 괴물에게 잡혀버렸다. 사람들은 주위에서 계속 웅성대고
창식은 겁에 질려 입으로 쉴세없이 알수 없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끼익 히익 이익 키익"

괴물이 그의 소리에 반응했다. 창식은 움직임이 멈춘 괴물에 입에 트리를 쑤셔넣었다.
괴물의 몸에 전기가 흐르며 괴로워했다.

쓰러져 있던 태희가 그 모습을 봤다.

"목성 쥬피터 제우스 전기 토르 번개 그거였어. 백만볼트 우사인볼트"

태희는 다리가 풀린 듯 기어가 몸에 손을 댔다. 그리고 입을 쉴새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괴물과 창식에겐 엄청난 전기가 흘렀고 트리의 다 터져 버렸다.

"히익 키익 사..살려"

한참동안 괴물과 창식은 전기 공격을 제대로 받았고 태희는 탈진한 듯 쓰러지고 말았다.
검은 연기가 넓게 퍼지며 몰려든 사람들은 수상한 연기를 피해 뒤로 슬금 슬금 물러나고
말았다. 검은 연기 속에서 창식은 나영의 손을 잡고 있었다.

"히익.. 뭐가 어떻게 키익 돌아가는 키익 거야"

창식은 주변을 돌아봤다. 태희가 쓰러져있었다.

태희를 살펴보자 입술이 새파랬다. 온몸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몸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어떻게든 몸을 따뜻하게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몸을 더듬으면서 비볐지만 소용없었다.

그때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양기가 너무 많아 폭주하고 있다면.. 지금 양기가 모자란 태희에게 주입할 수
있지 않을까. 양에 음(音)이 눌리고 성(性)에 성(聲)이 변형됐다'

'김창식!! 뭔갈 찾으려고 하지말고 니 머리에 떠오르는 걸하라고!! 니가 한 생각이 무조건
맞을거야. 니가 믿는대로 해. 생각하지 말고 해야 한다는 생각대로 하라고.'

나영의 목소리와 태희의 목소리가 번갈아 가며 들려왔다.

그리고 뻔한 생각이 머릿 속을 채웠다. 처음엔 그럴지도 모르겠다였지만 생각이 계속 될수록
해야만 할거같았다. 창식은 얼굴을 붉히며 태희의 입술을 향해 얼굴을 다가갔다.

그리고 살짝 입술끝이 닿는 순간 태희가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읖 읖!!"

창식은 팔을 내저으며 떨어지려고 했지만, 태희는 마치 젖먹이가 젖을 빨듯이 필사적으로
빨아댔다.


chapter 6. 로마시대 태양신의 탄신일

"음.. 그러니깐 태희에게 기력을 주입해주고 나니 틱장애가 사라졌다는 말이야?
굿 덕분이 아니고?"

나영이 실눈을 뜨고 창식을 노려봤다.

"몇 번을 묻는거야?"

창식은 나영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역시 그랬군. 창식이 너는 양기운이 너무 강해서 음(音)에 이상이 생긴거였어.
귀신따윈 없었어. 아 왜 중요한 순간 기절을 하게 된거지."

기절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태희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구경했던 사람들도 아무런
기억도 할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창식은 왜 자신의 기억은 지우지 않은 건지 의심스러웠다.

창식은 창밖을 내다봤다. 밖은 조금씩 밝아오고있었지만 여전히 어두었다.

'버스는 역방향이 없어서 다행이다.'

ktx를 한번 더 타기엔 돈이 아까웠기 때문에 세사람은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버스를 타기로
했다.



한밤중에 인천에 남겨진 세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강남터미널로 가는 것이었다.

할증을 내고 택시를 탈수도 있었지만 나영이 반대했다.

지하철도 끊기고 길도 모르는 청소년이 갈곳이 별로 없었다.

피시방도 갈수 없고, 길에 서 있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찜질방에서 지하철이
다닐 때까지 대충 버티다가 터미널로 가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엔 사람이 없는 곳이 없었다. 찜질방도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터미널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새벽 터미널은 사람도 없었지만 차도 없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차를 탈수 있었고,
버스에 앉아서야 제대로 쉴만했다. 하지만 나영은 창식에게 쉴만한 틈을 주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것저것 물어봤고 노트북에 뭔갈 입력하고 있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게 한다고
생각할 때 태희가 뜬금없이 말했다.

"나영아. 약속대로 김창식 돈 돌려줘. 우린 무리하게 굿을 했고, 상관없는 사람을 위험한 일에
끌어들였어."

창식은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부분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돈을 돌려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북에 뭔갈 입력하던 나영이 창밖을 바라보는 태희를 쳐다봤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엔 뭐든 비쌌다.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고 말았다. 재정이 아슬아슬한 나영은 난감했다.

농담중에 예수를 팔아치운 가롯유다는 항상 적자에 허덕이는 재정을 관리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은화 몇 닢에 예수를 팔아치웠다는 소리가 있다.

지금 나영의 심정이 그랬다.

나영은 입을 삐죽삐죽거리면서 지갑을 꺼냈다. 돈이 얼마 없었다.

"야 김창식. 일단 우리가 굿이 실패한건 사실이니 돈은 돌려줄게."

나영이 지갑을 보다가 창식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일단 틱은 고쳤잖아. 그러니 틱장애 치료비로 받은 6만원은 우리가 받겠어."

창식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나영을 바라보니 금새 눈물을 쏟을거같은 얼굴이었다.

"알았어. 그럼 억지로 뺏어간 10만 원은 돌려줘."

창식은 나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나영은 뜬금없이 태희에게 말을 걸었다.

"태희야 니가 양기를 흡수해서 틱장애가 개선 된 거잖아. 그렇지?"

태희는 무심하게 창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말이야. 근본적인 해결은 안된거 아냐? 창식이 양기가 쌓이면 틱장애가 또 재발할 수
있겠네."

태희는 잠깐 생각에 빠진 듯 하더니 말했다.

"그렇지. 그럴 수도 있지."

태희의 대답을 듣더니 나영의 얼굴이 밝아졌다.

"김창식 내가 하는 말 잘들어. 틱장애가 지금은 개선됐지만 언제 재발할 지 모르잖아.
그러니깐 주기적으로 태희한테 양기를 제거 치료를 받는건 어때? 태희한테 양기를 제공하란
소리야."

나영이 말하자 창식과 태희는 나영을 바라봤다. 그러다 두 사람 눈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두사람 서로의 시선을 피해 창밖을 바라봤다.

"그.. 글쎄.. 나는 잘.. 나보다는 태희 쪽 의견은 상관 없는거냐?"

창식이 말을 더듬거렸다. 그러자 나영이 입을 열었다.

"태희? 태희야 굿할 때마다 창식이 델고다니자. 좀 불필요하긴 하지만 보조 배터리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니가 또 언제 쓰러질지 모르니깐. 이번엔 좀 위험했다면서."

창식이 조용히 중얼 거렸다.

'배..배터리?'

태희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잠자코 있던 창식이 입을 열었다.

"태희는 별로 안내키나 본데.."

"그런가.."

나영이 시무룩해진 얼굴로 지갑에 손을 넣었다.

"괜찮아. 배터리... 라고 생각하지 뭐.."

태희가 무심하게 한마디 했다.

"그래 김창식. 그럼 주기적인 치료를 받을 거지?"

이 소릴 듣자 창식의 얼굴이 마치 불이 나는 듯 붉어졌다.

"어.. 어."

"그럼 말이야. 이 10만원은 계약금으로 받아두겠어. 치료를 하면 또 청구를 할테니. 그렇게
알아두라구."

김창식은 멍하니 있다가 정신이 확 들었다.

"뭐라고? 야 사기꾼아. 뭔 돈을 더 내라는 거야."

나영이 실눈을 뜨면서 말했다.

"태희야 어때."

태희는 창밖을 향한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그런 거라면 충분히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해. 어느 정도 돈은 받아야겠지."

"..."

창식은 태희의 말을 듣더니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새벽의 일이 떠올라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자 나영이 창식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내가 볼때 말이야.. 이번 맥아더를 물리친 것말이야. 맥아더가 새턴 즉 크로노스의 힘을
얻어서 나왔잖아. 그래서 우라노스, 그 힘을 표현한 우라늄 그리고 우라노스에게서 남성을
뺏는 즉 핵분열 우라늄의 핵분열 반응을 일으켜서 핵폭발을 유발시키려고했잖아.

맥아더는 2차대전때 핵무기로 일본을 굴복시켰고, 6.25전쟁 1.4후퇴 때 중동군에 맞서서
연변에 핵폭탄을 쏘려고 했었다고 했지. 그게 un에서 거부당하고, 이후 맥아더는 트루먼에
의해서 경질당하게 되잖아.

이게 바로 이렇게 된거야. 12월 24일 목요일은 목성의 힘이 강한날 즉 나무의 힘이 강하고
또한 목성은 영어로 쥬피터 제우스 번개의 신이지. 또한 목요일 thursday는 북구신화의
토르 번개의 신 토르를 의미하고 있어.

크로노스의 힘을 가진 맥아더를 상대로 나무의 힘과 번개의 힘을 가진 크리스마스 트리로
공격을 했단 말이지. 공격한 사람은 Tree man 또는 true man 남자 나무를 든남자
truman과 음이 비슷하다고, 애초에 태희는 여자였기 때문에 이길수 없었어. 니가 공격을
했기 때문에 쓰러뜨린거라고, 네가 여기 오게 된건 이 말장난 같은 거대한 이야기를
매듭짓기 위해서 이뤄진 일이라고. 긍지를 가져 니가 이 일의 중심이었다니깐."

나영은 창식의 대답을 원했지만 창식은 애초에 잘 듣지 않았다. 듣는다고 해도 이해를 못했다.

나영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란거 말이야. 마틴루터에게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고대 영국과 로마에서
한겨울에 동지를 기념하기 위해 푸른 상록수 가지를 가져와서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의미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성물(聖物)인 크리스마스 트리로 볼 수 있지.
예수의 양아버지 요셉은 목수 였잖아. 이건 관계가 없을려나?"

"야 해뜬다."

태희가 말했다. 세사람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창 밖을 바라봤다. 차안에서 보는 일출은
그다지 멋이 없었다.

"아 이제 뭘해야하지?"

나영이 말을 꺼냈다.

창식은 문득 방학식 때 했던 생각이 떠올라 슬며시 웃었다.

"여행.. 바다.. 일출.. 어쩌면 이 모든 사태가 나 때문에 일어난 걸지도 모르겠네."

창식이 중얼거리자 나영이 째려봤다.

"그래 뭔가 이상했어. 너 뭔가 숨기는거 있지? 이 사건 전부 너때문이지?"

나영은 창식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창식은 농담이라고 했지만 나영은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창식은 태희를 바라봤다. 손에 닿을것 같으면서 무척이나 멀어보였다.
그 순간 태희가 시선을 느끼고 돌아봤다. 두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창식이 멋적게 웃었다.
그러자 이번엔 태희가 창식의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을 정리해보니깐 말이지.. 정말 운이 좋았어 성탄절은 로마 시대의 연중 최대
축제일인 농신제(農神祭, 새터날리아)라고 세터날리아의 어원은 새턴 즉 크로노스 그러니깐
우리가 새턴의 기운으로 소환된 맥아더가 더 강해졌을거야.

거기다가 Friday는 오딘의 아내인 프레이아를 의미하는 venus 즉 금성 그리스 신화로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의 남편은 로마로는 불칸, 그리스로는 헤파이토스 즉 쇠 금속과
불의 기운이고 그녀의 정부는 아레스 혹은 마스 전쟁 무기를 의미하는 신이지 그러니깐
무척이나 긴박했을거라고 더군다나 맥아더라면 전쟁의 영웅,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던가
엄청난 전쟁 작전을 세웠던 인물이라고, 이런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섞인 상황에서는
그의 힘은 엄청 강해졌고, 더군다나 금은 오행에서 목에 강한데 목은 쥬피터의 기운이
약하단 소리지. 신화적으로 크로노스를 물리쳤다고 해도 신화에서도 크로노스와의 전투는
무척이나 치열했다고 하거든. 이렇게 얼렁뚱땅 이기진 못했을거야.

트로이 전쟁의 시작도 파리스가 황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건냈기 때문에 헬레네가
트로이로 가게 된거잖아."

나영이 노트북을 바라보며 창식을 툭툭치며 말을 걸자 창식은 창밖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시뻘건 12월의 태양을 옆에 두고 버스는 남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크리스마스라고 부르고
일부에서는 고대 태양신의 탄신일이라고 부르는
12월 25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