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날아오고 있는 운석이 관측되었습니다.]
대충 이 비슷한 보도를 얼마 전에 본 적이 있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인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 별로 기억해야 할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어느 날 나는 뉴스로부터 운석이 떨어진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무슨 급의 운석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운석에 맞으면 인류가 멸망한다는 것이다.
속보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세상은 혼란스러워졌고-살인, 방화, 강간 등이 비일비재했다. 상상 이상으로 상황은 심각했다. 적어도 뉴스에서는 그렇게 나왔다―, 나는 위대한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하며 조소했다. 그러나 그 정신이 없었더라면 나는 우리나라의 현직 대통령이 누군지도 몰랐을 것이다. 어쨌든 운석이 떨어져서 다 죽을 거라는 건 알려주지 않아도 좋지 않은가. 아무것도 모른 채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가는 거다. 그랬으면 지금보단 더 좋았을 것 같다. 아까 말한 대로, 상황은 상상이상으로 심각했으니까. 어떤 존재가 사람들에게서 이성이라는 것을 말살시켜버린 것 같다.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냥 때가 되면 다 죽을 거라는 정도로 사람이 저렇게 미칠 수도 있는 건가? 나는 믿을 수가 없다.  
어쨌든 이대로는 인류가 운석이 떨어지기 전에 멸망해버릴 것 같았다. 아, 물론 실제로 그 정도 까지는 아니다. 어쨌든 세계적인 차원의 문제인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이번 사태로 인해 인간이란 것이 얼마나 이성적이지 못하고,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지 알게 되었다. 나야 밖에 나가지도 않고, 또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으니 제법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별로 이 상태가 깨질 것 같지도 않다. 어쨌든 고요한 심정을 가진 내가 보기에 이 사태는 뭐랄까, 너무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렇군. 하고 치우고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너무 중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사태를 머릿속에 붙잡아두고 고찰한다 해도 별로 달라질 건 없다. 물론 불가항력임을 깨닫고, 그냥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자. 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면 마음은 편해질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편해지는 걸로 따지자면 그냥 신경을 끄는 게 낫다.    
나는 내 자신에게,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 라고 암시를 걸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마음을 편하게 가진 채 냉철한 이성을 유지해야만 한다. 라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어떤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별이 총총히 빛나고 있던가, 아니면 달이 밝던가. 그런 이유 때문인지 지금 밤의 어둠은. 음, 뭐랄까. 환했다. 밤하늘이 짙은 푸른빛을 품은 듯 보이는 것처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어둠은 밝은 노란빛을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노란빛은 점점 더 짙어지는 듯 했다.
[지금 막 속보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그냥 켜뒀던 tv에서 들려온, 약간 흥분되어 있는 듯한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tv를 응시했다. 지금 막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그건 아직 미쳐서 날뛰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 미쳤다면 방송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 물론 할 수도 있다. 뭔가 의무감에 미쳐있다거나 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뉴스를 녹화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사람들은 내 예상을 훨씬 웃돌 정도로 미친 것이 된다. 어쨌든 나야 뉴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이면 족하다.
[여러분! 밤하늘을 보십시오! 70km 상공에 수증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십자가가 떠 있습니다! 여러분! 이것은 기적입니다!]
왠지 평소의 아나운서가 아닌걸. 따위의 생각은 집어치우도록 하자. 아나운서도 가끔 흥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
라고 말한 후 뭔가 허전해서 말을 이었다.
“어이쿠, 시발.”
뭔가에 감탄을 표하는데 욕만큼 간단하고 적당한 것이 없다. 물론 겉보기에는 좋지 않다. 어쨌든 내가 본 풍경은 그 정도로 놀라웠다. 정말 밤하늘에는 별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거대한 십자가가 떠 있었던 것이다. 아나운서의 말이 맞았다. 그리고 아나운서가 했던 말이 다 맞는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물론 기적이라는 말이 맞는다면 그건 기적이 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이유로 아나운서의 말이 맞는다면 이것이 기적이라고 한 것은 아니다. 성층권에 저 정도로 거대한 구름이 생긴다는 것이, 그것도 십자가 모양으로 생긴다는 것이 그저 너무 놀라워서 그렇게 말한 것일 뿐이다. 아, 그리고 그 구름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설마 진짜 하느님이 기적을 일으키셨겠느냐마는,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가히 기적이 맞먹는 현상이었다.
아니, 저게 왜 저기에 떠있어? 라고도 생각해보았다. 이러면 왠지 저런 거대한 구름 십자가가 원래 어디에 떠있었는지 안다는 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안다는 건 아니다. 그냥 허세랄까.
한참동안 멍하니 올려다보다가, 뻐근한 목을 두드리며 방으로 돌아와 보니 아나운서는 여전히 흥분한 채로 저 십자가와 신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그 무한한 권능을 발휘하신 겁니다!]
왠지 밖에 있었던 시간이 굉장히 짧은 것 같다고 느꼈다. 그건 그렇고 부디 저 이면에는 이 전대미문의 기상이변을 탐구하여 그 원인과 정체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움직임이 있기를 소망하자. 왠지 상황이 더 암울해진 것 같다.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우울함이 밀려온다. 오늘은 그냥 자야지. 음, 내일은 마을에 놀러갈까? 나름대로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 * *

어젯밤에 마음먹었던 대로, 오늘 나는 마을에 갔다. 마을은 평소 때와 똑같았다. 운석에 대한 불안감은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다들 밝은 편이었다. 이들도 그 성층권의 십자가를 맹신하는 것일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마을의 풍경을 머릿속에 주입하고 있을 때였다.
[자, 지금부터…….]
확성기로 증폭되고 잡음이 섞여진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제 8회 축복면…….]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아아, 알겠다. 오늘이 축제날이었군. 귀찮으니까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지.

* * *
    
나는 멍하니 십자가를 올려다보았다. 십자가의 은은한 빛은 눈이 부시지가 않는다.
그 날 밤, 그러니까 어젯밤 이후로 판도가 바뀌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끌어올려진 것이다. 여태까지 성행하던 범죄들이 그 날을 기점으로 하여 급감했다. 사람들은 활력을 되찾았다고 보도되었으며, 마을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다들 성층권의 십자가가 운석을 막아줄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십자가가 화려하긴 해도, 단언하건데 거룩하지는 않았다. 십자가를 너무 비하하는 비교겠지만, 내가 보기엔 성층권의 십자가는 네온사인으로 만든 십자가와 비슷했다. 절박한 사람에겐 외형만으로도 족한 것일까. 물론 십자가에 대한 내 견해가 순전히 내 착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층권의 십자가가 정말 신의 기적이라 하더라도, 분명 맹목적인 믿음이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당장에야 좋은 영향을 주었지만 나중에는 어떨까? 저 십자가가 사실은 운석이 떨어질 지점을 표시한 X표시였다. 같이 저 성층권의 십자가가 실은 인류에게 매우 해악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지의 현상은 밝혀내야 제 맛인 것이다. 다들 그걸 알고 있을 터인데, 어째서 이렇게 안심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뭘 하든 변하는 건 없다. 같은 생각 때문일 것 같다.  
오늘은 운석이 떨어지는 날이다. 게다가, 필연일까? 겨우 1/2정도의 확률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십자가가 나타나는 시간대에 운석이 떨어진다. 대충 15시간 정도가 지나면 운석이 떨어진다.  
운석이 떨어질 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나는 내 안의 붉음이 조금씩 더 강렬한 힘으로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이게 절망인지, 아니면 광기인지, 기쁨인지, 열망인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충동적인 감정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식칼을 품은 채 마을로 내려갔다.
마을은 축제분위기로 완연했다. 나는 면사무소 앞으로 달려갔다. 면사무소 앞의 공터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면사무소 건물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막 풍선도 많이 달려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자, 지금부터…….]
면장님은 강단위에 올라간 채 확성기를 잡고 있었다.
[제 8회 축복면…….]
나는 강단위로 뛰어 올라가 면장님에게 식칼을 들이밀었고, 그러자 면장님의 입이 다물어졌다. 나는 여전히 칼을 겨눈 채로 천천히 면장님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웅성거리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보게 되었다.
칼은 여전히 면장님을 겨눈 채, 다른 손으로 확성기를 잡았다.
[여러분.]
확성기로 증폭된 내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내 안의 붉음이 내 정신을 잠식해갔다.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웅성거림은 없었고, 나도 잠시 머리 속을 정리하느라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주위는 공허한 바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여러분, 성층권의 십자가는 운석을 막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웅성거림이란 것이 다 그렇듯, 멀리서 들으면 그냥 웅성거린다, 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듣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는 웅성거림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신의 기적이 아닙니다.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신이 존재한다 해도 기적을 행하면 안 되는 겁니다. 인간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 합니다. 신의 개입은 부당한 일입니다.]
그 때 내 말을 끊으며 누군가가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애새끼가 쳐돌았나, 운석은 무슨 개뿔. 헛지랄 떨지 말고 당장 내려와!”
그에 동조하듯 다른 누군가가 소리쳤다.
“운석이 떨어지긴 하겠지. 당신 꿈속에서나!”
[하하하하! 당신들 뉴스도 안 보고 사십니까? 밤하늘도 안 보고요? 정말 눈과 귀를 틀어막으셨군요. 그러지 않고서야 이 재앙을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자, 여러분! 저들은 내버려두고 우리끼리 인류를 구원할 방법을 모색해봅시다!]
“아가리 닥쳐라 씨발 놈아!”
[아따, 시벌. 그깟 아가리, 좀 안 닥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당신은 그만 좀 꺼져 주시죠? 상당히 거슬립니다만.]  
대충 그런 논쟁으로 시간이 지났다. 면장님은 나이도 있는 만큼 너무 오랫동안 서있으실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친절하게도 면장님을 강단위에 앉혀놓았다. 나도 계속 서있기는 귀찮으므로 양반다리를 한 채, 여전히 칼로 면장님을 겨누며 앉아 있었다.
나는 한 명이라도 이곳에서 벗어나면 면장님을 찔러죽이고,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을 찔러 죽이고, 그리고 다시 다른 사람을 찔러죽이고, 하여튼 다 죽여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라 여전히 면사무소 앞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경찰들도 출동한 상태라 더 복잡하지.
“아아, 이것 참. 정말 구원할 수 없는 분들이로군요.”
나는 확성기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여전히 회유에는 진척이 없었고, 나는 하늘을 본 후 그렇게 탄식하듯 말했다. 하늘은 노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봐! 어떤 일에든 모두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법이야! 네 말대로 인류가 멸망한다 해도, 거기에는 필시 무슨 연유가 있다고! 이런 거, 무의미하잖아? 응? 그러니까 그 식칼 좀 치워!”
나는 다 끝났다고 생각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을 응시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을빛이 한 가닥씩 줄어들수록 십자가가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닥의 노을빛이 사라진 후, 사람들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곳, 하늘에는 은은한 빛무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십자가가 떠있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이 사람들, 밤하늘을 안 보며 살았군.
다들 홀린 듯이 십자가를 보고 있을 때, 나는 점점 운석이 떨어질 시간이 가까워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왜인지 초조해지지가 않아서,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고 다른 사람들처럼 십자가를 올려다보았다. 어느 순간, 십자가의 교차점에서 이질적인 빛이 비쳐졌다. 그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렬한 빛을 뿌리고, 크기도 커졌다.
운석이 다가올수록, 왜인지 입가의 미소가 진해졌다.
“자! 십자가여! 성층권에 떠오른 십자가여! 운석을 막아보라!”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십자가가 네 도막으로 나뉘어졌다.
어쩐지 웃음이 났다. 그래서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든 와중에 나는 키득거리며 운석을 응시했다.
그 순간, 사람들 속에서 백발백염을 치렁치렁 늘어뜨린 노인이 공중에 날아올랐다. 노인의 손에는 차갑게 빛나고 있는 검 한주로가 들려있었다.
“해도 죽였거늘, 운석 하나 못 죽이랴? 옜다, 이것이 바로 사일검법의 최후절초인 후예사일이다!”
검에서 쏘아져나간 빛이 운석을 꿰뚫었다. 그리고 검에 꿰뚫린 운석은 마치 폭죽처럼 비산했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맙소, 노인. 정말 눈물날 정도로 고맙소이다.

* * *

눈가가 축축해져있었다. 자면서 울었나보다, 아니, 지금도 울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증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바람을 쐬고 싶어졌다.
나와 나의 집과, 땅과, 나무와 돌 같은 것들 위에 내려앉은 은은한 빛을 보고 나는 묘한 불안감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불안감이 내 안의 붉음이었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막 십자가가 네 조각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 노인이 없었다. 망막에 물기가 어려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아아, 그냥 죽으면 되잖아. 왜 이렇게 절차가 복잡한거냐.”
나는 닭똥 같은 눈물을 비 오듯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