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대] 군대 다시 가는 꿈

조회 수 1015 추천 수 0 2010.08.08 23:59:13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꾸었다. 미친 듯이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잠시 고개를 흔들어 그 빌어먹을 병장 새끼의 얼굴을 지우려 애썼다. 등에 손을 대어 보았다. 땀이 흥건했다. 세수라도 해서 마음을 가라앉히지 않고서는 다시 잠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쓰윽 몸을 당겼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익숙하고 포근한 내무반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군대에 다시 온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눈앞에서 하늘같은 병장님이 내 얼굴을 쳐다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깼어?”

 병장이 웃었다. 나는 눈에 눈물이 고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절로 손이 등에 갔지만 만질 수는 없었다. 어째서인지 두 손이 모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온몸이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불쾌한 느낌이 주욱 등을 타고 올라왔다.

 “실신해서 안 일어나길래 물 좀 뿌렸다, 이 씨발놈아. 그러길래 하잘 때 착하게 말 잘 들었으면 이럴 일이 없잖아.”

 병장은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수그렸다. 나는 미친 듯이 숨을 몰아쉬며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손을 묶은 끈은 또 어딘가 단단한 기둥 같은 것에 연결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때문에 나는 내 바지 지퍼를 내리는 병장의 모습을 울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병장이 천천히 내 성기를 꺼내 핥기 시작했다. 불쾌해. 더러워. 기분나빠. 그만둬어어어! 나는 울부짖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여기가 어딘지, 시간은 언제인지. 나는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건지도 조금도 기억나지 않았다. 모든 게 꿈 속의 기억처럼 흐릿했다. 그리고 병장은 내 성기를 힘껏 깨물었다.

 고통이 눈앞을 뒤덮었고, 눈앞에 하얀 불이 번쩍번쩍 비쳤다. 나는 발버둥치려 했고 물론 그럴 수는 없었다.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린 미지근한 물이 혀에 닿았다. 그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와 절망이 내 몸을 뒤덮었다. 병장은 만족한 듯 웃으면서 내 배를 군화발로 걷어찼다. 내가 숨을 쉬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이 그는 나를 묶은 줄을 풀고 내 엉덩이를 그의 쪽으로 돌렸다.

 그의 바지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체념했고 이성의 끈을 놓았다. 고개를 흔들며 필사적으로 이 현실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 빌어먹을 병장 새끼의 얼굴을 지우려 애썼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등에 손을 대어 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팔이 움직이질 않았다. 온몸이 피로와 괴로움에 젖어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뒤를 볼 수 없었지만 병장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둔중한 아픔이 몸의 맨 아래쪽에서부터 척추로, 머릿속으로 뼈를 깎으며 올라오는 동안 나는 자는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몽롱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몸으로는 도망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도망쳤다. 나는 현실의 아픔을 느끼면서 꿈을 꾸었다.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이었다. 꿈 속의 군대는 그냥 뭐랄까, 평범한 느낌이었다. 적당히 갈굼받고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피곤하지만 적당히 보람있는. 울고 욕하고 담배를 피워도 언젠가는 얼굴 위로 웃음이 걸리는.

 그래. 거기에는 악마같은 병장도 후임을 강간하는 병장도 없었다. 나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하고 포근한 기분에 사로잡혀 보람찬 하루 일과를 끝마쳤다. 히죽히죽 웃어대는 나를 보며 상병 몇이 머리를 톡 톡 쳤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등병 몇 명이 나를 향해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고 물어 왔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채로 내무반에 누웠다. 소등. 불이 꺼졌고,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꾸었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을 때는 군 병원에 누워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병장은 영창에 갔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의가사 전역 처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등에 손을 대어 보았다. 땀이 흥건했다. 어느 새 미친 듯이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뭐가 꿈이고 뭐가 현실이었나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나는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울부짖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발을 질질 끄며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라도 해서 마음을 가라앉히지 않고서는 다시 잠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세면대 앞에서 필사적으로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아직도 몸 깊은 곳에 고통과 절망이 스며들어 새어나오질 않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 빌어먹을 병장 새끼의 얼굴을 지우기 위해서.

 그 순간,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린 미지근한 물이 혀에 닿았다. 그리고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와 절망이 내 몸을 뒤덮음을 느꼈다. 혹시 이것도 꿈인가. 나는 어쩌면 아직도 그 병장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쾌한 느낌이 주욱 등을 타고 올라왔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나는 아무 데에도 묶여 있지 않았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병실로 돌아왔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래, 뭐가 꿈이고 뭐가 현실인지 따윈 몰라도 된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당장 그 빌어먹을 병장 새끼의 얼굴을 잊어버렸고 그가 준 고통을 잊어버렸다는 점이었으니까. 나는 잠이 들었고, 그리고 곧 알 수 없는 불길함에 휩싸여 다시 눈을 떴다.

눈앞에서 하늘같은 병장님이 내 얼굴을 쳐다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깼어?”

 병장이 웃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창 특유의 후줄근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온몸을 엄습해 왔다.

 아아, 그런가. 정말 다행이지 뭐야. 또 일병부터 다시 시작하는 꿈을 꿨어. 이게 도대체 몇 번째지, 세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 나는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세수를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이것도 결국에는 모두 죄값을 받는 셈이었다. 온몸이 피로와 괴로움에 젖어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몸 어딘가에 감춰두었던 고통과 절망이 스멀스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참 좋은 수면제였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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