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까지만 해도 박씨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남자였다. 남자답게 어깨도 떡 벌어지고 키도 컸던 그는 성공적이라고 까지 할건 없지만 모범적인 중년이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정리해고를 당한 후에도 그는 가장 역할에 자신이 있었다. 까짓거 대충 사업하면 먹고사는데 별거 있겠어? 그 요즘 트렌드 뭐야, 고급스럽고 된장 냄새 풀풀나게 카페 하나 만들어 놓으면 멍청한 년들이 좋다구나 와서 돈 질질 흘리겠지?
처음 알바를 고용할 때 최대한 잘생긴 연놈으로 구했다. 이 빌어먹을 세상은 겉으로 외모지상주의 타파라고 소리치지만 쥐뿔도 통하지 않는다. 어여쁜 알바녀의 외모는 이제 불이 꺼져가려고 하던 박씨의 성욕을 다시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몇 달 못 버티고 알바녀는 그만뒀다. 거참, 엉덩이 몇 번 쓰다듬고 가슴 좀 만졌다고 그만두냐? 하지만 그가 아쉬워 할건 없었다. 어차피 또 구하면 되니까. 시다할 년들은 세상에 깔리고 깔렸다고.
그렇게 두자리수에 가까운 여성들이 알바를 관둔 시점에 바로 옆에 또다른 카페가 하나 더 생겨버렸다. 그것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로. 덕분에 그는 사업한지 5년만에 평생 모아놨던 노후자금 3억을 고스란히 날렸다. 아파트 담보 대출로 인해 집도 빼았겼다. 그것도 모자라 빚더미에 올라버렸다. 그 다음 코스는 일사천리였다. 요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잖아?
사업을 쉽게 생각한 것도, 젊은 여자 살맛 좀 보자고 달려든 것도, 지금 노예처럼 살고 있는 것도.
하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가족들의 차가운 눈초리였다. 자신에 차있던 가장의 모습은 그렇게 무너졌다. 더 이상 발을 디딜 곳이 없는 절벽까지 몰리게 되자 그는 집을 떠났다. 밤에는 피시방에서 자고 아침에는 일일용역소에서 잡일을 하며 적은 돈을 벌었다.
가정을 위협받던 장대한 몸집의 남자가 총 하나 꼬나들고 범죄조직을 줄줄이 녹이는 영화였다. 마지막에 남자는 가정을 되찾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