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행사 - 판타지손바닥대회
글 수 65
별 거 아닌 이야기
그러니까 그게 언제였더라?
어, 날짜 따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일기예보까지 뒤져가며 알아가지고 알려줄 줄 아는가?
미안하지만 난 그리 착한 인간은 되지 못 한다.
그러니까, 대충 몇 가지 힌트를 줄 테니 찾아보아라.
오늘은 8월 18일, 그 일은 가장 최근에 비가 내렸던 날 있었다.
오메, 징한 거, 어찌된 비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억수로 쏟아지던 그 날, 작은 사고가 하나 있었다.
“흑흑······.”
“뭘 그렇게 울어.”
“닥쳐, 네가 뭘 알아.”
나 원 참, 곤란해서 머리만 긁적일 뿐이다.
이게 어디 드라마나 영화 속, 영화 속이더라도 꼭 서울 아니면 부산일 텐데, 어쨌든 그런데서만 보던 상황이란 말인가?
“그러게 왜 그런 인간이랑······.”
“시끄러! 넌 몰라! 그래도 우린 행복했었다고!”
아, 그러셔요?
돈 없다고 차인 주제에 별 소리를 다 하네.
정말 그 때는 콩깍지가 씌어도 이렇게 쓰일 수가 있나 싶었었다.
덕분에 안 그래도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던 누나의 이미지에 ‘생각보다 더한’이란 타이틀도 붙고, 이 인간 이래서 결혼이나 하려나 모르겠네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하긴 따지고 보면 이게 며칠 전의 일이 다만은······.
어쨌든 그새, 그 날은 아주 비를 따라 서럽게 울어 젖히던 누나가 바뀌었다.
글쎄, 뭐라고 표현할까. ‘생각보다 더한’ 악당?
“올려.”
“내가 왜?”
“안 하면 맞을 테니까.”
“부모님 안 계신다고 협박하는 거야?”
“부모님 계신 데서 때려줄까?”
“······.”
“잔말 말고 올려.”
그렇게, 요즘 심부름 하고 있다.
텔레비전 채널을 올리다가 ‘고사’가 보이자 누나가 손을 들며 말하였다.
“멈춰.”
“그런데 누나.”
“아냐.”
“응? 나 아직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
“그래서, 불만이야?”
“······.”
그래, 억수로, 억수로 아량이 넓은 내가 참아야지.
누굴 탓하랴!
하아!
“나쁜 자식.”
“시끄러.”
뭐, 어쨌든 누나는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싫다하면 곧바로 화내던 것이 놀리던 맛이라도 있었는데, 이건 뭐, 난감하다.
대체 어느 친절한 누나가 동생한테 이렇게 살기를 내뿜으며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러고도 누나라고, 참 잘한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먹겠냐, 바보야?”
누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고통스러워 보인다.
“너 말이야, 아무리 네가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해도 그러면 안 돼. 응? 알아먹겠어? 특히나 말이야.”
으득.
“죽겠다는 인간이 나쁜 기억만 심어주고 가려구 해? 너 말이야, 그러고도 네가 누나야? 나보다 어린 게 문제가 아니라 정신 상태가 썩었다니까?”
“알았으니까, 그만해······.”
“싫어.”
웃기는 소리 말란 말이지.
“부탁할 게.”
“싫다니까.”
“너 정말······.”
웃기고 자빠졌네.
그런다고 내가 안 할까봐?
“정말 안 듣고 싶으면 이 멍청아. 날 한 대 치면 될 거 아냐? 왜? 자주 그랬잖아. 치고, 넘어뜨리고 밟고······.”
“밟지는 않았어.”
아, 그랬나?
“그건 중요하지 않아.”
“갑자기 그게 왜 나오냐, 멍청······.”
누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목이 아픈가보지?
그래, 참 잘났다, 너.
“TV 좀 틀어줄래?”
리모컨을 누나에게 건네려다가 내가 직접 켰다.
그리고 빠르게 채널을 돌려 ‘포켓몬스터 DP’를 틀었다.
누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좀 더 올려봐.”
“싫어.”
“뭐? 너 정말 어떻게 그렇게······.”
누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날 그런 눈으로 보고 그래?
불만 있어?
멍청이, 그럼 때려봐, 때려봐. 못 하지?
“불만 있어?”
“너 정말 그럴 수 있어! 이제 이 누나는 죽을 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런데도 네가······.”
목이 메는 지 도중에 말을 멈추며 울기 시작했다.
그래, 울어라, 울어.
“그러게 누가 그딴 걸 먹으래!”
“뭐?”
누나가 나를 째려보며 물었다.
“아, 재미없다. 그래, 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틀고 싶은 거 마음대로 틀어.”
그렇게 쏘아주고는 밖으로 나와 버렸다.
솔직히 후회된다.
/ 늦은 밤, 아, 이제 뭐할까?
피시방이나 갈까?
이런.
몇 시 이후로는 학생 출입이 안 된다고 했는데, 그게 언제더라?
아, 저기 지나가는 황마!
어디 아는 놈 없나?
없네, 없어.
“하아.”
깡!
오오, 잘 날아간다.
지나다니다가 차는 캔은 정말 재미있어.
“악! 어떤 자식이야!”
하아!
하여간 더럽게 일 한 번 안 풀려요!
그래, 내 인생이 언제 순탄하게 흘러갔나?
아, 아니, 그래도 뭐, 얼마 전에 닌텐도를 살 수 있기는 했는데, 그 따위 게 뭐 인생에 도움이 되나!
“에이씨, 너냐? 너냐고!”
와우!
당신은 멋쟁이!
틀렸습니다!
“아니에요! 저 형이 그랬어요!”
“뭐, 저 자식이?”
“네.”
와우, 브라보!
호흡이 척척 맞아요, 우리 어린이 여러분.
그럼 전 이제 튀어야하나요?
“칠 테면 쳐봐 빌어먹을 뚱땡이 새꺄.”
“뭐? 이 쬐그만 게······. 어?”
뭐해?
쳐 임마.
왜 멈추고 그래?
“뭐냐, 너, 갑자기 왜 우냐?”
“닥치고 쳐.”
아아, 돼지다, 돼지.
얼굴이 벌게진 게 이제 정말 궁극체를 이루셨어요, 형씨.
자자!
어서 쳐!
“윽!”
그래, 쳐라, 쳐!
그래, 이제 너 따위의 욕은 들리지도 않아! 쳐봐라, 피글렛 같이 생긴 게 힘도 참 세다.
나 원 참.
“겨우 이거야? 곰같이 큰 놈이 힘은 쓰레기나 다름없네?”
어이, 어이, 거기 말리는 사람들, 조심하세요.
저거이 광‘돈’병에 걸린 것 같으니께.
하아.
“더 쳐 봐.”
원한다면 가운데 손가락도 들어줄 수 있지.
자, 만족해?
“염병할 새끼야.”
“놔! 죽여 버릴 거야!”
오오, 세다.
그 많은 사람들의 손을 다 떨쳐내고 달려오네?
그럼 아까 날 친 힘은 뭐였데?
하하, 어이가 없어서.
자, 이제 주먹이 바로 눈앞이다.
그래, 알았어.
“제발 좀 죽여라, 새끼야.”
그리고는 힘없이 무너졌다.
/ 이게 뭘까.
새하얀 공간?
그 따위 것은 꿈꾼 적도 없는데.
물론 가끔 혼자 있기를 바란 적은 있지만.
그보다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지?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냐고.
아, 난 죽은 건가?
그럼 여기가 저승?
하하, 염라대왕께서 오시겠군.
“그딴 건 없어.”
누군가 내 양어깨에 손을 올리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언제부터 내 뒤에 서있었지.
하긴,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염라대왕이 없다고?
아, 그럼 누나는 죽으면 뭐가 돼지?
“그냥 사라지는 거지.”
뭐?
뭐라고?
“빌어먹을, 누가 그 딴 거 알려 달랬어!”
아무도 없다.
뭐지, 착각한 건가.
“네가 물어봤잖아.”
다시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리면 아무도 없다.
“안 물어봤어!”
“웃기고 있네.”
젠장,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글쎄, 한 번 찾아볼래?”
“이, 개자식이 진짜.”
“하하, 알았어, 알았다고. 그보다 할 얘기가 있는데.”
그딴 거 필요 없어!
나와!
“필요해.”
그리고 어깨가 지그시 눌렸다.
무겁다.
크으, 움직여지지가 않잖아!
제길!
“너 말야. 조용히 하고 내 말 들어. 이 꿈에서 깨고 나면 무조건 그 뚱뚱이를 피해서 달려.”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도망치는 짓 따위 안 할 거야.
“그럼 죽을 거냐, 미친놈아!”
“내가 죽든 말든 뭔 상관이야!”
“그럼 네 부모님은 누가 부양할 건데?”
“재산도 있으니 알아서 잘들 사시겠지.”
“너 제삿날 퍽이나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안심하시겠다.”
이번에는 오한이다.
웃기는군.
정말 웃겨!
이런다고 내가 물러날까봐?
“물러날까 봐가 아니라, 물러나야해.”
헛소리.
“자, 그럼 이야기를 들어볼까? 너, 왜 죽으려는 거야?”
그딴 거 알거 없어.
그러면서도 내가 왜 이러는지 생각하고 있다.
아, 나란 인간은.
“뭐야, 온통 핑계뿐이잖아.”
핑계?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 자식은.
지가 뭘 안다고.
“자, 한 가지 대단한 사실을 알려줄까? 나는 지금 네가 원한다면 충분히 널 죽여줄 능력이 있어. 한데, 네가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자살을 탁한 네 누나를 원망하면서 네가 죽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거야. 네가 죽음으로서 너처럼 느끼고 누가 죽어. 그리고 그 사람이 죽음으로서 또 다른 사람이 죽어. 이딴 일이 있어서야 되겠어? 그러니까 너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거야.”
닥쳐!
“무엇보다 너는 네 누나를 버리고 간 그 새끼랑 다를 바가 없어. 부모님께 돈 다 뜯고, 인생 좀 살고 나니까 이제는 떠나도 될 것 같아? 그게 돈 없다고 헤어진다는 인간이랑 다를 바가 뭐야? 아니야, 오히려 더 심해. 그 인간에게야 복수라도 할 수 있지. 너한테 복수할 수 있겠어? 잘 들어.”
닥쳐!
닥쳐!
닥쳐!
“죽거나 다치고 나면 네가 가장 나쁜 놈이야. 미친놈아. 하아, 하필이면 건드려도 좀 정상인 놈을 건드리지 술 처먹고 미친놈을 건드려가지고는.”
/ “닥치라니까!”
눈을 떴을 때는 하얀 것이 사라진 까만 것이 보였다.
아하, 밤이었지.
“죽여 버릴 거야!”
이 아저씨는 정말 죽일 생각인가?
하하, 어처구니가 없네.
“으아!”
너나!
그 이상한 꿈속에 재수 없는 목소리 자식이나!
다 짜증나!
꺼져버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알았냐.
하아.
“내가 잘못한 거라고? 웃기지 말라 그래.”
돼지 녀석 발이 내 얼굴 위에서 떠올랐다.
오오, 잘 올라간다.
정말 안 어울리네?
그래서, 그 발로 밝으려고?
알아서 해봐.
난 눈 감고 있을 테니까.
“······.”
“뭐야, 놔! 놔!”
“어허, 사람을 죽일 생각입니까? 좀 참으세요.”
“놔, 놔······. 어라?”
응?
뭐하는 거냐?
눈을 뜨니 아주 웃기는 광경이 보인다.
후드를 푹 눌러쓴 남자(목소리로 알았다.)가 돼지의 발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돼지의 표정은 보기 좋게 일그러져 있다.
“사, 사냥꾼?”
사냥꾼?
“자! 꼬마 어서 도망가요! 여기는 제가 막을 테니까!”
연기해 미친놈아.
분명히 보았다.
분명히 입모양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응? 아, 으아! 너 이 자식! 죽여 버릴 거야!”
뭘 어쩌라는 거냐, 인간들아.
“가라니까, 어서!”
아, 응, 뭐, 일단은······.
재빨리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귀는 여전히 그들을 향해 있다.
“하아, 다행이네. 결국은 살기로 했구먼. 어린애는 어린애야.”
“저, 저 그런데 슬레이어님? 여기는 무슨 일로······.”
“아, 뱀파이어군! 만나서 반갑네? 너희들 뱀파이어하면 다 기생오래비처럼 생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넌 곰 같구나?”
“네? 아, 그, 그게······.”
“너 방금 저 애 죽이려고 그랬지?”
“네? 아, 아뇨.”
“웃기지 마. 이 빌어먹을 자식아. 인간은 건드리는 게 아니라니까?”
“아니라니까요!”
“아나! 너, 좀 조용한 데서 얘기해! 기억 삭제!”
/ 하아, 거참, 바람 한 번 시원해 죽겠네, 진짜.
8월 29일.
오늘은 새하얀 꽃을 샀다.
그러니까 그게 언제였더라?
어, 날짜 따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일기예보까지 뒤져가며 알아가지고 알려줄 줄 아는가?
미안하지만 난 그리 착한 인간은 되지 못 한다.
그러니까, 대충 몇 가지 힌트를 줄 테니 찾아보아라.
오늘은 8월 18일, 그 일은 가장 최근에 비가 내렸던 날 있었다.
오메, 징한 거, 어찌된 비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억수로 쏟아지던 그 날, 작은 사고가 하나 있었다.
“흑흑······.”
“뭘 그렇게 울어.”
“닥쳐, 네가 뭘 알아.”
나 원 참, 곤란해서 머리만 긁적일 뿐이다.
이게 어디 드라마나 영화 속, 영화 속이더라도 꼭 서울 아니면 부산일 텐데, 어쨌든 그런데서만 보던 상황이란 말인가?
“그러게 왜 그런 인간이랑······.”
“시끄러! 넌 몰라! 그래도 우린 행복했었다고!”
아, 그러셔요?
돈 없다고 차인 주제에 별 소리를 다 하네.
정말 그 때는 콩깍지가 씌어도 이렇게 쓰일 수가 있나 싶었었다.
덕분에 안 그래도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던 누나의 이미지에 ‘생각보다 더한’이란 타이틀도 붙고, 이 인간 이래서 결혼이나 하려나 모르겠네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하긴 따지고 보면 이게 며칠 전의 일이 다만은······.
어쨌든 그새, 그 날은 아주 비를 따라 서럽게 울어 젖히던 누나가 바뀌었다.
글쎄, 뭐라고 표현할까. ‘생각보다 더한’ 악당?
“올려.”
“내가 왜?”
“안 하면 맞을 테니까.”
“부모님 안 계신다고 협박하는 거야?”
“부모님 계신 데서 때려줄까?”
“······.”
“잔말 말고 올려.”
그렇게, 요즘 심부름 하고 있다.
텔레비전 채널을 올리다가 ‘고사’가 보이자 누나가 손을 들며 말하였다.
“멈춰.”
“그런데 누나.”
“아냐.”
“응? 나 아직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
“그래서, 불만이야?”
“······.”
그래, 억수로, 억수로 아량이 넓은 내가 참아야지.
누굴 탓하랴!
하아!
“나쁜 자식.”
“시끄러.”
뭐, 어쨌든 누나는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싫다하면 곧바로 화내던 것이 놀리던 맛이라도 있었는데, 이건 뭐, 난감하다.
대체 어느 친절한 누나가 동생한테 이렇게 살기를 내뿜으며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러고도 누나라고, 참 잘한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먹겠냐, 바보야?”
누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고통스러워 보인다.
“너 말이야, 아무리 네가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해도 그러면 안 돼. 응? 알아먹겠어? 특히나 말이야.”
으득.
“죽겠다는 인간이 나쁜 기억만 심어주고 가려구 해? 너 말이야, 그러고도 네가 누나야? 나보다 어린 게 문제가 아니라 정신 상태가 썩었다니까?”
“알았으니까, 그만해······.”
“싫어.”
웃기는 소리 말란 말이지.
“부탁할 게.”
“싫다니까.”
“너 정말······.”
웃기고 자빠졌네.
그런다고 내가 안 할까봐?
“정말 안 듣고 싶으면 이 멍청아. 날 한 대 치면 될 거 아냐? 왜? 자주 그랬잖아. 치고, 넘어뜨리고 밟고······.”
“밟지는 않았어.”
아, 그랬나?
“그건 중요하지 않아.”
“갑자기 그게 왜 나오냐, 멍청······.”
누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목이 아픈가보지?
그래, 참 잘났다, 너.
“TV 좀 틀어줄래?”
리모컨을 누나에게 건네려다가 내가 직접 켰다.
그리고 빠르게 채널을 돌려 ‘포켓몬스터 DP’를 틀었다.
누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좀 더 올려봐.”
“싫어.”
“뭐? 너 정말 어떻게 그렇게······.”
누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날 그런 눈으로 보고 그래?
불만 있어?
멍청이, 그럼 때려봐, 때려봐. 못 하지?
“불만 있어?”
“너 정말 그럴 수 있어! 이제 이 누나는 죽을 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런데도 네가······.”
목이 메는 지 도중에 말을 멈추며 울기 시작했다.
그래, 울어라, 울어.
“그러게 누가 그딴 걸 먹으래!”
“뭐?”
누나가 나를 째려보며 물었다.
“아, 재미없다. 그래, 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틀고 싶은 거 마음대로 틀어.”
그렇게 쏘아주고는 밖으로 나와 버렸다.
솔직히 후회된다.
/ 늦은 밤, 아, 이제 뭐할까?
피시방이나 갈까?
이런.
몇 시 이후로는 학생 출입이 안 된다고 했는데, 그게 언제더라?
아, 저기 지나가는 황마!
어디 아는 놈 없나?
없네, 없어.
“하아.”
깡!
오오, 잘 날아간다.
지나다니다가 차는 캔은 정말 재미있어.
“악! 어떤 자식이야!”
하아!
하여간 더럽게 일 한 번 안 풀려요!
그래, 내 인생이 언제 순탄하게 흘러갔나?
아, 아니, 그래도 뭐, 얼마 전에 닌텐도를 살 수 있기는 했는데, 그 따위 게 뭐 인생에 도움이 되나!
“에이씨, 너냐? 너냐고!”
와우!
당신은 멋쟁이!
틀렸습니다!
“아니에요! 저 형이 그랬어요!”
“뭐, 저 자식이?”
“네.”
와우, 브라보!
호흡이 척척 맞아요, 우리 어린이 여러분.
그럼 전 이제 튀어야하나요?
“칠 테면 쳐봐 빌어먹을 뚱땡이 새꺄.”
“뭐? 이 쬐그만 게······. 어?”
뭐해?
쳐 임마.
왜 멈추고 그래?
“뭐냐, 너, 갑자기 왜 우냐?”
“닥치고 쳐.”
아아, 돼지다, 돼지.
얼굴이 벌게진 게 이제 정말 궁극체를 이루셨어요, 형씨.
자자!
어서 쳐!
“윽!”
그래, 쳐라, 쳐!
그래, 이제 너 따위의 욕은 들리지도 않아! 쳐봐라, 피글렛 같이 생긴 게 힘도 참 세다.
나 원 참.
“겨우 이거야? 곰같이 큰 놈이 힘은 쓰레기나 다름없네?”
어이, 어이, 거기 말리는 사람들, 조심하세요.
저거이 광‘돈’병에 걸린 것 같으니께.
하아.
“더 쳐 봐.”
원한다면 가운데 손가락도 들어줄 수 있지.
자, 만족해?
“염병할 새끼야.”
“놔! 죽여 버릴 거야!”
오오, 세다.
그 많은 사람들의 손을 다 떨쳐내고 달려오네?
그럼 아까 날 친 힘은 뭐였데?
하하, 어이가 없어서.
자, 이제 주먹이 바로 눈앞이다.
그래, 알았어.
“제발 좀 죽여라, 새끼야.”
그리고는 힘없이 무너졌다.
/ 이게 뭘까.
새하얀 공간?
그 따위 것은 꿈꾼 적도 없는데.
물론 가끔 혼자 있기를 바란 적은 있지만.
그보다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지?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냐고.
아, 난 죽은 건가?
그럼 여기가 저승?
하하, 염라대왕께서 오시겠군.
“그딴 건 없어.”
누군가 내 양어깨에 손을 올리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언제부터 내 뒤에 서있었지.
하긴,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염라대왕이 없다고?
아, 그럼 누나는 죽으면 뭐가 돼지?
“그냥 사라지는 거지.”
뭐?
뭐라고?
“빌어먹을, 누가 그 딴 거 알려 달랬어!”
아무도 없다.
뭐지, 착각한 건가.
“네가 물어봤잖아.”
다시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리면 아무도 없다.
“안 물어봤어!”
“웃기고 있네.”
젠장,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글쎄, 한 번 찾아볼래?”
“이, 개자식이 진짜.”
“하하, 알았어, 알았다고. 그보다 할 얘기가 있는데.”
그딴 거 필요 없어!
나와!
“필요해.”
그리고 어깨가 지그시 눌렸다.
무겁다.
크으, 움직여지지가 않잖아!
제길!
“너 말야. 조용히 하고 내 말 들어. 이 꿈에서 깨고 나면 무조건 그 뚱뚱이를 피해서 달려.”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도망치는 짓 따위 안 할 거야.
“그럼 죽을 거냐, 미친놈아!”
“내가 죽든 말든 뭔 상관이야!”
“그럼 네 부모님은 누가 부양할 건데?”
“재산도 있으니 알아서 잘들 사시겠지.”
“너 제삿날 퍽이나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안심하시겠다.”
이번에는 오한이다.
웃기는군.
정말 웃겨!
이런다고 내가 물러날까봐?
“물러날까 봐가 아니라, 물러나야해.”
헛소리.
“자, 그럼 이야기를 들어볼까? 너, 왜 죽으려는 거야?”
그딴 거 알거 없어.
그러면서도 내가 왜 이러는지 생각하고 있다.
아, 나란 인간은.
“뭐야, 온통 핑계뿐이잖아.”
핑계?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 자식은.
지가 뭘 안다고.
“자, 한 가지 대단한 사실을 알려줄까? 나는 지금 네가 원한다면 충분히 널 죽여줄 능력이 있어. 한데, 네가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자살을 탁한 네 누나를 원망하면서 네가 죽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거야. 네가 죽음으로서 너처럼 느끼고 누가 죽어. 그리고 그 사람이 죽음으로서 또 다른 사람이 죽어. 이딴 일이 있어서야 되겠어? 그러니까 너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거야.”
닥쳐!
“무엇보다 너는 네 누나를 버리고 간 그 새끼랑 다를 바가 없어. 부모님께 돈 다 뜯고, 인생 좀 살고 나니까 이제는 떠나도 될 것 같아? 그게 돈 없다고 헤어진다는 인간이랑 다를 바가 뭐야? 아니야, 오히려 더 심해. 그 인간에게야 복수라도 할 수 있지. 너한테 복수할 수 있겠어? 잘 들어.”
닥쳐!
닥쳐!
닥쳐!
“죽거나 다치고 나면 네가 가장 나쁜 놈이야. 미친놈아. 하아, 하필이면 건드려도 좀 정상인 놈을 건드리지 술 처먹고 미친놈을 건드려가지고는.”
/ “닥치라니까!”
눈을 떴을 때는 하얀 것이 사라진 까만 것이 보였다.
아하, 밤이었지.
“죽여 버릴 거야!”
이 아저씨는 정말 죽일 생각인가?
하하, 어처구니가 없네.
“으아!”
너나!
그 이상한 꿈속에 재수 없는 목소리 자식이나!
다 짜증나!
꺼져버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알았냐.
하아.
“내가 잘못한 거라고? 웃기지 말라 그래.”
돼지 녀석 발이 내 얼굴 위에서 떠올랐다.
오오, 잘 올라간다.
정말 안 어울리네?
그래서, 그 발로 밝으려고?
알아서 해봐.
난 눈 감고 있을 테니까.
“······.”
“뭐야, 놔! 놔!”
“어허, 사람을 죽일 생각입니까? 좀 참으세요.”
“놔, 놔······. 어라?”
응?
뭐하는 거냐?
눈을 뜨니 아주 웃기는 광경이 보인다.
후드를 푹 눌러쓴 남자(목소리로 알았다.)가 돼지의 발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돼지의 표정은 보기 좋게 일그러져 있다.
“사, 사냥꾼?”
사냥꾼?
“자! 꼬마 어서 도망가요! 여기는 제가 막을 테니까!”
연기해 미친놈아.
분명히 보았다.
분명히 입모양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응? 아, 으아! 너 이 자식! 죽여 버릴 거야!”
뭘 어쩌라는 거냐, 인간들아.
“가라니까, 어서!”
아, 응, 뭐, 일단은······.
재빨리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귀는 여전히 그들을 향해 있다.
“하아, 다행이네. 결국은 살기로 했구먼. 어린애는 어린애야.”
“저, 저 그런데 슬레이어님? 여기는 무슨 일로······.”
“아, 뱀파이어군! 만나서 반갑네? 너희들 뱀파이어하면 다 기생오래비처럼 생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넌 곰 같구나?”
“네? 아, 그, 그게······.”
“너 방금 저 애 죽이려고 그랬지?”
“네? 아, 아뇨.”
“웃기지 마. 이 빌어먹을 자식아. 인간은 건드리는 게 아니라니까?”
“아니라니까요!”
“아나! 너, 좀 조용한 데서 얘기해! 기억 삭제!”
/ 하아, 거참, 바람 한 번 시원해 죽겠네, 진짜.
8월 29일.
오늘은 새하얀 꽃을 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