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마당 - 환상회랑 작품
글 수 59
죽지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 퍼져있었지만, 정작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잘 없다. 지금 만난 이 사람이 불사자인지 아닌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불사자를 확인할 방법은 의심되는 이를 칼로 찔러보는 수 밖에 없는데, 보통 사람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펠데즈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나슈페트의 의원이자 대부호인 펠데즈는 67세였고, 구인간이었다. 그는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불편해진 움직임, 거울 위로 그려지는 주름살. 손만 내려다봐도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죽는다. 언젠가는 죽는다. 구인간도. 신인간도. 그 강인한 하이아탄들도. 펠데즈는 늙음을 실감하면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펠데즈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가 가진 권력과 돈으로 불사자들을 비밀리에 찾아나섰다. 그리고 몇 명의 인간들이 그의 앞으로 왔다. 그들은 자신이 불사자가 맞다고, 혹은 불사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그는 예리하게 벼른 칼날로 그들을 찔렀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불사자라고 한 인간들은 불사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대부호가 찾는다는 그 말에 홀려, 뭔가 건질 수 있는게 없을까 싶어 찾아온 사기꾼들이었다. 펠데즈는 그런 이들의 사체를 갈아서 정원의 거름으로 뿌렸다.
그리고 자신이 불사자가 아니라 한 이들도 대부분은 불사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펠데즈의 노호를 두려워한 이들이 소문만 듣고 잡아온 인간들이었다. 오래산 노인이나 동안의 여성들. 그는 그 사실을 알고서 안타까워했지만 역시 사체를 갈아 정원의 거름으로 뿌렸다.
불사자는 극히 소수였다. 하지만 분명히 있었다.
그는 일곱명의 인간을 죽이고서 첫번째 불사자를 만날 수 있었다. 남자였는데, 거지나 다름없는 꼴이었다. 온 몸에서 고름이 흐르고 있었고 붕대로 전신을 감아두고 있었다. 그는 심장에 칼에 꽂히고도 죽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심장은 모두 셋이며, 셋 다 가슴에는 없다고 했다.
펠데즈는 보다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오염 불멸자라 불리는 축이었다. 멀리 남쪽에서 썩어가는 질병에 걸렸던 그는, 어째서인지 죽지 않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마물에게 왼쪽 어깨 언저리와 가슴 일부가 뜯겨져 나가는 상처를 입고도 그는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리고 잘려나간 자리에 새살과 뼈가 돋아났다. 그는 기뻐했지만 한 순간 뿐이었다. 질병은 치료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썩어갔다. 썩어서 떨어져나간 부위는 다시 새살이 올랐지만 새살은 다시 썩었다. 그는 그렇게 230년을 살았다고 했다. 그는 죽기위해서 살아간다고 했다.
펠데즈는 실망했다. 그는 그런 불사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죽지 못하는 것이지 죽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오염형 불사는 선택할 수 있는 종류의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펠데즈는 혹 다른 불멸자들도 있는지 물었다.
심장을 셋이나 가진 그 남자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는 230년 생에서 몇 번이나 마주쳤던 남자에 대해 말했다. 첫번째 만남은 전장에서의 적으로, 두번째 만남은 여행길에서, 세번째 만남은 몇 년 전 그나슈페트의 수도 아이사네칸에서. 그동안 남자는 만날때마다 조금도 늙지 않았으며, 몸이 썩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펠데즈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오염형 불사를 차선책이자 최후의 경우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리곤 그에게 자비를 배풀었다. 펠데즈는 남자를 태워죽였는데, 그것은 남자가 고통 때문에 시도해보지 못했던 마지막 죽음이었다. 펠데즈는 그 모습을 보면서 보다 강인하고 깨끗한 불사를 찾을 수 있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에 배반이라도 하듯, 그가 찾은 불멸자의 두 번째는 죽은 것과 산 것의 경계의 산죽음 불멸자였고, 세 번째, 네 번째는 모두 오염 불멸자였다. 모두 더럽고 지저분했고, 죽고 싶어했다. 그는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태워죽였고, 네 번째는 샘플로 남겨두기로 했다.
네 번째는 소녀였다. 겉보기엔 열 일곱 살 쯤되어 보였고, 실제로는 스물 일곱살 이었다. 소녀는 몸이 썩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돋아나는 병'을 가지고 있었다. 신체가 절단 당하면 그 기관이 두 배로 자라나는 병이었다. 팔이 셋인데 정상적인 것은 오른팔 뿐이고 나머지는 등과 허벅지에 달려 있었다. 눈은 다섯인데 정상적인 위치의 오른 눈 말고도 볼에 하나, 어깨에 하나, 옆구리에 하나, 발등에 하나 있었다. 그 외에도 손가락과 발가락 갯수가 비정상적이었다. 그는 수집욕구가 일어 그녀를 구속하고 희롱했다.
그러다 그는 그 와중에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작은 모임에 속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임이 모두 불멸자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어떠한 이유에서 불멸자를 찾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결코 어떠한 모임이 어디에서 열리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점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그는 곧 다섯 번째 불멸자를 찾아냈다.
공안국 특무성 요원, 보통 특무요원이라 부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헤른은 인적 없는 옥상의 한켠에서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잠복수사 중이었다.
보통은 고급인력인 특무요원이 잠복과 감시를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일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나슈페트는 대륙에서 손으로 꼽는 강국이고, 몇 안되는 공화정이며, 국내의 치안 만큼은 어느 나라 보다도 안전했다. 하물며 그나슈페트의 수도인 아이사네칸이라면. 그런 도시에서의 연쇄살인사건이라면 그건 분명 보통일이 아니었다.
살인은 한 달 간 네 번 일어났다. 피해자들은 밤,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길에서 총성이 작은 탄성격발권총에 당했는데, 모종의 증거들로 미루어보아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설이 유력했다.
문제점은 피해자인 네 사람 모두 서로 관계가 무관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살인의 동기를 찾을 수 없다. 첫 번째는 가구점을 하는 노인이었고, 두 번째는 꽃 가게에서 꽃을 파는 아가씨, 세 번째는 가정주부, 네 번째는 그나슈페트 제 1대학을 다니는 학생이었다. 공안국에서 그들의 생전 생활 동선을 파악한 결과 도시 안에서 얼굴 한번 못 마주쳤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헤른의 동료이자 같은 특무요원인 델은 수사 도중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헤른이 말을 꺼냈다.
"네 사람이 모두 나이트후드의 조직원이었다고요?"
"응."
"다른 범죄 조직과의 세력 다툼일까요?"
"아니. 아이사네칸에 그나마 뿌리내린 조직은 나이트후드 뿐이야. 그것도 일반인들이 정보원 역활을 대신 하던 것 뿐이고. 세계 최고의 치안이라고."
"그럼 나이트후드에 원한을 가진 사람이 그랬단 건가요?"
"글쎄. 그럴지도. 일단은 알아봐야지."
"어떻게요?"
"당하는 놈들은 누구한테 당하는지 알고 있을거 아냐?"
그래서 헤른은 잠복을 시작했다.
나이트후드는 점조직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경계가 삼엄한 아이사네칸에선 특히 정도가 심했다. 한 사람의 조직원은 상위와 하위의 조직원을 한명씩 밖에 알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은 철저하게 평범한 이들로 위장하고 살아갔기에 일반적으로 알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헤른이 속한 기관은 공안국 특무성이었다. 그나슈페트의 온갖 험한 일을 도맞는 그 기관은 모르는게 없었다.
"어떻게 찾죠?"
"5번가 뒷골목에 이틀 밤 중에 나타날거야. 신뢰성 높은 정보가 아니니까 넉넉잡고 3일간 있어보라고."
"잠깐. 델 씨는 안 해요? 놀아요?"
"나는 다른 일 해야지."
델은 최근 일어난 실종사건을 수사해야한다고 말했지만, 헤른은 이때까지의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그가 분명 놀거라고 생각했다.
이틀 째 되는 날 밤 기지개를 펴기 위해 몸을 일으켰던 그녀는 골목을 지나가는 수상한 자를 발견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나이트후드. 그녀는 중얼거렸다. 추워지고 있으니 후드 좀 뒤집어 쓰고 다닌다고 수상한 사람으로 몰수야 없지만.
그녀는 우수관을 잡고 조용히 후드 뒤쪽으로 내려섰다.
후드는 인기척에 돌아섰다. 그녀는 사무적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
"공안국에서 나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후드의 품속에서 칼이 뽑혀나왔다. 예상치 못했기에 그녀는 주춤했다. 두 발자국 물러섰다. "아, 저 잠시 대화를……"
대화는 없었다. 10cm 가량의 칼날이 찔러들어왔고 헤른은 몸을 비틀어 피하며 손목을 잡아챘다. "그러니까 대화를……" 하지만 후드의 남은 손은 또 다른 칼날을 드밀었다. 헤른은 동시에 손을 놓고 가슴께를 발로 밀어차며 거리를 벌렸다.
"……대화 좀 하자니까요."
후드는 말이 없이 칼을 휘둘렀다. 목표는 무방비한 그녀의 팔이었다. 헤른은 급하게 팔을 당기면서 물러섰다. 그 다음은 복부. 칼은 하나였지만 아까처럼 잡아낼 수는 없었다. 헤른은 다시 물러났다. 부츠 뒷꿈치에 무언가 닿았다. 막다른 골목이었다. 아차. 헤른이 무어라 입을 달짝이자 다시 한번 칼이 날아들었다. 횡으로 지르는 칼날을 피하자 다른 칼이 밑에서 올라왔다. 칼날이 노리는 건 목.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어떻게하지?'
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헤른은 박차면서 후드에게 달려들었다. 퍽 하고 부딛고 넘어졌다. 당황한 후드가 늦게 칼을 꼬나지 무렵 할때 철컥 소리가 들렸다. 후드는 턱 아래로 차가움을 느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기나요?"
후드 위로 올라탄 헤른이 말했다. 후드는 칼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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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는 2편
하지만 펠데즈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나슈페트의 의원이자 대부호인 펠데즈는 67세였고, 구인간이었다. 그는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불편해진 움직임, 거울 위로 그려지는 주름살. 손만 내려다봐도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죽는다. 언젠가는 죽는다. 구인간도. 신인간도. 그 강인한 하이아탄들도. 펠데즈는 늙음을 실감하면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펠데즈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가 가진 권력과 돈으로 불사자들을 비밀리에 찾아나섰다. 그리고 몇 명의 인간들이 그의 앞으로 왔다. 그들은 자신이 불사자가 맞다고, 혹은 불사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그는 예리하게 벼른 칼날로 그들을 찔렀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불사자라고 한 인간들은 불사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대부호가 찾는다는 그 말에 홀려, 뭔가 건질 수 있는게 없을까 싶어 찾아온 사기꾼들이었다. 펠데즈는 그런 이들의 사체를 갈아서 정원의 거름으로 뿌렸다.
그리고 자신이 불사자가 아니라 한 이들도 대부분은 불사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펠데즈의 노호를 두려워한 이들이 소문만 듣고 잡아온 인간들이었다. 오래산 노인이나 동안의 여성들. 그는 그 사실을 알고서 안타까워했지만 역시 사체를 갈아 정원의 거름으로 뿌렸다.
불사자는 극히 소수였다. 하지만 분명히 있었다.
그는 일곱명의 인간을 죽이고서 첫번째 불사자를 만날 수 있었다. 남자였는데, 거지나 다름없는 꼴이었다. 온 몸에서 고름이 흐르고 있었고 붕대로 전신을 감아두고 있었다. 그는 심장에 칼에 꽂히고도 죽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심장은 모두 셋이며, 셋 다 가슴에는 없다고 했다.
펠데즈는 보다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오염 불멸자라 불리는 축이었다. 멀리 남쪽에서 썩어가는 질병에 걸렸던 그는, 어째서인지 죽지 않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마물에게 왼쪽 어깨 언저리와 가슴 일부가 뜯겨져 나가는 상처를 입고도 그는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리고 잘려나간 자리에 새살과 뼈가 돋아났다. 그는 기뻐했지만 한 순간 뿐이었다. 질병은 치료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썩어갔다. 썩어서 떨어져나간 부위는 다시 새살이 올랐지만 새살은 다시 썩었다. 그는 그렇게 230년을 살았다고 했다. 그는 죽기위해서 살아간다고 했다.
펠데즈는 실망했다. 그는 그런 불사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죽지 못하는 것이지 죽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오염형 불사는 선택할 수 있는 종류의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펠데즈는 혹 다른 불멸자들도 있는지 물었다.
심장을 셋이나 가진 그 남자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는 230년 생에서 몇 번이나 마주쳤던 남자에 대해 말했다. 첫번째 만남은 전장에서의 적으로, 두번째 만남은 여행길에서, 세번째 만남은 몇 년 전 그나슈페트의 수도 아이사네칸에서. 그동안 남자는 만날때마다 조금도 늙지 않았으며, 몸이 썩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펠데즈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오염형 불사를 차선책이자 최후의 경우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리곤 그에게 자비를 배풀었다. 펠데즈는 남자를 태워죽였는데, 그것은 남자가 고통 때문에 시도해보지 못했던 마지막 죽음이었다. 펠데즈는 그 모습을 보면서 보다 강인하고 깨끗한 불사를 찾을 수 있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에 배반이라도 하듯, 그가 찾은 불멸자의 두 번째는 죽은 것과 산 것의 경계의 산죽음 불멸자였고, 세 번째, 네 번째는 모두 오염 불멸자였다. 모두 더럽고 지저분했고, 죽고 싶어했다. 그는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태워죽였고, 네 번째는 샘플로 남겨두기로 했다.
네 번째는 소녀였다. 겉보기엔 열 일곱 살 쯤되어 보였고, 실제로는 스물 일곱살 이었다. 소녀는 몸이 썩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돋아나는 병'을 가지고 있었다. 신체가 절단 당하면 그 기관이 두 배로 자라나는 병이었다. 팔이 셋인데 정상적인 것은 오른팔 뿐이고 나머지는 등과 허벅지에 달려 있었다. 눈은 다섯인데 정상적인 위치의 오른 눈 말고도 볼에 하나, 어깨에 하나, 옆구리에 하나, 발등에 하나 있었다. 그 외에도 손가락과 발가락 갯수가 비정상적이었다. 그는 수집욕구가 일어 그녀를 구속하고 희롱했다.
그러다 그는 그 와중에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작은 모임에 속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임이 모두 불멸자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어떠한 이유에서 불멸자를 찾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결코 어떠한 모임이 어디에서 열리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점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그는 곧 다섯 번째 불멸자를 찾아냈다.
공안국 특무성 요원, 보통 특무요원이라 부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헤른은 인적 없는 옥상의 한켠에서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잠복수사 중이었다.
보통은 고급인력인 특무요원이 잠복과 감시를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일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나슈페트는 대륙에서 손으로 꼽는 강국이고, 몇 안되는 공화정이며, 국내의 치안 만큼은 어느 나라 보다도 안전했다. 하물며 그나슈페트의 수도인 아이사네칸이라면. 그런 도시에서의 연쇄살인사건이라면 그건 분명 보통일이 아니었다.
살인은 한 달 간 네 번 일어났다. 피해자들은 밤,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길에서 총성이 작은 탄성격발권총에 당했는데, 모종의 증거들로 미루어보아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설이 유력했다.
문제점은 피해자인 네 사람 모두 서로 관계가 무관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살인의 동기를 찾을 수 없다. 첫 번째는 가구점을 하는 노인이었고, 두 번째는 꽃 가게에서 꽃을 파는 아가씨, 세 번째는 가정주부, 네 번째는 그나슈페트 제 1대학을 다니는 학생이었다. 공안국에서 그들의 생전 생활 동선을 파악한 결과 도시 안에서 얼굴 한번 못 마주쳤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헤른의 동료이자 같은 특무요원인 델은 수사 도중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헤른이 말을 꺼냈다.
"네 사람이 모두 나이트후드의 조직원이었다고요?"
"응."
"다른 범죄 조직과의 세력 다툼일까요?"
"아니. 아이사네칸에 그나마 뿌리내린 조직은 나이트후드 뿐이야. 그것도 일반인들이 정보원 역활을 대신 하던 것 뿐이고. 세계 최고의 치안이라고."
"그럼 나이트후드에 원한을 가진 사람이 그랬단 건가요?"
"글쎄. 그럴지도. 일단은 알아봐야지."
"어떻게요?"
"당하는 놈들은 누구한테 당하는지 알고 있을거 아냐?"
그래서 헤른은 잠복을 시작했다.
나이트후드는 점조직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경계가 삼엄한 아이사네칸에선 특히 정도가 심했다. 한 사람의 조직원은 상위와 하위의 조직원을 한명씩 밖에 알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은 철저하게 평범한 이들로 위장하고 살아갔기에 일반적으로 알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헤른이 속한 기관은 공안국 특무성이었다. 그나슈페트의 온갖 험한 일을 도맞는 그 기관은 모르는게 없었다.
"어떻게 찾죠?"
"5번가 뒷골목에 이틀 밤 중에 나타날거야. 신뢰성 높은 정보가 아니니까 넉넉잡고 3일간 있어보라고."
"잠깐. 델 씨는 안 해요? 놀아요?"
"나는 다른 일 해야지."
델은 최근 일어난 실종사건을 수사해야한다고 말했지만, 헤른은 이때까지의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그가 분명 놀거라고 생각했다.
이틀 째 되는 날 밤 기지개를 펴기 위해 몸을 일으켰던 그녀는 골목을 지나가는 수상한 자를 발견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나이트후드. 그녀는 중얼거렸다. 추워지고 있으니 후드 좀 뒤집어 쓰고 다닌다고 수상한 사람으로 몰수야 없지만.
그녀는 우수관을 잡고 조용히 후드 뒤쪽으로 내려섰다.
후드는 인기척에 돌아섰다. 그녀는 사무적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
"공안국에서 나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후드의 품속에서 칼이 뽑혀나왔다. 예상치 못했기에 그녀는 주춤했다. 두 발자국 물러섰다. "아, 저 잠시 대화를……"
대화는 없었다. 10cm 가량의 칼날이 찔러들어왔고 헤른은 몸을 비틀어 피하며 손목을 잡아챘다. "그러니까 대화를……" 하지만 후드의 남은 손은 또 다른 칼날을 드밀었다. 헤른은 동시에 손을 놓고 가슴께를 발로 밀어차며 거리를 벌렸다.
"……대화 좀 하자니까요."
후드는 말이 없이 칼을 휘둘렀다. 목표는 무방비한 그녀의 팔이었다. 헤른은 급하게 팔을 당기면서 물러섰다. 그 다음은 복부. 칼은 하나였지만 아까처럼 잡아낼 수는 없었다. 헤른은 다시 물러났다. 부츠 뒷꿈치에 무언가 닿았다. 막다른 골목이었다. 아차. 헤른이 무어라 입을 달짝이자 다시 한번 칼이 날아들었다. 횡으로 지르는 칼날을 피하자 다른 칼이 밑에서 올라왔다. 칼날이 노리는 건 목.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어떻게하지?'
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헤른은 박차면서 후드에게 달려들었다. 퍽 하고 부딛고 넘어졌다. 당황한 후드가 늦게 칼을 꼬나지 무렵 할때 철컥 소리가 들렸다. 후드는 턱 아래로 차가움을 느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기나요?"
후드 위로 올라탄 헤른이 말했다. 후드는 칼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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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는 2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