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한가한 시간이 생겨서 정말 오랜만에 판갈에 들어와 봤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나 해서 단편게시판을 열어보았는데, 제목들만 보고는 무엇이 좋은 글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첫화면에서 가장 조회수 높은 순서로 글을 골랐다.


1. 위래 - ‘왕의 이빨은 붉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잘 고른 것 같다. 재미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결말은 좋았는데,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좀 느슨했다. 무엇보다 왕의 소원이 무얼지 추측하는 과정이 좀 더 치밀하고 재치가 있었다면 결말이 더 보기 좋았을 것 같았다. 줄거리의 흐름이 타당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이야기의 재미가 덜했다는 말이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아직 퇴고가 덜 된 것 같아 조금 더 다듬을 구석은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서술이 안정적이어서 읽기도 편했다. 더구나 전에 모르던 ‘성가퀴’라는 낱말을 하나 배우기도 했다.


2. 머루머루 - 달걀프라이 소년의 생애

흠, 솔직히 말해서 난 이런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이런 글은 우화를 통해서 읽는 이가 숨은 뜻을 깨닫기를 바라지만, 난 그건 직접 가르치려 드는 글만큼이나 고압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취향은 미루어 두고라도, ‘달걀프라이 소년의 생애’는 전반적으로 비유가 너무 모호하다. 우화를 빌어 말할 때 가장 경계할 것은 자의적인 심취라고 생각한다. 그저 감추고 빗대기 위한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화는 주제를 부드럽게 납득시키기 위한 것임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3. 마타가아 - 욕실에서 하루밤 읜밀한 생활하실분

아, 이건 뭔가요. 조회수 3위라는 점에서 조금 슬펐다.


4. 쓺 - [3시간 만에 완성한 표절습작단편] 천상참치 살인초밥

너무 산만해서 이야기를 온전히 즐기기가 어려웠다. 줄거리에도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연결하기를 통해서 읽은 배명훈의 ‘혁명이 끝났다고?’를 더 재미있게 읽었다. 전에도 무슨 책에서 배명훈의 단편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참 부드럽고 재미있었다. 역시 작가는 다르다.


5. kori - 길잡이

재미있었다. 소녀가 죽는 것을 보니 역신이라기보다는 생화학 테러범(?)인 것 같다. 소녀를 죽이는 것으로 자신의 생명이 더 빨리 단축된다는 이야기를 넣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6.일링 - 압디또

설정은 좋은데, 좀 이야기를 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서술에 성의가 없고, 전개가 개연성 없이 비약한다는 느낌이다. 좀 더 자세하게 쓰면 더 좋은 글이 될 것 같은데...


 

아이고, 더 못 쓰겠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자꾸 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