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상은 어디까지나 한 독자 개인의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작품의 감상과 해석은 작가의 실제 의도 내지 다른 분들의 감상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상 간에 작품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관심이 가는 작품들은 작품 제목 밑에 제시된 링크를 클릭하셔서 작품을 먼저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나기니 공주 by 쟈리
http://fangal.org/xe/38762

 

 싯다르타가 나가와 사랑에 빠진다면.

 

 ‘만약 무엇이 무엇이었다면’이라는 전제를 굳이 따져 보면 모든 소설에 공통된 것이겠습니다만, 금번의 경우는 지난 작품에서 동화를 꼬아내 재치 있게 변용을 시킨 것과 유사한 맥락이 있더군요. ‘우리가 익히 아는 얘기가 다르게 전개된다면.’

 

 개인적으로는 재치와 기발함이라면 차라리 '마술거울' 편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나기니 공주'의 재치는 앞서에 비해서는 다소 안일한 감도 있거든요. 그러나 평소 힌두 신화와 불교에 유독 관심이 많은 듯하신 쟈리님이셨으니 '나기니 공주'에 담긴 정보와 내용의 풍부함만큼은 눈여겨 볼 미덕이 되겠지요.

 

 아마 제가 이쪽에 대해 좀 더 조예와 흥미가 있었다면 작품의 유머에 대한 이해와 애착도 보다 깊어질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은 (저 자신에게) 못내 아쉽네요.

 


어마소아 최종장 by 예니체리
http://fangal.org/xe/38763

 

 어찌보면 기나긴 장정이었습니다. 일전에 적은 바 있지만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길게 이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전에도 웃음이 터질만한 부분이야 많았지만, 이 최종장에서 꼽아보라면 절대반지의 천적이 저그의 오버로드라는 발상이라든가, 란지에가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소중히 여겼다는 식의 설정이 유독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군요. 캐리건의 이름이 실은 저그 캐리건이었다는 사실도요.

 

 소설, 만화, 게임 등 수많은 매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오늘날, 인상 깊었던 작품들의 소품과 인물들을 한 세계에 몰아넣고 이리굴리고 저리굴리는 과정이 썩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마소아 시리즈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히 토로하라면, 역시 성의의 문제가 아닐까 싶군요.기존 다른 작가들이 노작을 통해 구축해놓은 캐릭터나 소품들을 손쉽게 가져다 쓰는 뻔뻔함 정도야, 패러디 물이니 하며 차치하더라도. 이런 패러디 작품에 문장 하나하나 대단한 정성을 들여 달라는 것도 우스울 일이지만, - 너무 휙휙 갈겨쓰신 티가 나는 것은 작품에 대한 글쓴이의 애착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스런 일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물논, 따져보면 은근히 사전 구상의 흔적들이 자주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만.

 

 어찌되었든 장정을 무사히 마치신 데 대해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림자 숲 by 고담
http://fangal.org/xe/38767

 

 ‘그림자 숲’은 색채에 대한 편집증 내지 공포증을 두고, 그림자가 위주가 되는 독특한 인지와 해석의 과정을 뻔뻔하게,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그려낸 구상이 무척 독특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엽편이었습니다.

 

 색채에 대한 공포증을 내밀한 묘사와 더불어 생동감 있게 그려내신 듯하고, 또 표현의 선택들 역시 무척 적절해 뵈더군요. 특정한 컨셉으로 시선과 작중 화자의 인지가 제한되었음에도 글쓴이의 서술이 능숙했던 점이 눈여겨 볼만합니다.

 


‘에메랄드 선인장’, ‘말귀를 알아듣는 장작’, ‘용도령과 여우 낭자’ by 일엽편주
http://fangal.org/xe/38764 (에메랄드 선인장)
http://fangal.org/xe/38773 (말귀를 알아듣는 장작)
http://fangal.org/xe/38778 (용도령과 여우낭자)

 

 우선, ‘용도령과 여우 낭자’는 재치 있는 상상과 담담한 어조의 반전 풀이를 강점으로 꼽아보렵니다.

 

 ‘에메랄드 선인장’ 같은 작품은 차이나 미에빌이 소설에 등장하는 선인장 인간, 켁터케이라는 종족이 떠오르네요. 선인장 속의 환각 작용으로 인한 환상일까. 아니면 정말로 선인장 인간들이었던 걸까요.

 

 11월에 올리셨던 ‘그런 선인장은 없습니다.’ 같은 작품이 만약 이 작품과 맥락이 이어지는 거라면, 아마 후자일 가능성도 있어 뵙니다만. 사실, 신문기사에 실린 환상이 그 자체로 진실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은 이 작품의 포인트 중 하나겠고. 여기에서 무엇이 진실이었을까를 가리는 건 아무 의미가 없겠죠. 작품이 '옜다, 어디 상상하고 고민해봐라, 하며 던져준 의문이기도 할 테니까요.

 

 다만, 기묘한 분위기를 엽편의 분량 안에 잘 새겨 넣은 것은 사실이라도, 이 작품 역시 지난 '황소개구리'와 마찬가지로 조금만 더 독자에게 친절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말귀를 알아듣는 장작’의 말미에도 공통된 사항이고요.  (이 작품의 경우는 상황도 상황이거니와 그걸 표현하는 방식도 참으로 재미있더군요,)

 

 올리시는 엽편들에서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필력과 발상의 기발함은 감탄스럽기도 하거니와 부러운 면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글 쓴 분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군요. 저는 입이 무거우니 안심하시고 제 귀에 살짝.

 


달토끼 로망스 by 개념봉인
http://fangal.org/xe/38765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든가 줄거리로 요약해놓고 판단하자면 썩 괜찮은 얘기가 될 수도 있을 법한데, 다소간의 고민이 아쉬워지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작위적이고 만화적인 상황 전개가 글의 전반에서 의도되는 서정성, 또는 애절함에의 의도와 쉽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느낌이 있었고, 이야기가 보다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드라마로 발전하지 못한 점도 아쉽습니다. 결과적으로 응당 설렘과 서정성이 살아있어야 할 로망스가 잘 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만화적인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방향을 확실히 잡아줄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만화적인 감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현실적인 감각으로 갈 것인지. 문장이나 표현, 인물 구도와 성격 등이 작가의 의도된 바에 맞춰 적절히 수정될 수 있는, 그런 고민들이 필요했을 거예요.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주인공의 삶에 좀 더 집중하고 관찰하면서 화자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충분한 사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았나도 싶더군요. 경우에 따라서는 판과 디도릿트마냥 수명 차에서 오는 필연적 이별을 그려낼 수도 있었을 테고요. 아니면 영화 ‘컨택트’처럼 천문학자가 된 주인공이 래묘와의 재회를 꿈꾸는 보다 세밀한 SF적 구상도 가능했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랑의 애틋함과 설렘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하겠고요.

 

 그 외에도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오십이 넘자 (주로 노인성 질병들로 구성된) 각종 병마가 닥쳐온다는 설정의 경우 다소 무리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처음 구상하신 플롯 (만남의 횟수와 각 만남에서의 변화 과정)에 맞추시느라 그런 듯 하지만, 이건 백혈병이나 암 같은 식상하지만 그럴싸한 원인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었고, 아니면 차라리 만남의 주기를 20년에서 15년 즈음으로 조정해보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작가 분께서 현재의 기본적인 얼개를 유지하더라도 달토끼와의 로망스라는 소재를 두고 좀 더 발전된 구상으로 작품을 보완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막상 감상을 적고 보니 평이 작품의 실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박한 느낌도 있어 죄송스러운 기분입니다. 아무래도 아, 이거... 하면서 아쉬운 점이 밟히다보면 읽는 편에서도 적잖이 조바심이 나는 모양입니다. 그게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애정이겠죠.

 


덤블링 by 냠냠
http://fangal.org/xe/38768

 

 상당히 성실한 글입니다. 일반문학적인 감각을 잘 살려 이야기를 어느정도 잘 소화해냈고요.

 

 기계체조를 직접 경험하셨든지 아니면 취재를 하신 셈인데, 취재된 소재와 제재들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정도로 흥미롭고 또 상세하더군요. 거기에 다소 도식적인 구도일 수도 있겠지만, 인물 관계도 적절히 긴장을 자아낼 수 있게 잘 설정이 되었고요. 가능한 현실 일면을 효과적으로 낯설게 만든 점도 좋았습니다. 여기에 주인공의 재치 있는 심리 묘사와 표현들은 작품의 읽는 맛을 돋워주는 좋은 감초라 할 수 있겠죠.

 

 특히 작품의 결말 구성은 주어진 상황에 대한 글쓴이의 독특한 사유가 느껴져 좋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좋은 작품, 개성적인 작품이 되기 위한 중요한 열쇠일 겁니다.

 

 냠냠 님의 이전 글들도 그랬지만 특히 이번 글을 보노라면, - 제가 비록 문창과 수업은 들어본 바 없습니다만 - 글쓴이가 국문학도 내지 문창과생이실 듯한 기분도 들더군요. 글쓰기 교본에서 제시될 법한 사항들을 차곡차곡 잘 따져가며 쓴 듯한 느낌이라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입니다만, 관장이 얘기 전개에 따라 다소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조금 의외더군요. 사실, 어느정도 특색있는 캐릭터를 설정해놓았으니 관장과의 정규(?) 수업을 병행함으로써 구성의 묘를 살릴 여지를 마련하고 글의 깊이를 좀 더 살려볼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2mm by 위래
http://fangal.org/xe/38769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역시 발상은 재밌는 글입니다. 아기자기한 분위기도 살아있고요.

 

 흠, 이 작품이 왜 그만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언뜻 이해하기가 힘들군요. 작품의 의도는 제법 명백해 뵈는데 말입니다.

  환상적 요소가 가미된 아기자기한 로맨스물로 살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텐데요. 이런 작품을 도덕적으로 불건전하게 해석하는 것은 어찌보면 강조의 오류 즈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개미’와 ‘침투’ by 노유
http://fangal.org/xe/38771 (개미)
http://fangal.org/xe/38772 (침투)

 

 우선 ‘개미’의 경우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은 낯익은, 그래서 친숙한 배경이자 소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 와중 지하철 속의 개미라는 존재를 포착해내는 재치야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는 글이 밋밋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여러모로 긴장을 조절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와 구성이 필요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한편, ‘침투’의 경우에는 이렇다 할 평을 내릴만한 작품은 아닌 것 같군요. 서사는 있지만 이렇다할 특징이나 흡인력도 부족하고 결말의 임팩트도 썩 크지는 않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었든 엽편으로서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작은 발과 큰 발 by Orion
http://fangal.org/xe/38775

 

 이 작품은 이문열의 들소에 큰 빚을 진 것 같군요. 이문열의 들소는 무척 유명한 작품이지요. 주제나 이야기의 전개 방향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캐릭터 및 캐릭터 관계, 몇몇 설정에 있어 상당한 유사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뱀눈 같은 사악한 대립자 대신 이 작품은 친우인 큰 발로 대신하였습니다만, 뱀눈에게서 사악함을 걷어낸 인물 즈음이 되겠지요. (혹은 뱀눈의 건전했던 라이벌이라든가.) 또한, 푸른 잎 같은 캐릭터 및 그 캐릭터와의 관계 역시 유사한 것은 두고 생각해볼 일입니다. 주인공의 부상과 예술행위는 말할 것도 없겠고요. 작품에 너무 큰 부담을 지우신 것은 아닌가요.

 

 그러나, 야생과의 사투를 그려낸 부분은 나름 독창적이거니와, 그 과정에서 점박이 짐승들을 모두 물리치고 쓰러지는 위대한 전사, 시체를 쪼는 새, 위험한 두 짐승이 주인공을 두고 벌이는 사투는 각각이 진부한 클리셰로 읽힐 수도 있겠습니다만, 더러는 클리셰의 효과를 이해한 적절한 안배로 읽히기도 하거니와, 두 짐승의 사투에 관해서라면 적당한 은유나 상징이 활용된 측면도 있습니다. 아마 이런 덕분으로 이 작품이 나름의 독창성을 획득한 것이겠지요.

 


감옥놀이 by C문자
http://fangal.org/xe/38776

 

 섬뜩한 상상을 담은 엽편이로군요.

 

 호기심을 끌어내는 이 이야기는 분량 자체가 짧아서 그런 점도 있으나 독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다만, 다소 식상하고 진부한 이야기 및 구성 등은 글이 갖고 있는 약점으로 따져봐야 하겠지요.


 

정의의 거짓말 by 1176
http://fangal.org/xe/38777

 

 작품이 독특한 인간군상이 적절히 흡인력을 더하고 있거니와, ‘나’와 ‘해원’ 사이의 관계 기술에는 적절한 재치도 엿보입니다.

 

 다만, 가영과 같은 캐릭터는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탓에 부차적이란 느낌이 드는군요.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하긴 그렇고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한편, 가영이 전문학교를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형편이라면 그 언니인 가영에게도 집안의 어려움은 (주요한 원인은 따로 있었지만) 자살의 한 원인이 되었을 듯싶진 않습니다. 중요하지 않고 실연을 한 상태에서라면 다른 일들도 부정적으로 돌아볼 수 있으니 이야기의 논리에 큰 흠결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디테일한 부분에 조금만 더 고민을 덧댈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가족간이 불화를 설정할 수도 있었고, 혹은 가영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식으로 앞뒤를 맞춰볼 수도 있겠죠.

 

  전반적으로 살피면 일반 문학 작품의 향취가 나는 점이라든가, 작품의 안정적인 구성 등의 특징들이 엿보이는데. 혹 이 글의 저자 역시 문창과나 그 비슷한 학과에 재학 중인 분은 아니실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