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작품 감상입니다. 첫째 주, 둘째 주와 셋째 주, 넷째 주로 나눠 올리게 되었습니다.
 감상에는 일부 내용에 있어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작품에 관심이 있으신 경우에는 제시된 링크를 클릭하셔서 작품을 먼저 감상하시길 권장해드립니다.


본격 시드노벨 레이드 파티 by 말종메론
http://fangal.org/xe/38712
http://fangal.org/xe/38713

 

 서스펜서 스릴러라고 할까요. 작품은 몰입이 어렵지는 않았는데 아마 특징 있는 두 캐릭터의 긴장 관계와 적절한 미스테리의 배치가 어느 정도 긴장 완급에 도움을 주는 까닭 같습니다. 특히 이야기의 흐름상 연갈과 위래의 두 캐릭터 간 대화 분량은 많은 편인데, 두 사람의 관계와 대사, 인물 성격 등은 무척 작위적이지만 과장된 캐릭터를 통한 만화적 연출 즈음으로 생각할 수 있겠죠. 그것이 효과가 있어 재밌게 읽히는 구석도 있었습니다.

 

 다만, 뜬금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흔들리는 연갈의 여린 감성은 그 자체로 캐릭터의 특징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지나치다보니 만화적 캐릭터라 해도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고 감정 이입을 할만치 충분한 근거나 당위를 찾기가 어려웠다는 생각입니다.

 

 한편, 작품이 성급히 완성된 탓인지 승류 플롯이 실종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야 할 듯하고, 또 본래는 캐릭터의 명칭이 달랐던 것을 판갤 등에 올리느라 수정하신 듯한 부분이 보였는데 (중간에 연갈이 들어가야 할 부분에 위래가 들어간 부분이 있더군요.), 지문 기록이 전과자에 한정되어있다거나 한 것으로 보아서는 혹여 원안이 일본을 배경으로 했던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죄의 순환‘ by 안녕 강 건너
http://fangal.org/xe/38714

 

 시간축의 혼란에 관한 소재 자체는 진부한 감이 있으니 결국 그 소재를 갖고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작품의 개성과 완성도를 살려내는 관건이리라 생각합니다.

 

 ‘죄의 순환’은 과거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추첨 복권이라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상을 끌어냈고, ‘죄는 죄를 낳는다.’라는 오래된 교훈을 얘기의 제재로 삼아 얘기를 풀어냈습니다. 시간 이동의 결과로 기시감과 현상의 반복이라는 부작용은 방식과 연유는 다르지만 커트 보네거트의 ‘타임 퀘이크’ 같은 작품이 떠오르더군요.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한데, 이런 작품을 두고 작품 속 논리들이 모두 정합적인가를 살펴보자면 보다 꼼꼼한 독서가 필요하겠고, 또 작가가 이야기를 짜맞추기 위해 만든 설정의 한계 내에서 성찰할 것이 요구되겠습니다만, 여담으로

 

 ①만일 과거를 바꾸는 행위가 현재를 변화시킬 수 있고,
 ②현재의 반복된 행동이 있어야 그 변화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③과거를 변형시키는 행위를 포기하는 부작위(不作爲)도 하나의 변화 행위가 될 수 있지 않은지.
 ④그로 말미암아 과거의 변화를 무로 돌리고 수정할 수 있지 않은지.

 

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터미네이터와 같이 생존을 위해 동일한 행위를 미래에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와 달리, 변형된 상태가 일종의 오류 상태로 인식되고 있는 경우라면 부작위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지요.

 

 또 한편, 타임머신 등의 방식이 아니라도 기억 상실을 통한 방식을 통해서 역시 사건의 시간적 전후를 뒤흔드는 경우가 있고, 어떤 방식이든 근래에는 놀랍도록 치밀하고 감탄스런 반전이 담긴 작품이 많습니다. ‘죄의 순환’의 경우 주제나 소재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고 적당한 복선과 긴장, 충격적인 연출(출산의 반복)이 있기는 했으나 그보다는 특징적이라든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하나쯤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재가 낯익을수록 선행자들로 인해 보다 큰 부담이 존재할 수밖에 없겠지요.

 


‘어메이징 그레이스:흑암의 교단’과 ‘노량’ by 서광
http://fangal.org/xe/38715 (흑암의 교단)
http://fangal.org/xe/38716 (노량)

 

 선교를 위해 가야에 도착한 예수의 제자 ‘도마’라는 소재는 무척 흥미롭고 매력적인 팩션물의 소재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프롤로그만으로 판단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필요한 자료조사(이를테면, 도마, 예수 사후 기독교의 역사, 당시 유대인들의 생활방식과 사상, 가야에 대한 자료들...)를 충분히 하여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재미있고 능청스러운 얘기를 꾸며내실 수 있다면 좋겠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구상하고 계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면이 있습니다.

 

 한편, ‘노량’은 앞서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기독교를 소재로 하여 과거의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 뚜렷한 완결성을 찾을 수 없는 한계 등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주 관심사가 기독교 신앙이 되셨는가요. 이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어쨌든 완결되지 않은 작품에 달리 평을 할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첨언하자면 중간에 명나라군에 편제된 포르투갈 출신 용병들이 나오는데 백인으로 묘사를 하셨더군요. 이 부분은 고증에 실수가 있으셨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선박의 바닥에 구멍을 뚫는 특수임무를 수행한 포르투갈 출신의 용병들은 백인이 아닌 흑인들로 얼굴이 검은 것이 특징이고 기록에도 그렇게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번 확인해보세요.

 


‘무릎 위에’ by 예니체리
http://fangal.org/xe/38717

 

 전체적으로 재밌는 글입니다. 중요하지도 않은 캐릭터들을 설명하는데 지나치게 분량을 할애하셨습니다만, 무슨 장편이나 연작물 즈음을 기획하셨을까요. 전반적으로 불성실한 인재들이 많이 몰려있는 듯 보이는 독서부의 인물군상을 살피는 건 꼭 귀찮다거나 하진 않고 외려 재밌는 구석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특정한 표현이나 비판을 보노라면 글쓴이의 짓궂은 장난 같기도 하거니와, 무척 안정된 문장을 바탕으로 썩 유쾌한 분위기를 그려가는 것을 읽노라니 읽기에 편하고 또 즐겁기도 하군요.

 

 작중 하루키의 작품처럼 끈적끈적(?)한 성애(?) 묘사와 적당한 음란함을 유머러스하게, 그러면서도 현실감의 간격을 놓지 않는 감각이 나쁘지 않았는데요. 작품을 읽고나니 ‘무릎 위에’라는 제목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Hero' by 패럴라이즈
http://fangal.org/xe/38718

 짧은 글이기는 하나 ‘칼빵’에 대한 과거를 적절히 구성하여 작품의 유머와 완성도를 높이는 문학적 감각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영웅 망상증에 대한 일견 유쾌해 뵈는 접근을 통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사실은 불유쾌해야 할 인물의 과거를 익살스럽게 받아들이는 시도가 가능했는데요. 따져보면 이 글은 결국 유머를 능숙하게 다뤄내고 있는 셈입니다. 넓게는 인물의 과거를 다루는 방식이 그렇고, 좁게는 능청스러운 서술들 - 이를테면, 비명 소리를 환호로 착각하려는 작중 화자의 유쾌한 망상 -이 그렇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현재 부분에서 제시되는 상황 자체가 워낙에 극단적이다 보니 과거부분에서 삶에 담긴 유머를 다뤄내는 방식과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져 아쉽군요.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겠지만 좀 더 현실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망상증을 풀어내는 방법도 있었을 거예요. 물론, 이 작품의 경우야 과거 플롯보다는 현재 플롯이 먼저 구상되었을 법도 하지만요.


 

‘B급 좀비소설’ by Orion
http://fangal.org/xe/38719

 

 음, 전체적으로 굳입니다.

 

 일전에 읽으며 어법과 오타 등에 대해 퇴고를 주문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 후에 한번 수정을 하신 듯 딱히 눈에 걸리는 부분이 없군요. (아니면 전에 읽은 거라 제가 대충 읽어서 그랬든지요.)

 

 B급 고어영화의 팬이 틀림없을 주인공의 폭력에 대한 무감각, 그리고 27세의 취업준비생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이 작품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만드는 훌륭한 밑바탕이 되어줬네요.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연희와의 정사에 관한 부분입니다. 소설의 내용이나 전개의 방식이 꼭 도덕적이어야 하느냐면 저로서는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만, 그래도 혹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걸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면 그 과정에 강압성이 있었고, 그런 식으로 이뤄진 성관계에 대해 결과가 좋으면 괜찮다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며 소요 제기를 할 수도 있겠죠. 작품의 상황과 내용의 맥락에 따른 해석과 이해는 차치하고라도 제시된 모든 상황들이 작가의 가치 판단과 동일한 것은 아닐 진데도 말입니다.

 

 어쨌든, 장르문학의 한 소비자로서, 큰 사고와 성찰의 부담 없이 즐길법한, ‘B급’이라는 수식답게 맛깔스런 불량식품 사탕을 우적하고 깨물어 먹은 느낌입니다.

 

 올려주신 작품 재밌게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