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참치 살인초밥

 

 대체 어쩌다?

 그런 생각이 안 든 것만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 물러설 곳이 없었어.

 우라질.

 욕을 내뱉으면서 내 앞에 놓인 <특상! 천상참치 살인초밥> 접시를 물끄러미 쳐다봤지. 참으로 곧이 곧 대로인 이름 아니냐? 천상참치를 잡아다가 사람을 죽일만한 초밥을 만들었습니다. 특상입니다, 특상이라고요! 라고 외치는 듯한 그런 작명 솜씨 아니냐고.

 그리고 물론 그 빌어먹을 놈의 초밥은 대략 두 문장을 그 뒤에 덧붙이겠지.

 저는 무지하게 맛있고 위험합니다.

 당신이 죽을 정도로.

 

 <이혼, 해고 기념 잔치>가 시작이었어. 너도 왔던 그 잔치가 맞아. 성대한 잔치였지. 우주 유람선 한 구역을 통째로 빌렸으니까. 오랜만에 대학교 동창들도 부르고 친인척들도 모조리 끌어 모아서,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모인 잔치였어. 흥겨웠지. 너도 기억할 거야. 그건 정말 꽤나 멋진 잔치였어. 동창회 겸 망년회 겸 명절 겸 신년회 겸 그 외 잡다한 모임을 그 날 하루 만에 다 치룰 수 있었거든.

 그런데 그렇게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잔치 뒷정리하는 걸 지켜보는데, 문득 이상한 거야. 아무래도 찝찝한 기분인 거지. 너도 그런 거 알지? 뭐 흔히들 뭐 싸고 뒤 안 닦은 기분이라고 하는 그런 거 있잖아. 그래서 나는 잔치가 끝나고 감행하려던 계획을 잠시 연장시켰어. 사실 그때 난 자살할 생각이었거든.

 응? 왜, 놀랐어? 놀랄 것 없어. 내가 원래 성격이 좀 그렇잖아.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면서 속으로는 엄청 그런 거. 난 이혼 당하고 나서 해고까지 당하자 살 희망을 잃었던 거야. 한심하다고? 넌 모르겠지. 재혼도 5번이나 하고 돈도 많고 직업도 안정적인 부르주아 자식아. 난 달랐어. 너랑은 달랐다고.

 아무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살을 연장시킨 건 내가 왜 찝찝했는지 이유를 알아냈기 때문이었어. 마침 대학교 동창 중 하나가 지구로 돌아가는 세 번째 순항선에 오르며 이렇게 작별인사를 했거든. 야, 그러고 보니 진아는 안 왔냐? 요새 통 보지를 못했네.

 아, 진아!

 나는 그제야 깨달았어. 진아를 까먹고 있었다니. 진아를 잊고 있었다니. 내가 진아를 부르지 않았다니!

 나는 세 번째 순항선의 꽁무니가 네 번째 순항선의 앞머리로 변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그러고 서있었어. 궁상맞게도.

 

 언제 만나자고 약속을 한 건 아니었지. 사실 헤어 진지 10년은 지난 마당에 따로 동창회라도 열만큼 편한 사이도 아니었고…….

 그게 말하자면 이런 거야.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 녀석과는 만날 일이 없겠지. 그러다 죽기 직전 떠올리는 얼굴 사이에 어쩌면 진아가 있겠지. 만약 없다고 해도 죽기 전까지 몇 번은 더 떠오르겠지. 대략 그런 정도의 친분이 있는 사이였어. 그러니까 학창 시절, 젊은 시절의 친구였지. 몇 번인가 술에 진탕 취해서 집에 데려다주다가, 입도 몇 번 맞춰보고 그러다 끝까지 가버린 적도 있긴 한데, 그때는 한창 때잖아. 이제는 잊었지, 아무렴, 나도 가정이 있었고 걔도 가정이 있었고 아무리 연인이라지만 그건 철없을 시절 얘기였고 이제는 서로 잊어도 될 만하다 싶었지.

 그런데 이렇게 잘난 척 얘기를 하면서도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어. 나는 초조하게 진아를 기다리며 돌아가는 접시들을 물끄러미 바라봤어. 초밥들이 나를 조롱하는 것 같았지. 돈도 없는 놈이 이런 곳엔 왜 왔니? 진아에게 얻어먹으려고? 그렇지. 5만원 가지고는 아무래도 두 사람 먹기엔 부족한 감이 있지. 난 그때 돈을 다 잔치에 쏟아서 빈털터리 신세였거든.

 회전초밥 집에 앉아 씁쓸하게 텅 빈 지갑을 보는 그 심정을 네가 알까? 넌 모르겠지. 모르고말고. 머리 빈 화이트칼라 놈이 그런 심정을 어떻게 알겠어, 이런 부르주아 자식아. 야야 잠깐, 너무 그러지 말아라. 나라고 머릿속이 아직도 레드칼라인 건 아니니까. 아마 너만 해도 내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거다. 졸지에 해고당하고 이혼까지 당해서 완전 무일푼 신세로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으니까. 누군들 안 그렇겠어? 이제 남은 인연들도 다 만나서 청산했겠다, 나름대로 마음에는 마침표가 찍혀있었지.

 지금이라도 죽을까 싶었어. 진아를 만나러가면서도 저 건물은 죽기 딱 좋은 높이군, 하는 생각도 두 번이나 했어. 뛰어내리면 이 지긋지긋한 삶도 청산이다, 뭐 그런 정신 나간 생각을 했지. 아니야. 이젠 괜찮아. 내가 진짜 그랬다면 어떻게 이런 얘기를 너랑 하고 있겠냐. 이런 돌팔이 놈아. 여하튼 자살하기 전에 생각을 해봤지. 진아에겐 지구에 내려오기 전까지도 연락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어. 그냥 이대로 죽을까, 하는 생각에 옥상에 올라가기까지 했단 말이지. 근데 말이야. 지갑에 5만원이 들어있었는데, 이걸 남기고 가는 건 너무 억울한 거야. 그러고 보니 넌 자살한 사람들 물품이 어떻게 되는지 아냐? 아마 이건 모를 거다. 요즘은 말이지, 세상이 변했어요. 예전처럼 낭만 있는 세상이 아니라고. 예전 같으면 정중하게 시체와 같이 불태워서 지구 밖으로 날려 보냈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요즘 지구정부 꼴이 말이 아니잖냐. 이놈들이 이젠 유품이건 분실물이건 가리지를 않거든요. 모노트램 정류장 분실물 센터에서 물건을 보관하는 주기가 엄청 짧아진 건 알지? 그게 다 관리비 아깝다면서 자기들이 낼름 그것들 다 가져가서 그래. 자살자나 죽은 사람 유품이나 세관에 걸린 외계인들 물품까지 다 가져가잖아. 그게 다 그런 이유라니까.

 못 믿겠다고? 하기야 너는 세관에 걸려도 뇌물 써서 어떻게든 무마시킬 부르주아니까. 야야 화내지 말라니까. 나는 요즘은 집 가진 사람만 봐도 부러워서 속이 쓰린 다고. 하여튼 내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진아에게 연락한 건 그런 이유였어. 그리고 약속장소를 회전초밥 집으로 잡은 건…그 뭐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잖아. 마지막으로 좋아하던 회전초밥이나 먹자 싶었던 거지. 진아가 좋아하는지 어쩐지는 잘 몰랐지만.

 그래 얘기가 좀 빙빙 돌았네. 이제 슬슬 본론이니 기다려봐.

 

 내가 막 초밥을 세 개째 먹었을 때였어. 먹다보니 정말 맛있어져서 '평생 이것만 먹고 살 수 있다면 죽지도 않을 텐데' 하고 소박한 소원을 빌고 있던 중이었지. 5만원이면 거기서 혼자 배 채우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 음, 난 이때 이미 더치페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거야. 어쨌든 대충 가격 따져가면서 먹고 있었는데, 실은 가격 좀 넘으면 뭐 어떠냐 배 째라고 하지, 그런 대책 없는 마음이 더 강했어. 그런데 세 번째 초밥 접시를 두 접시 위에 올려놓던 그 순간, 진아가 나타난 거야.

 멀리서 봤지만 문을 쑥 밀고 들어오는 사람이 걔인 줄은 알았어. 내가 마침 문에서 약간 비스듬한 자리에 있었거든. 약간 짓궂은 일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점에서 오른쪽으로.

 진아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더라니까. 잘못 본 게 아닐까 해서 초밥으로 눈을 비비기까지 했어. 그러다가 아까운 초밥 하나 날려먹었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고.

 쑥스러워져서 몸을 약간 숙이고 자세히 봤는데 이건 틀림없이 진아인 거야. 하긴 진아 말고 누가 오겠어. 그 시간, 그 장소에, 그런 사람이.

 난 심장마비에 걸리는 줄 알았다니까. 어깨까지 내려온 단정한 머리에 약간 큰 키, 언제나 조금 찌푸리고 다니던 한쪽 눈까지 젊을 적과 똑같았어. 세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더니 그게 정말이더라니까. 내가 항상 눈 좀 그만 찌푸리라고 말했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더라고. 오른쪽 눈이 안 좋은 것도 아닌데 어쩌다 그런 버릇이 생긴 건지, 거참.

 어쨌든 그렇게, 이건 또 특유의 발걸음걸이로 또박또박 걸어왔어. 아니지. 사실 걸어온 건 아니지. 나랑은 거의 반대편에 앉았으니까. 그냥 나에게 다가오는 걸로 보일만큼 내가 진아를 크게 인식했다는 소리로 알아들었으면 해.

 그렇게 반대편에 가앉은 진아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봤어.

 그때 난 어울리지 않게도 감상에 빠져있던 것 같아. 너 같으면 안 그러겠어? 자살하려는 사람들 중 감상에 안 빠질 사람이 어디 있겠어? 수면제를 입안에 털어 넣으면서, 피 흐르는 손목을 따뜻한 물속에 담그면서, 총을 입안에 넣고 방아쇠를 당기면서 속으로 눈물 안 흘릴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그러다가 눈 딱 감고 외치는 거지. 난 죽을 거야! 그리고 끝.

 나도 초밥을 한 접시 더 꾸역꾸역 삼키면서 속으로 울고 있었어. 겉으로까지 울면 주변사람들이 초밥으로 뭔 짓을 했길래 우냐, 와사비라도 눈에 들어갔냐, 그런 타박을 줄까봐 울지 못했어. 실은 그런 게 아닌데, 자살하기 전에 옛 연인을 만나서 궁상맞은 기분이 됐을 뿐인데, 그렇게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고등어 초밥을 다 먹고 빈 접시들 위에 접시 하나를 더 얹으면서 생각했지. 아무래도 이제 못 참겠어. 가서 말이라도 걸어봐야지. 내가 불러놓고 이게 무슨 실례냐.

 그런데 너 이거 아냐? 사실 회전초밥 집에서는 비싼 초밥일수록 먹으면 안 돼. 큰 맘 먹고 집어든 거에 비해 맛이 별로거든. 그건 주방장 솜씨 때문도 아니고 기대심리가 너무 커서 그런 것도 아니야. 사람들이 겁먹고 집어 들질 않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서 15000원짜리 미시어 초밥을 생각해봐. 미시어가 잡기 쉬운 물고기는 아니잖아? 크기는 또 얼마나 작은데,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간신히 보이잖아. 미시어 초밥은 그 작은 녀석들을 뭉쳐서 일반 초밥 위에 있는 다른 물고기들 정도의 크기로 만든 초밥이야. 그러니 비쌀 수밖에. 그 정도 가격은 납득이 가는 편이지. 그나마 요즘은 원세어선 기술이 발전되어서 좀 싸진 편이잖아.

 그런데 거시어 초밥은 얼마나 하는 줄 알아? 이게 말이지, 40000원이에요. 두 배 이상이라고.

 미시어가 잡기 힘들다지만 과연 거시어만 할까? 말이 잡는 거지, 거시어는 잡는 게 아니라 그 일부라도 얻길 바라며 잡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잖아. 가까이 붙어서 그 살점 떨어져 나오길 기다리며 죽음의 레이스를 벌이는 거지. 소문을 듣자하니 원세어선이 아니라 경주용 우주선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지? 아마 거시어 잡으면 태양계 연합의 모든 사람들이 10년은 먹고도 남을 식량이 생길 걸. 그런데 이 녀석이 맛있기는 또 얼마나 맛있냐구. 그 맛은 안 먹어본 사람은 모르지. 촉촉하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고……. 그러고 보니 넌 많이 먹어봤겠지? 망할 돌팔이 의사 놈.

 알았어, 미안. 이제 너 놀려먹기도 지친다. 너도 한때는 열렬한 운동가였는데 말이다. 나도 그렇고, 진아도 그랬고, 사실 그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지. 그런데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나는 모르겠어. 너는 네가 이렇게 되리라고 상상해본 적이 있어? 머리에는 머리끈을 질끈 감고서 목이 터져라 구호(지구정부 물러가라!)를 외치는 동안, 부당한 진압에 맞서서 스크럼을 짜고 버티는 그 순간에, 네가 미래에는 잘 나가는 의사가 되리라 누가 상상했겠어.

 다 지난 일이지.

 나는 그런 지나간 일을 앉은 자리에서 수 십 번은 반추했던 것 같아. 특별주문용 메뉴로 넘기기엔 너무 싸고, 그렇다고 돌아가는 접시를 냉큼 잡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애매하기 짝이 없는 거시어 초밥이 두 바퀴를 도는 사이에 말이야.

 나는 마침내 거시어 초밥이 누군가에게 붙들리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진아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그 고운 어깨에 손을 얹었어.

 진아야, 하고 말했지.

 진아는 내가 손을 얹자마자 내 얼굴을 올려다봤어. 그래서 내가 진아야, 하고 말한 건 어색하기 짝이 없게도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였어.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조금 타이밍이 어긋나게 말했고, 그러자 더 어색해졌지. 나는 이게 아닌데 싶어서 머리를 벅벅 긁었어. 왜 너도 잘 알잖아. 내가 머리 긁는 버릇 있는 거.

 진아가 웃었어. 눈주름은 더 깊어졌지만 학창 시절과 똑같이 보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웃음이었어. 여전히 눈 한쪽은 조금 더 깊게 찡긋하고 있었지. 너는 아직도 그 버릇 못 고쳤구나. 내가 말한 게 아니야. 진아가 말한 거야.

 그 말에 내가 머쓱하게 손을 내리자 옆에 있던 종업원이 잽싸게 다가왔어. 자리 옮겨 드릴까요? 회전초밥 집에서 무슨 자리를 옮기냐, 스스로 생각해도 웃겼지만 나는 말없이 진아 옆에 앉았어. 아마 종업원이 무지하게 따분했던 모양이지. 후다닥 뛰어가서 빈 접시 무더기를 들고 와 내 자리에 놓더라. 보니까 실실 웃으면서 다른 곳으로 가던데, 눈은 계속 이쪽을 힐끔힐끔 보더라고.

 어디 구경났냐 짜샤! 죽는 마당에 뭘 못하겠어. 순간 짜증이 확 밀려오데. 진짜 그런 말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는데, 진아 웃는 걸 보니 짜증이 사르르 사라졌어.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가 스르르 녹아 내렸달까. 웃지 마. 내가 원래 문학적 재능은 없는 놈이잖냐. 비유가 조악해도 대강 알아들어.

 하여튼 그렇게 자리에 앉아서 초밥 몇 점 더 넘겼지. 진아도 배가 고팠는지 아주 바쁘게 먹더라고. 서로 먹을 게 있으니까 대화는 그리 어렵지 않았어. 대충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10년 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안부는 어떤지 하는 당연한 이야기들을 나눴지.

 진아의 요즘 어떻게 지내? 라는 말에 뭐 그럭저럭 이라고 대답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걸 거야. 아무리 슬프고 힘들더라도 10년 만에 만난 옛 연인에게 나 이제 죽으려고, 같은 소리를 할 순 없는 거잖아. 너무 처량하고 한심한 놈이잖아, 그런 건. 나에게나 진아에게나 득이 될 것 없는 소리고, 결정적으로 그날 날씨가 너무 좋았어. 초밥도 너무 맛있었고. 그래서 그런 말은 꺼내지도 못했어. 나 너무 힘들다, 나 요새 죽을 것 같아. 그 대신, 뭐 그럭저럭, 이라고.

 그런데 그거 아냐? 진아가 학창 시절 운동권에서 이름을 날렸던 건 걔가 특출나게 똑똑하다거나 뛰어난 논설가였기 때문이 아니었어. 하다못해 여성 운동가가 흔히 그러는 것처럼 외모가 뛰어났기 때문도 아니었지. 진아는 심지어 열정조차 별로 없었어. 언제나 초탈한 사람마냥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고 모든 걸 바라보기만 했지. 바로 그 부분이 멋있었던 거야. 가만히 방관한다는 게 아니라 그저 찡그린 얼굴로 모두를 본다는 것. 우리처럼 진흙탕에서 뒹구는 건 아니지만 단지 진아가 그런 얼굴로 우리와 정부를 싸잡아 바라본다는 게 멋있었던 거야. 당시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쿨하고도 시크했다고나 할까. 나는 왠지 모르게 진아가 뒤에서 혀라도 쯧, 한 번 차는 듯 나를 바라보는 게 좋았어. 그 비틀어진 시선이 내 올곧은 마음보다도 더 힘이 되었지. 그건 또 왜 그랬던 걸까?

 쯧, 하고 혀 차는 소리에 나는 진아를 보았어.

 대체 뭔 생각을 하길래 10년 만에 만난 친구를 놓고 다른 데를 보는 거야?

 나는 이때 친구라는 소리에 의외로 큰 충격을 받았어. 10년이나 지났는데 새삼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갔어. 어쩌면 죽기 직전의 감성이 그렇게 만든 건지도 모르지. 나는 결국 또 말끝을 흐렸어. 아니 그냥…….

 너 아까부터 너무하는 거 아니냐? 대답이라고는 비실비실 말끝을 흐릴 뿐이고, 도무지 진심을 보이질 않네.

 미안, 미안.

 나는 힘없이 대답하고서 녹차를 들이켰지. 그것 말곤 할 일이 없었어. 어느새 5만원 하고도 조금 넘게 먹어버린 거야. 난 이제 내 지갑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껍데기에 불과했어. 진아는 나를 흘긋 보더니 연어알 초밥을 우걱우걱 씹으며 말했어.

 어휴. 어떻게 나 같은 싱글여자를 놔두고는 다른 데를 보는 걸까. 이해가 안 되네 정말.

 에? 나는 놀랐어. 너 솔로였어?

 아, 그래. 나 이혼했어. 소식 못 들었니?

 이혼?

 그러고 보니 넌 유부남이었지? 이런, 그래서 그런 건가. 아아~ 나도 빨리 다른 남자나 하나 낚아야 할 텐데. 요즘 밤마다 뻐근해서 못 살겠다니까.

 진아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나는 당황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어. 바보 같게도 했던 말을 계속 반복만 했지.

 이혼이라니? 언제 했는데?

 그야 뭐, 얼마 전에.

 그녀는 두루뭉술하게 대답하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놓았어.

 애는 그 놈이 데려갔어, 그 놈도 나쁜 놈은 아니니 알아서 잘 키우겠지,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엔 회사에서도 잘렸지 참. 지금은 새 직장 구했는데, 거기가 예전 일하던 데보다 낫더라고. 야 그나저나 이거 맛있네. 내가 초밥을 좋아하잖아. 너도 알지? 아니 그때는 우리 둘 다 돈이 없어서 초밥은 먹은 적이 없었던가? 그럼 어떻게 알고 여기로 부른 거야? 너도 이거 좋아해? 뭐해, 더 먹어.

 나는 할 말을 잃었어. 나 자신을 그녀의 이야기에 겹쳐봤던 걸까? 같잖게도 말이지. 진아의 이야기는 나와는 한참 달랐는데 말이야.

 그래, 나도 내 얘기했으니까 너도 네 얘기 좀 해봐라 야. 요즘 어떤데 그래? 왜 그렇게 울상인데?

 아니 그, 별일은 아닌데.

 별일은 아닌데, 그 말이 거짓이라는 건 나도 그녀도 그 말이 나오자마자 깨달았어. 그녀의 눈을 보며 나는 별 수 없이 내 얘기를 털어놓았지. 이런저런 얘기들. 이를테면 나도 이혼을 했다거나 막 회사에서 잘렸다거나, 그것 때문에 우주 유람선 한 구역을 통째로 빌려서 성대한 잔치를 열었는데, 넌 까먹고 부르질 못해 미안해. 게다가 난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고 초밥을 5만원 조금 넘게 먹어버려서, 그런데 지갑에는 돈이 5만원 밖에 없고,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너를 만나서 조금 편안하다고.

 나는 마지막 말은 끝내 꺼내지 못했어.

 

 그녀는 내 말을 다 듣고 배시시 웃었어. 세상 모든 걸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웃음이었지. 그렇지만 나는 그녀가 내 말을 웃음거리로 삼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건 말하자면 그런 거니까. 나는 그녀의 마음을 10년 전 그때처럼 훤히 알았고, 그녀도 나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고, 그래서 우리 둘 사이엔 어떠한 오해도 없고, 그저 서로에게 웃어 보인다는 것.

 나는 후회가 됐어.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가 헤어진 건 내가 원해서도 아니고 그녀가 원해서도 아니었어. 우리 둘은 영원히 함께하리라, 그런 보장이나 목표는 딱히 없었어도 우리 둘은 자연스레 그리 될 것처럼 살았어.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딱 그 젊음과 열정이 사회에 부딪치기 전까지는.

 사회의 벽은 높고 단단했어. 대학생일 적엔 그토록 증오스러웠던 기존 세계였지만, 내가 막상 그 세계로 들어가 보니 이건 혼자 힘으론 깰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던 거야.

 주변 친구들, 자칭 운동가였던 너 같은 녀석들이 다 벽에 난 개구멍을 따라 허리를 굽혔지만 난 마지막까지도 쉽사리 굽힐 수가 없었어. 그랬어. 그게 내가 회사도 결혼도 너희들보다 늦은 이유야. 나는 그녀보다도 늦어버렸지. 열등감이나 배신감, 혐오감까지 복잡하게 섞인 기분이었을 거야. 이제는 흐릿해진 감정들이라 기억까지 흐릿해져버렸어.

 나는 불안했어. 그녀의 웃음과 찡그린 한쪽 눈을 보면서도 저절로 울분을 터트렸어. 한참을 그러다보니 우리 둘 사이에도 오해가 겹치고 싸움이 일어났지.

 이별 선언을 한 건 나였어. 겉으로는 그녀를 위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어. 그건 그저 나 자신에게 마침표 하나를 찍어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거야. 이제는 말할 수 있어. 난 참 비겁하고 이기적인 놈이었다고.

 어찌 보면 상황이 그렇게 만든 거야. 이제 와서는 변명일 뿐이지만. 그래, 그건 변명에 불과해. 어째서 나는 믿지 못한 걸까? 그녀처럼 비뚤은 시선으로나마 세상을 볼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난 그저 도망치기만 한 거야. 그래서 그런 거야. 세상이, 아내가, 회사가 날 버리기 전부터 난 그들을 내심 버려두고 있었던 거야.

 진아는 그렇지 않았어. 신념을 굽히고 기어들어갔더니 막상 그들이 그녀를 내버리더라도, 그녀는 다시 한 번 그들과 더불어 살아보려 하고 있었어. 눈 한쪽을 살짝 찌푸리고서 다시 한 번.

 내 올곧은 신념은 몇 번을 부딪쳐도 다시 일어날 만큼 강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아예 현실에 순응할 만큼 유연하지도 않았지. 거시어 초밥마냥 애매한 내 마음.

 왜 그래? 그녀가 걱정스레 물었어.

 나는 고개를 숙였어. 고개를 들 수 없었어.

 

 나는 화가 났어. 너무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 왜 그랬는지 몰라. 그걸 알 수가 없었어. 어쩌면 나 자신에게 화를 낸 건지도 몰라.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하고 가엾어서 화를 냈는지도. 어쩌면 진아에게 질투를 했는지도 몰라. 진아와 비교되는 게 참 비참하다 싶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대학생 시절, 그 젊은 시절의 얘기를 나누다, 그 한창 시절의 연인과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마침내 꼭지가 돌아버렸는지도 몰라. 이유 없이 세상 모든 것이 밉던, 모든 것에 화가 나던 그때로 회귀한 건지도 몰라.

 어쩌면 단순히, 나는 <특상! 천상참치 살인초밥> - <초밥을 드시고 살아남으시면 전액 무료! & 평생 무료 이용권까지! *주의: 실패하면 목숨을 잃으실 수 있으며 죽기 전에 먼저 어마어마한 액수의 값을 치르시고 죽어야합니다.> 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저질러버린 건지도 몰라.

 그런지도 모르지. 아무튼 주의 문구는 읽기 힘들만큼 작았으니까.

 나는 아직까지도 나를 힐끗거리던 종업원을 불러 외쳤어.

 여기 특상 천상참치 살인초밥 하나!

 종업원이 엄청 당황하더라고. 그럴 만도 하지. 저건 그냥 사람들 끌어 모으려는 자극적 광고 문구였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생각되던 오래된 팻말이었으니까. 설마 자청해서 죽으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종업원이 아, 손님, 죄송하지만, 운운하며 말을 꺼내길래 나는 오히려 더 방방 날뛰었어. 뭐야 여기? 저 광고 문구가 사기라는 거야? 고객을 우롱하는 거냐? 변호사 불러다가 고소하겠어! 소비자 센터에 고발하겠어! 언론에 신고하겠어! 주인장 나오라고 해!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걸 느꼈어. 종업원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꼴이 통쾌했어. 뱃속에 쌓인 울분이, 응어리가 서서히 풀려나갔어. 그러나 진아가 항상 하던 버릇을 그만두고 두 눈을 다 땡그랗게 하는 걸 보니, 어딘지 허무하고 씁쓰름한 느낌이 들었어. 나는 문득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돌아보았어. 마침내 입을 다물고 번쩍 치켜든 손을 내리려던 때였어.

 나도 참, 거기서 그만두려하다니 염치도 없지. 그도 그렇잖아. 주인장까지 바로 눈앞에서 불러내놓고 말이야. 주방장은 이 초밥집의 주인장이었어. 그는 오랜만에 보는 특별 주문에 신이 났는지 무척이나 빠르게 초밥을 만들어냈어. 그 유명한 살인초밥을.

 그가 내 앞에 접시를 내려놓자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급속하게 식어갔어. 온 식당이 나를 주목했어. 심지어는 거시어 초밥 접시조차 자못 흥미롭다는 듯 바로 내 옆을 유유히 헤엄쳐 갔어.

 이제 이야기의 첫 부분으로 돌아가.

 

 주방장이 말했어. 가격은 목숨과 함께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입니다, 손님. 그는 호탕하게 웃었어. 우하하! 이 말을 하는 것도 오랜만이로구나! 내 이런 젊은이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르네!

 나는 그 시대를 착오해도 적어도 22세기 정도는 뛰어넘어, 중국의 삼국시대에서 잘못 전해진 듯한 웃음소리에 그만 압도당해버렸어.

 아니 이게 무슨 봉변이야. 내가 이런 걸 언제 시켰냐! 나는 모르는 일이다!

 외치려던 걸 꾹 눌러 담고 접시를 뚫어져라 노려봤지. 검은빛 접시 위에 놓인 초밥은 절묘한 색채로 접시와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어. 살짝 노란빛을 띄는 분홍색 물고기였지. 하얀 밥 위에 천상참치, 거기에 검은 접시가 나를 시각적으로 농락하고 있었어. 어쩐지 그 너머로 유명한 미술 작품들이 겹쳐보여서 나는 연거푸 눈을 문질렀어. 그러자 공감각자도 아닌데 귀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어쩐지 많이 들어본,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이었지.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뒷걸음질 치려는데, 서서히 그 초밥의 냄새가,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초밥의 냄새가 코에 다가왔어. 톡 쏘면서도 달달한, 자극적이면서도 편안한, 감미롭고도 신선한 향기였지. 내 평생 갖은 꽃과 향수를 봐왔지만 거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어.

 솔직히 제정신이 아니었지. 마약이라도 한 것 같았어. 눈을 뜨니까 진아는 나를 놀라서 쳐다보고 있지, 주방장도 호탕하게 웃어대고 있지, 그 바람에 온 식당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고(아니 이건 처음에 내가 방방 뛸 때부터 그랬지만)있지, 정말 죽을 맛이었다니까.

 그래, 죽을 맛. 그쯤 되니 오기가 생기더라고. 나는 비록 무일푼에 돈이라고는 땡전 한 푼도 없지만, 쌰앙! 그래도 그 뭐냐, 난 몸뚱이 하나만큼은 튼튼하지 않으냐. 이 자본주의 돼지새끼들아! 내가 파산하는 걸 보고 싶냐? 나는 벌써 파산했단다, 후히히히! 초밥 같은 건 다 더러운 돈이야! 돈에 불과하다고!

 실제로 주인장을 따라 웃진 않았어. 아예 돌아버린 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진짜 거의 돌았던 건지 어쨌던 건지 저 비슷한 대사를 외치고 나서 그 새끼 손가락만한 초밥을 손으로 집어 들었어. 깜짝 놀랐지. 왜 그런지 알겠어? 이게 초밥 주제에 손으로 집는 촉감이 너무 좋은 거야. 진아의 가슴을 처음 만지던, 그 비 내리던 날의 감촉이 떠오를 지경이었어. 간장에 찍는 순간, 초밥이 날 유혹하듯 에로틱해보였다면 넌 웃겠지? 그래 넌 인텔리한 놈이니까. 나도 지금 생각해보면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때 나는 떨리는 손길로 초밥을 꼴까닥 삼켰어.

 

 꼴

 까

 닥

 

 죽었다 살아나는 기분이었어. 이게 왜 천상연어 살인초밥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지. 알도 살도 아닌 것이 톡톡 터져나가며 혀의 미뢰 하나하나를, 아니 온몸의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간질였어. 옛날 고리짝 만화에서는 입안에서 바다가 넘실거린다는 등등 회 한 점 먹고 나서 과장된 수식어를 덕지덕지 갖다 붙였지만, 그런 음식이 바다였다면 난 우주를 느낀 셈이지.

 입안에서 대폭발이 일어나고 나는 까마득히 아래로 가라앉았어.

 확장된 우주는 곧 대수축을 일으켰고 나는 한없이 위로만 솟아올랐어.

 빛, 어둠, 은하, 우주, 별, 신성, 폭발, 죽음, 탄생, 그리고 지구.

 나는 우주가 생겨나는 모습, 지구가 생겨나는 모습을 보았고, 시간의 흐름이 점차 격렬해지며 내 정신이 온통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다고 느꼈어. 그만큼 격렬한 충격이었다는 거야. 영겁의 역사가 찰나에 압축되어 표현되었어. 빅뱅에서 빅크래쉬까지 무수한 문명의 태어남과 종말, 무수한 생명체의 탄생과 멸종, 무수한 은하계의 생성과 최후를 보았어. 그러다 웜홀을 통과하여 화이트홀로 쑥 튀어나오자 그제야 시공간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어. 말하자면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의 진화 과정을 그 작은 초밥을 통해 맛봤다고나 할까. 찰나에서 영겁까지 모든 시간을 거쳐 돌아오니 보이는 건 지금, 바로 현재였어. 이제는 참 작아 보이는 그런 지구 위에, 이제는 참 거대해 보이는 초밥 집으로 총총히 돌아와 나는 나와 사람들을 둘러 보고나서 마지막으로 진아를 보았어.

 그 어떤 항성보다도, 심지어는 빅뱅시 생긴 최초의 빛보다도 빛나는 그녀를 보고 나는 결심했어.

 

 꼴까닥, 목으로 넘어간 초밥이 8초 만에 식도를 지나 위속으로 가라앉았어.

 나는 정신을 차렸지.

 내 몸을 살펴보며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어.

 사람들의 함성(저 사람 살았어!)과 그럴 줄 알았다는 주방장의 웃음소리를 멀리 흘려보내며 나는 진아의 손을 덥석 잡았어. 온몸에 전기가 흘렀어.

 진아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환하게 웃어보였어. 좋은 웃음이었어. 눈가의 주름이 10년 치 더 깊어졌다는 것만 빼면 헤어지기 전 나에게 보였던 웃음과 똑같은 웃음이었지. 한쪽 눈을 더 깊게 찡그린 얼핏 씁쓸해 보이는 표정까지도.

 그렇지만 그런 건 별 문제가 아니었어. 10년이라고? 20년이나 30년이라도 상관없었어. 나는 크고 작은 모든 시간들을 거쳐 왔고 미시어와 같은 공간에서 거시어와 같이 뛰놀았으니까. 무슨 소릴 하는 거냐고? 같잖게 깨달음이라도 얻은 거냐고? 그런 게 아냐, 돌팔이 선생. 초밥을 먹고 해탈을 한다니, 나는 그런 큰 그릇이 아니니까.

 다만 아주 작지만 소중한 그런 사실을 새삼 깨우친 것뿐이었지.

 나는 진아를 마주보며 웃어보였어. 약간 어색하게.

 

*

 그래서 내가 널 왜 찾아왔냐고? 아니 설마 이런 실없는 이야기나 하자고 부른 건 아니고, 그러니까 말이지, 돈이나 좀 빌려달라고 하게. 왜? 너 돈 많잖아. 야야 내가 너 어려울 때 도와준 거 아직 잊지 않았지? 내가 널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섭하게 이럼 안 되지.

 나 좀 도와줘라.

 나 이제 다시 살아 볼라니까.

 

 그러고 보니 잊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블랙홀로 들어가 화이트홀을 나와야하는 걸까? 새 가정을 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다시 한 번 살인초밥을 먹어야하나?

 돈 빌리는 김에 네 경험도 들어보자. 넌 유경험자잖아 의사 선생.

 

<부제: 자존심은 지갑을 죽인다 - 끝>

 

=

 

도중에 눈치 채신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요. 짐작하셨다시피 배명훈 님의 단편 <혁명이 끝났다고?>에서 소재를 따온 오마쥬…가 되려다가 패러디…도 아닌 표절작이 된 비운의 작품 '자존심은 지갑을 죽인다'입니다. 부제라면서 억지로 끼워 넣었지만 실은 저 하드보일드한 부제가 바로 원제였답니다.

본디 이 습작은 <혁명이 끝났다고?>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바 이 감동을 단지 댓글로만 후히히히! 날려버리기에는 안타까워 시작한 엽편이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제 흥에 겨워 이렇게 오그리토그리한 내용이 길어져버렸지만, 원래는 마사토끼 님의 웹툰 같이 깊이 우러나온 병맛을 추구한 엽편이 목표였습죠.

뭐 이리 되었지만 제 나름대로는 만족 중입니다. 뭣보다 표절이긴 해도 단편 하나를 3시간 만에 쓰다니, 이건 제 나름의 쾌거걸랑요. 퇴고는 안 했, 아니 못 했지만.

언젠가 초밥에 목숨을 건 사나이들의 뜨거운 초밥스핀 병맛 엽편으로 다시 보기를 기원하며, 오늘은 쿨하고 시크하고 하드보일드하게 이만 찡긋. ;-)

 

추신1: 제가 십대인지라 인물들의 대화나 생각이 참으로 사춘기스러운 점은 표절의 원본이 된 <혁명이 끝났다고?>와 배명훈 님에게 참으로 죄송스러운 점입니다.

추신2: 아니 그보다 표절을 한 거 자체가 죄송한 거지만!

추신3: 죄송합니다! 중요해서 세 번 말했습니다! (전혀 하드보일드하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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