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팝니다


종이박스 한 짝을 뜯어낸 쪼가리에 삐뚤빼뚤한 모양으로 그런 글씨가 적혀있었다. 그 사람은 내가 알기로 제대로 된 잠자리도 없이 광장에 수년간을 보낸 노숙인이었다. 광장 중앙의 분수대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항상 무슨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 인지 멍하게 풀린 눈으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남자였다. 봉사자들이 노숙자들을 위해 배식을 할 때 에도 관심이 없는 건지, 설마 노숙자 주제에 설마 배가 고프지 않는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것인지 추하게 입을 벌리며 흘러가는 구름만 세월아 네월아 내다보는 사람이었다. 광장 옆에 자주 들리던 카페에서 같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언제나 같은 곳에서 눈에 들어오는, 내 기억 속에 그 남자는 약간은 모자란 듯 해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오늘은 건조하게 갈라진 목소리지만 활기찬 기색이 가득하고 얼굴 만면에 생기가 도는 표정을 내비치며 광장을 가로 질러가던 사람들을 붙잡고 무언가를 팔아달라며 떠든다. 들고 있는 피켓에는 빛을 판다고 써있다. 빚을 빛으로 잘 못 쓴 것이 아닐까. 광장의 걸인들의 말을 언뜻 듣기로 그는 몇 년 전 사업을 하다 말아먹어 가족하고도 헤어지고 가진 것이라고는 빚이 다 인 남자였다. 그새 글씨 쓰는 법을 잊기라도 한걸까. 내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게 그에게 붙잡힌 행인들은 냉소를 지어주거나 기분 나빠 한다거나 그도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 남자만 놔둔 체 바쁘게 걸어갈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얼굴에 생기를 지우지 않고 면면이 행인들에게 말을 걸고는 했던 것이다.

남자를 가만히 지켜보던 또 다른 사람이 호기심에 남자에게 다가간다.


“아저씨, 빛을 파신다고?”

“그래요! 난 빛을 팝니다.”

“빚이 아니라?”

“무슨 말씀을. 나는 신의 은총을 팝니다. 그것도 공짜로!”


공짜? 은총?


“공짜라면 꽤나 괜찮군. 그럼 어디 한번 줘보쇼.”

“얼마나 드릴까요?”

“이 광장 전부를 가득 채울 정도면 되겠소. 그런데 지금은 낮이라고. 알고 있소?”


남자는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미친 사람이 하는 짓을 지켜본다.


“신께 낮과 밤의 구분 같은 것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자아 이제 받으십쇼!”


광인의 말과 함께 광장은 중앙 분수대의 광인이 있던 자리를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퍼져나갔다. 눈을 감지 않았던 짧은 순간 그 빛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구름한점 없던 날이기에 내가 본 것은 분명했다. 분명 빛은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굉장히 먼 어느 곳에서부터 지상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빛은 느리지 않는 속도로 하늘과 땅을 감싸 나아갔고 그 빛에 감싸여 경악을 표하던 이들의 목소리까지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마침내 눈부신 빛으로 완전히 휘감긴 광장 전체의 상황에 경악해 눈을 크게 뜬 채 그대로 굳어버린 나와, 그런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 다른 이들은 처음 빛이 내려온 곳에서 빛을 불러낸 당사자의 감격에 울부짖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이윽고 남자는 울부짖는 것을 마쳤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크게 외쳤다.


“나는 이겨냈다!”


남자에게서 멀리 떨어진 내게도 들린 그 큰 고함은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나와 그 광장에 있던 모든 사람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잠시 후 빛이 걷힌 아직 눈부심에서 헤어나지 못한 광장 모두의 사람들이 얼핏 볼 수 있었던 것은 앞을 보고 가슴을 편 채 어디론가 걸어가는 당당한 그의 뒷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