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마당 - 감상/비평
이 감상은 어디까지나 한 독자 개인의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작품의 감상과 해석은 작가의 실제 의도 내지 다른 분들의 감상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상 간에 작품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관심이 가는 작품들은 작품 제목 밑에 제시된 링크를 클릭하셔서 작품을 먼저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379689에 2를 더하면 by 투르카
http://fangal.org/xe/38739
문장들의 느낌은 썩 나쁘지 않은데 페브리즈의 의인화 외에 무언가 독특한 발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도 무척 단조롭다보니 문장 연습장 같은 느낌마저 드는군요. ‘2를 더하면’이라는 숫자 역시도 별 의미 있게 다가오질 않습니다. 이를테면, 별달리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콩트였다고 하겠네요.
개인적으로 몇몇 동물들을 길러본 일이 있습니다만, 고양이는 육식 동물이라 그런지 변 냄새가 유독 독하더군요. 페브리즈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듯. 전용화장실을 마련해줬으나 고양이가 워낙 어려서 그랬나 이불 위에 오줌을 싼 일이 있었는데, 빨아도 냄새도 가시질 않고 얼룩 지우는 건 포기... (그러다 결국 폐기처분.) 차일피일 미루지 마시고 아무쪼록 전용 화장실을 마련하시길 빕니다.
먼 기억 by 이피
http://fangal.org/xe/38740
장문을 비교적 능숙하게 다루시는 듯하고 문장도 전체적으로 안정된 느낌이군요. 결말의 쓸쓸한 정취에의 시도가 좋았습니다.
다만, 이 고대 유물이 생명의 의미를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라든가 결말의 울림이 부족한 것은, 독자가 감정을 이입하고 대상을 이해할만한 여지가 부족했던 까닭일 것입니다. 그녀가 느꼈을 고독감과 생명에의 절실한 갈구를 드러낼만한 내용이 부재하고 있다보니 주제가 앞으로 나와 덩그러니 홀로 서있는 느낌마저 듭니다.
차라리 압축시켜 버린 서사를 장황하게나마 풀어내어 독자가 감정을 이입할 자리를 마련해 보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도 싶네요.
가난한 사랑 노래 by 네스티요나
http://fangal.org/xe/38741
형식을 봐서는 뭔가 실험적인 글인 듯하군요. 자본주의의 비정한 일면을 지시하는 표현들.
그러나 이만한 분량으로는 그저 짧은 단상에 그칠 수도 있겠죠.
딕플 by 여중딩
http://fangal.org/xe/38742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전반부는 저를 가리키시는 건가요. 창작 욕구를 많이 꺾었다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면목 없네요.
그래도 자주 드린 얘기입니다만, 글을 쓰실 때는 따로 써서 저장을 할 수 있는 여유 정도는 가져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한편, 여중딩님의 그 라이프 베슬들은 삭제된 것이 아니라 비공개 전환되어있을 뿐이랍니다. 혹 필요하시다면 쪽지나 메일로 요청해주세요. 복사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프롤로그 초안] 적그리스도 by 서광
http://fangal.org/xe/38743
프롤로그만 너무 자주 쓰시는 건 아닌지요?
음, 좀 더 실시간으로 감상을 적었더라면 좋았겠는데 몰아서 하다보니 할만한 얘기를 앞에서 다 해버리는 폐단이 있군요. 반성해야겠습니다.
늪 by 히로웽
http://fangal.org/xe/38744
거미를 두고 하릴없는 얘기를 하는 인물들을 지켜보며, 별도의 지문이 없이 이어지는 대사에 당연히 두 사람 간의 대화인가 했지만, 글을 이해하며 찬찬히 읽기 위해 체크를 하다보니 대사의 의미가 엇갈리는 것이 작중 인물이 두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지더군요.
사실은 화자가 셋 이상이라는 사실이 일종의 반전이 된 셈인데. 그러고 보면 일전에 노유 님께서 올리신 단편 중에, 당연히 독자가 인지하지 않을 인물이 작품의 이야기 속에 계속 존재하고 있었다는 반전을 구성한 작품이 있었죠. ‘늪’ 역시 그와 유사한 구조라 하겠는데, 독자의 관습적인 인지와 해석 작용의 허를 노렸다는 것이 재밌게 느껴지는 하는군요.
이런 식의 기발한 발상을 담아 완성하기에는 엽편의 분량이 아무래도 가장 적절 할 수 있겠죠.
병상진담 by 김병창
http://fangal.org/xe/38745
간혹 군더더기가 붙기도 했지만 이만하면 문장 자체는 훌륭한 편이군요. 자연스럽고 단정한 문장에, 큰 긴장은 없지만 감기, 숙취, 고독 따위 일상에서 조금 일탈했을 뿐인 이슈와 상황들만을 가지고도 잔잔한 울림을 짜낸 감각도 좋습니다.
읽기로는 대충 청춘 소설 즈음이 될까요.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어느 평범한 청년의 일상을 들여 보고 있으니까요. (밴드를 하니 평범하진 않은가요. 하하)
‘병상진담’은 엄밀히 장르문학적인 특성은 없이 일반문학으로서의 감성에 충실한 셈인데, 대단한 특징이나 강점이 있는 것은 아니라도 습작품으로 보자면 모난 곳이 없으니 좋은 성과를 거둔 셈입니다.
모기와 가설 by 위래
http://fangal.org/xe/38746
수정 전에는 제목이 ‘모기, 가설 그리고 박사님’이었던가요. 전 원래 제목도 괜찮은데 말입니다.
이 작품을 SF로 볼 경우, 만약 과학적 이론과의 적확성을 따져야 한다면 적어도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대 수명이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인지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가하는 점 외에, 작품 말미의 임신한 바퀴벌레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에 집중을 해보고 또 작품을 유머러스한 단편의 관점에서 돌아본다면, ‘모기와 가설’은 무척 재미있는 작품으로 판단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별 異論의 여지가 없습니다.
만화적으로 과장된 교수와 나의 캐릭터 설정, 대사는 물론 중간중간 서술에서도 묻어나는 유머의 센스가 작품의 몰입감과 재미를 더하는 데에 상당히 유효했네요. 모기의 점멸맹점이동이라는 발상 자체가 코믹했거니와 그걸 어떻게 하면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를 글쓴이가 잘 짚어내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by 나는야 외계인
http://fangal.org/xe/38747
‘그리고…….’라는 제목대로 마무리를 하며 긴 여운을 늘이려 하셨군요.
엽편이라는 제한된 분량 내에서 여운에 포인트를 둔 의도는 비교적 명확히 보이지만, 지루한 유토피아의 세계를 단순한 설정 나열 식의 설명으로 그치기보다는, ‘나’라는 인물이 그 세계 속에서 겪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다루며 그 세계상을 제시하고 그런 캐릭터의 경험으로써 독자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작업을 했다면 그 여운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마소아 시리즈 - 예니체리
http://fangal.org/xe/38748
부러 거칠게 쓴 듯한 문장. 패러디를 위한 온갖 고유명사의 홍수. 근자에 들어 특히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처음 어마소아를 읽을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요. 어느새 저도 최종장까지 단 한 걸음이 남았군요!
감상을 적으라면 딱히 할 얘기가 없는 작품이라 감상문을 적을 때마다 곤혹스런 작품입니다.
사족을 달자면... 어째 만화로도 한번쯤 보고 싶군요.
집행자 by 머루머루
http://fangal.org/xe/38749
제 기억이 맞다면 일전에 ‘랫스베인 전기’라는 작품을 올리신 일이 있지요. 당시에도 제법 분량이 되는 판타지 단편으로 이달의 단편 선정 과정에 거론이 되었던 작품이긴 했습니다만, 그 작품을 두고 보자면 ‘집행자’는 전에 비할 바 없이 세련되어진 문장과 훌륭한 서사, 매력적 배경과 적절한 주제 의식이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를 함몰시키지 않고 독자를 흡입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탄스런 작품입니다.
문장과 표현의 방식이 고전 문학 작품을 읽는 듯 잘 정제된 느낌이 드는데, 특히 몰덴과 로저라는 혁명가와 신실자, 변혁과 질서의 두 대립축을 설정한 뒤, 비판적이고 애매한 경계에 선 트릭스터이자 동시에 방관자로서의 화자(나)를 배치한 구도는 절묘하고도 인상적이네요.
또한, 2차 세계임에도 현실감을 잘 살려낸 배경과 작품 속 일상의 묘사도 작품의 완성도에 한 몫을 하고 있고, 화자가 이끌어낸 결말의 의외성은 특히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881214 ~실종~ by 기제라
http://fangal.org/xe/38750
메일이나 게시판의 형식을 이용해 글을 풀어가는 것은 이미 몇 차례 시도된 방식이긴 하지만 (이를테면 단상을 얻으셨다는 불타는 밀밭 님의 ‘지금 판갤에 살인자가 있습니다!’ 같은 작품이 있겠고, 그 뒤로는 임태운 씨 같은 작가분들도 시도한 바 있죠.) 여전히 참신하게 느껴지는군요. 또 작품의 내용이 떡밥으로서도 적절해 보였고요. 식상하고 작위적인 부분은 있지만 성아 기도원의 묘사되는 상황이 슬쩍 섬뜩한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얘기를 너무 짧게 잡으시지는 않았나 하여 아쉬움이 남는군요. 아무래도 이야기 구조가 단조로운지라 이래저래 괴담의 수준과 형식에 그쳤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블레어 윗치’ 마냥 모큐멘터리 느낌이 나도록 성아 기도원을 소재로 한 작품을 이어 써보셔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네요.
7월과 8월의 감상을 한데 모아봤습니다. 8월에 주로 일정한 완성도와 분량을 갖춘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온 듯하군요. 한두 가지 기발한 발상을 살려내는 엽편도 좋지만 좀 더 고민을 해서 단편과 중편의 소재로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번 도전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한 작품들도 눈에 띄네요.
좋은 작품, 귀한 작품들을 올려주신데 대해 독자로서 또 운영자로서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한 해의 첫 달 잘 마무리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