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마당 - 감상/비평
5월의 셋째 주, 넷째 주 단편 작품에 대한 감상입니다.
감상 내용 중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먼저 감상하시려거든 작품마다 제시되어있는 링크를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이 감상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견해임에 주의해주세요.
앙구아 by 화룡
http://fangal.org/xe/38720 上
http://fangal.org/xe/38721 中
http://fangal.org/xe/38722 下
거수 앙구아를 좇으며 재앙을 막는 바리엔 젯카이터의 수호자 무리를 방문한 얀의 형제.
단정하고도 고풍스러운 문장과 더불어 탄탄하고 훌륭한 서사, 이야기를 잠식하지 않은 채 작품에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높여주는 매력적인 배경 세계와 설정들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제요소들의 유기적 상승효과는 짧지 않은 분량의 글을 지루함도 드물고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작품의 흐름을 따라 긴장을 조절하는 적절한 장치들의 안배와 미묘한 갈등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하며 표현해내는 능숙함, 하이우른드의 군세를 단신으로 흩어내는 부분에서처럼 과감하면서도 효과적인 서사의 압축은 감탄스럽기까지 하군요.
작품에 담겨있는 내용과 소재의 경우 특히 인신공양이라는 모티프는 그 자체로 상당한 함의를 품을 수 있지만 글쓴이는 사변으로 빠져드는 일이 없이 담담히 상황만을 그려가며 이야기에 대한 집중을 흩뜨리지 않는 외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만약 주제의 심화와 집중을 선택했다면 글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그려보는 것은 그 나름으로 작은 여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무구나 장신구로 가공이 가능한 비늘이라면 동일한 기술로 파괴나 공격이 가능하리라는 점입니다. 이것이 혹 사소한 논리적 흠결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군요.
시리우스 문학상에서도 이미 좋은 성적을 거둔 글입니다만, 본선심사에서 대부분의 심사자가 높은 평가를 내린 연유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판타지 갤러리 단편 대회에 출품을 준비하다 불발이 난 작품이라는 소개가 붙어있습니다만, 만일 출품되었더라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지 판갤러들로서는 아쉬운 일입니다. 좋은 작품을 판갈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분 나쁜 장난 by 고담
http://fangal.org/xe/38723
총기난사 사건과 이지메를 소재로 삼으신 듯 하군요.
이지메의 당사자였던 흑인 혼혈 학우의 난사 사건 이후, 이지메의 대상이 자신으로 바뀌며, 작중 화자는 비겁한 침묵에 대한 죄책감과 고통의 결과로 난사 사건 범인에의 대입 내지 빙의가 일어나는 상황을 그려낸 것으로 보입니다.
내용이 지나치게 짧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 집단 안에서 소외된 인물을 다루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고 혹 전위적인 방법을 따르더라도 충분히 긴 얘기를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지상 최고의 아빠” 같은 작품은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검은 쇳덩이의 감각’을 ‘스쳤다’고 표현한 부분에 있어서는 시각을 촉각으로 인지하는 오류가 있는데, 이것이 의도적으로 공감각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문장을 다시 고민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Infected by 갈꼬
http://fangal.org/xe/38724
감염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종의 좀비물인 듯합니다.
상황의 유추가 전연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갖는 정보를 공유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면, 상황에 대한 설명에 보다 충실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대단한 문제의 당사자이면서 담담한 척 서술을 하는 화자에 감정이입을 하거나 이해를 도모하기가 어려운 것 역시 작품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요. 학위 취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고등교육을 받은, 그것도 사감역까지 맡고 있는 침착한 캐릭터가 마치 어린아이 같은 시각과 인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단지 순수하고 순진하다는 범주를 넘어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과를 만들어가는 과정, 독자에게 친절한 글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고민, 당위성 있는 인물 심리와 행동을 위한 상황 및 성격 설정에 조금 더 신경을 쓰시면 좀 더 내실있는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탐미하다’와 ‘Lunatic Juvenile by SunOfHoriZon
http://fangal.org/xe/38725
외모 컴플렉스 소재에 자해라는 충격적 결말이 안배되어 있기는 하지만, 글이 전작들과 달리 다소 지루한 느낌이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병폐 있는 인물과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이 제시되었음에도 공포감이 덜한 것도 다소 아쉽군요.
이를테면, ‘옆집 여자’ 같은 작품에서 옆집 여자는 탐미하다의 건너편 집 여자보다 작품에서 조성해내는 긴장감과 중압감이 높았죠. 이 작품의 원작인 공포추리소설대회의 출품작 ‘안녕하세요’의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만, SunOfHoriZon님의 다른 작품들 중 이와 비슷한 내용의 작품을 예로 들어보면, 엿보기를 하다 스토킹 대상인 여성의 애인을 살해하고 마는 내용의 작품이 있었는데 (음, 작품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그 편이 더 몰입감이 좋았고 작품에 흐르는 광기어린 분위기도 더 긴장감이 높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편, Lunatic Juvenile의 경우에는 현실 어디쯤을 배경으로 삼아 온 지난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 얼른 눈에 띄는데요.
코맥 맥카시의 소설 ‘더 로드’를 연상하게 되는 것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무대로 하고 있고, 또 건조하고 서사 밀도가 높은 전개의 양식 탓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큰 갈등이나 대사가 없이 건조한 지문 일색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탓에 도자에게는 작품에 몰입하는 데 적잖은 부담이 있습니다. 중간중간 과거 회상이라든가 달(Luna)과 광기(Lunatic)의 연관을 통한 환기를 해보지만 적절한 긴장 완급에는 힘이 조금 부치는 느낌이군요.
다만, 작품 결말부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부분은 인상이 강렬한 편인데,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다소간에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상소설] 심판의 날 by 서광
http://fangal.org/xe/38726
핵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자는 의견 자체는 타당하나, 작품을 두고 보자면 읽는 사람에 따라 거부감이 강할 수도 있을 듯하고, 극단적인 논리의 비약으로 받아들일만한 부분들도 눈에 띕니다.
허구의 얘기를 구성하고 완성하는 바를 소설의 작업이라 한다면, 이 작품 역시 틀림없는 소설 작업의 결과물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혹 밀리터리 매니아들이나 관심을 가질까 싶은 부분 외에 딱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없군요.
분량이 워낙 짧은 작품이고 일전에 커멘트를 했던 다른 엽편 작품들과 유사한 감상이 유효하므로 감상을 간단히 줄이겠습니다.
신종인플루엔자의 공포 - 예니체리
http://fangal.org/xe/38728
여담이지만 소설가 이홍은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소설 속 이야기가 작가의 본성이나 생활에 관한 것으로 읽혀지는 때가 있어 곤란할 때가 있다 말한 바 있습니다. 김승옥의 경우에는 ‘서울의 달빛 0章’을 읽은 친구들은 물론 심지어 가까운 친지들까지도 자신의 얘기인가 하더라는 얘기를 했었지요.
그러나 이 글의 경우라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예니체리 님의 일기가 아닌가 싶군요.
판갈 단편란은 소설 게시판이니 무어라 감상을 달기는 어렵겠고요.
어쨌든 개인적으로야 당시 근황이나 여러 생각을 접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고, 또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 유학생의 생활과 시각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기회이자 정보로 읽을 수 있는 측면이 있어 즐거운 기회였다고 생각은 합니다.

더 로드를 한 번 읽어봐야 겠어요 -ㅅ-
역시 계속 지문만으로 내용이 이뤄지는게 재미도 없고, 지루하지요.
노력을 하지만, 천성이 말이 없는 편이라 그런 제 성격이 소설(...)에도 반영이 되나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