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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언
예니체리
드라큘라백작과 수많은 뱀파이어의 원형이 된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가 트란실바니아의 왈라키아공 블라드 체페슈를 모델로 쓰여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작 블라드공 자신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려 왔다. 양민들을 꼬챙이에 꽂아죽인 잔학한 학살자인가? 아니면 오스만 투르크제국의 침입으로부터 조국을 구해낸 영웅인가?
엘리자베스 코스토바의 <히스토리언>은 드라큘라, 즉 왈라키아공 블라드 체페슈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가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어느날 밤 외교관을 아버지로 둔 소녀 ‘나’는 드래곤의 그림이 그려진 페이지를 제외하고는 백지인 낡은 책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아버지인 폴은 ‘나’에게 자신이 젊었을 때 겪었던 모험에 대해 조금씩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가 젊은 역사학도였던 시절의 어느날 그는 드래곤이 그려진 책을 발견한다. 그리고 스승인 로시교수에게 상담을 하게 되고, 이 책이 드라큘라, 브라드 체페슈와 관련되었다는 것, 드라큘라가 아직 살아있으며 어쩌면 그를 위협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로시교수가 그 책을 받은 이후 겪었던 일에 대해 듣고 난 다음날 그는 로시교수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로시교수의 사생아임을 주장하는 루마니아출신의 미녀 헬렌과 함께 폴은 로시교수를 찾는 모험을 떠난다. 터키,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등 냉전시대의 동유럽을 드라큘라의 흔적을 따라 그의 무덤을 찾으러 간다. 그리고 수많은 위기와 위험이 그들을 노린다. 작가가 10년동안 조사한 끝에 썼다는 소설답게 동유럽의 묘사는 언젠가는 꼭 그곳에 가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될 정도로 생생하다.
한편 다시 시점을 현재로 돌려보자면 아버지로부터 드라큘라에 대한 모험이야기를 듣는 데 열중하던 소녀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가 죽었다던 어머니를 찾아서 떠난다는 편지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소녀역시 젊고 멋진 청년 바레이와 함께 한 세대전에 부모가 그러했듯이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이 소설에서의 드라큘라도 다른 뱀파이어가 나오는 소설에서처럼 햇빛에 약하고, 십자가를 무서워 하며, 은과 마늘이 약점이다. 다만 다른 뱀파이어물과 다른 점은, 그런 드라큘라에게 맞서 싸우는 것은 뱀파이어헌터도 아니고, 교황청의 성기사도, 독실한 사제도 아닌 역사가라는 것이다. 그들이 드라큘라에게 맞설 수 있는 무기는 역사서밖에 없다.
이 소설에서 역사가라는 이름의 의미는 크다. 로시교수, 폴, 헬렌, 투르굿, 제임스, 그리고 바레이와 주인공 소녀 ‘나’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 역사가들이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역사란 무엇인지 이 소설은 말해줄 것이다.
그런 역사적 맥락에 대해서 잘 드러나도록 소설은 소녀가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는 현재와 아버지가 옛날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과거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된다. 이 두 세대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이야기, 혹은 편지를 통해서가 아니면 서로 만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는 유난히도 과거의 기록이나 편지, 혹은 이야기가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주관적인 경험에 기초한 이야기들의 통합, 이야말로 역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듯 상당히 의미있는 소설이지만 공평성을 기하기 위해 단점을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결말부에 가서 너무나 흐지부지하게 끝난다는 것이다. 중반까지 추리물로서도 나름대로 긴장감을 유지해왔던 소설은 막판에 가면서 그 균형을 잃는다. 너무나도 성급하게 마무리 지어지는 바람에 독자는 영문을 모른 채 당황스러워 하게 된다. 판타지갤러리에서 쓰이는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조루결말’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의 역사와 드라큘라 블라드 체페슈에게 관심이 있다면 일독의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니체리
드라큘라백작과 수많은 뱀파이어의 원형이 된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가 트란실바니아의 왈라키아공 블라드 체페슈를 모델로 쓰여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작 블라드공 자신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려 왔다. 양민들을 꼬챙이에 꽂아죽인 잔학한 학살자인가? 아니면 오스만 투르크제국의 침입으로부터 조국을 구해낸 영웅인가?
엘리자베스 코스토바의 <히스토리언>은 드라큘라, 즉 왈라키아공 블라드 체페슈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가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어느날 밤 외교관을 아버지로 둔 소녀 ‘나’는 드래곤의 그림이 그려진 페이지를 제외하고는 백지인 낡은 책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아버지인 폴은 ‘나’에게 자신이 젊었을 때 겪었던 모험에 대해 조금씩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가 젊은 역사학도였던 시절의 어느날 그는 드래곤이 그려진 책을 발견한다. 그리고 스승인 로시교수에게 상담을 하게 되고, 이 책이 드라큘라, 브라드 체페슈와 관련되었다는 것, 드라큘라가 아직 살아있으며 어쩌면 그를 위협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로시교수가 그 책을 받은 이후 겪었던 일에 대해 듣고 난 다음날 그는 로시교수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로시교수의 사생아임을 주장하는 루마니아출신의 미녀 헬렌과 함께 폴은 로시교수를 찾는 모험을 떠난다. 터키,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등 냉전시대의 동유럽을 드라큘라의 흔적을 따라 그의 무덤을 찾으러 간다. 그리고 수많은 위기와 위험이 그들을 노린다. 작가가 10년동안 조사한 끝에 썼다는 소설답게 동유럽의 묘사는 언젠가는 꼭 그곳에 가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될 정도로 생생하다.
한편 다시 시점을 현재로 돌려보자면 아버지로부터 드라큘라에 대한 모험이야기를 듣는 데 열중하던 소녀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가 죽었다던 어머니를 찾아서 떠난다는 편지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소녀역시 젊고 멋진 청년 바레이와 함께 한 세대전에 부모가 그러했듯이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이 소설에서의 드라큘라도 다른 뱀파이어가 나오는 소설에서처럼 햇빛에 약하고, 십자가를 무서워 하며, 은과 마늘이 약점이다. 다만 다른 뱀파이어물과 다른 점은, 그런 드라큘라에게 맞서 싸우는 것은 뱀파이어헌터도 아니고, 교황청의 성기사도, 독실한 사제도 아닌 역사가라는 것이다. 그들이 드라큘라에게 맞설 수 있는 무기는 역사서밖에 없다.
이 소설에서 역사가라는 이름의 의미는 크다. 로시교수, 폴, 헬렌, 투르굿, 제임스, 그리고 바레이와 주인공 소녀 ‘나’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 역사가들이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역사란 무엇인지 이 소설은 말해줄 것이다.
그런 역사적 맥락에 대해서 잘 드러나도록 소설은 소녀가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는 현재와 아버지가 옛날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과거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된다. 이 두 세대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이야기, 혹은 편지를 통해서가 아니면 서로 만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는 유난히도 과거의 기록이나 편지, 혹은 이야기가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주관적인 경험에 기초한 이야기들의 통합, 이야말로 역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듯 상당히 의미있는 소설이지만 공평성을 기하기 위해 단점을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결말부에 가서 너무나 흐지부지하게 끝난다는 것이다. 중반까지 추리물로서도 나름대로 긴장감을 유지해왔던 소설은 막판에 가면서 그 균형을 잃는다. 너무나도 성급하게 마무리 지어지는 바람에 독자는 영문을 모른 채 당황스러워 하게 된다. 판타지갤러리에서 쓰이는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조루결말’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의 역사와 드라큘라 블라드 체페슈에게 관심이 있다면 일독의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