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주기 말, 새장 속의 여인

1.

센만강의 상류에는 장님새우를 잡는 자들이 많았다. 높은 가격에 팔리는 장님새우였지만, 정작 새우를 잡는 자들은 가난하기만 했다. 그들은 모두 이미 주인이 정해진 강에서 값싼 임금으로 고용되어 일할 뿐이기 때문이었다. 상인들은 정부와 협상을 하여 새우를 잡을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었다.

새우를 잡는 일에는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았다. 센만 강의 근방에서는 제대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제국은 초급학교를 무료로 다닐 수 있게 하였지만, 운만 따라준다면 센만 강에서 십여 일 부지런히 일한 것으로 초급학교의 교사 월급만치 벌 수 있는 마당에 학교를 다닐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부모들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강에서 새우를 잡기를 원했다.

야니도 강에서 새우를 잡는 아이들 중에 하나였다. 야니는 할아버지의 성화로 학교에 적을 두기는 하였지만, 보통은 학교를 가지 않고 강에 나와 새우를 잡곤 했다. 뙤약볕 아래에서 종일 강물을 들여다보느라 야니의 목덜미는 이미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그 목만 보아서는 저 멀리 남방의 흑인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아침부터 새우를 잡기 위해 상인들이 빌려주는 작은 유리 그릇으로 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수확이 신통치 않았다. 잡히는 맛이 있어야 흥이 나서 열심히 일할 텐데, 정오가 지나도록 새우는 고작 십여 마리밖에 잡지 못하였다. 짜증이 치민 야니는 뻐근한 허리를 쉴 겸 기지개를 켜며 허리를 폈다. 그 순간 야니는 강 상류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이 떠내려 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회색의 기다란 덩어리였다.

“뭐지?”

호기심이 인 야니는 유심히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어느덧 덩어리가 눈으로 식별할 만한 거리까지 다가오자 야니는 기겁을 하며 강에서 뛰쳐 나왔다. 장님 새우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 덩어리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던 것이었다.

사실 센만 강가의 사람들은 장님새우를 먹지 않았다. 새우가 아무리 맛이 좋다고 해도 센만 강가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치스러운 미식이 아니라, 맛없는 음식이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돈이었으므로 잡는 족족 상인들에게 넘겨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야니는 그에 한 가지 이유를 더 붙여 장님 새우를 먹지 않았다. 그것은 장님 새우가 물 속에 시체가 생겼다면 가장 먼저 달려와서 살을 파먹는 동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지만, 야니에게는 그저 구역질 나는 장면일 뿐이었다. 장님 새우들이 시체의 불어터진 살 속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야니는 며칠이나 새우를 잡지 못할뿐더러 욕지기가 치밀어 올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였다.

사실 센만강에는 종종 이런 일이 있었다. 어디선가 시체들이 흘러오곤 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말로는 강이 시작되는 곳에 우뚝 서 있는 산줄기에서 오는 것이라고 하였다.

어쨌거나 야니는 강기슭 한 편에 서서 떠내려오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인간이라는 것은 워낙에 희한한 동물이어서 혐오스러운 것에도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횡재했다며 시체에 달려들어 신나게 새우를 떼어내었겠지만, 오늘따라 부근에는 야니 혼자 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체를 유심히 보던 야니는 어느 순간 그만 오줌을 지리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물 위에 떠 있던 시체가 갑자기 펄떡거리며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흐흐흑!”

너무 놀란 야니는 흐느끼듯 신음소리를 낼 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였다. 집으로 도망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일어날 수도 없었다.

시체는 허리 깊이 밖에 안 되는 물 위에서 요란한 기침을 하며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기침을 한 번 할 때마다 물이 한 움큼씩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던 시체는 결국 숨을 몰아쉬며 강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그러더니 손을 사방으로 휘저었다. 마치 주변에 무슨 벽이라도 있는가 확인하는 것 같았다. 어느덧 그는 따가운 태양빛을 느꼈는지 해를 향해 서며 무어라고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시체는 햇볕을 좀 더 쪼이려는 듯 양 팔을 벌리고는 하늘을 향해 섰다. 하지만 잠시 후에 소스라치며 소리를 지르더니 미친듯이 손을 휘둘러 온 몸에 붙은 장님새우들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강을 벗어나려는지 허겁지겁 뛰기 시작했는데, 향하는 곳이 강기슭이 아니라 강 한 가운데의 깊은 곳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뛰어가다 물이 턱 밑까지 차자 결국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뭐야! 이거 점점 더 깊어지잖아!”

그리고는 허우적거리며 방향을 돌리는데, 그것도 여전히 깊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눈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되살아난 시체가 벌이는 기이한 희극을 가만히 바라보던 야니는 어느덧 두려움도 잊고 말았다. 웃음이 나다 못해 안쓰러운 광경이었다. 결국 야니는 자신도 모르게 사내를 향하여 소리쳤다.

“그 자리에서 뒤로 돌아서 주욱 걸어와요.”

야니의 목소리를 들은 사내는 흠칫 놀라는 것 같더니 재빠르게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야니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이 얕아지면서 다리를 놀리기 편해지자 사내는 거의 뛰다시피 하고 있었다. 야니에게 똑바로 가는 것으로만 보면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같지 않았다.

강에서 나온 사내는 차차 몸의 윤곽을 자세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결코 아름다운 행색은 아니었다. 헤지고 찢어져 알몸이나 다름없는 옷차림에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 험상스러운 몰골이 빠르게 다가오자 야니는 다시 겁을 먹기 시작했다.

땅으로 올라온 사내는 강가의 자갈밭에 주저앉아 있는 야니에게 바로 다가왔다. 강에서는 사방을 모르고 헤매더니 정작 야니에게 다가올 때는 똑바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내는 야니 앞에 웅크리고 앉더니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물었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야니는 어안이 벙벙하여 사내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몹시도 창백한 피부를 가진 사내는 젖은 머리칼 아래로 불로 지져 눌은 눈두덩을 보이고 있었다. 야니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으아악.”

되살아난 사내는 다름 아닌 마로였다. 놀란 야니가 도망가려는 기척이 느껴지자 마로는 재빨리 손을 뻗어 아이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로서는 아이에게 이곳이 어디인지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아내어야 했다. 하지만 아이는 몹시도 겁에 질린 모양이었다. 아이의 깡마른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마로는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겁먹지 마. 난 널 해칠 생각도 없고, 네가 무엇을 하고 있었든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을 거야. 그저 여기가 어딘지 알고 싶을 뿐이야.”

야니는 여전히 무서웠지만, 왠지 사내의 말이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아이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떠듬떠듬 대답했다.

“여, 여긴 센만 강이에요.”

“그럼 베르가마는 어느 방향이지?”

“베르가마가 어딘지 나는 몰라요.”

마로는 실망감에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 말았다.

“그럼 여기서 가장 가까운 도시가 어디지?”

그쯤은 야니도 알고 있었다. 새우를 팔기 위해 성으로 들어가 본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멀지 않아요. 강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중간에 왼쪽으로 돌아 계속 올라 가면 돼요.”

하지만 눈이 안보이는 마로가 그 길을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로는 아이를 설득하기로 마음 먹었다.

“얘야, 너도 보아서 알겠지만, 난 앞이 보이지 않는단다. 흠, 사고를 좀 당했거든. 하지만 난 꼭 집으로 돌아가야 해. 몸이 아픈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고 계시거든. 미안한데, 너 나를 데리고 도시까지 데려가 줄 수 있겠니? 성문까지만 데려다 주면 돼.”

마로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상냥하고 간곡한 목소리였다. 야니는 머뭇거릴 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거절하지도 않았다. 마로는 아이가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맹세코, 난 나쁜 사람이 아니야. 너를 해치거나 나쁘게 할 일은 결코 없으니 안심해도 돼. 지금 내 몰골이 겁이 날만도 하겠지만, 그것은 산에서 사고를 당해서 그래. 깊은 곳에 오랫동안 갇혀있었거든. 물론 지금 상태로는 네가 나를 도와주어도 보답할 길이 없지만, 일이 모두 잘 해결되어 다시 너를 만나게 된다면 그 때는 꼭 이 은혜를 갚으마.”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야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 좋아요. 우선 이 어깨부터 놓으세요.”

마로는 아이가 도망가기 위해서 술수를 부리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신뢰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그 순간 화닥닥하는 소리가 나며 야니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이런, 난 결국 또 당했구나.’

어이가 없어진 마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몸을 빼낸 야니는 정신없이 내달렸다. 한참을 달리고서야 혹시 쫒아오지는 않는지 뒤돌아 보았다. 하지만 마로는 자리에 주저앉아 있을 뿐 아예 쫒아올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소리쳐 자신을 부르지도 않고 그저 혼자 처량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보자 야니는 불쌍하다 못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야니는 다시 마로에게로 다가가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따라오지 않고 멍하니 앉아서 뭐해요.”

마로는 야니가 되돌아오자 오히려 어리둥절한 듯 고개를 들었다. 야니는 미안함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새된 목소리로 종알거렸다.

“나도 바빠요. 할 일은 많고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따라와요.”

마로는 반가운 마음에 웃음을 지으며 벌떡 일어섰다.

“그, 그래. 고맙다.”

야니는 바닥에서 길다란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들더니 마로의 손을 잡아 그 끝을 쥐어 주었다.

“이걸 잡고 따라와요.”

마로는 어린 꼬마의 친절함이 너무 고마워 콧날이 시큰할 정도였다. 원래 마로는 결코 마음이 여리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최근 세상의 혹독함에 계속 시달리던 터라 이런 작은 친절에도 감정이 움직였던 것이었다.

“넌 이름이 뭐냐?”

“그건 왜요?”

“나중에 네 은혜를 갚으려면 이름 정도는 알아야 될 거 아니냐?”

야니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야니. 내 이름은 야니예요.”

“야니. 예쁜 이름이구나.”

마로는 정말 외우려는 것처럼 야니란 말을 몇 번 중얼 거렸다.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볕이 머리를 달구었지만, 두 사람은 묵묵히 센만강 북부의 도시 칼레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