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레는 며칠이나 계속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어쩌다 수레가 멈출 때면 누군가 수레에 와서 눈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기도 하고, 손에 작은 빵과 물그릇을 쥐어주기도 하였다. 이쯤해서는 마로 역시 자신의 목이 날아가지 않을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지? 혹시 말라르디가 손을 써서 참수형이 취소된 것인가? 하지만 왜 눈을 도려낸 거야?’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마로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마로는 누군가 자신의 손에 먹을 것을 쥐어줄 때 상대의 손을 움켜잡고 말았다.

“이봐요.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하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이 난폭한 주먹질만 마로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눈의 상처가 욱신거리는 가운데, 연거푸 얻어맞자 마로도 신음소리를 내며 잡았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죽은 듯이 바닥에 쓰러져서 한참을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비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넌 지금 네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단 말이냐?”

그동안 우울한 침묵만이 감돌던 수레였다. 수레가 흔들리며 몸이 서로 닿는 일도 있었지만, 그간 통증을 참고 견디느라 수레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마로는 숨을 몰아쉬며 얼른 대답했다.

“그래요. 우리가 어디로 가는 겁니까? 참수형을 당하러 가는 것은 아니죠?”

“하하하.”

사내는 나직하게 웃더니 자조적인 말투로 말했다.

“참수형?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지. 우리는 보석광산으로 가고 있는 거야.”

“보석광산이라고?”

“그것도 모르나? 도대체 넌 아는 것이 뭐야?”

사내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지만, 마로는 전혀 몰라서 되물은 것이 아니었다. 보석 광산은 황실의 가장 큰 재원이자, 흉악범들이 강제 노동을 하는 특수 감옥이었다.

“제, 제가 보석광산에 갈 리가 없어요. 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게다가……, 내  눈도 파냈다구요.”

마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알아차린 사내는 목소리를 우울하게 낮추며 대답해 주었다.

“바깥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원래 보석광산의 죄수들은 두 종류야. 그들은 앞을 볼 수 있는가 없는가로 구분되지. 죄가 가벼운 이들은 눈이 온전한 채로 바위를 부수는 일에 투입되고, 죄가 무거운 자들은 눈을 도려낸 후에 부서진 돌더미를 손으로 나르고 수레에 실어서 갱도 밖으로 밀어내게 하지. 앞이 보이지 않으면 함부로 숨거나 자살하기도 쉽지 않으니 차라리 관리하기도 편할 테지.”

마로는 이 지경이 되었으면서도 자살 따위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마지막 자유의지라는 자살조차 할 수 없다는 사내의 말을 듣는 순간 절망과 두려움으로 머리가 어찔해 질 지경이었다.

‘나는 원래 참수형을 당할 처지였다. 그런데 어떻게 보석광산으로 가게 된 거지?’

하지만 마로가 그 답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로가 생각에 잠긴동안 사내는 처량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허허, 뭐 우울해 할 것 없어. 듣기로 보석광산 안에선 눈이 별로 필요 없다더라. 온통 어두운데다, 바위를 달구고 식초를 붓느라 연기와 증기가 가득할 테니 등을 켜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사내의 말이 끝나자 수레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마로 역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레는 말없는 죄수들을 태우고 하염없이 굴러갔다.

간간이 발라주는 약이 제법 신통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인지, 한 여름에도 마로의 상처는 덧나지 않고, 금방 아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기뻐하기에는 마로의 처지는 너무 비참했다.

헤어날 수 없는 암흑 속에서는 날이 얼마나 지났는지 헤아리기도 쉽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었다. 경사를 올라가느라 기울어진 바닥 위에 엎디어서 한참을 버텨야 했던 어느 날 드디어 수레가 멈추더니 오랫동안 닫혀있던 문을 열어젖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정으로 어찌된 까닭인지 모르던 마로는 처음엔 그저 식사시간이 되어 잠시 멈춘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죄수들의 절망서린 신음소리가 무언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별안간 억센 손 하나가 마로의 목덜미를 움켜 쥐더니 힘껏 수레 밖으로 끌어내었다. 바닥에 뒹굴며 당황하는 마로의 머리 위에서 듣기 거북한 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쓰레기들아, 너희들이 지금 특급 여관에라도 온 줄 아나? 내가 너희들을 일일이 끌어서 수레 밖으로 모셔야 해? 수레에서 가장 늦게 나오는 녀석은 내 친구를 가장 먼저 소개받을 영광을 주겠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후닥닥하는 소리와 함께 겁에 질린 죄수들이 수레에서 뛰쳐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서두른다 한들 어쩔 수 없이 마지막은 있게 마련이다. 쉰 목소리의 주인은 마지막으로 내린 자를 발로 걷어차 쓰러뜨리더니 손에 든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죄수의 애처로운 비명과 울음 섞인 애원 속에서도 쉰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지금 네 녀석의 게으름을 다스려 주고 있는 이것은 내 오랜 친구로서 늑대혓바닥이라고 한다. 너희들의 더러운 피와 살을 먹이로 주고 있지. 누군가 내 말을 어겼을 때면 이 친구가 나보다 먼저 말을 할 것이다.”

죄수의 비명은 점점 잦아들고 있었지만 구타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죄수의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지고, 몽둥이 아래서 나는 둔탁한 소리만 들려왔다. 그 상태로도 한참을 더 때리던 사내는 죄수의 아랫도리가 오물로 더러워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나서야 몽둥이를 거두었다.

“뭐 이렇게 허약한 녀석이 다 있어? 그새 죽어버리다니. 이봐. 이 것 좀 저리 갖다 버려!”

보자마자 별 것 아닌 일을 구실삼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때려죽이는 잔혹함에 죄수들은 모두 공포에 떨었다. 귀로 들어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기에 마로 역시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쉰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난 이곳의 간수장이다. 내가 너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코 많지 않다. 오직 하나, 나를 절대 화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혹시 어떻게 하면 내가 화를 내는지는 궁금한 녀석이 있나? 목숨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할 수 있는 녀석이 있다면 언제라도 배우러 오도록 해라.”

간수장이 쿵쿵 거리며 사라지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간수들이 달려들며 죄수들을 발로 차며 고함을 치더니 발에 족쇄를 채우기 시작했다. 기가 질린 죄수들은 몸을 움츠리고 벌벌 떨 뿐이었다. 마로처럼 눈이 먼 몇몇은 족쇄를 채우지 않고 목에 쇠사슬을 엮더니 어디론가 끌고 갔다. 한참을 가자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닥은 질척했고, 사방에서 수레가 구르고 돌을 파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우울한 길을 따라 마로가 도착한 곳은 어느 나무 건물이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엄청난 악취에 콧속이 알싸해질 정도였다.

“이곳이 앞으로 너희들이 묵을 숙소이다. 그럼 지금부터 너희들이 이곳에서 살아 있는 동안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서 가르쳐 주겠다. 딱 한 번만 들려 줄 테니, 잘 들어라. 이곳에서는 다치고 병들었다고 해서 쉬게 해주는 일은 결코 없다. 일부러 어디 하나 망가뜨려 일을 피해 볼 생각은 아예 말아라. 병신이 되면 병신에게 걸맞은 혹독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건 너희들 겁주려고 허풍 떠는 말이 아니다. 차라리 온전한 몸 그대로 버티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우리는 너희들을 돌봐주는 사람이 아니다. 무얼 잊어버렸다거나, 누가 괴롭힌다거나, 무엇이 부족하다는 일로 칭얼댈 생각은 아예 말아라. 모든 것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한다. 다만 다른 누군가를 죽인다거나 다치게 하는 일은 광산의 노동력을 축나게 하는 것이므로 용납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우리 간수들 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지금 여기에 있는 너희들은 눈이 없기에 한 가지 더 말해준다. 혹시라도 탈출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라. 너희들은 보지 못하겠지만, 이곳은 들어오는 하나의 입구 빼고는 모든 방향이 절벽이거나, 지독한 독을 지닌 한금초 가시덤불이다. 게다가 그 숲속에는 구홍거미도 살고 있다. 설령 네 녀석들이 눈이 온전하더라도 탈출할 수 없는 곳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광산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에 성공했다면 차라리 한금초의 독에 미쳐 날뛰며 죽거나, 구홍거미에게 잡아먹히는 길을 선택하라. 다시 우리 손에 붙잡히게 되면, 관례에 따라 말뚝을 사지에 박아 땅에 고정시킨 뒤, 펄펄 끓인 물을 죽을 때까지 입안에 부어 주니까. 자 이제 일을 하러 갈 시간이다. 조금 있으면 작업장 간수가 올 것이다. 그의 말을 잘 듣고 그대로 따라하도록 해라.”

말을 끊었던 간수는 가볍게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그래도 운이 좋군. 작업반장이 늦는 까닭에 이렇게 잠시 쉴 수도 있으니. 앞으로 이곳에 있는 동안 이 정도로 편안하게 쉴 경우는 없을 테니 지금 이 순간을 한껏 누려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간수의 말이 끝나자 우울한 침묵이 계속 되었다.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흑하는 소리를 내었다. 절망과 두려움으로 자기도 모르게 흐느껴 버린 것이다. 그 때 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왔군. 이봐. 빨리 데려가.”

건물에 들어온 작업반장은 마로와 다른 죄수들을 엮은 쇠사슬을 거칠게 잡아끌더니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죄수들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며 줄줄이 딸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눈이 먼 죄수들이 익숙지도 않은 길을 제대로 걸을 수 있을 리 없었기에, 쉴새 없이 넘어지고 땅에서 뒹굴었지만, 그럴 때마다 작업반장은 기다려주기는 커녕 되레 쇠사슬을 더욱 난폭하게 잡아당겼다.

결국 작업반장이 데려간 곳은 습기 찬 갱도 입구였다. 작업반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미친 놈들아. 즐거운 일터에 온 것을 환영한다. 지금부터 게으름 부리는 녀석은 그 대가리를 으깨어 놓을 테니,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모두 쥐어짜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작업반장을 따라 갱도로 들어가는 마로의 가슴은 두려움으로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