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리사가 떠난 후 마로는 속이 텅 빈 껍데기와 같았다. 무엇을 해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사리사를 만나기 전에 그나마 그의 삶에서 도피처가 되어주던 그리기과 피리 연주마저 손을 놓았다. 의도적으로 그만두었다기 보다는 아예 그가 생각하기를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흥미가 사라졌다. 그나마 일은 쉬지 않았지만, 르로이가 없었다면 그마저 그만 두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베르가마의 여름은 유달리 덥고 습했다. 마로는 잠시 더위를 피해 들쥐 주점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무기력한 그의 정신으로서는 보고 듣는 것 마저 피곤하고 짜증스러웠다. 눈을 감은 채 머리를 젖히고 한참동안 있으려니 금세 졸음이 밀려왔다. 깜빡 잠이 들려는가 싶었는데, 누군가 소란스럽게 달려왔다.

“형, 형!”

눈을 떠 보니 함께 물을 나르는 꼬마였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 심상치 않은 표정에 마로 역시 몸을 벌떡 일으켰다.

“크, 큰일 났어요. 죠죠가 큰일 났어요.”

“무슨 소리야?”

“물을 뜨러 샘에 갔는데, 어떤 관리 녀석이 와서 강제로 물을 배달시키는 일은 불법이라는 둥 계속 이상한 소리를 해대더니 병사들을 시켜서 마침 물을 뜨고 있던 죠죠를 잡아갔어요.”

마로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젠장.”

웬만해서는 겉으로 짜증을 드러내지 않는 마로였지만,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마로는 징징거리는 꼬마를 돌려보내고는 씨그를 찾아갔다. 골패 놀음를 하던 씨그는 마로를 보자 특유의 웃음으로 반갑게 맞아주었다.

“여어, 이 더운 날 웬일이야?”

하지만 마로는 씨그의 인사를 받기는 커녕 인상을 찌푸리며 내뱉듯이 말했다.

“씨그, 너 저번에 분명히 약속했잖아. 내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도 조합원들처럼 샘에서 물을 떠갈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물론 그랬지.”

“방금 급수부의 관리관이 샘에서 물을 뜨고 있는 우리 아이 하나를 끌고 갔어.”

씨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하, 역시 그 인간이로군. 허허, 이런. 맹세하는데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그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게 말이지, 네 꼬마를 잡아간 자는 며칠 전에 새로 부임한 급수부 관리관인 모양인데, 조합에서 아직 첫 돈을 주지 않았거든. 아마 빨리 돈 가지고 오라는 시위를 하는 모양이군.”

씨그는 알겠냐는 듯 눈을 꿈쩍해 보였다.

“그럼 빨리 그 관리 녀석에게 약을 치란 말이야.”

“글쎄, 너에게 그런 말을 들을 것은 없지 않나? 관리에게 돈을 주는 것은 우리가 필요할 때 할 일이야. 운이 나쁘게 네 아이들이 잡혀간 것은 안쓰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일인 것은 아니지. 이건 샘터 관리관과 너 사이의 문제고, 잡혀간 것은 너의 아이들이니까, 네 돈으로 네가 알아서 해. 아직 우리 아이들은 멀쩡하게 있고 우리가 돈을 써서 약을 칠 필요는 없어.”

“이봐, 나에게 관리에게 뇌물을 안길 만큼의 돈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씨그는 내 알바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 때 뒤에서 어느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이렇게 하자고.”

마로와 씨그가 돌아보자 도미가 서 있었다.

“내가 너에게 약을 칠 돈을 주마. 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는 거야. 다만 내 대신 일을 하나 해줘.”

“형님, 전 이제 조합원이 아닙니다. 물론 형님에게 고맙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만, 매번 조합에 일이 있을 때 마다 저에게 일을 해달라고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래서야 내가 조합을 나간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맞아 넌 우리 조합 사람이은 아니지. 하지만 매번 우리는 서로 공평한 대가를 주고 받았어.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넌 돈이 필요하고 난 내 대신 일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해.”

마로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도미의 말이 맞았다.

“이번엔 뭘 해야 하는 겁니까?”

“뭐 사실 별 것 아니야. 다만 조합 녀석이 아닌 사람이 필요해서 그래. 새로 왔다는 관리 녀석이 나랑 한 번 만나기를 원하거든. 뭐 급수부 지청에 관리관이 새로 부임하면 조합의 간부급이 찾아가서 한번쯤 인사하는 것이 관례이기도 했고. 그런데 말이야. 좀 곤란한 일이 생겼더라고.”

도미는 그답지 않게 쑥스러운 듯 슬쩍 웃으며 도미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간부급들이 모여서 회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기분 좀 내보자는 의미로 톨페 지구의 술집에 갔었지. 그런데 거기서 사소한 일로 어떤 녀석들과 시비가 좀 붙었어. 그래서 술김에 몇 대 쥐어박아 주었거든. 허허, 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새로 온 관리 녀석이 그 때 나한테 얻어 맞았던 녀석이더라고.”

도미의 이야기에는 마로조차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네가 내 대신 관리관을 만난 다음 조합에서 왔다는 말을 하고 술이나 대접하면서 돈이나 좀 쥐어줘. 녀석이 기억할 지 안할지는 몰라도 나로서는 사업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야.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아니, 저보고 관리를 접대하란 말입니까? 간부급이 아니더라도 조합에 그 정도 일을 할 사람이 없단 말입니까?”

웃고있던 도미의 눈이 조금 싸늘해졌다.

“그래서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어차피 너는 네 아이를 꺼내오기 위해 돈이 필요하잖아. 기왕 그럴 것 우리가 뇌물로 줄 돈에 같이 얹어서 한번에 처리하면, 너나 나나 돈도 절약되고, 곤란한 일도 겪지 않고 서로 좋은 것 아니야? 그저 너는 어차피 별로 의미도 없는 이름만 빌려줄 뿐인데.”

여기까지 말한 도미는 말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너도 알다시피 이 조합에 인간들은 많아도, 관와 말을 섞을 만큼 머리가 돌아가고 물정이 밝은 녀석이 흔하더냐? 괜히 엉뚱한 녀석들 보냈다가 실수라도 하면 골치 아프게 되는 거지. 자 어쩔거냐?”

사실 남의 비위를 맞추는 일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뇌물을 바칠 큰 돈을 마련할 수 없는 마로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좋습니다. 대신 한 가지만 더 약속해 주십시오.”

“뭔데, 그래?”

“다음 부터는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도 잡혀가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마로의 요구는 사실 좀 억지스러웠다. 비록 마로가 조합의 위세에 기대어 물장수를 하고 있다고는 해도, 엄밀히 말해 다른 패거리이므로 조합에서 신경 써 줄 필요는 없었다. 마로 역시 승낙을 받겠다기 보다도 다음 절충안을 위해 튕겨 본 배짱일 뿐이었다. 하지만 도미는 순순히 응낙했다.

“그래, 그러지. 어차피 이제 이 동네의 샘은 다 내가 관리하는 것이니까, 얼마 안 되는 네 아이들을 따로 구분하기도 귀찮은 일이거든. 자 그럼 나를 따라오너라.”

마로는 너무 쉽게 허락하는 도미의 태도에 오히려 의아한 마음이 들었으나, 그렇다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반대를 할 필요는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미를 따라 갔다.

도미에게서 돈을 넘겨받은 마로는 몇 가지 당부 사항을 듣고는 곧장 급수부 지청을 향했다. 관리를 직접 대접해 본 일은 없었지만, 대충 무엇을 해야 하는지쯤은 마로도 잘 알고 있었다.

급수부 지청을 찾아간 마로는 관리를 찾기 위해 병사들에게 물어 보아야 했다. 관직품계로만 따진다면 말단 중에 말단인 하급관리이지만, 물이 권력이 될 수 있는 배꼽거리에서 샘터 감시관은 건달들의 뇌물 수령 말고도 공식적으로도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샘터를 지키기 위해 파견된 1개 분대의 병력을 지휘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병사들의 안내에 따라 감시관을 찾아간 마로는 준비했던 머리를 조아렸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물배달 조합에서 온 마로 온지라고 합니다.”

조금 멋쩍기는 했지만, 마로는 최대한 웃는 얼굴을 짓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관리관의 얼굴은 무표정하기만 했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 물장수들은 샘터에 밥줄을 걸고 있는데, 언제나 관리관님들께서 샘을 잘 돌봐주신 까닭에 이렇듯 먹고 살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관리관님께서 새로 오셨다기에 찾아 뵙고 인사라도 드리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하여 이렇게 왔습니다.”

관리관은 아무 말 없이 마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마로는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아차렸다.

“사실 간단하게 반주라도 곁들여 식사라도 대접하려고 했는데, 워낙에 분주하신데다, 근무시간에 술을 권해 드리기도 어려운 일이라…….”

마로는 품을 뒤져 가죽 주머니를 꺼내었다. 슬그머니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렇게 식사비를 가져왔습니다. 얼마 안 되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만, 그저 성의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관리관은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이 냉큼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마로가 보는 앞에서 주머니를 펼쳐 그 안에 있는 돈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 180수, 190수, 200수.”

돈을 다 센 관리관은 다시 마로를 바라보았다. 겸연쩍어진 마로로서는 한 마디 덧붙이지 않을 수 없았다.

“물론 너무 약소한 것이라 추후에도 계속 찾아뵐 생각입니다만. 그리고 오늘 제가 데리고 일을 시키는 아이 하나가 잡혀들어왔는데…….”

마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관리관이 설렁줄을 잡아당겼다. 멀리서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병사 두엇이 달려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관리관은 주머니를 들어보이면서 무덤덤하게 말했다.

“저 자는 무엄하게도 황제폐하의 명을 받고 나라의 일을 돌보는 관리에게 뇌물을 주려 했다. 법에 따르면 관리에게 뇌물을 주려 한 자는 재산을 몰수하고 감옥에 가둔다고 하였으니, 당장 금청으로 끌고 가서 처벌을 받도록 하라.”

“네!”

마로에게는 변명할 겨를도 주어지지 않았다. 병사들은 관리관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창대로 마로의 오금을 후려쳐 바닥에 꿇렸던 것이었다. 창대에 몸이 짓눌리고서야 마로는 간신히 한 마디 내뱉었다.

“뭐,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돌연 관리관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잘못되었다고? 지금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였느냐?”

관리관은 돈 주머니를 흔들며 마로의 얼굴 앞으로 들이밀었다.

“나는 방금 네가 이 돈을 나에게 건네는 것을 보았다. 내 말이 거짓이란 말이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순간 관리관이 마로의 얼굴을 걷어찼다. 발이 날아오는 것을 보았지만, 이미 창대에 두 팔이 꿰어 엎드리고 있는 중이라 피할 수가 없었다. 관리관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가 물은 말에나 대답해라. 이 돈을 네가 내게 건네준 것이냐, 아니냐?”

발에 맞은 후 얼떨떨하던 느낌이 어느새 빠른 속도로 분노가 되어 뒷통수를 간질였다. 마로는 명치 끝에서 치밀어오른 뜨거운 것이 욕이 되어 입밖으로 튀어 나왔다.

“이런 개자식들!”

마로는 얼굴을 땅에 묻은 채로 하반신을 힘껏 띄어 올렸다. 그리고는 성난 망아지처럼 두 발을 뒤로 힘껏 차올렸다. 마로의 발은 뒤에서 창대를 들이밀며 서 있던 두 병사의 사타구니에 꽂혀 들어갔다. 두 병사의 비명소리에 이어 팔과 등을 내리누르던 창대의 힘이 약해졌다. 마로는 앞으로 뒹굴어 창대에 꿰인 팔을 풀며 벌떡 일어섰다. 일어서자 관리관의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바로 코앞 있었다. 관리관은 설렁줄을 잡아당기려 손을 뻗고 있었다. 마로는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컥!”

이마에 묵직한 타격감이 느껴지더니 관리관이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뒤로 넘어갔다. 하지만 설렁줄은 이미 당겨진 후였다. 마로는 그대로 창문을 열고는 뛰쳐나갔다. 관리관의 문 밖에 서 있던 병사 서넛이 소리를 지르며 쫓아오기 시작했다.

마로는 병사들이 뒤따라 온다는 것을 깨닫자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담장을 넘고 옥상과 옥상 사이를 뛰어넘었다. 순식간에 병사들은 뒤쳐졌다. 계단을 달리고 문을 뛰어넘으면서도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가야할 곳을 정하는 것이 더 급했다. 더 이상 베르가마에서 마로가 꾸물거리다가는 큰 봉변을 당하게 될 것이었다. 순순히 처벌을 받아도 손가락이 잘릴 마당에 관리를 때리고 도망쳤으니,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마로가 할 일은 재빨리 르로이를 들쳐 업고 성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 녀석들은 오늘 나를 처음 봤기에 내 집이 어디인지 모를 것이다. 따라오는 녀석도 없는데다가 길도 멀리 돌아왔으니, 이대로 집에 간다면 아버지를 무사히 빼내올 수 있을 것이다.’

마로는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집이 있는 공동주택 건물에 도착해서는 잠시 몸을 숨기고 동태를 살폈다. 하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하긴 우리 집이 어딘지 알지도 못할뿐더러, 알더라도 나보다 더 빨리 달려 올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로는 계단을 올라 방문을 열었다. 침대에 르로이가 누워 있는 것이 보였지만, 르로이를 보살피던 과부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려는 순간 무언가 길죽하고 단단한 것이 명치끝을 쳐 올렸다.

강렬한 충격에 마로는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숨을 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도 마로는 주위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서너 명의 병사들이 창을 거꾸로 들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어떻게 이자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거지?’

병사들은 마로를 꽁꽁 묶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자 복도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얼굴이 벌개진 관리관과 병사들이 뛰어 들어왔다.

“이 개자식, 역시 이곳으로 도망쳐 왔군.”

관리관은 갑자기 옆에 있는 병사의 창을 빼앗아 들고는 마로의 얼굴을 냅다 후려갈겼다. 눈앞이 번쩍 하더니 마로는 다시 한 번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흐려지는 의식 사이로 관리관의 악의에 찬 욕설이 들렸다. 결국 마로는 정신을 잃은 채로 체포되고 말았다.

마로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한참이 지나서였다. 돌바닥의 차가운 냉기에 흠칫하며 깨어난 마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벽에 뚫린 창으로는 어두워진 밤하늘이 보이고 있었다. 쇠살로 촘촘히 막힌 문을 보고서 이곳이 감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몸에 무언가에 거북스럽게 매달려 있는 것이 느껴졌다. 거친 나무로 만든 길죽한 판에 목과 손목이 끼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마로는 생각을 정리해 보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오늘 겪었던 장면들만 머릿속에서 헛되이 맴돌 뿐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순간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리는 듯 했다. 마로는 놀라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잘못 들었나?’

하지만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창살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로는 힘겹게 몸을 돌렸다. 말라르디가 조막만한 창살 앞에 초조한 얼굴로 서 있었다.

“이 녀석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말을 하려고 했지만, 메말라 갈라진 목은 쉑쉑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말라르디는 품에서 물병을 꺼내 그릇에 물을 따라주었다

“빨리 마셔.”

마로는 허겁지겁 물을 들이켰다. 목이 축여지자 그나마 조금 살 것 같았다. 마로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어떻게 여기에 왔어요?”

“마침 일이 있어서 이곳에 들렀다가 네 녀석이 끌려오는 것을 보았다. 깜짝 놀라서 이 밤중에 간수에게 몇 푼 쥐어주고 들어온 것이다. 간수에게 물어보았더니 뇌물을 주고 관리를 폭행하였다던데,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재수가 없었어요. 내가 데리고 있는 아이가 급수청에 잡혀가서 관리관에게 뇌물을 주고 풀어오려고 했는데, 다짜고짜 나를 잡아서 손을 자르겠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

순간 마로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겪은 상황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얼핏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되새겨 볼 겨를도 없이 이어진 말라르디의 말 때문에 그 의심은 잊혀지고 말았다.

“이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렇게 잘난 것처럼 나대더니 고작 이 꼴이냐?”

마로는 안타까움이 서린 말라르디의 말투에 약간 놀라고 말았다.

“뭡니까? 지금 아저씨가 나를 걱정해 주는 거예요?”

말라르디는 눈을 흘겼다.

“나도 솔직히 네 녀석을 좋아했다는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몇 년을 알고 지낸 녀석이 이 꼴이 되었는데, 나라고 마음이 좋겠냐?”

“정말 의외로군요. 전혀 기대도 안 했던 내가 오히려 미안해지는군.”

“시끄러워. 그나저나 어쩔 셈이냐? 원래 뇌물을 자른 자는 손가락을 자르는데, 너 같은 경우는 관리를 폭행하고 도망치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큰 처벌을 받을지 모르겠다.”

“젠장. 모르겠어요. 될 대로 되겠죠. 설마 그 정도로 죽이기까지야 하겠어요?”

“물론 죽이지는 않을테지. 강제 노역을 몇 년 정도 치루게 될거야. 하지만 그동안 네 아버지는 어쩔테냐?”

마로는 말문이 막혔다. 말라르디도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있더니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너 혹시 형법에 대해서 아느냐?”

“그런 것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 사람 죽이면 사형이고, 도둑질하면 강제 노역이나 손을 자르고, 간음하면 거세한다. 뭐 이 정도만 알뿐이지.”

“그럼 이렇게 하자. 아마 내일이나 모레면 너에 대한 심문이 시작될 것이다. 물론 너야 너무도 죄가 명백하여 어떻게 빼고 숨길 것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죄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거라. 제국의 법에 따르면 백성들이 억울한 처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승복하지 않는 죄수에게는 다시 한 번 심문을 받을 기회를 주거든. 그런 것을 항소라고 하는데, 기간이 대략 열흘 남짓 걸릴 거야. 그럼 그동안 내가 가벼운 벌금형 정도로 끝나게 손을 써 보마.”

마로는 놀라 말라르디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니, 아저씨가 나를 위해서 그런 일을 해주겠단 말이에요?”

“물론 네가 좋아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네가 그동안 대부 어르신과 아가씨를 위해 해준 일도 있고, 어떻게 보면 사리사 아가씨가 고귀한 지위에 오르게 된 계기를 네가 마련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도와주려는 것이다.”

마로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 머뭇거렸다. 한참을 그러다고서야 간신히 한 마디 뱉을 수 있었다.

“그, 그런데 아저씨에게 그만한 힘이 있어요?”

말라르디는 인상을 찌푸렸다.

“옛날의 나로 생각하지 말아라. 사리사 아가씨는 지금 황제에게 가장 총애를 받는 인물이다. 그리고 사리사 아가씨를 모시는 시종의 우두머리가 바로 나이고. 품계가 높은 신하들도 아가씨에게 접근하려고 나에게 온갖 선물을 다 떠넘기는 마당인데, 이까짓 작은 일이야 처리 못하겠느냐? 원래 문서보다 귓엣말로 들어가는 청탁이 더 빠른 법이다.”

그 와중에도 사리사라는 이름을 듣자 마로의 가슴이 아려왔다. 마로는 머릿속에 떠오른 괴로운 생각을 떨쳐 내기 위해 재빨리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이거, 내가 아저씨를 정말 오해하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씨에게 제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걱정마라. 나도 이런 이야기로 아가씨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너무 시간을 오래 끌어서 이만 가봐야 겠다. 무엇보다 내가 했던 말 잊지 말거라.”

말라르디가 떠나고 난 뒤에 마로는 우두커니 앉아서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다.

한낮이 되자 감옥 안은 참을 수 없이 더워졌다. 습기차고 무더운 감옥 안의 공기에 분뇨통의 악취가 더해졌다. 갈증으로 목구멍이 서로 달라붙는 것 같아 침을 삼키기도 쉽지 않았다. 폭염 속에서 시달리던 마로는 지친 나머지 꾸벅꾸벅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마로의 머리를 거칠게 밀었다.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깬 마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여섯명의 병사들이 엄숙한 낯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들중 두 명이 나서더니 아무 말 없이 마로를 붙들었다. 마로는 아직 일어나지도 못하였지만, 거칠게 잡아 끄는 병사들 때문에 자루마냥 질질 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의 빠른 발을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따라잡던 마로는 건물에서 나서는 순간 갑자기 쏘아오는 강렬한 태양광선에 눈을 질끈 감았다. 한참 만에야 다시 눈을 뜬 마로는 저 앞에 보이는 장면을 보고는 아연실색하였다. 높은 연단의 좌우로 수많은 사람들이 둥글게 둘러 선채 사람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중심에는 앉은 키만한 둥근 나무 공이 있었다.

나무 공의 모양은 기묘해서 무릎을 꿇고 그 앞에 앉아 팔로 감싸면 몸 안에 쏙 들어왔다.  병사들은 마로를 형틀에 엎드리게 한 뒤 꽁꽁 묶어 두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 섰다. 나무에서 풍기는 묘한 악취에 마로가 놀라는 사이 숙여진 머리 위로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녀석이 마로 온지냐?”

마로는 고개를 들었다. 높게 솟은 단 위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작은 지붕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밑에는 관리답게 머리를 틀어올린 사내가 앉아 있었다. 관리는 마로가 대답 없이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자 오른손을 살짝 내저었다.

순간 온 몸을 산산이 찢는 것 같은 고통이 등으로부터 전해져 왔다. 살면서 어지간한 싸움은 다 겪어본 마로지만 이렇듯 극심한 고통이라는 것은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었다. 몸부림조차 칠 수 없을 정도로 꽁꽁 묶여진 마로는 누그러뜨리거나 저항할 수 없는 그 통렬한 고통에 이를 악문 채로 비명을 지르며 부들부들 떠는 수밖에 없었다. 마로는 자신의 신음소리 사이로 다시 사내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답을 하지 않을 때마다 채찍이 네 등을 후려칠 것이다. 다시 묻겠다. 네 녀석이 마로 온지이냐?”

평소에 강단있고 배짱있다던 마로였지만, 이 극심한 고통과 압도적인 권위 앞에서는 몸과 정신이 동시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마로는 자신도 모르게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내는 다시 한 번 손가락을 까닥였다. 다시 채찍이 마로의 등을 후려갈겼다.

이번에는 비명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연달아 맞은 까닭인지 오히려 어릿어릿할 뿐 고통은 아까만큼 심하진 않았다. 하지만 엉덩이를 적시는 끈적끈적한 느낌이 이미 자신의 등이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몹시 무례한 녀석이구나. 말로 대답을 하라. 네가 마로 온지인가?”

마로는 목구멍이 뻑뻑하게 붙어 버린 것 같았지만, 쉰 목소리를 짜내어 간신히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사내의 질문은 미리 준비하였던 듯 거침이 없었다.

“그럼 묻겠다. 너는 제 12지구 샘터 관리관에게 뇌물을 주려했던 사실이 있느냐?”

마로는 자신이 부인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 줄 몰랐지만, 이를 악물고 미리 생각했던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자주 마주칠 분이라서…….”

하지만 사내는 목소리를 높여 마로의 말을 중단시켰다.

“됐다. 서기는 적고 있겠지. 마로 온지는 12지구 샘터 관리관에게 뇌물을 주려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였다.”

너무 쉽게 넘어가는 관리의 모습에 외려 마로가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관리의 질문이 이어졌다.

“또 묻겠다. 너는 너를 잡아 들이려는 제 12지구 샘터 관리관과 병사들을 폭행한 일이 있느냐?”

“병사들이 저를 내리 누르는 힘이 너무 거칠어서 통증을 못 이기고 버둥거리다가 몸이 부딪힌 일이 있습니다만, 의도적으로 때리려고 한 일은 없습니다.”

“네, 아니오로만 대답하라. 너의 죄를 부인한다는 말인가?”

“……네.”

“서기는 받아 적도록 하라. 마로 온지는 병사와 12지구 샘터 관리관을 폭행한 사실을 부인하였다. 다음 재판은 7 일 후 해지기 전에 하도록 하겠다. 저 자를 다시 감옥으로 들이도록 하라.”

너무 빨리 끝나버린 재판에 마로는 도리어 허탈함을 느낄 지경이었다.

지시를 내린 관리가 자리를 떠나자, 병사들은 고통으로 축 늘어진 마로를 풀어 내어서는 다시 나무 형구에 목과 팔을 끼워 넣었다. 늙수그레한 녀석이 말했다.

“이봐, 이 녀석 재판이 7 일 후라잖아. 그런데 두 손을 다 묶어서 어쩌자는 거야. 왼손은 빼놔야지.”

“아차, 그렇군요. 깜빡했습니다.”

젊은 병사는 형구에 끼워져 있던 왼팔을 빼어 놓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이 녀석 참 미련한 녀석이로군요. 혐의를 부정하다니.”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마로는 병사들의 말이 무얼 뜻하는지 알지 못하였다. 병사들에 의해 일으켜 세워지자 찢어진 등이 비틀리며 다시 고통이 밀려왔다.

“으윽!”

마로가 신음 소리를 내었지만, 병사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짐짝처럼 마로를 끌고 가서는 조그만 돌감옥에 집어 던졌다.

목과 손을 압박하는 나무틀 때문에 엎드리기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자유로운 왼손으로 간신히 목울대를 받쳐 엎드린 마로는 통증을 잊기 위해서라도 생각에 몰두했다.

등에 난 상처가 욱신거린다 싶더니 어느덧 온 몸이 부으며 열이 올라 있었다. 이에 더하여 비도 내리지 않는 폭염의 날씨가 더욱 마로를 괴롭게 했다. 어쩌다 잠이 들 때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햇빛을 받으며 걷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 들어오는 물과 조잡한 음식에 기대어 마로는 끈질기게 버텼다. 그렇게 5일이 지났다.

마로는 그날도 바닥에 엎드린 채로 더위를 견디고 있었는데, 돌연 감옥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떠밀려 들어왔다. 목과 팔이 형틀에 끼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 마로와 같은 처지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내는 감옥에 익숙한 듯 주위를 돌아보며 뭐라 몇마디 투덜대고는 벽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는 마로를 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허어, 울긋불긋 꽃이 잔뜩 핀 등짝을 보아하니 판관이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안했던 모양이구만. 딱지가 진 것으로 보아 심문을 당한지도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왜 아직까지 이곳에 있나? 보통은 심문이 끝나면 바로 형이 집행되는데.”

마로는 별로 할 일도 없고, 대화나 나누며 더위를 잊을까 싶어 대꾸했다.

“난 다시 재판을 받을 겁니다. 그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갑자기 사내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니 넌 그럼 혐의를 부정했단 말이냐?”

마로는 흥분한 사내의 태도에 어리둥절했다.

“네. 그래요.”

“아니 무슨 죄를 저질렀는데 그래? 살인? 방화? 신성모독?”

“무슨 말이에요. 난 죄를 지은 것 없어요.”

“그야 당연하지. 감옥에 결백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네 마음 다 이해하니까 혐의가 무언지나 말해 봐.”

마로는 집요하게 캐묻는 그의 태도에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뇌물 수수랑, 관리 폭행이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에요?”

갑자기 사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왜 그러나 싶어 뒤를 돌아보는 순간, 사내는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아니 그럼, 고작 뇌물을 주고 관리를 쥐어박은 혐의 따위를 두고 배짱좋게 뻗대었단 말인가? 하하하, 넌 아마 베르가마에서 제일 가는 멍청이 일 것이다.”

마로는 그의 말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을 일으키며 그를 향해 돌아섰다.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허, 넌 제국의 형법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구만. 그럼 내가 가르쳐 주지. 물론 법에 따르면 혐의를 받은 자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두번째 재판을 요구할 수 있어. 하지만 두번째 기회에서도 유죄로 판명될 경우 원래의 죄에 황제를 기만한 죄가 더해지는 것이다. 얼굴보다 뒤에 붙은 혹이 더 커지는 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

마로는 어리둥절했다.

‘황제를 기만한 죄라니?’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옛날에 대학 교수 하나가 자기 조수와 결혼도 하지 않고 그 짓을 한 일이 있었지. 조수의 약혼자였던가, 하여튼 누군가가 신고를 해서 교수가 잡혀들어갔는데, 그 교수는 한사코 자기의 혐의를 부인했어. 뭐 교수라는 자기 체면도 있고, 설마 자신이 조수와 잤다는 증거가 남았겠느냐는 생각에서 그런 모양인데, 불행하게도 교수가 조수랑 함께 있는 것을 본 증인이 있었던 거야. 결국 교수는 재산을 몰수당했을 뿐 아니라, 혀를 잘리고 무릎뼈가 도려졌어. 원래 간음에 대한 죄는 태형 10대 정도로 끝나는 법이지만, 법관에게 거짓말을 하였으니, 황제를 기만한 죄로 불어나고 말았던 것이지.”

순간 마로는 정신이 어찔해지더니 동시에 첫 심문이 끝나고 혐의를 부정한 자신을 멍청하다고 말하던 병사들의 말이 떠올랐다.

“뭐 나도 들은 이야기지만, 법에 따르면 제국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황제 뿐이래. 하지만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나? 그렇기에 황제는 관리들을 뽑아서 자신의 권한을 나누어 주는 것이지. 한마디로 모든 관리들은 황제의 대리자야. 그건 판관도 마찬가지지.  그렇기 때문에 너처럼 죄를 부인했다가 두번째 재판에서 들통나게 되면 황제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되는 거야. 이런 이유로 보통 사형에 해당하는 죄인 살인, 방화, 신성모독이 아니고서야 자기 혐의를 부정하는 일은 없지. 물론 간혹 가다가 너같은 얼간이가 나오긴 하지만,  두번째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일은 매우 드물다고.“

사내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지만, 마로는 자기 생각에 잠기느라 다 듣지 못했다

‘말라르디 아저씨는 이런 것을 모두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일까? 혹시…….’

마로는 머릿속에 든 불길한 생각을 이내 지워버렸다. 그리고는 계속 지껄이는 사내를 향해 쏘아붙이듯 말했다.

“그만해요. 난 며칠 있으면 이곳에서 나갈테니까. 난 뒤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어.”

“허허, 물론 그렇겠지. 아, 시간나면 내 이야기도 좀 그 사람에 해 주라고.”

생각 같아서는 빈정대는 사내의 입을 걷어 차주고 싶었지만, 마로는 그저 등을 돌리는 것으로 그쳤다. 사내의 말을 듣고 마음이 불안해졌지만, 어차피 지금의 마로에게는 말라르디를 믿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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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 바쁘네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시작했을까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