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 밝았다 싶더니 이미 2월도 막바지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써보고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2004년 겨울이었는데 그 시간이 다 뭐한다고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제 글은 환국기 하나 뿐이고 그 글은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멈춰 있군요.

사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환국기를 구상하고 써 나가는 동안 저는 온세상이 저한테 글쓰지 말라고 외치는 듯한 압박감을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 겨우 글 하나 쓰면서 저만큼 많이 날려본 사람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디스켓 손상, 메모리스틱 손상, 메모리스틱 분실, 컴퓨터 바이러스... 하여간 있을 수 있는 모든 경우로 글을 한번씩 날렸던 것 같습니다.

내가 대체 이걸 왜 쓰는지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 즈음에 공들여 다시 썼던 A4 5장 분량(저는 한글로 7포인트 내지는 8포인트로 맞춰놓고 쓰기 때문에 꽤 많은 분량입니다.)을 또 날려서 똑같은 장면을 세번째 다시 써야만 하는 상황에 근성이 바닥으로 떨어질 무렵 판갈에서 초청장이 왔습니다. 평가 가능할 만큼 분량을 채워놓지도 못한 글을 높게 평가해준 게 고마웠고 어쨌든 몇개 안 되는 연재작들에 사이트가 휑한 상황이라 뭔가 책임감 같은것도 생겼습니다. 리플없는 게시판 시스템은 말 그대로 무진장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저는 꽤 열심히 쓰려고 결심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제 이야기쓰기 역사상 가장 큰 사고가 터졌지요.

판갈에 연재하면서 1장 마무리까지 한꺼번에 올리려고 쌓아두고 있던 비축분. 줄거리 요약본. 두권분량 정도 진행된 호곡편 초벌쓰기. 한권 반 분량의 영허편 이전 분량. 연재진행 후에 공개하려고 했던 외전단편 두 편. 달일 단위로 맞춰놓은 연표에 첨부된 사건 개요. 등장 인물들 연배 차이와 가계도 등 세자리수 가볍게 넘어가는 인물설정 모음. 미리 짜놓은 씬 리스트와 대사 메모.

-이걸 노트북이 다 먹고 죽었을 때. 저는 정말 제가 다시는 글 안쓸 줄 알았습니다. 그때까지 챕터 단위로 확 날려먹은 경우까지는 있었지만 기본 자료까지 다 날려버린 건 처음이었으니까 말입니다.

물론 날리고 나서 직후에는 단지 허탈하고 안타깝고 우울했습니다만 나중에 그걸 다시 어떻게든 쓰려니까 막 짜증이 나더니 좀 지나니까 화가나고 좀 더 지나니까 그냥 쓰기 싫더군요. 조금씩 수정이야 해왔지만 어쨌거나 완전히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장면들을 네번짼가 다섯번째로 다시 쓰려니 질릴만도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이지 제가 제 글에 물려서 도저히 못 쓸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만큼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도 똑같은 장면들을 네번째 다섯번째로 새로 쓸 근성이 저한테는 없기 때문에 완전히 버리고 새로 쓸 수 밖에요.

그 사이에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저의 글 보는 관점이나 스타일도 많이 변했습니다.  세계관과 스토리, 주요 캐릭터가 대충 비슷하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이야기가 되고 말겠지요.
콰이곤님께서 처음 보고 초청하실 때와는 노선이 좀 다른 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언제든지 쫒겨날 각오는 하고 있겠습니다.

여하튼 다시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하루에 한 줄을 쓰더라도 무조건 컴을 끄기 전에 블로그 비밀글 첨부파일로 웹에 올려놔버린다!! 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그러니까 ㄴㅇㅂ 서버가 날아가지 않는 한 지금 쓰는 글을 날릴 리는 없겠지요?

없......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아무리 저주받은 글이라고 해도 그렇지 국내 굴지의 포털 사이트를 말아먹을 리는 없으니까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