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최후의 예언자
장르 - 드라마? 스릴러?
주제 - “10분 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시나리오>

-Prologue-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10분 후를 내다보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보임으로서 남자는 유명해졌다.
그의 이름을 딴 카페가 생기고 인터넷에서 시작된 그의 팬클럽은 오프라인으로 확장하여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구름처럼 몰려다녔다.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신흥종교처럼 보였다.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은 그를 예언자라 부르며 신격화하기 시작했다. 예언자는 그들의 운명을 알려주거나 자신이 직접 쓴 부적을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10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그도 자신의 죽음은 예견하지 못했다. 그가 병원에서 폐암 말기를 선고 받고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오던 날, 예언자의 목숨이 3개월을 버틸지 못할 것이라 ‘예언’한 의사가 근무하고 있던 그 병원은 신도들의 테러로 쑥대밭이 되었다.
죽을 날이 가까워오자, 예언자는 그때까지 함구로 일관해오던 자신이 예지력을 얻게 된 경위에 대해 측근에게 고백했다.
20여년 전, 사업실패와 도박 빚으로 파산에 이른 자신에게 한 성직자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예언을 잘 하기로 교계에서 이름 높은 목회자였다. 성직자의 진심어린 기도와 도움으로 그는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다고 산더미 같은 빚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성직자가 예배 때나 기도 때마다 예지력을 발휘하는 것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는 성직자의 힘을 탐내기 시작했다. 또 어디서 빚을 얻어다가 성직자에게 많은 돈을 가져다주고 그와 같은 능력을 자기도 얻게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성직자는 그의 돈도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몹시 화가 난 그는 자기를 도와준 은인에게 앙심을 품게 되었고, 어느 날 예배당에서 혼자서 기도 중이던 그 성직자를 때려죽이고 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10분 후를 예지할 수 있는 능력이 그에게 생겨난 건 그 직후였다.
임박한 죽음 앞에 측근에게 털어놓은 예언자의 양심고백은 삽시간에 그의 신도들과 그를 취재하길 원하는 기자들 사이에 퍼졌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경찰들은 그를 체포하려고 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뒤였다.
며칠 후, 예언자는 자신의 저택 침대 위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된다. 그 사인은 그가 앓고 있던 지병이 아닌 교살(絞殺)로 밝혀진다. 누군가 자고 있던 그를 목 졸라 숨지게 한 것이다.
경찰은 그의 아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곧 수색에 나섰지만 아들은 어딘가로 바람처럼 사라지고 난 뒤였다.
그로부터 몇 년 뒤, 한 형사의 집요한 추적 끝에 선지자의 아들은 붙잡혔는데 놀랍게도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얼굴까지 뜯어고친 그는 주식투자와 사업으로 아버지보다 더 큰 부자가 되어있었다.
죽은 예언자의 신도들은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에게 아버지의 예지력이 옮겨간 것으로 보고 아들을 자신들에게 넘길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아들은 자신의 재력으로, 유능한 변호사들을 일곱 명이나 고용하여 재판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갔다.
예언자의 아들을 체포한 형사는 그가 최소한 구속수사라도 받길 원했지만 아들의 변호사들의 활약으로 아들은 고급승용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듯이 집과 재판장을 오가며 무죄판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예언자의 아들은 자신이 살해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저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사인은 독살이었다. 누군가 그가 마시던 와인에 청산가리를 넣은 것이다.
처음에 그를 체포한 형사는 다시 그의 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녀를 체포하려했지만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들의 애인 역시 어딘가로 자취를 감춘 뒤였다.
전국의 모든 공항과 항만이 봉쇄되고 그녀의 얼굴이 매스컴을 타게 되면서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녀를 세 번째 예언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세 번째 예언자의 도피생활은 그 애인처럼 오래 가지는 못했다.
경찰이 제보를 받고 그녀가 묵고 있는 한 음성 카지노 도박장의 최고급 숙소로 들이닥쳤을 때 그녀는 심장에 칼을 꽂은 채 침대 위에 발가벗고 누워있었다.
경찰은 그녀가 정체를 숨긴 채 그 도박장에 머무는 동안, 겨우 이틀 만에 현금으로 1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도박으로 땄다는 사실과 그런 그녀와 항상 동행하고 있던 남성호스트의 존재를 파악하게 된다.
100만 달러가 든 현금가방과 함께 사라진 남성호스트를 잡기 위한 수배령이 다시 전국에 내려졌고 사람들은 이제 그가 네 번째 예언자라고 생각했다.


#촬영장
갱들끼리 싸움이 벌어진다. 좁다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총탄이 빗발친다.
담배를 입에 문 그 남자는 총알이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어두운 공간 한 복판을 권총 한 자루만으로 기똥차게 뚫고 나간다.
갱들이 갈겨대는 따발총 세례는 거짓말처럼 남자에게 단 한발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가 총을 한두 발씩 쏠 때마다 갱들은 짚단처럼 픽픽 쓰러져나간다.
마침내, 남자는 갱들을 모두 제압하고 그곳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피곤한 듯이 주위를 둘러보던 남자는 골목의 끝자락에 묶여있는 자신의 연인을 발견한다.
권총 끝에 피어오르는 흰 연기를 훅 불어 날려버리며, 남자는 그녀에게 폼나게 다가간다. 그런 다음, 포박을 풀어주고 그녀의 허리를 확- 끌어안는 순간, 죽어있던 갱들 중의 하나가 재채기를 참지 못하고 터뜨리고 만다.
“캇!”
감독이 외친다. 카메라 뒤에서, 얼굴에 짜증이 묻어난다.
“저 새끼 저거 뭐야?”
감독이 성현을 손가락질한다. 김빠지고 짜증 난 기색을 내비치는 것은 다른 스텝들이나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성현, 얼굴이 벌개 진 채 자리에서 일어나 연신 머리를 숙여댄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벌써 몇 번째야? 넌 시체흉내 하나 제대로 못 내냐? 야, 야, 됐어. 저 새끼 빼버려. 5분만 쉬었다가 다시 가자고.”
감독, 촬영장을 떠나버린다. 어수선하게 변한 세트장 한복판에 성현 어쩔 줄 몰라 하며 혼자 우두커니 서있다. 감기에 걸려 코가 빨갛다.

성현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는 무명의 연기자다. 모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작년까지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자신의 뜻과 안 맞아 포기한 뒤 어릴 때부터의 꿈인 연기자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게 임용고시 준비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연기학원을 다니며 불철주야로 노력해도 기획사 오디션마다 줄줄이 낙방, 지금은 엑스트라로 촬영장을 전전하며 학원비나 버는 정도였다.

#대기실/어두컴컴함
감독에게 뺀찌를 당한 성현은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서 혼자 옷을 갈아입는다.
착잡한 얼굴로 싸구려 낡은 코트를 걸치고 보니 오른쪽 겨드랑이 부분이 터져있다.
그걸 쳐다보며 다시 한숨을 쉬다가 성현은 대기실을 빠져나간다.

#공원/해가 지고 있음
싸늘한 공원벤치에 앉아 다시 재채기를 터뜨리는 성현. 품에서 휴지를 꺼내 코를 푼다.
마침 그가 앉은 자리에서 올려다 보이는 빌딩의 대형 전광판에 뉴스가 흐르고 있다.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입만 뻐꾹대는 앵커의 모습 하단에 ‘네 번째 예언자? 네 번째 살인자?’ 라는 커다란 문구가 붙어있다.
곧이어 전광판 화면에는, 도박장에서 애인을 살해하고 돈을 빼앗아 달아난 30대 젊은 남자의 환하게 웃는 얼굴 사진이 뜬다. 시민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그걸 보던 성현은 피식, 웃는다.
“예언 같은 소리 하네…”
그리고 시계를 보니 어? 놀란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지나있었던 것이다. 성현 벤치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급하게 향한다.

#저녁/도심
성현이 아내와의 약속장소로 서둘러 달려간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잡한 거리 위에 그의 아내 은혜가 혼자 서있는 게 보인다. 성현의 얼굴에 반가움이 번진다.
은혜는 금은방 앞에서, 진열장 안에 진열된 보석들을 우두커니 구경하고 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조금 지켜보다가, 성현이 달려와 아내의 어깨를 매만진다.
성현 : “일찍 왔네?” (힐끔, 아내가 보고 있던 진열장 안으로 시선을 던진다.)
은혜 : “당신도요. 오늘 촬영 어땠어요?”
성현 : “어어… 뭐, 그럭저럭. ……이야! 이 목걸이 참 이쁘다! 당신이 하면 참 이쁘겠는데?” (진열장 앞으로 머리를 숙이며 과장되게 말한다)
성현 : “어디 보자… 가격이…” (아내가 보고 있던 목걸이의 가격은 2백만 원이 넘는다, 성현 저도 모르게 입이 헤 벌어진다)
은혜 : “차는 저쪽에 대놨어요. 이제 집에 가요.” (남편의 팔을 잡아끈다)
성현, 마지못한 듯 아내와 그 자리를 떠나면서도 진열장 안의 보석들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조금 있으면 아내의 생일이었다.

#밤/한적한 도로
아내를 옆에 태우고 허름한 고물차를 운전해가는 성현. 생각에 잠긴 듯 오른손으로만 핸들을 붙잡고 왼손엔 턱을 괴고 있다. 은혜는 옆에서 가계부를 적고 있다.
은혜 : (한숨) 이번 달도 적자네요. 방세랑 밀린 할부금 갚고 나면, 당신 휴대폰 요금은 다음 달로 미뤄야겠어요.
성현 : (미안한 듯이) 그냥 내 휴대폰도 해지시킬까? 딱히 전화 올 곳도 없는데…
은혜 : (정색을 하며) 무슨 소리예요, 연기하는 사람이? 배역 맡아달라고 누가 언제 연락해 올지 모르잖아요.
성현 : (한숨을 입에 물며) 이 차라도 팔든지. 우리 형편에 차는 무리였어, 당신 말대로. 기름값도 자꾸 치솟고 있는데… 미안해, 내가 괜히 고집 부려서.
은혜 : (남편을 보고 웃으며) 무슨 말씀이세요, 김성현씨.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된다면서요? 덕분에 귀가할 때마다 이렇게 단 둘이 데이트도 하고 좋잖아요?
성현, 아내를 따라 웃는다. 그러다 다시 재채기.
은혜 :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쇼핑백을 뒤지며) 아참, 당신 감기약 사왔는데.
성현 : (운전 중, 조수석에 앉은 아내를 쳐다본다) 에이, 약 같은 건 필요 없다니까. 뭐 하러 쓸데없는데다가 돈을… 어엇!!

한 남자가 갑자기 차 앞으로 뛰어든다. 성현, 급브레이크를 밟지만 불가항력으로 그를 치고 만다.

#도로에 멈춰선 성현의 차 앞/
헤드라이트 불빛 가운데 피를 흘리고 쓰러져있는 남자.
차에서 내린 성현은 완전히 혼이 나간 얼굴이다. 급하게 납자에게로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피려는데,
최형사 : (도로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성현에게 총을 겨누며) 꼼짝 마!
성현 : (쓰러진 남자 앞에서 헉! 하고 놀라며 두 손을 든다)
은혜는 조수석에 그대로 앉은 채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최형사가 성현에게 다가와 그를 땅에 무릎 꿇리고 두 손을 허리 뒤로 수갑 채운다.
성현 : (등 뒤의 형사에게) 내, 내 잘못이 아니에요. 이 사람이 갑자기 내 차 앞으로…
최형사 : 조용히 해! (성현을 윽박지른 후, 땅에 쓰러진 남자의 경동맥을 손으로 짚어본다)
남자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최형사, 당황스럽고 착잡한 얼굴이다. 그 표정 그대로 시선을 돌려 성현을 노려본다.
성현, 여전히 혼이 나간 표정이다.
눈부신 헤드라이트. 고물차의 털털거리는 소리. 혼란스런 밤.

곧바로 경찰서로 연행된 성현은 자신이 치어죽인 남자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네 번째 예언자라는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자기와 정을 통하며 도박장을 누빈 세 번째 예언자를 죽이고 그녀가 가진 돈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혀 쫓기고 있었던 것.
한 형사에게 체포되기 직전, 그는 고속도로에 뛰어들었고 마침 거기를 지나던 성현의 차와 충돌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며칠간의 조사 끝에 성현은 무혐의로 풀려나게 된다. 그가 자신의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매일 같이 오가던 고속도로 위에서의 사고. 거기다 네 번째 예언자를 마지막까지 뒤쫓아 온 형사의 증언으로 성현은 그날 아무런 교통법규도 위반하지 않았고 달리는 차도로 갑자기 뛰어든 사망자의 잘못이 사고원인의 90% 이상임이 밝혀진 것이다.

#경찰서 안
조사를 마친 경찰이 성현에게 말한다.
경찰 : “그동안 조사 받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성현 :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지친 표정이다)
경찰 : (그 자리를 떠나려는 성현의 등에 대고 농담처럼) “에…… 밥 시켜놨는데, 시장하시면 같이 드시고 가시죠. 배달하는 애가 한 10분 안에 올 겁니다. 그런데 혹시…… 메뉴가 뭔지 맞춰볼 수 있겠습니까? 하하!”
성현, 경찰서 문을 나서며 어이가 없어서 한숨만 나올 뿐이다.

#경찰서 앞
성현이 경찰서를 나오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몰려든다. 성현, 당황한 표정이다.
기자 : (마이크를 들이밀며) “정말 사고였습니까?”
성현 : “………”
예언자교 광신도 : (‘권능을 회수하라’ 붉은 글씨로 쓴 피켓을 들고 있다) “신의 능력은 너희 것이 아니다! 신의 영광을 탐하는 사탄의 자식들에게 심판이 있을 것이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 (성현의 옷깃을 붙잡으며) “신령님! 성수가 떨어져서 우리 아들이 아파서 죽어가고 있어요. 새 몸으로 옮기셨으니 다시 신성한 피를 내려주세요!”
성현, 점점 질려가는 얼굴이다. 인파 속을 헤집고 자신의 차로 달려간다.
기자 : “김성현씨! 정말 10분 후를 볼 수 있나요? 그 승용차로 앞의 예언자를 죽인 겁니까?”
성현, 기자의 손을 뿌리치고 자기 차에 올라탄다. 곧바로 차를 몰고 그곳을 벗어난다.

네 번째 예언자의 사망소식은 순식간에 전국을 강타했다. 사람이 10분 후의 미래를 볼 수 있고 그 능력이 살인을 통해 이전된다는 괴담은 허무맹랑한 것이었지만, 앞선 예언자들의 활약 덕분에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경찰에 쫓기던 네 번째 예언자가 죽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잘못에서 비롯된 사고인 것으로 판명 났지만, 세상의 이목은 그를 치어죽인 사고차량의 운전자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당사자인 성현조차 스스로가 혼란스럽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자기에게 예지력이 생겼는지 스스로를 테스트해 보기로 한다. 그것은 자신의 종교까지 만들 정도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첫 번째 예언자가 방송에 출연해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테스트이기도 했다.

성현 : (종이와 펜을 아내에게 건네주며) “내가 눈을 감고 있을 테니까, 여기다 아무 말이나 적어. 다 적으면 내가 그것을 맞춰볼게. 당신은 당신이 쓴 말을 10분 뒤에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
은혜 : (긴장한 듯이 고개만 끄떡인다)

그러나 성현의 테스트는 번번이 빗나갔다. 20번을 반복하는 동안, 성현은 단 한 번도 아내가 종이에 적은 내용을 알아맞히지 못했다.
결국, 성현은 자기한텐 10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다.

성현 : (자조적인 웃음을 얼굴에 띠우며) 애초에 그런 괴담이 사실일 리가 없잖아. 그 사이비교주도 쇼프로그램 같은 데 출연하기 전에 유명한 사기꾼이었다고 들었는데…. 괜히 골치 아파지게 생겼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 쾅쾅쾅!

성현 : “내가 나가 볼게.”

성현이 현관문을 열자, 말쑥한 차림의 남자가 서있다.

성현 : “누구……신지?”
남자 : “김성현씨? 김성현씨 맞으시죠? 경찰서에 근무하는 친구 소개로 왔습니다.”

자신을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사업가라고 밝힌 남자는, 사업을 두 배로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라도 하게 될까봐 걱정이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러 성현을 찾아왔다고 했다.

사업가 : “당신 같은 분을 오랫동안 찾아다녔습니다. 경마장 사업에 종사하는 제 친구는 저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첫 번째 예언자를 찾아갔다가 그가 예언한 대로 크게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성현은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자기한텐 예지력이 없고 그런 것을 믿지도 않는다며 사업가를 억지로 돌려보냈지만, 그는 다음 날 성현이 다니는 연기학원으로 또 성현을 찾아왔다.

사업가 : “제발 부탁입니다. 내 인생에 이런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큰일이라서……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군요. 제발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성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는다)

성현 : (곤란하고 당혹스러운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본다. 학원생들이 이쪽을 보며 수군거리고 있다) “이러지 마세요. 난 그런 능력이 없다니까요?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요?”

하지만, 성현은 결국 그 사업가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조언을 해주기 전에는 절대로 놔주지 않겠다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는데 성현도 별 도리가 없었다.

성현 : “그럼 그냥 아저씨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이미 마음속으로 다 정해놓으신 거 아닌가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나중에 혹시 잘못되더라도 후회는 덜 하게 되겠죠!”

사업가 : (눈을 빛내며)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정말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선생님?”

사업가는 크게 기뻐하며 자기 품에서 꺼낸 봉투를 억지로 성현의 손에 쥐어주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성현, 어리둥절한 눈으로 봉투 속의 내용물을 꺼내보니 100만 원짜리 수표가 5장이나 나오는 것이 아닌가!
성현은 깜짝 놀라고 말지만 사업가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난감한 듯이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성현.

다음 날,
그 날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성현은 새로 산 양복을 빼입고 아내를 고급 레스토랑으로 불러낸다.

성현 : (아내가 앉을 자리의 의자를 빼주며, 능청스럽게) 여기 앉으시죠, 사모님.
은혜 : (얼떨떨한 얼굴이다, 뻘쭘한 듯이 남편이 빼준 의자에 착석하며) 여기가 어디에요? 우리 이런 데 오고 그래도 되는 거예요?
성현 : (아내의 맞은편에 앉는다) 안 될 이유가 뭐가 있어? 게다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옆에 숨겨둔 선물상자를 꺼내 아내 앞으로 밀어놓는다)
은혜 : (어리둥절한 눈으로 남편과 선물을 번갈아 바라본다. 성현이 어서 열어보란 듯이 눈짓하자 선물을 뜯는다)

눈부신 보석 목걸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성현의 아내는 깜짝 놀라고 만다. 그것은 바로 얼마 전 사고가 있던 날 저녁에 남편을 기다리며 자신이 보았던 진열장 안의 그 목걸이였던 것이다.

은혜 :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힌 듯이) 여보……

성현, 아내의 놀라는 모습을 보며 마냥 흐뭇한 표정이다. 가난뱅이인 자신에게 시집온 뒤로 늘 쪼달리며 고생만 하고 살아온 아내였다. 그래도 그녀는 다른 여자들처럼 바가지 한번 끓는 법이 없었다. 언젠가는 남편의 꿈이 꼭 이루어질 거라며 옆에서 가장 힘이 되어준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성현은 너무 기뻤다.

그런데…

성현에게 복채로 5백만 원을 주고 간 그 사업가 말고도, 미래를 물어보기 위해 성현을 찾아오는 낯선 방문자들은 그날부터 끊이질 않았다. 그들은 앞서 죽은 예언자들의 신통력이 성현에게 옮겨갔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에겐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 같은 게 없다며, 처음에 그들을 외면하기만 하던 성현도 그들이 내놓고 가는 많은 액수의 복채에 급격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인생에 관해 단지 몇 마디 조언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성현의 말을 예언으로 받아들이고 돈을 내놓고 돌아갔다.
성현은 그들이 가져다준 돈으로 자동차 할부금을 갚고 밀린 방세를 완납하고 아내에게 계속해서 선물을 사줬다. 저녁마다 비싼 옷과 구두, 핸드백을 자기 앞에 내놓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아내인 은혜는 오히려 얼굴에 수심이 들기 시작했지만 쉽게 돈 버는 법을 터득한 성현에게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성현은 자신의 꿈이었던 연기자의 길을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컨설팅을 주 업무로 하는 작은 사무실을 하나 차린다. (상호: 인생경영연구소)
겨우 10평 남짓한 공간에 책상 하나와 탁자와 의자 몇 개를 가져다놨을 뿐이지만, 성현의 사무실은 그에게 인생 상담을 받기를 원하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성현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성현은 새 집을 사고 차를 바꿨다. 그런 그에게 이제 옛날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난하지만 항상 정직하게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연기지망생의 얘기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낮에는 촬영장에서 엑스트라로 일하고 밤에는 연기학원, 집으로 돌아와서도 실력을 쌓기 위해 혼자 연습에 몰두하던 성현은 이제 하루 종일 자기 사무실에 처박혀 손님들을 상대하고, 그들에게 좀 더 그럴 듯한 예언을 들려주기 위해 집에선 마술과 사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은혜는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현의 사무실
성현 : (상담이 끝나자 일어서는 손님을 보고)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문 쪽에 서있는 비서를 바라보며) 다음 분 들여보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다음 사람이 들어와 성현 앞에 앉는다. 성현, 앞의 손님이 책상에 놔두고 간 복채를 금고에 집어넣은 뒤 앞에 앉은 사람을 바라보며,
성현 :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죠?
여자 : (차가운 눈으로 성현을 응시) 김성현씨. 신의 형벌이 두렵지 않습니까?
성현 : “무슨……”
여자 : “왜 남의 미래를 당신이 함부로 정해주죠? 그게 얼마나 엄청난 죄인지 모르는 것 같군요. 지금은 죽고 없는 다른 예언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성현 : (여자를 달리 본다) “당신, 그 사이비교에서 나온 사람입니까?”
여자 : (코웃음 치더니) “아뇨. 완전히 잘못 봤어요. 난 그쪽이랑 전혀 상관없어요.”

여자는 자신이 첫 번째 예언자에게 살해당한 성직자의 손녀라고 밝혔다.

그 얘기를 듣고 성현, 놀란 표정을 짓는다.

여자 : (여전히 차가운 얼굴) “당신 같은 사기꾼이나 살인자들을 만들려고 신께서 할아버지한테 그런 능력을 주신 게 아니에요. 그 증거로, 봐요. 앞의 사람들은 다 심판 받았어요. 당신도 그렇게 되고 싶나요?”
성현 : (얼굴이 굳어진다. 여자와 눈을 똑바로 맞추지 못한다) “………”
여자 : (자리에서 일어서며)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예요. 신께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내 경고 흘려듣지 말길 바라요.”

여자는 쌀쌀맞게 돌아서더니 사무실을 나간다. 그런데, 그녀와 서로 몸을 비켜주며 한 사내가 성현의 사무실로 들어선다. 비서가 “차례를 지키셔야죠.” 라며 사내를 제지하려하자 사내는 품에서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여준다. 그러더니, 오히려 비서를 문밖으로 밀어내 버리고 사무실 문을 잠근다.

성현, 황당하다는 듯이 사내를 쳐다본다. 그의 앞에 사내가 의자를 끌어당기며 앉는다. 사내가 선글라스를 벗자 성현은 놀란다. 아는 얼굴이었다.
그 사내는 바로 성현이 교통사고를 일으켰던 날 밤, 네 번째 예언자 살해 혐의로 성현을 체포한 그 형사였던 것이다.
형사 : “오랜만이우. 그새 직업이 바뀌셨더군.”
성현 : “무슨…… 일로……?”
형사 : “걱정이 돼서 와봤소. 요즘 한참 잘 나가시는 것 같더군.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형사는 아버지를 살해한 두 번째 예언자의 사건 때부터, 예언자들과 얽힌 살인사건들을 자신이 줄곧 수사해왔다고 말했다.

형사 : “내가 직접 수사했기 때문에 나는 알지. 예언자들은 그냥 사기꾼일 뿐이오. 사실 10분 후를 예측하는 건 꼭 초능력이 없더라도 누구나 가능한 일 아니오? 거기에 적당한 구술과 약간의 쇼맨쉽만 섞어준다면 온 나라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 지금의 당신처럼 말이오, 김성현씨.”
성현 :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제가 사기꾼이라뇨? 전 그냥 인생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을 상대로 컨설팅만 해줄 뿐이라고요.”
형사 : “하지만 사람들은 당신이 신통력이 있다고 믿고 있지. 그리고 당신은 사람들의 그러한 믿음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어디 한번 말해보시오. 당신이 정말 10분 후를 내다볼 수 있소?”
형사의 질문에 성현은 대답하지 못한다.

형사 : (비웃음을 흘리며) “10분 후에 내가 이 사무실을 나서면서 당신한테 내 명함을 한 장 건네줄 생각인데, 그것이 지금 내 코트의 왼쪽 주머니에 들어있을까,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을까? 맞춰 볼 수 있겠소? 그냥 찍어도 확률은 50%나 되는데, 킥킥”

성현은 불쾌한 듯이 인상을 찌푸리지만 뭐라 대답하지는 못한다.

형사 : (갑자기 인상을 굳히며) “당신을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거 잊지 마시오. 나도 그중 하나요. 솔직히 난 아직도 의심스러워. 그때 그거 정말 사고였소?”

성현, 곧 폭발할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형사를 노려본다. 형사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형사 : “사람들이 당신을 예언자로 믿는다는 거… 지금은 좋을지 몰라도 곧 실상을 깨닫게 될 거요. 사기죄로 구속되는 건 차라리 낫지. 당신의 사망사건 때문에 내가 또 바빠지게 될 일은 없었으면 좋겠소. 몸조심하시고… 무슨 일 생기면 이리 연락하시오.”

형사는 그렇게 말하곤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둔 자신의 지갑 속에서 명함을 꺼내 그것을 성현의 책상 위에 올려둔 다음, 사무실을 떠났다.

성현, 형사가 돌아간 뒤에도 혼자 책상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쉰다. 창밖이 소란스러워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이비교의 광신도들이 붉은 글씨가 쓰인 피켓을 들고 성현의 사무실 앞에서 시위 중이다.

광신도1 : “그 능력은 너의 것이 아니다!”
광신도2 : “권능을 훔친 자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다!”
성현 : (문 앞에 선 비서를 쳐다보며) 뭐하고 있어? 어서 경찰 부르지 않고? 저것들 다 쫓아내버려!

성직자의 손녀와 형사가 다녀간 뒤에도 성현은 컨설팅 일을 계속 했다. 그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성현은 착실히 돈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언젠가는 자신의 영화사를 차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제작과 연출, 주연까지 맡은 자신의 영화를 만든다, 성현은 그런 꿈에 부풀어있었다.
그런데 그의 변심을 반갑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또 있었다. 바로 성현의 아내, 은혜였다. 돈 욕심에 눈이 어두워 날이 갈수록 다른 사람처럼 변해가는 남편이 그녀는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성현의 집/아침
은혜 : “당신,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 우리 빚만 다 갚으면, 사무실 일 접고 다시 연기에만 전념하기로 약속했잖아요.”
성현 : “그래, 그렇게 할 거야. 여기서 조금만 더 벌면 그렇게 할 수 있어. 연기자로 성공하는 것도 재력이 받쳐줘야 되는 거라고. 꿈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잖아. 당신, 쫄쫄 굶으면서 밀린 방세나 걱정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은혜 : “그래도 난, 그때가 행복했어요. 가난해도 정직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남편이랑 같이 사는 게 좋았다고요. 나는 사기꾼과 결혼한 게 아니에요!”
성현 : “뭐야? 사기꾼?” (화를 못 이긴 듯 손찌검할 태세. 그러나 은혜가 움츠러들자, 정말로 때리진 못하고 혀를 차면서 방을 나가버린다)

아내와 다툰 뒤 잔뜩 굳은 얼굴로 집을 나선 성현은 새로 뽑은 에쿠스에 들어가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킨다.

그날, 사무실로 특별한 손님이 성현을 찾아왔다. 바로 성현이 다니던 연기학원에서 성현에게 복채로 500만원을 주고 간 그 사업가였다.

사업가 : (성현의 손을 덥석 잡으며) “선생님 덕분에 이번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시해야 좋을지 모르겠군요!”
성현 : (얼떨떨하게 웃는다) “아, 예…… 잘 됐네요.”
사업가 : (준비해 온 돈 가방을 내밀며) “이건 제 성의입니다. 아무 말 마시고 부디 받아주십시오.”
성현, 가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돈다발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사업가가 돌아간 후, 성현은 사업가로부터 받은 돈 가방을 자기 사무실 금고 안에 넣어뒀다. 그러면서 지껄이는 말, “돈이 그냥 알아서 굴러 들어오는구만. 큭큭”

기분이 좋아진 성현은 그날 비서만 사무실에 남겨 둔 채 일찍 퇴근한다. 아무래도 아침에 있었던 일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아내는 자신에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따지고 보면, 아내가 그러는 것도 다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성현은 생각했다. 그런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집에서 혼자 울고 있을 아내를 달래주기 위해 성현은 사무실을 나섰다.

성현 : (사무실 나가기 직전, 비서에게) “3시까지 예약만 받고 김비서도 오늘 일찍 퇴근해. 난 먼저 가볼 테니까.
비서 : “알겠습니다, 사장님.”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성현, 신호를 기다리는데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다.

성현 : “여보세요? ……예, 제가 김성현입니다만…… 예에?!?” (화들짝 놀란다)

성현은 곧장 차를 돌려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출동한 구급차와 소방차들이 먼저 도착해있다. 성현, 차에서 내려 고개를 올려다보니 자신의 사무실이 불에 타고 있다.

성현 : (기가 막혀서) “아, 아니 이게… 이게 도대체…”

마침, 자신의 비서가 들것에 실려 가고 있다.

성현 : “김비서! 김비서!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응?”
비서 : (불에 그슬린 흉측한 몰골) “사, 사장님…… 사무실에 있는데…… 금고가 갑자기 폭발을…… 으,윽…”

성현, 말문이 막힌다. 비서는 그대로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후송됐다.
금고가 폭발을 일으켰다? 그동안 모아놓은 상담료를 어제 은행에 입금시켰기에 금고 안은 텅 비어있었다. 응? 아니다? 아니다… 그 사업가…
사업가가 주고 간 돈 가방이 성현의 뇌리를 스친다. 금고 안엔 분명 그것밖에 없었다.
성현, 한 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어 꼼짝하질 못한다.

#경찰서
최형사 : (한심하다는 듯이) “그러게 내가 뭐라 그랬습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고 했지요?”
성현 : (겁에 질린 얼굴) “어쩌면 좋을까요? 그 사람이…… 날 정말 죽이려고 했을까요?”
최형사 : (한숨) “그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폭탄이 든 돈 가방이 철제금고 안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당신 비서는 시체도 못 건졌을 거요.”
성현 : (절박한 얼굴) “그 사람…… 연락처도, 명함도…… 아무 것도 못 받았는데 체포할 수 있을까요?”
최형사 : (고개를 절레절레) “인상착의만 가지곤 힘듭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오. 이건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입니다. 모르시겠소? 그자가 왜 당신의 목숨을 노렸을 것 같소?”
성현, 말문이 막힌다.
최형사 : “지금으로선, 몸조심하시오. 그 방법밖에 없소. 아니면, 어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서 한 3년만 살다 오던가. 아, 그리고 그 여자…”

최형사는 자신이 성현의 사무실로 찾아갔던 날 자기보다 먼저 와있던, 죽은 성직자의 손녀라고 자신을 밝힌 여자에 대해 말을 꺼냈다.

최형사 : “그 여자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내가 예언자들을 추적하면서 그들의 사망장소에 도착했을 때마다 어떻게 알고 항상 기자들보다 일찍 현장을 찾아오곤 했었소. 증거는 없지만…… 난 그 여자도 의심스럽소.”
성현 : “뭐하는… 사람인가요?”
최형사 : “뭐, 듣기로는 자기 할아버지가 원장으로 있던 기도원을 물려받아 자신이 운영하고 있다는데…… 그것도 내가 직접 본 게 아니라서 믿을 수는 없지요.”

최형사와 헤어진 뒤, 성현은 집으로 돌아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그때부터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하마터면 자신이 살해당할 뻔한 일로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집안의 창문을 모두 가린 다음 일체의 외출을 삼갔다.
사무실이 문을 닫자, 그에게 상담을 받길 원하는 손님들이 집에까지 찾아와 쉴 새 없이 초인종을 눌러댔지만 그는 절대로 내다보지 않았다. 또 누가 자신에게 있지도 않은 능력을 노리고 자신을 죽이려 들지 모르는 일이었다. 사설경호업체나 경찰에게 신변보호를 의뢰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들 역시 믿을 수 없기는 매 한가지였다.
성현의 아내는 신통력이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라 남편을 설득했지만, 성현은 진실을 알게 된 그들이 자기를 용서치 않을 거라며 주저하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성현은 집에 아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성현 : (거실, 주방, 안방을 모두 뒤지며) “여보? ……어딨어?”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린다.
성현, 자기 휴대폰을 들고 보니 아내가 자신에게 건 전화다.

성현 : (전화를 받으며) “여보, 어디야? 말도 없이…”
휴대폰에서 아내의 흐느끼는 목소리 : -여, 여보…… 나 지금…… 이 사람들이…… 아, 아악! 아아아!
성현 : (크게 놀라며) “여보? 여보! 왜 그래? 왜 그…” (띡, 전화가 끊긴다)
성현, 아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 중입니다. 삐소리가 나면…’
성현, 전화를 끊고 어쩔 줄 몰라 한다.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보려는데, 자신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 한통이 도착한다. 그것을 확인해보는 성현.

<아내를 살리고 싶나?>

성현, 섬뜩함을 느낀다. 발신자표시제한이 뜨고 있다. 곧, 새로운 문자메시지들이 연이어 도착한다.

<아내를 살리고 싶으면 다음의 장소로 혼자 찾아와라>
<경기도 …국도변…>
<명심해라, 경찰에 알리거나 혼자 오지 않으면 네 아내는 죽은 목숨이다>

성현,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왜 진작 아내의 말을 듣지 않았나.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혼자 자책해보지만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하지만 이대로 아내를 잃을 수는 없었다. 성현에게 아내는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설령 자신이 죽는다 해도 아내는 살리고 싶었다.
결심이 서자, 성현은 일어섰다.
옷을 갈아입고, 집에서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아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가난한 연기자 시절 촬영장에서 쓰던 연기 소품 몇 개를 품에 집어넣고 집을 나왔다.

그가 현관문을 나오자, 집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우우 몰려든다.
대부분 그에게 점을 봐달라거나 상담을 받으러 찾아온 사무실 손님들이었으나, 폭발사고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도 있었다.
할머니 : (성현의 옷깃을 붙잡으며) 신령님! 부적 한 장만 더 써주세요! 우리 애 병이 낫지를 않아요!
기자 : (마이크를 들이밀며) 김성현씨! 생명의 위협을 받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성현, 잠시 그들을 둘러보다가 간신히 입을 연다.
“저는 예언자가 아닙니다.”
좌중이 조용해진다.
성현이 조금 더 큰 소리로 그들을 향해 다시 말한다.
“죄송합니다. 그동안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에겐 10분 후를 볼 수 있다거나, 미래를 알 수 있는 초능력이 없습니다. 저는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입니다.”
너무 뜻밖의 고백인지라 기자도 손님도 잠시 어리둥절해있다. 성현, 그 자리를 빠져나간다.
“죄송합니다…”
“아니, 김성현씨…”

사람들을 뿌리치고 급하게 자기 차에 올라탄 성현은 어딘가로 향했다.
아내를 납치해간 범인은 성현을 국도변에 위치한 한적한 야산의 자재창고로 유인했다.
성현이 거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그런데, 국도를 벗어나 차를 몰고 산길을 오르다보니 몇 대의 차량이 자기 뒤를 쫓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성현은 긴장으로 머리끝이 곤두섰다.

창고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자신을 뒤따르던 차들도 일제히 멈춰 섰다. 그리고 각각의 차들로부터 역시 각각의 흉기를 든 각각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부엌칼을 든 아줌마, 공기총으로 무장한 사냥꾼, 야구배트를 든 학생, 골프채를 손에 쥔 회사원 등등… 그 중에 자기한테 폭탄이 든 돈 가방을 보낸 사업가가 섞여있는 것을 보고 성현은 경악한다.
그들은 신통력을 얻기 위해 성현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었던 것이다.
성현은 비명을 지르며 창고로 뛰었다. 그리고 창고 안에 들어가 바닥에 떨어져있는 스위치를 눌러 자동 셔터도어를 내려오게 했다.
쿠르르릉…
철문은 더디게 내려왔다. 자신이 여섯 번째 예언자가 되고 싶어 하는 예비 살인마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다. 성현은 겁에 질려 물러났다.
다행히 그들이 창고로 들어오기 전에 문은 그들을 완전히 막아섰다.
성현이 한숨 돌린 표정을 짓는 사이, 밖에선 그들이 철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며 고함을 질러댔다.
-문 열어! 안 열어?!
-예언자 이리 나와! 이 새끼야!

그 순간, 어두운 창고 안에 불이 켜진다.
주변이 갑자기 밝아지자, 성현은 몸을 움츠리며 뒤를 돌아본다.
주차된 트럭 뒤에서, 누군가 성현의 아내를 인질로 붙잡고 서서히 다가온다.
그를 확인한 순간, 성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최형사?”
“내 선물이 마음에 들었나? 김성현? 당신을 노리는 그 미치광이들은 내가 불러 모았네. 물론, 장보러 나온 자네 아내를 납치해 여기 데려온 것도 나고…”
최형사는 한손에 든 권총으로 성현을 겨눈 채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성현의 아내는 두 손에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다. 잔뜩 겁에 질린 주제에, 그녀가 말한다.
“여, 여보… 난 상관 말고 어서 도망가요.”
“은혜…”
성현은 안타깝게 아내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리고 최형사에게 묻는다.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당신은 예언 같은 건 안 믿는다고 하지 않았나? 당신이 옳았어. 난 예언자가 아니야. 나한텐 미래를 보는 능력 따위 애초에 없었다고!”
“아하? 이거 왜 이러시나? 그건 사실일지 모르지만, 밖에 있는 저 놈들은 네가 다섯 번째 예언자라 믿고 있지. 그리고 널 죽이면 자신이 그 다음 예언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최형사의 말에 성현은 잠시 뒤를 돌아본다. 셔터 문을 부수려는 그들의소리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성현 : (다시 최형사를 향해) “그래서? 당신도 저들과 똑같은 것을 원하는 건가? 그렇다면, 여기서 나를 죽여도 좋아. 어차피 쓸데없는 일이 될 것이지만. 그러나 내 아내는 살려줘. 그 여자는 이 일과 아무 상관도 없다고!”

최형사, 비웃음을 입에 물더니, 자기 손에 들려있던 권총을 성현의 발치에 툭 던져버린다.
그 뜻밖의 행동에 성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 성현을 향해 최형사가 말한다.

자살하라고.

최형사 : “내가 널 직접 죽일 생각이었다면 굳이 이런 쌩쑈를 떨지 않아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난 허무맹랑한 예언 따위 믿지도 않아.”

그럼 왜? 라고 바라보는 성현을 향해 최형사는 말한다.

“사람이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나? 정말 그런 것이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축복이 아니다, 저주지. 너희들한테 있다고 생각한 그 능력 때문에 지금까지 몇 명의 사람이 죽은 거냐? 그리고 또, 앞으로 몇 명의 사람이 더 죽게 될까?”

최형사 : (웃음이 사라진 진지한 얼굴) “내가 그것을 여기서 끝내려는 것이다. 네 능력을 탐내는 저 미치광이들 앞에서 네가 자살로 사라진다면 그동안 사람을 죽여 온 그 허무맹랑한 미신도 너와 함께 죽는다. 너의 희생 하나로, 앞으로의 살인사건들을 막을 수 있다면 그 죽음은 가치 있는 것이지 않겠나, 김성현?”

최형사는 그렇게 말하며 나이프를 꺼내든다. 그것을 은혜의 목에 대고 성현을 쳐다본다.

“자, 어서 결정하시지. 최후의 예언자. 그 총엔 딱 한발의 총알이 들어있다. 머리에 대고 쏘면 고통은 없을 거야. 그걸로 날 맞추겠다는 미련한 생각은 버리게. 어지간한 명사수가 아닌 이상, 자네 아내를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이는 비극만 불러오게 될 테니까. 만일 내 제안을 거부하면 내가 자네 아내의 멱을 따버리겠네. 진심으로 하는 말일세.”

성현 : (형사를 노려보며) “당신은 미쳤어! 밖에 있는 저 사람들과 똑같아! 여기서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최형사 : “물론 아니지. 네가 죽으면 난 자수할 거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날 비난할까? 난 아니라고 본다. 옷 벗고 콩밥 좀 먹게 되긴 하겠지만 사회는 날 영웅이라 칭송할 거야. 사람 잡는 헛된 미신에 빠진 자신들을 정신 차리게 해줬으니까. 자…… 어서 결정해!”

최형사가 나이프를 은혜의 목에 더 세게 밀착시킨다. 은혜가 비명을 지른다.
성현, 당황한 듯이 최형사의 총을 집어 든다. 그리고 그것을 내려다보며 망설인다.

은혜 : (성현을 향해 울부짖으며) “아, 안돼요! 안돼요, 여보!”

최형사, 음흉하게 웃음 짓는다. 그러면서 말한다.

“마지막 테스트야. 김성현. 하지만 이번엔 내 명함이 아니라 자네들 목숨을 두고 하겠군. 10분 후에, 이 자리에 죽어있게 되는 사람은 자네가 될까? 자네의 아내가 될까? 자네의 그 잘난 예지력으로 어디 한번 맞춰보시지. 난 아무래도 전자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데 말이야. 쿡쿡…”

성현, 결심이 선 듯, 마지막으로 아내를 쳐다본다.

“여보, 미안해. 당신이 옳았어…… 진작 당신 말 들을걸 그랬어. 내가 어떻게 됐었나봐.”

은혜, 남편의 기색이 심상치 않다고 느끼자 최형사의 품안에서 도리질을 친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말아요! 제발… 흐흑!”

성현 : “울지 마, 여보. 우리 둘 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10분 안에, 우리는 여기를 살아서 빠져나가게 될 거라고!” (갑자기 최형사를 노려본다)

최형사, 이놈이 미쳤나 하는 얼굴로 성현을 바라본다.

성현 : (결의에 굳은 표정) “최후의 예언자로서 여기서 죽음을 맞게 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최형사! 이것이 내가 하는 최초이자 최후의 예언이 될 것이다! 분명히 그렇게 돼! 아내와 나는 이런 데서 죽지 않아! 절대로 그렇게 만들지 않겠어! 최후의 예언자는 당신이라고, 최형사!” (말꼬리에 아내와 눈을 맞춘다)

은혜도, 최형사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성현, 갑자기 총을 들어 천장을 쏜다. 탕! 그리고 그것을 다시 최형사 앞에 던져놓는다.
그 다음, 미리 숨겨온 ‘가짜 피’를 꺼내 자기 가슴팍에 쏟아버린다.
“으아악!” 괜히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널브러진다. 그러면서, 바닥에 놓여있던 자동 셔터 문의 스위치를 주먹으로 쾅 내리친다.
쿠르르릉…
셔터 문이 올라간다. 성현을 죽이기 위해 모인 예비 살인자들이 나타난다. 그들 손엔 여전히 흉기가 들려있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차고 안의 광경을 살핀다.
형사가 여자를 인질로 잡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노리던 예언자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상태.
성현은 그 자리에서 자기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친 것이다.
바로, 갱스터 무비 엑스트라로 일하면서 촬영장에서 늘 그것만 하던, ‘죽은 체 하기’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아내 은혜도 남편의 의중을 알아챈다. 갑작스런 전개에 최형사가 당황하고 있는 틈을 타, 그녀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그의 손목을 있는 힘껏 깨문다.
악! 소리를 지르며 최형사가 그녀를 놓친다. 형사에게서 풀려난 은혜가 수갑이 채워진 두 손으로 형사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친다.

“이 사람이 죽였어요!”

성현의 죽음에 당황하고 있던 미치광이들의 살기어린 시선이 최형사에게로 한꺼번에 쏠린다.
당황한 최형사, 뒷걸음질을 치며 말을 더듬는다.

“아, 아니! 거짓말이야! 그 자식은 지금 죽은 게 아니라…”

그러나 그들에게 그런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귀신에 홀린 것처럼, 그들은 서로 먼저 최형사에게 달려든다. 금새 그들에게 둘러싸여 버리고 마는 최형사.
곧 처절한 비명이 차고 안을 가득 채운다.
최형사는 처절히 난도 당한다.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은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죽은 체 하고 있던 성현이 조용히 몸을 일으켜 아내를 데리고 차고를 빠져나간다.

차고를 빠져나온 두 사람은 차를 타고 도망치려 하지만, 최형사를 살해한 미치광이들이 이미 타이어에 바람을 다 빼놓은 상태였다.
난감해 하고 있는 그들 앞에 승용차 한 대가 다가온다.
운전석 유리창이 내려가며, 죽은 성직자의 손녀라는 여자의 얼굴이 나타난다.

“최형사 연락 받고 왔어요. 하지만 그 사람 날 완전히 잘못 봤어요. 난 당신들을 해치고 싶지 않아요. 구해주러 왔어요.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 어서 타요.”

성현과 은혜는 망설이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일단 여자의 차에 몸을 실었다.

여자는 그들을 태우고 거기를 떠났다.

며칠 뒤,
성직자의 손녀가 운영하는 기도원으로 아내와 함께 몸을 숨긴 성현은 자신이 탈출한 차고 안에서의 살인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된다.
그때 그 장소를 빠져나오며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최형사를 살해한 미치광이들은 전원 구속되거나, 그 자리에 숨져있었다고 한다. 최형사가 정확히 누구 손에 죽었는지 자기들도 알 수 없어 자기들끼리 난투극을 벌인 것이다.
그들 중에는 명문대 출신 사법고시 준비생도 있었고 유명한 대기업의 잘 나가는 임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도박과 사업 빚으로 인생의 막장에 내몰린 사람들이었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그 사람들이 꼭 자기 때문에 죽은 것 같아 괴로워하고 있는 성현에게 죽은 성직자의 손녀는 놀라운 사실을 들려준다.

성현 : “예에? 당신 할아버지는 예언자가 아니었다고요?”
여자 : “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것이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믿고 있죠. 그런 살인자들과 우리 할아버지를 똑같이 취급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 할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분이셨거든요.”

여자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설립한 기도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 같은 존재였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불치병에 걸리는 등 인생의 난제 앞에 좌절해 쓰러진 사람들에게 그는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항상 힘이 되는 말을 해주려고 애썼다.

여자 : “할아버지는 사람의 미래란 자신이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가르치셨어요. 가슴에 소망을 품고 살면 언젠간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된다고 믿으셨죠.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절망에서 일어나 미래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어요. 그러면, 기적처럼 병이 낫거나 재기에 성공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할아버지를 다시 찾아오곤 했죠. 그 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예언을 할 수 있다고 여겼나 봐요.”

성현은 고개를 끄떡인다.

똑같은 믿음이지만, 누군가는 허상을 쫓고 누군가는 그 믿음을 실체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의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신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우리의 믿음대로 만들어갈 수가 있다. 반면에, 운명에 순응하거나 운명을 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환영만을 쫓아다닐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Ending-

#기도원/노을이 바라보이는 창문 앞
성현과 은혜가 난간에 팔을 기댄 채 나란히 서있다.

성현 : “마치 꿈을 꾼 것 같아. 너무 황홀해서 깨어나기 싫은 그런 꿈 말이야. 깨고 보니 악몽이었지만.”
은혜 : (남편을 쳐다보며 웃는다) “그래도, 정말 당신 예언대로 됐네요? 당신 말대로 우리 둘 다 살아서 그곳을 빠져나왔잖아요.”
성현 : (씁쓸한 미소를 띠운 채) “모르겠어. 그땐 그냥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어. 당신을 잃는 건…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드니까. 당신은 꼭 살리겠다고 결심했었지.”
은혜 : (남편과 팔짱을 끼며) “그거 알아요? 실은 나도 10분 뒤에 일어날 일을 알아맞힐 수 있어요.”
성현, 무슨 말이냔 듯이 아내를 쳐다본다.
은혜, 수줍은 듯이 얼굴을 약간 붉히며 말한다.
“10분 안에 당신이 저 노을과 함께 나에게 입 맞추게 될 거예요.” -_-

황혼이 축복처럼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최후의 예언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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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발전소 결승전 제출용 시나리오입니다.

이번 주 목요일 밤 12시 30분 kbs1 이야기 발전소에서 '무간도시' 방영 예정입니다. 저도 나와요 ^^; 시간 되면 시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