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2
<도서관. 열람실 안.>
햇볕이 잘 드는 창가. 열람실 책상 앞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창수.
누군가 창수의 머리를 손으로 퍽 때린다.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나는 창수. 짜증스럽게 옆을 보자, 자신과 나란히 앉아서 공부 중이던 친구 명식이 실실 웃고 있다. 명식은 나가자는 시늉을 하더니 먼저 책상 앞에서 일어난다.
창수가 마지못한 듯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책상마다 설치된 칸막이 너머로 ‘그 여자’가 보인다.
긴 생머리. 아름답지만 표정 없고 창백해 보이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여자는 한손으로 턱을 괸 채 책을 보고 있다.
그런 그녀를 창수는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본다.
명식이 창수의 행동을 눈치 채곤 다시 창수의 가슴을 손으로 쥐어박는다. 명식의 손에 붙잡혀 열람실 밖으로 끌려 나가는 창수.
<도서관. 야외휴게실.>
각자 한손엔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다른 손엔 담배개피를 들고 있는 창수와 명식. 두 사람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다.
화창한 하늘을 향해 명식이 기지개를 펴며 말한다.
“캬~ 날씨 죽인다~ 이런 날은 반반한 계집애 하나 물어서 동해로 드라이브나 가야되는데. 이제 서른밖에 안된 청춘들이 도서관에나 짱박혀있고… 이게 무슨 꼴이냐?”
창수는 계속 혼자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표정이다.
“……누굴까? 그 여자?”
명식이 창수를 바라본다. 코웃음.
“뭐야, 너 아직도 그 여자 생각하고 있었냐? 하긴… 그 정도면 미스코리아해도 되겠더라. 그렇게 예쁜데 공부는 왜 할까?”
창수가 명식을 돌아본다. 어이없는 표정이다.
“너 웃긴다? 예쁘면 공부 안 해도 되냐?”
“야, 여자는 미모가 곧 능력인 거 몰라? 그래서 다들 자기 얼굴 뜯어 고치려고 난리들 아니냐. 그리고 요즘 우리 같이 젊은 사람들 중에 대학 안 나온 사람이 어디 있냐? 대학졸업장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어디 가서 골빈년이라는 소리는 안 들을 거고. 돈 많고 능력 있는 놈 하나 잘 물어서 시집 가버리면 장땡이지.”
창수가 명식을 가만히 쳐다본다. 명식은 아차 하는 표정이다.
“아, 미안.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고…”
창수는 명식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착잡한 얼굴로 땅을 쳐다본다. 그런 창수를 보며 명식은 혀를 찬다.
“또, 또 그런다. 임마, 대학 나와 봤자 별 거 없어. 날 봐라. 그래도 지방 국립대 출신인데 지원한 회사마다 면접에서 다 떨어지고 대학중퇴인 너랑 같이 고향에서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고 있잖냐.”
그래도 창수는 대꾸가 없다. 명식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창수의 어깨를 잡아당긴다.
“야, 너 우리 고등학교 다닐 때 반에서 맨날 1등만 하던 박대규 기억하지? 걔 죽었다는 소식 들었냐?”
창수 그제야 놀란 듯이 명식을 쳐다본다.
“그게 정말이야?”
“걔네 아버지가 잘 나가는 외과의사잖냐. 아들이 자기 뒤를 잇기를 바라는데 대규 그 놈이 고등학교 때까진 군소리 없이 공부 열심히 잘 해서 명문대 의대 차석으로 들어가 놓곤, 갑자기 뭔 바람이 불었는지 학교 때려치우고 연기자가 되겠다고 부모님한테 때를 썼다지 뭐야.”
“그래서?”
“그래서는 뭔 그래서야. 부모님 만류를 뿌리치지 못하고 의대에 계속 남아있긴 했는데, 결국 얼마 못가서 자기 방에서 목을 맸다나 어쨌다나.”
“………”
벤치에 다시 등을 기댄 명식은 긴 한숨을 뱉는다.
“그러게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거든 목숨을 걸어야하는 거야. 세상에 어떤 일이 죽는 거 보다 어렵겠냐?”
창수는 잠자코 듣고 있다. 그런 친구의 등을 명식이 한손으로 탁 내려친다.
“너는 무슨 생각으로 대학 그만 뒀는지는 몰라도 대규 그놈처럼은 되지 마라. 그래도 딱 하나 남아있는 죽마고우 너마저 잃고 싶지 않다. 알겠냐?”
“뭔 소리야? 미친 새끼!”
창수가 헛웃음을 내뱉는다. 하지만 장난기는 오래 가지 못한다. 창수는 씁쓸한 듯이 다시 아래를 내려다본다.
“대학 그만 둔 건 어머니 때문이야.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일 다니며 내 뒷바라지하시는데 비싼 대학등록금까지 내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너처럼 국립대를 가서 등록금이 사립보다 싼 것도 아니었고.”
“어이구, 효자 났네, 효자 났어. 그래, 너라도 잘 되서 얼른 네 어머니 고생 끝나게 해드려라.”
명식이 창수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창수는 짜증난다는 듯한 몸짓을 취하지만, 입은 웃고 있다. 둘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내온 친구사이다. 정겹다.
<도서관. 열람실.>
열람실로 돌아온 창수는 자리에 앉는다. 앉기 전에, 잠깐 ‘그 여자’ 쪽을 보니 여자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까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도서관 벽시계. 자정을 가리킨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몇몇 사람들이 책가방을 싸들고 도서관을 뜨고 있다. 피곤한 듯이 기지개를 켜는 창수. 잠깐 손목시계를 보더니 자기도 책들을 가방에 집어넣기 시작한다.
<도서관. 현관 앞.>
명식이 창수를 기다리고 있다. 담배를 뻑뻑 피워대던 명식. 창수가 책가방을 메고 나타나자 짜증을 부린다.
“야, 뭐한다고 이제 나와?”
“미안, 잠깐 화장실 좀 갔다왔어.”
그때, ‘여자’가 그들 옆을 지나간다. 창수와 명식의 시선의 그녀를 따라간다. 여자는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 차림이다. 한쪽 어깨엔 흰색 가방을 메고 있다.
명식이 여자의 뒤를 쳐다보며 킬킬댄다.
“야, 웃기지 않냐? 매일같이 도서관에서 사는 여자가 맨날 저 옷만 입고 다녀. 빨아 입기는 하는 걸까? 가까이 가면 냄새 엄청 나겠다, 그지?”
실없는 소리에, 창수는 대꾸도 없이 콧방귀만 뀌더니 도서관을 나서려한다. 명식이 창수의 어깨를 잡아챈다.
“야, 우리 따라가 보자.”
“뭐? 무슨 소리야?”
“저 여자. 어디 사는 지 뭐하는 사람인지 너도 계속 궁금해 했잖아. 따라가 보자. 혹시 아냐, 연락처라도 얻을 수 있을지?”
“야, 그러다 너 잡혀가 임마. 미쳤냐? 스토커로 신고라도 당하고 싶어?”
“새끼, 소심하긴…”
명식이 혀를 차는데, 저쪽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여자가 캄캄한 골목 뒤로 사라지려는 것이 보인다. 명식의 마음이 급해진다.
“야, 너 싫으면 관둬. 그럼 나 혼자라도 간다. 미인은 용기 있는 자가 차지하는 법이라고 했어, 짜식아.”
창수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명식은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하고 못을 박아두곤, 여자가 사라진 골목을 향해 기세 좋게 달려간다.
“………”
창수는 그저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집. 창수의 방.>
시간은 이미 새벽 1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 고단한 창수는 책상 위에 책가방을 던져두고 침대에 몸을 던진다. 리모컨을 들어 TV를 켜니 뉴스채널이다. 앵커의 멘트가 네모난 상자 속에서 흘러나온다.
“…갈수록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취업자 수를 보면 2천331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하면 18만 4천명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신규취업자 수가 지난해 6월, 31만 5천명을 기점으로 아홉 달째 줄어들고 있는데요…”
팟, 채널을 돌린다. 흰 가운을 걸친 안경 쓴 사내가 스튜디오에 나와 말하고 있다.
“……씨 사례에서 보듯이 우울증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15-20%가 자살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울증에 따른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고…”
팟, 채널을 돌린다.
“도와줘! 파워레인져!”
애니메이션 채널이다. 이 시간까지 만화를 방영하다니… 미친 놈의 세상....
툭. 창수는 TV를 꺼버린다.
그리곤, 후… 긴 숨을 쉬며 팔로 얼굴을 가린다. 씻지도 않고 잠이 든다.
<다음 날, 도서관.>
창수는 자리를 잡기 위해 도서관에 매일 일찍 나오는 편이지만, 항상 그 여자가 먼저 와있다. 오늘도 그 여자는 어제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어제의 바로 그 자리에서 책을 보고 있다. 창수는 어제처럼 몰래 여자를 훔쳐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여자의 뒤를 밟겠다고 달려가던 명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짜식… 성공했을까?’
창수도 어제와 같은 자리에 자신의 책들을 꺼내놓는다. 그리고 빈 책가방을 자기 옆자리에 올려둔다. 명식을 위해 자리를 맡아두는 것이다.
<도서관. 열람실.>
“저기요, 여기 자리 있어요?”
“예, 내 친구 좀 있으면 올 건데요.”
책상 앞에 앉은 창수가 한 학생을 올려다보며 대답한다. 학생은 다른 자리를 찾기 위해 창수의 뒤를 떠난다. 창수가 도서관 벽시계를 쳐다보니, 점심 먹을 때가 다됐다. 다시 자기가 지키고 있는 명식의 자리로 눈길이 향한다. 이 자식 오늘 좀 늦네.
“아직도 자빠져 자고 있나…”
중얼거리며 일어나는 창수.
<도서관. 현관 앞.>
창수는 휴대폰으로 명식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벨만 울릴 뿐, 명식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소리샘으로 연결 중입니다. 삐 소리가 나면…’
전화를 끊은 창수는 이번엔 명식의 집으로 전화를 건다.
잠시 후,
“예? 명식이가 어제 집에 안 들어왔다고요?”
창수 놀란 얼굴이다. 명식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온다.
‘얘, 걔가 그런 적이 어디 한 두 번인 줄 아니? 까까머리 중학생 때부터 집에 얘기도 안 하고 외박을 밥 먹듯이 한 애야.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며칠 씩 집을 비우면서 전화도 통 안 받고… 에효… 철들면 좀 나아질 줄 알았더니… 하여간 이놈의 화상, 집에 들어오기만 해봐라!’
전화를 끊은 창수는 그런가 보다 했다. 실제로 자기가 알기에도 명식은 어릴 때부터 워낙 자유분방한 친구였던 것이다. 고등학교 땐 수업마저 땡땡이 치고 혼자 놀러 다닌 적도 많았다. 별 일이냐 있겠나, 하는 표정으로 창수는 그만 열람실로 돌아갔다. 그 전에, 명식의 폰으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한통 보낸다.
님하 내전화까지 쌩까기?
그여자한테 차였냐?ㅋㅋ
연락해라
<도서관 열람실.>
자리로 돌아온 창수는, 자리에 앉기 전에 이제 습관처럼 그 여자 쪽으로 눈이 돌아갔다. 여자는 비장한 얼굴로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대체 무슨 책을 저렇게 열심히 보는 걸까? 문득 궁금해진 창수, 무슨 다른 볼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딴 청을 피며 여자의 뒤로 걸어간다.
슬쩍 여자의 어깨 너머를 보니, 여자는 애들이나 보는 그림 동화책을 거꾸로 들고 있다.
창수, 충격으로 얼굴이 굳어진다. 여자의 책상 위에 다른 책이나 필기구는 보이지 않는다.
<도서관 벽시계. 자정을 가리킨다.>
퇴실할 시간임을 알리는 안내양의 녹음된 목소리가 어딘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도서관 현관 앞.>
책가방을 둘러멘 사람들이 하나 둘 도서관을 나서고 있다. 가방을 싸들고 밖으로 나온 창수는 휴대폰을 확인해보지만, 명식에게서 온 메시지는 없다. 불만스런 표정을 짓던 창수는 다시 한번 명식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통화연결음.
알아듣지도 못할 시끄러운 락음악이 창수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온다. 명식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창수는 기다리지만, 반가운 친구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그때, 꽃무늬 원피스 차림의 여자가 창수 옆을 지나친다. 갑작스런 출현에, 창수는 조금 놀란 눈으로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함을 느낀다.
휴대폰에서 귀를 떼고 여자 쪽을 유심히 쳐다보는 창수.
지금 자기 휴대폰에서 들리는 컬러링과 똑같은 노래가 여자의 흰색 가방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창수는 휴대폰 슬립을 닫아봤다.
그러자, 여자의 가방에서 시작되고 있던 노래도 뚝 그쳤다.
창수는 알고 있었다. 명식은 통화연결음과 전화벨을 항상 같은 것으로 맞춰 두고 있었다.
또각또각. 대로를 걸어간 여자는 늘 그랬던 것처럼 캄캄한 골목 뒤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창수는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서둘러 여자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주택가. 여자의 집 앞.>
크고 의리의리한 저택이다. 저택은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깜깜하다. 여자가 문을 열고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를 몰래 뒤쫓아 온 창수. 저택의 크기에 한 순간 압도당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 집과 나란히 세워진 다른 저택들도 크고 화려하긴 마찬가지다. 여기는 부자들만 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다.
조심조심 몸을 숨기며 여자가 사라진 저택 현관 앞까지 다가온 창수.
희한하게도 여자는 문도 잠가놓지 않은 채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기는커녕, 이리 들어와 보란 듯이 철문은 조금 열려있다.
창수, 저택의 출입문 앞에서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무단침입이라니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어째서 여자의 가방 속에서 명식의 전화벨 소리가 들린 걸까?
그 순간, 여자가 걸어 들어간 저택 안으로부터 한 남자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치솟아 오른다. 바로 명식의 목소리다.
창수는 혼비백산, 걸음아 날 살려라 저택으로부터 달아난다. 그러면서 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낸다.
“여보세요? 거기 파출소죠?”
<잠시 후, 그 여자의 집 앞.>
창수가 순경 두 명과 나란히 서있다. 현관에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는 여전히 꽃무늬 원피스 차림이다. 순경이 옹색한 얼굴로 여자에게 말한다.
“아, 이 사람이 자꾸 여기에 자기 친구가 잡혀있다고 해서… 잠깐 집 안 좀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여자는 처음으로 창수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 시선이 두려운지 창수는 여자와 눈을 똑바로 맞추지 못한다.
여자는 의외로 선선히 수락해줬다.
창수는 순경들과 함께 미친 듯이 여자의 집안을 뒤졌다. 그러나 명식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마침, 저택의 2층으로 올라온 창수가 복도 끝에 보이는 방문의 손잡이를 붙들자,
“거기는 안 돼요.”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어두운 복도 위에 그 여자가 팔짱을 끼고 서있다.
“거기는 우리 딸애 방이에요. 자는 애 깨우고 싶지 않군요.”
창수가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나이 든 순경이 그를 잡아당긴다.
“아, 예예. 알겠습니다. 늦은 시간에 실례 많았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아니, 저…”
“어허! 이 친구 이거 안되겠구만? 자네 혹시 스토커 아냐?”
창수는 별 수 없이 순경들에게 떠밀려 여자의 집을 나온다.
<창수의 집. 방 안.>
집으로 돌아온 창수는 책가방을 던져두고, 지친 듯이 침대에 털썩 걸터앉는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아까의 일을 상기한다.
“분명 명식이 소리가 맞았는데…”
그 순간, 창수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 한통이 날아온다.
-새로운 메시지 1건이 도착했습니다. 지금 확인하시겠습니까?-
‘예’를 누르자. 띄어쓰기를 생략한 짧은 문구가 휴대폰 화면 안에 나타난다.
친구를살리고싶으면아까
그집으로혼자다시와라지
금당장
발신인 : 명식 010-XXXX-XXXX
창수의 표정이 얼어붙는다. 잠시 당황하는 것 같던 그는, 금방 침대를 박차고 몸을 일으킨다.
<여자의 집. 현관.>
저택의 현관문은 여전히 반쯤 열린 상태다. 그 안으로 보이는 저택의 광경은 불빛 하나 없이 캄캄하기만 하다. 야구배트를 품에 안은 창수가 긴장한 얼굴로 휴대폰을 꾹꾹 누른다.
“여보세요? 경찰서죠? 여기 제 친구가 강도한테 칼에 찔려 죽어가고 있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여기 주소가 어떻게 되냐면요…”
하면서 저택의 현관문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창수.
창수는 저택으로 들어간다. 이번엔 순경들도 없이 혼자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이 곧 이리로 들이닥칠 터였다. 두 손엔 야구배트를 단단히 움켜쥐고 자세를 낮춘 채 살금살금 정원을 가로질러 집 안으로 향한다.
집안은 조명 하나 없이 어둡다. 달빛이 실내를 더듬고 있다. 먼지 한 톨 떨어져있지 않을 것 같이 깨끗이 정돈돼있지만 사람의 모습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꼭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 같다.
집안으로 들어온 창수는 곧장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의 복도 끝에 보이는 방문은 아까 순경들과 왔을 때완 달리 살짝 열려있다. 그 안으로부터 노란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창수는 방문 틈새로 그 안을 조심스럽게 엿본다. 창수의 두 눈이 경악스럽게 일그러진다.
작은 아이방 침대에 그의 친구 명식이 팬티바람으로 누워있고, 꽃무늬 원피스 차림의 여자가 그를 올라탄 채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처박고 있다. 명식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꼼짝도 안 한다.
기척을 느낀 여자가 명식의 몸 위에서 벌떡 일어난다. 긴 생머리를 창백한 손으로 쓸어 넘기며 창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여자의 얼굴은 사람의 그것이 아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눈에 시퍼렇게 불이 켜진 암고양이 같다. 피를 빨아먹느라 여자의 입 주변은 시뻘건 피칠갑이 되어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창수는 비명을 지르며 야구배트를 들고 여자에게 달려든다. 여자도 성난 짐승처럼 창수에게 울부짖는다.
창수는 신들린 사람같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여자가 지지 않겠다는 듯이 그의 팔과 가슴에 손톱자국을 남겼지만 난투는 창수의 승리로 끝났다.
침대 밑에 쓰러진 여자를 내버려두고, 창수는 서둘러 친구를 깨웠다.
“명식아! 명식아!”
그러나 명식은 숨도 쉬지 않는다. 헤 벌어진 입속에선 악취가 피어오른다. 흥분과 공포로 거의 공황상태에 빠진 창수는 울음을 터뜨리며 친구를 등에 업는다. 그리고 여자의 집을 빠져나온다.
<여자의 집 앞.>
창수가 명식을 업은 채 기진맥진한 상태로 현관을 나선다. 전방의 어둠으로부터 강렬한 전등불빛들이 창수를 덮친다. 갑작스런 빛의 습격에 창수는 놀라서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린다. 탁탁탁탁, 다급한 발자국 소리.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주위가 시끄럽다.
“그 사람 내려놔! 넌 완전히 포위됐다!”
어둠 속에서 창수에게 총을 겨눈 경찰이 그렇게 소리쳤다. 창수가 간신히 실눈을 뜨고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저는 얘 친구에요! 그 여자는 집 안에 있어요.”
“다시 한번 말하겠다. 그 사람 놔주고 손 올려! 그렇지 않으면 무력을 쓸 수밖에 없다!”
총을 겨누고 있는 경찰의 양쪽에서 진압봉을 든 다른 경찰들이 나타나 창수에게 다가온다. 창수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자빠져버린다.
“아니, 아니라니까요! 그 여자는 저 위에…”
땅에 쓰러진 친구를 무심코 내려다본 창수. 헉! 하고, 심장이 얼어붙는 얼굴이 되고 만다.
그는 창수의 친구 명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흐트러진 검은 생머리 사이로 피투성이가 된 그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하얗고 가느다란 여자의 팔다리는 땅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있었다. 여자가 입고 있는 꽃무늬 원피스에도 피가 묻어있었다. 저택에서 창수가 업고 나온 것은 바로 자신이 때려죽인 그 여자의 시신이었다.
창수는 말을 잇지 못한다.
“이, 이게 어떻게…… 어떻게!”
경찰들이 달려와 창수를 바닥에 거칠게 밀어붙인다.
“이게 어떻게! 아니야!”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창수. 그러나 경찰들이 꼼짝 못하도록 그의 두 손을 허리 뒤에서 수갑 채운다.
새벽. 어두운 시각. 어지러운 불빛들. 혼란스럽다.
<몇 주 뒤>
한 남자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는다.
40대쯤으로 보이는 형사가 조사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조사실 안은 음침하다. 네모난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자와 형사는 마주 앉는다. 탁자 바로 위에 조그만 전등이 설치되어 있다. 형사가 뿜어낸 담배연기가 조명 속에서 스멀스멀 흩어진다. 형사는 탁자 위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입을 연다.
“김명식 씨. 박창수의 친구 분인 거 맞죠?”
“……예. 맞습니다.”
명식은 대답한다. 창수와 도서관 들락거릴 때와는 달리 깔끔한 정장차림이다. 표정이 어둡다.
서류철을 뒤적거리며, 형사가 묻는다.
“사건 당일 날, 혼자 속초에 있었다고요?”
“예. 바람 좀 쐬고 싶어서…”
“박창수 그 친구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건 알고 있었습니까?”
“……예. 하지만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예전에 한 달간 입원해 있던 그 병원에 지금 수감 중입니다. 공교롭게도 박창수에게 살해당한 여자도 그 병원 출신이더군요.”
“예?”
“……그 여자, 도서관에 어린 딸을 데리고 책을 빌리러 갔다가 딸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그 딸은 며칠 뒤에 강에서 발가벗은 변사체로 발견되었고요. 변태한테 걸린 거죠. 왜 요즘 그런 놈들 많잖습니까.”
“………”
“그 여자의 남편은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인데, 딸이 죽은 후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나서 아내만 버려두고 해외로 날랐더군요. 여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한 건 그 이후였습니다. 그래도 여자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느라 저택의 대문을 항상 열어놓고 지냈다는군요. 그러다 이런 변을 당한 거죠. 쯥.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참 좆같은 팔자죠. 미인박명이라더니…”
“………”
“박창수 그 친구도 불쌍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 모친 말을 들어보니 회사로부터 명퇴 당한 아버지가 자살한 뒤로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는데… 서른이 넘도록 대학도 못 나오고 어디 취직도 못한 자신도 아버지처럼 될까봐 많이 두려워했답니다.”
형사는 서류철을 탁 덮으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사회가 본래부터 미친 거죠. 이런 일을 하다보면 자주 느낍니다. 사회가 미쳤으니까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도 하나하나 미쳐가는 겁니다. 쇠고기 탓만 할 게 아니라…”
형사는 다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명식은 대꾸가 없다. 늘 밝고 건강해보이던 그도 지금은 어딘가 혼이 빠진 사람처럼 보인다.
형식적인 조사가 이어졌지만, 명식은 건성으로 대답할 뿐 형사의 목소리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는 표정이다. 정신병원에 갇혀 있을 친구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내일부턴 도서관에 혼자 가야하나…
<도서관 그 여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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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물 작업이 너무 안 되서 잠깐 외도를 해봤습니다. 한 방송국의 단막극 재료로 응모할 글이라, 소설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쓰는 기분으로 어제 잠도 안 자고 썼습니다. 그래서 문체적 기교나 구성 같은 도구들도 거의 배제했습니다.
쓰라는 바람의 인도자는 안 쓰고 이게 왠 행패냐고 나무라지 말아주세요 ㅜㅡ 요즘 좀 힘들답니다. 취업준비로 골머리가 아픈 요즘, 저도 창수처럼 될까봐 두렵습니다;
응모하려고 쓴 글이지만, 제 독자님들께 제일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바람의 인도자 외에 다른 이야기를 써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따끔한 쓴소리도 아끼지 말아주세요.
그럼 다음 번엔 단과 함께 찾아뵐 수 있길 기원하며..
햇볕이 잘 드는 창가. 열람실 책상 앞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창수.
누군가 창수의 머리를 손으로 퍽 때린다.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나는 창수. 짜증스럽게 옆을 보자, 자신과 나란히 앉아서 공부 중이던 친구 명식이 실실 웃고 있다. 명식은 나가자는 시늉을 하더니 먼저 책상 앞에서 일어난다.
창수가 마지못한 듯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책상마다 설치된 칸막이 너머로 ‘그 여자’가 보인다.
긴 생머리. 아름답지만 표정 없고 창백해 보이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여자는 한손으로 턱을 괸 채 책을 보고 있다.
그런 그녀를 창수는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본다.
명식이 창수의 행동을 눈치 채곤 다시 창수의 가슴을 손으로 쥐어박는다. 명식의 손에 붙잡혀 열람실 밖으로 끌려 나가는 창수.
<도서관. 야외휴게실.>
각자 한손엔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다른 손엔 담배개피를 들고 있는 창수와 명식. 두 사람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다.
화창한 하늘을 향해 명식이 기지개를 펴며 말한다.
“캬~ 날씨 죽인다~ 이런 날은 반반한 계집애 하나 물어서 동해로 드라이브나 가야되는데. 이제 서른밖에 안된 청춘들이 도서관에나 짱박혀있고… 이게 무슨 꼴이냐?”
창수는 계속 혼자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표정이다.
“……누굴까? 그 여자?”
명식이 창수를 바라본다. 코웃음.
“뭐야, 너 아직도 그 여자 생각하고 있었냐? 하긴… 그 정도면 미스코리아해도 되겠더라. 그렇게 예쁜데 공부는 왜 할까?”
창수가 명식을 돌아본다. 어이없는 표정이다.
“너 웃긴다? 예쁘면 공부 안 해도 되냐?”
“야, 여자는 미모가 곧 능력인 거 몰라? 그래서 다들 자기 얼굴 뜯어 고치려고 난리들 아니냐. 그리고 요즘 우리 같이 젊은 사람들 중에 대학 안 나온 사람이 어디 있냐? 대학졸업장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어디 가서 골빈년이라는 소리는 안 들을 거고. 돈 많고 능력 있는 놈 하나 잘 물어서 시집 가버리면 장땡이지.”
창수가 명식을 가만히 쳐다본다. 명식은 아차 하는 표정이다.
“아, 미안.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고…”
창수는 명식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착잡한 얼굴로 땅을 쳐다본다. 그런 창수를 보며 명식은 혀를 찬다.
“또, 또 그런다. 임마, 대학 나와 봤자 별 거 없어. 날 봐라. 그래도 지방 국립대 출신인데 지원한 회사마다 면접에서 다 떨어지고 대학중퇴인 너랑 같이 고향에서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고 있잖냐.”
그래도 창수는 대꾸가 없다. 명식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창수의 어깨를 잡아당긴다.
“야, 너 우리 고등학교 다닐 때 반에서 맨날 1등만 하던 박대규 기억하지? 걔 죽었다는 소식 들었냐?”
창수 그제야 놀란 듯이 명식을 쳐다본다.
“그게 정말이야?”
“걔네 아버지가 잘 나가는 외과의사잖냐. 아들이 자기 뒤를 잇기를 바라는데 대규 그 놈이 고등학교 때까진 군소리 없이 공부 열심히 잘 해서 명문대 의대 차석으로 들어가 놓곤, 갑자기 뭔 바람이 불었는지 학교 때려치우고 연기자가 되겠다고 부모님한테 때를 썼다지 뭐야.”
“그래서?”
“그래서는 뭔 그래서야. 부모님 만류를 뿌리치지 못하고 의대에 계속 남아있긴 했는데, 결국 얼마 못가서 자기 방에서 목을 맸다나 어쨌다나.”
“………”
벤치에 다시 등을 기댄 명식은 긴 한숨을 뱉는다.
“그러게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거든 목숨을 걸어야하는 거야. 세상에 어떤 일이 죽는 거 보다 어렵겠냐?”
창수는 잠자코 듣고 있다. 그런 친구의 등을 명식이 한손으로 탁 내려친다.
“너는 무슨 생각으로 대학 그만 뒀는지는 몰라도 대규 그놈처럼은 되지 마라. 그래도 딱 하나 남아있는 죽마고우 너마저 잃고 싶지 않다. 알겠냐?”
“뭔 소리야? 미친 새끼!”
창수가 헛웃음을 내뱉는다. 하지만 장난기는 오래 가지 못한다. 창수는 씁쓸한 듯이 다시 아래를 내려다본다.
“대학 그만 둔 건 어머니 때문이야.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일 다니며 내 뒷바라지하시는데 비싼 대학등록금까지 내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너처럼 국립대를 가서 등록금이 사립보다 싼 것도 아니었고.”
“어이구, 효자 났네, 효자 났어. 그래, 너라도 잘 되서 얼른 네 어머니 고생 끝나게 해드려라.”
명식이 창수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창수는 짜증난다는 듯한 몸짓을 취하지만, 입은 웃고 있다. 둘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내온 친구사이다. 정겹다.
<도서관. 열람실.>
열람실로 돌아온 창수는 자리에 앉는다. 앉기 전에, 잠깐 ‘그 여자’ 쪽을 보니 여자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까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도서관 벽시계. 자정을 가리킨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몇몇 사람들이 책가방을 싸들고 도서관을 뜨고 있다. 피곤한 듯이 기지개를 켜는 창수. 잠깐 손목시계를 보더니 자기도 책들을 가방에 집어넣기 시작한다.
<도서관. 현관 앞.>
명식이 창수를 기다리고 있다. 담배를 뻑뻑 피워대던 명식. 창수가 책가방을 메고 나타나자 짜증을 부린다.
“야, 뭐한다고 이제 나와?”
“미안, 잠깐 화장실 좀 갔다왔어.”
그때, ‘여자’가 그들 옆을 지나간다. 창수와 명식의 시선의 그녀를 따라간다. 여자는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 차림이다. 한쪽 어깨엔 흰색 가방을 메고 있다.
명식이 여자의 뒤를 쳐다보며 킬킬댄다.
“야, 웃기지 않냐? 매일같이 도서관에서 사는 여자가 맨날 저 옷만 입고 다녀. 빨아 입기는 하는 걸까? 가까이 가면 냄새 엄청 나겠다, 그지?”
실없는 소리에, 창수는 대꾸도 없이 콧방귀만 뀌더니 도서관을 나서려한다. 명식이 창수의 어깨를 잡아챈다.
“야, 우리 따라가 보자.”
“뭐? 무슨 소리야?”
“저 여자. 어디 사는 지 뭐하는 사람인지 너도 계속 궁금해 했잖아. 따라가 보자. 혹시 아냐, 연락처라도 얻을 수 있을지?”
“야, 그러다 너 잡혀가 임마. 미쳤냐? 스토커로 신고라도 당하고 싶어?”
“새끼, 소심하긴…”
명식이 혀를 차는데, 저쪽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여자가 캄캄한 골목 뒤로 사라지려는 것이 보인다. 명식의 마음이 급해진다.
“야, 너 싫으면 관둬. 그럼 나 혼자라도 간다. 미인은 용기 있는 자가 차지하는 법이라고 했어, 짜식아.”
창수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명식은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하고 못을 박아두곤, 여자가 사라진 골목을 향해 기세 좋게 달려간다.
“………”
창수는 그저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집. 창수의 방.>
시간은 이미 새벽 1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 고단한 창수는 책상 위에 책가방을 던져두고 침대에 몸을 던진다. 리모컨을 들어 TV를 켜니 뉴스채널이다. 앵커의 멘트가 네모난 상자 속에서 흘러나온다.
“…갈수록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취업자 수를 보면 2천331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하면 18만 4천명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신규취업자 수가 지난해 6월, 31만 5천명을 기점으로 아홉 달째 줄어들고 있는데요…”
팟, 채널을 돌린다. 흰 가운을 걸친 안경 쓴 사내가 스튜디오에 나와 말하고 있다.
“……씨 사례에서 보듯이 우울증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15-20%가 자살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울증에 따른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고…”
팟, 채널을 돌린다.
“도와줘! 파워레인져!”
애니메이션 채널이다. 이 시간까지 만화를 방영하다니… 미친 놈의 세상....
툭. 창수는 TV를 꺼버린다.
그리곤, 후… 긴 숨을 쉬며 팔로 얼굴을 가린다. 씻지도 않고 잠이 든다.
<다음 날, 도서관.>
창수는 자리를 잡기 위해 도서관에 매일 일찍 나오는 편이지만, 항상 그 여자가 먼저 와있다. 오늘도 그 여자는 어제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어제의 바로 그 자리에서 책을 보고 있다. 창수는 어제처럼 몰래 여자를 훔쳐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여자의 뒤를 밟겠다고 달려가던 명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짜식… 성공했을까?’
창수도 어제와 같은 자리에 자신의 책들을 꺼내놓는다. 그리고 빈 책가방을 자기 옆자리에 올려둔다. 명식을 위해 자리를 맡아두는 것이다.
<도서관. 열람실.>
“저기요, 여기 자리 있어요?”
“예, 내 친구 좀 있으면 올 건데요.”
책상 앞에 앉은 창수가 한 학생을 올려다보며 대답한다. 학생은 다른 자리를 찾기 위해 창수의 뒤를 떠난다. 창수가 도서관 벽시계를 쳐다보니, 점심 먹을 때가 다됐다. 다시 자기가 지키고 있는 명식의 자리로 눈길이 향한다. 이 자식 오늘 좀 늦네.
“아직도 자빠져 자고 있나…”
중얼거리며 일어나는 창수.
<도서관. 현관 앞.>
창수는 휴대폰으로 명식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벨만 울릴 뿐, 명식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소리샘으로 연결 중입니다. 삐 소리가 나면…’
전화를 끊은 창수는 이번엔 명식의 집으로 전화를 건다.
잠시 후,
“예? 명식이가 어제 집에 안 들어왔다고요?”
창수 놀란 얼굴이다. 명식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온다.
‘얘, 걔가 그런 적이 어디 한 두 번인 줄 아니? 까까머리 중학생 때부터 집에 얘기도 안 하고 외박을 밥 먹듯이 한 애야.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며칠 씩 집을 비우면서 전화도 통 안 받고… 에효… 철들면 좀 나아질 줄 알았더니… 하여간 이놈의 화상, 집에 들어오기만 해봐라!’
전화를 끊은 창수는 그런가 보다 했다. 실제로 자기가 알기에도 명식은 어릴 때부터 워낙 자유분방한 친구였던 것이다. 고등학교 땐 수업마저 땡땡이 치고 혼자 놀러 다닌 적도 많았다. 별 일이냐 있겠나, 하는 표정으로 창수는 그만 열람실로 돌아갔다. 그 전에, 명식의 폰으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한통 보낸다.
님하 내전화까지 쌩까기?
그여자한테 차였냐?ㅋㅋ
연락해라
<도서관 열람실.>
자리로 돌아온 창수는, 자리에 앉기 전에 이제 습관처럼 그 여자 쪽으로 눈이 돌아갔다. 여자는 비장한 얼굴로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대체 무슨 책을 저렇게 열심히 보는 걸까? 문득 궁금해진 창수, 무슨 다른 볼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딴 청을 피며 여자의 뒤로 걸어간다.
슬쩍 여자의 어깨 너머를 보니, 여자는 애들이나 보는 그림 동화책을 거꾸로 들고 있다.
창수, 충격으로 얼굴이 굳어진다. 여자의 책상 위에 다른 책이나 필기구는 보이지 않는다.
<도서관 벽시계. 자정을 가리킨다.>
퇴실할 시간임을 알리는 안내양의 녹음된 목소리가 어딘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도서관 현관 앞.>
책가방을 둘러멘 사람들이 하나 둘 도서관을 나서고 있다. 가방을 싸들고 밖으로 나온 창수는 휴대폰을 확인해보지만, 명식에게서 온 메시지는 없다. 불만스런 표정을 짓던 창수는 다시 한번 명식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통화연결음.
알아듣지도 못할 시끄러운 락음악이 창수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온다. 명식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창수는 기다리지만, 반가운 친구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그때, 꽃무늬 원피스 차림의 여자가 창수 옆을 지나친다. 갑작스런 출현에, 창수는 조금 놀란 눈으로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함을 느낀다.
휴대폰에서 귀를 떼고 여자 쪽을 유심히 쳐다보는 창수.
지금 자기 휴대폰에서 들리는 컬러링과 똑같은 노래가 여자의 흰색 가방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창수는 휴대폰 슬립을 닫아봤다.
그러자, 여자의 가방에서 시작되고 있던 노래도 뚝 그쳤다.
창수는 알고 있었다. 명식은 통화연결음과 전화벨을 항상 같은 것으로 맞춰 두고 있었다.
또각또각. 대로를 걸어간 여자는 늘 그랬던 것처럼 캄캄한 골목 뒤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창수는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서둘러 여자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주택가. 여자의 집 앞.>
크고 의리의리한 저택이다. 저택은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깜깜하다. 여자가 문을 열고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를 몰래 뒤쫓아 온 창수. 저택의 크기에 한 순간 압도당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 집과 나란히 세워진 다른 저택들도 크고 화려하긴 마찬가지다. 여기는 부자들만 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다.
조심조심 몸을 숨기며 여자가 사라진 저택 현관 앞까지 다가온 창수.
희한하게도 여자는 문도 잠가놓지 않은 채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기는커녕, 이리 들어와 보란 듯이 철문은 조금 열려있다.
창수, 저택의 출입문 앞에서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무단침입이라니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어째서 여자의 가방 속에서 명식의 전화벨 소리가 들린 걸까?
그 순간, 여자가 걸어 들어간 저택 안으로부터 한 남자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치솟아 오른다. 바로 명식의 목소리다.
창수는 혼비백산, 걸음아 날 살려라 저택으로부터 달아난다. 그러면서 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낸다.
“여보세요? 거기 파출소죠?”
<잠시 후, 그 여자의 집 앞.>
창수가 순경 두 명과 나란히 서있다. 현관에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는 여전히 꽃무늬 원피스 차림이다. 순경이 옹색한 얼굴로 여자에게 말한다.
“아, 이 사람이 자꾸 여기에 자기 친구가 잡혀있다고 해서… 잠깐 집 안 좀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여자는 처음으로 창수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 시선이 두려운지 창수는 여자와 눈을 똑바로 맞추지 못한다.
여자는 의외로 선선히 수락해줬다.
창수는 순경들과 함께 미친 듯이 여자의 집안을 뒤졌다. 그러나 명식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마침, 저택의 2층으로 올라온 창수가 복도 끝에 보이는 방문의 손잡이를 붙들자,
“거기는 안 돼요.”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어두운 복도 위에 그 여자가 팔짱을 끼고 서있다.
“거기는 우리 딸애 방이에요. 자는 애 깨우고 싶지 않군요.”
창수가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나이 든 순경이 그를 잡아당긴다.
“아, 예예. 알겠습니다. 늦은 시간에 실례 많았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아니, 저…”
“어허! 이 친구 이거 안되겠구만? 자네 혹시 스토커 아냐?”
창수는 별 수 없이 순경들에게 떠밀려 여자의 집을 나온다.
<창수의 집. 방 안.>
집으로 돌아온 창수는 책가방을 던져두고, 지친 듯이 침대에 털썩 걸터앉는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아까의 일을 상기한다.
“분명 명식이 소리가 맞았는데…”
그 순간, 창수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 한통이 날아온다.
-새로운 메시지 1건이 도착했습니다. 지금 확인하시겠습니까?-
‘예’를 누르자. 띄어쓰기를 생략한 짧은 문구가 휴대폰 화면 안에 나타난다.
친구를살리고싶으면아까
그집으로혼자다시와라지
금당장
발신인 : 명식 010-XXXX-XXXX
창수의 표정이 얼어붙는다. 잠시 당황하는 것 같던 그는, 금방 침대를 박차고 몸을 일으킨다.
<여자의 집. 현관.>
저택의 현관문은 여전히 반쯤 열린 상태다. 그 안으로 보이는 저택의 광경은 불빛 하나 없이 캄캄하기만 하다. 야구배트를 품에 안은 창수가 긴장한 얼굴로 휴대폰을 꾹꾹 누른다.
“여보세요? 경찰서죠? 여기 제 친구가 강도한테 칼에 찔려 죽어가고 있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여기 주소가 어떻게 되냐면요…”
하면서 저택의 현관문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창수.
창수는 저택으로 들어간다. 이번엔 순경들도 없이 혼자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이 곧 이리로 들이닥칠 터였다. 두 손엔 야구배트를 단단히 움켜쥐고 자세를 낮춘 채 살금살금 정원을 가로질러 집 안으로 향한다.
집안은 조명 하나 없이 어둡다. 달빛이 실내를 더듬고 있다. 먼지 한 톨 떨어져있지 않을 것 같이 깨끗이 정돈돼있지만 사람의 모습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꼭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 같다.
집안으로 들어온 창수는 곧장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의 복도 끝에 보이는 방문은 아까 순경들과 왔을 때완 달리 살짝 열려있다. 그 안으로부터 노란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창수는 방문 틈새로 그 안을 조심스럽게 엿본다. 창수의 두 눈이 경악스럽게 일그러진다.
작은 아이방 침대에 그의 친구 명식이 팬티바람으로 누워있고, 꽃무늬 원피스 차림의 여자가 그를 올라탄 채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처박고 있다. 명식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꼼짝도 안 한다.
기척을 느낀 여자가 명식의 몸 위에서 벌떡 일어난다. 긴 생머리를 창백한 손으로 쓸어 넘기며 창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여자의 얼굴은 사람의 그것이 아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눈에 시퍼렇게 불이 켜진 암고양이 같다. 피를 빨아먹느라 여자의 입 주변은 시뻘건 피칠갑이 되어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창수는 비명을 지르며 야구배트를 들고 여자에게 달려든다. 여자도 성난 짐승처럼 창수에게 울부짖는다.
창수는 신들린 사람같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여자가 지지 않겠다는 듯이 그의 팔과 가슴에 손톱자국을 남겼지만 난투는 창수의 승리로 끝났다.
침대 밑에 쓰러진 여자를 내버려두고, 창수는 서둘러 친구를 깨웠다.
“명식아! 명식아!”
그러나 명식은 숨도 쉬지 않는다. 헤 벌어진 입속에선 악취가 피어오른다. 흥분과 공포로 거의 공황상태에 빠진 창수는 울음을 터뜨리며 친구를 등에 업는다. 그리고 여자의 집을 빠져나온다.
<여자의 집 앞.>
창수가 명식을 업은 채 기진맥진한 상태로 현관을 나선다. 전방의 어둠으로부터 강렬한 전등불빛들이 창수를 덮친다. 갑작스런 빛의 습격에 창수는 놀라서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린다. 탁탁탁탁, 다급한 발자국 소리.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주위가 시끄럽다.
“그 사람 내려놔! 넌 완전히 포위됐다!”
어둠 속에서 창수에게 총을 겨눈 경찰이 그렇게 소리쳤다. 창수가 간신히 실눈을 뜨고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저는 얘 친구에요! 그 여자는 집 안에 있어요.”
“다시 한번 말하겠다. 그 사람 놔주고 손 올려! 그렇지 않으면 무력을 쓸 수밖에 없다!”
총을 겨누고 있는 경찰의 양쪽에서 진압봉을 든 다른 경찰들이 나타나 창수에게 다가온다. 창수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자빠져버린다.
“아니, 아니라니까요! 그 여자는 저 위에…”
땅에 쓰러진 친구를 무심코 내려다본 창수. 헉! 하고, 심장이 얼어붙는 얼굴이 되고 만다.
그는 창수의 친구 명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흐트러진 검은 생머리 사이로 피투성이가 된 그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하얗고 가느다란 여자의 팔다리는 땅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있었다. 여자가 입고 있는 꽃무늬 원피스에도 피가 묻어있었다. 저택에서 창수가 업고 나온 것은 바로 자신이 때려죽인 그 여자의 시신이었다.
창수는 말을 잇지 못한다.
“이, 이게 어떻게…… 어떻게!”
경찰들이 달려와 창수를 바닥에 거칠게 밀어붙인다.
“이게 어떻게! 아니야!”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창수. 그러나 경찰들이 꼼짝 못하도록 그의 두 손을 허리 뒤에서 수갑 채운다.
새벽. 어두운 시각. 어지러운 불빛들. 혼란스럽다.
<몇 주 뒤>
한 남자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는다.
40대쯤으로 보이는 형사가 조사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조사실 안은 음침하다. 네모난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자와 형사는 마주 앉는다. 탁자 바로 위에 조그만 전등이 설치되어 있다. 형사가 뿜어낸 담배연기가 조명 속에서 스멀스멀 흩어진다. 형사는 탁자 위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입을 연다.
“김명식 씨. 박창수의 친구 분인 거 맞죠?”
“……예. 맞습니다.”
명식은 대답한다. 창수와 도서관 들락거릴 때와는 달리 깔끔한 정장차림이다. 표정이 어둡다.
서류철을 뒤적거리며, 형사가 묻는다.
“사건 당일 날, 혼자 속초에 있었다고요?”
“예. 바람 좀 쐬고 싶어서…”
“박창수 그 친구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건 알고 있었습니까?”
“……예. 하지만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예전에 한 달간 입원해 있던 그 병원에 지금 수감 중입니다. 공교롭게도 박창수에게 살해당한 여자도 그 병원 출신이더군요.”
“예?”
“……그 여자, 도서관에 어린 딸을 데리고 책을 빌리러 갔다가 딸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그 딸은 며칠 뒤에 강에서 발가벗은 변사체로 발견되었고요. 변태한테 걸린 거죠. 왜 요즘 그런 놈들 많잖습니까.”
“………”
“그 여자의 남편은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인데, 딸이 죽은 후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나서 아내만 버려두고 해외로 날랐더군요. 여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한 건 그 이후였습니다. 그래도 여자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느라 저택의 대문을 항상 열어놓고 지냈다는군요. 그러다 이런 변을 당한 거죠. 쯥.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참 좆같은 팔자죠. 미인박명이라더니…”
“………”
“박창수 그 친구도 불쌍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 모친 말을 들어보니 회사로부터 명퇴 당한 아버지가 자살한 뒤로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는데… 서른이 넘도록 대학도 못 나오고 어디 취직도 못한 자신도 아버지처럼 될까봐 많이 두려워했답니다.”
형사는 서류철을 탁 덮으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사회가 본래부터 미친 거죠. 이런 일을 하다보면 자주 느낍니다. 사회가 미쳤으니까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도 하나하나 미쳐가는 겁니다. 쇠고기 탓만 할 게 아니라…”
형사는 다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명식은 대꾸가 없다. 늘 밝고 건강해보이던 그도 지금은 어딘가 혼이 빠진 사람처럼 보인다.
형식적인 조사가 이어졌지만, 명식은 건성으로 대답할 뿐 형사의 목소리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는 표정이다. 정신병원에 갇혀 있을 친구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내일부턴 도서관에 혼자 가야하나…
<도서관 그 여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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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물 작업이 너무 안 되서 잠깐 외도를 해봤습니다. 한 방송국의 단막극 재료로 응모할 글이라, 소설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쓰는 기분으로 어제 잠도 안 자고 썼습니다. 그래서 문체적 기교나 구성 같은 도구들도 거의 배제했습니다.
쓰라는 바람의 인도자는 안 쓰고 이게 왠 행패냐고 나무라지 말아주세요 ㅜㅡ 요즘 좀 힘들답니다. 취업준비로 골머리가 아픈 요즘, 저도 창수처럼 될까봐 두렵습니다;
응모하려고 쓴 글이지만, 제 독자님들께 제일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바람의 인도자 외에 다른 이야기를 써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따끔한 쓴소리도 아끼지 말아주세요.
그럼 다음 번엔 단과 함께 찾아뵐 수 있길 기원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