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마당 - 환상회랑 작품
글 수 59
"그래, 계획에 차질은 없나."
"딱히 없습니다만, 단지 중요 지점인 운헤임에 칼리드페이 가문의 조사원이 당도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칼리드페이에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한 명입니다."
"한 명이라, 누구지?"
"안티작 칼리드페이입니다. 세간에서 칼리드페이의 성인(聖人)이라고 불리는."
"역시 그 자인가. 칼리드페이에서 이번 일을 중요하지는 않지만 위험한 일로 보는 모양이군."
"예. 가문 내에서 그 자는 거의 내놓은 자식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 밖에 지원인력은 없나?"
"블라녹 가문에서 세 명이 왔었습니다만, 지시하신 대로 도착지를 알 수 없도록 해 놨으니 일이 끝날 때까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그래도 요원 한두 명을 파견하도록. 세상사라는 건 모르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고문당하지도 죽지도 않았다. 내가 쓰러뜨린 칼리드페이는 아주 너그러웠다. 솔직히 말해 나라도 이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뭐라고 타박 한두 마디는 했을 것 같은데, 그는 그런 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죽다 살아나니 좋아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나도 염치는 있는지라 그가 그 말을 하는 동안 고개를 푹 수그리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물론 그 행동을 했을 경우 단장님에게 당할 후환도 두려웠고.
하여간 그래서 나는 그 사람과 함께 방 안에 앉아 있게 되었다. 나도 그도 서로에게는 처음 보자마자 자신을 위협한 사람이었기에, 방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었고, 우리 둘은 은근슬쩍 눈을 피하고 있었다. 숨막힐 듯한 정적이 공기를 지배하고 가끔씩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분위기를 정말 싫어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보같이 있느니 차라리 바보짓을 하는 게 났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난데없이 쳐들어와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려고 한 주제에 뻔뻔스럽게 먼저 말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나는 그냥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기로 하고 그의 모습을 몰래 관찰하기 시작했다.
첫인상은 구인간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여러가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단순한 흑발인 줄 알았던 머리와 눈 색은 금색이 감돌고 있는 흑금발이었다. 어라? 수염도 있다. 까끌까끌한 상태로 유추해서 기르는 것이 아니라 깍지 않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긴 해도, 어째 묘하게 어울린다. 대충 걸쳐입은 천 옷 아래에는 단단한 몸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위로 눈을 올려 보았다. 때마침 그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던 눈을 옆으로 돌렸다. 그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우리는 얼굴을 맞대게 되었고 비록 모두 곧 크게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머, 은근히 잘생겼다!
그런데다가 몸도 좋으니 금상첨화다. 나는 그에 대한 나의 호감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느꼇다. 또 방금전의 태도를 보아 성격도 신사적인 것 같다. 어쩌면 대박을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전과자(?)로서의 부끄러움 따위는 싹 집어치우고 먼저 말을 걸어 보았다. 일단 사과로 가자.
"저, 아까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는 이불 끄트머리를 매우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던 남자는 흠칫 놀라며, 놀람과 안도감이 뒤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뭘요.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을 냅다 공격했으니 제가 더 잘못했죠. 그 때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서요."
남자는 내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완전히 안도한 표정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말문이 트이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서두르지는 말자. 자연스럽게.
"오해가 풀렸군요. 다행입니다. 그럼 전 이만, 어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거든요."
이게 무슨 소리냐. 너무 빨랐다. 내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빠르게 모포를 뒤집어쓰고 땅바닥에 엎어졌다. 내가 멍해 있는 사이 새근새근 소리가 들려온 것까지는 일 분도 걸리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기다렸다. 기다리다 보면 깨어나겠지.
내 안이한 생각은 멋지게 빘나갔다. 상대는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인간이었다. 나는 두 시간을 책상다리를 한 채로 깨어 있었고, 그는 두 시간 동안 퍼질러 누워서 깨어나지 않았다. 이쯤되면 아무리 내가 먼저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짜증이 났다. 어떻게 사람을 불러 놓고서는 이렇게 할 수가 있어! 내가 꿔다놓은 보릿자루냐! 나는 그가 내 임무를 몰랐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아니다. 그는 나에게 칼을 겨눈 다음 내 얼굴을 보고 칼을 내렸다. 그건 그가 아침에 누군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그는 내가 알아서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아니다. 그가 아침에 누가 올 지 알고 있었다면 필시 그것을 단장님으로부터 들었을 테고, 단장님은 내가 그가 떠나는 날이 오기 전까지 그와 딱 붙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셧을 것이다. 그럼 지금 그가 이러고 있는 건 정말 졸려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거나 나를 놀리고 있는 것 중 하나였다. 으음, 확인해볼까.
아까전에 배운 방법을 쓰기로 하고, 나는 그의 검은 책에 손을 갔다댔다. 정답은 후자였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을 꽉 움켜잡았기 때문이다. 아까 일 탓에 심술이 난 거일 거라고 생각한 나는 다시 한 번 사과하고 너그럽게 넘겨주려고 했는데.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검은 책을 자신의 배로 끌어당기고는 다시 새근거렸다.
머리에 열이 뻗쳤다. 아까의 죄책감 따위는 이미 증발해버린 뒤였으니 마음에 거리낄 것도 없었던 나는 저질러 버리기로 결심했다. 그걸 쓰자.
"휴우, 이것만은 쓰고 싶지 않았건만. "
그것은 케스카일라 가에 전해 내려오는 비기, 죽은 자도 무덤에서 일어나게 만든다는 잠 깨우기 기술의 궁극, 지금까지 셀 수도 없는 잠탱이들에게 듣기만 해도 오금을 저리게 만들고 항문을 졸아들게 만들고 머리털을 빠지게 해 준 금기의 일격, 참고로 전인(全人)은 오로지 나 혼자! 그러므로 그 파훼법이 누실될 일도 없다. 그렇다고 파훼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 오랜만에 써 보는 터라 기분이 좋았다. 후환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건 이 사람이 잘못한 것이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음? 나 겁대가리를 상실했나보다. 상관없지만.
자, 겨드랑이를 점하고, 사타구니에 다리를 끼운 다음 힘차게 몸을 일으키며 겨드랑이를 쑤셧다. 기분좋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충격이 클 거야.그는 온 몸을 뒤틀어대며 몸부림쳤다.
심했나.
아직도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이 사람, 보기보다는 허약한 거 아냐?
"그렇게 아파요?"
"아닙니...으악! 아무렇지도 않...크억!"
오랜만이라서 힘 조절을 잘 못했나 보다. 갑자기 미안해지기 시작해서,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부축해주었다. 내가 그의 어깨와 배에 손을 두르자, 그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나를 바라보았다. 더 미안해지고 있는데 그가 힘들게 말을 꺼냈다.
"잠깐 장난을 친 대가로는 참혹하네요."
나는, 여하튼 미안하기는 했기에 변명 겸 경고조로 말을 꺼냈다.
"사람을 두 시간이나 세워두는 법이 어디 있어요."
그는 빙긋 웃으려다가 다시 찌르르 하고 떨었다. 우왁. 그렇게 불쌍하게 몸 떨지 마. 진짜 사과라도 하고 싶어지잖아.
저녁께가 되어서야 그는 일어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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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하신 대지의 어머니께서 물을 부어 너희를 정화하시리니,
깨끗해져라, 깨끗해져라. 지우개로 지운 도화지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말아라. 아무것도 느끼지 말아라. 이전까지의 너를 벗어라.
그리하면 은총을 받으리라. 아무리 큰 죄를 지었더라도, 아무리 큰 잘못을 했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지은 죄를 모르는 너는 너 자신을 순교자라고 생각할 수 있으리라... -
"딱히 없습니다만, 단지 중요 지점인 운헤임에 칼리드페이 가문의 조사원이 당도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칼리드페이에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한 명입니다."
"한 명이라, 누구지?"
"안티작 칼리드페이입니다. 세간에서 칼리드페이의 성인(聖人)이라고 불리는."
"역시 그 자인가. 칼리드페이에서 이번 일을 중요하지는 않지만 위험한 일로 보는 모양이군."
"예. 가문 내에서 그 자는 거의 내놓은 자식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 밖에 지원인력은 없나?"
"블라녹 가문에서 세 명이 왔었습니다만, 지시하신 대로 도착지를 알 수 없도록 해 놨으니 일이 끝날 때까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그래도 요원 한두 명을 파견하도록. 세상사라는 건 모르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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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고문당하지도 죽지도 않았다. 내가 쓰러뜨린 칼리드페이는 아주 너그러웠다. 솔직히 말해 나라도 이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뭐라고 타박 한두 마디는 했을 것 같은데, 그는 그런 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죽다 살아나니 좋아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나도 염치는 있는지라 그가 그 말을 하는 동안 고개를 푹 수그리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물론 그 행동을 했을 경우 단장님에게 당할 후환도 두려웠고.
하여간 그래서 나는 그 사람과 함께 방 안에 앉아 있게 되었다. 나도 그도 서로에게는 처음 보자마자 자신을 위협한 사람이었기에, 방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었고, 우리 둘은 은근슬쩍 눈을 피하고 있었다. 숨막힐 듯한 정적이 공기를 지배하고 가끔씩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분위기를 정말 싫어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보같이 있느니 차라리 바보짓을 하는 게 났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난데없이 쳐들어와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려고 한 주제에 뻔뻔스럽게 먼저 말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나는 그냥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기로 하고 그의 모습을 몰래 관찰하기 시작했다.
첫인상은 구인간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여러가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단순한 흑발인 줄 알았던 머리와 눈 색은 금색이 감돌고 있는 흑금발이었다. 어라? 수염도 있다. 까끌까끌한 상태로 유추해서 기르는 것이 아니라 깍지 않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긴 해도, 어째 묘하게 어울린다. 대충 걸쳐입은 천 옷 아래에는 단단한 몸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위로 눈을 올려 보았다. 때마침 그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던 눈을 옆으로 돌렸다. 그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우리는 얼굴을 맞대게 되었고 비록 모두 곧 크게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머, 은근히 잘생겼다!
그런데다가 몸도 좋으니 금상첨화다. 나는 그에 대한 나의 호감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느꼇다. 또 방금전의 태도를 보아 성격도 신사적인 것 같다. 어쩌면 대박을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전과자(?)로서의 부끄러움 따위는 싹 집어치우고 먼저 말을 걸어 보았다. 일단 사과로 가자.
"저, 아까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는 이불 끄트머리를 매우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던 남자는 흠칫 놀라며, 놀람과 안도감이 뒤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뭘요.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을 냅다 공격했으니 제가 더 잘못했죠. 그 때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서요."
남자는 내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완전히 안도한 표정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말문이 트이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서두르지는 말자. 자연스럽게.
"오해가 풀렸군요. 다행입니다. 그럼 전 이만, 어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거든요."
이게 무슨 소리냐. 너무 빨랐다. 내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빠르게 모포를 뒤집어쓰고 땅바닥에 엎어졌다. 내가 멍해 있는 사이 새근새근 소리가 들려온 것까지는 일 분도 걸리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기다렸다. 기다리다 보면 깨어나겠지.
내 안이한 생각은 멋지게 빘나갔다. 상대는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인간이었다. 나는 두 시간을 책상다리를 한 채로 깨어 있었고, 그는 두 시간 동안 퍼질러 누워서 깨어나지 않았다. 이쯤되면 아무리 내가 먼저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짜증이 났다. 어떻게 사람을 불러 놓고서는 이렇게 할 수가 있어! 내가 꿔다놓은 보릿자루냐! 나는 그가 내 임무를 몰랐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아니다. 그는 나에게 칼을 겨눈 다음 내 얼굴을 보고 칼을 내렸다. 그건 그가 아침에 누군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그는 내가 알아서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아니다. 그가 아침에 누가 올 지 알고 있었다면 필시 그것을 단장님으로부터 들었을 테고, 단장님은 내가 그가 떠나는 날이 오기 전까지 그와 딱 붙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셧을 것이다. 그럼 지금 그가 이러고 있는 건 정말 졸려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거나 나를 놀리고 있는 것 중 하나였다. 으음, 확인해볼까.
아까전에 배운 방법을 쓰기로 하고, 나는 그의 검은 책에 손을 갔다댔다. 정답은 후자였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을 꽉 움켜잡았기 때문이다. 아까 일 탓에 심술이 난 거일 거라고 생각한 나는 다시 한 번 사과하고 너그럽게 넘겨주려고 했는데.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검은 책을 자신의 배로 끌어당기고는 다시 새근거렸다.
머리에 열이 뻗쳤다. 아까의 죄책감 따위는 이미 증발해버린 뒤였으니 마음에 거리낄 것도 없었던 나는 저질러 버리기로 결심했다. 그걸 쓰자.
"휴우, 이것만은 쓰고 싶지 않았건만. "
그것은 케스카일라 가에 전해 내려오는 비기, 죽은 자도 무덤에서 일어나게 만든다는 잠 깨우기 기술의 궁극, 지금까지 셀 수도 없는 잠탱이들에게 듣기만 해도 오금을 저리게 만들고 항문을 졸아들게 만들고 머리털을 빠지게 해 준 금기의 일격, 참고로 전인(全人)은 오로지 나 혼자! 그러므로 그 파훼법이 누실될 일도 없다. 그렇다고 파훼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 오랜만에 써 보는 터라 기분이 좋았다. 후환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건 이 사람이 잘못한 것이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음? 나 겁대가리를 상실했나보다. 상관없지만.
자, 겨드랑이를 점하고, 사타구니에 다리를 끼운 다음 힘차게 몸을 일으키며 겨드랑이를 쑤셧다. 기분좋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충격이 클 거야.그는 온 몸을 뒤틀어대며 몸부림쳤다.
심했나.
아직도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이 사람, 보기보다는 허약한 거 아냐?
"그렇게 아파요?"
"아닙니...으악! 아무렇지도 않...크억!"
오랜만이라서 힘 조절을 잘 못했나 보다. 갑자기 미안해지기 시작해서,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부축해주었다. 내가 그의 어깨와 배에 손을 두르자, 그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나를 바라보았다. 더 미안해지고 있는데 그가 힘들게 말을 꺼냈다.
"잠깐 장난을 친 대가로는 참혹하네요."
나는, 여하튼 미안하기는 했기에 변명 겸 경고조로 말을 꺼냈다.
"사람을 두 시간이나 세워두는 법이 어디 있어요."
그는 빙긋 웃으려다가 다시 찌르르 하고 떨었다. 우왁. 그렇게 불쌍하게 몸 떨지 마. 진짜 사과라도 하고 싶어지잖아.
저녁께가 되어서야 그는 일어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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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하신 대지의 어머니께서 물을 부어 너희를 정화하시리니,
깨끗해져라, 깨끗해져라. 지우개로 지운 도화지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말아라. 아무것도 느끼지 말아라. 이전까지의 너를 벗어라.
그리하면 은총을 받으리라. 아무리 큰 죄를 지었더라도, 아무리 큰 잘못을 했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지은 죄를 모르는 너는 너 자신을 순교자라고 생각할 수 있으리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