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마당 - 단편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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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dder
[쉬이이익.]
작고 가는 가습기의 소리와 어디에서인가 달려있는 작은 스피커에서 날법한 조용하고 감미로운 클래시컬한 음악이 불협화음 아닌 불협화음이 되어 귀에 아련히 들려온다. 그 두 가지가 합쳐진 오묘한 멜로디는 가습기 소리도 아니고 음악도 아닌, 그냥 현대사회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평범하디 평범한 소리에 불과했다.
나는 듯 안 나는 듯, 나의 코를 부드럽게 자극하는 아로마향, 그리고 고급스러운 멋을 내려고 애쓴 왠지 모르게 싸구려 느낌이 확 나는 고딕느낌의 조그마한 백열조명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조명은 나를 꽤나 안정적인 느낌으로 감싸 안아 올리는 것과 동시에 왠지 모를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요즘 빨라진 것 같지 않아 오빠?”
나의 몸 중앙에서부터 순식간에 가슴으로 올라오는 차갑고 부드러운 느낌이 순간 나의 쾌감에 가속도를 붙여 올려주었다. 나는 그런 쾌감에 못 이긴 나머지 크게 몸서리를 치고 만다.
“그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렇게 따지면 나도 30대 초반인걸?”
“나에겐 언제나 넌 꼬맹이일 뿐이야.”
“이렇게 늙은 꼬맹이 봤어?”
나의 몸에서 꼼지락거리던 것이 멈추고 이불이 들려 올려졌다. 춥다. 겨울은 아무리 난방이 잘 된다 하더라도 무엇인가 자신의 몸을 덮고 있던 것이 사라지면 왠지 모를 한기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늙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 앞에서는 반라의 여인이 귀여운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이가 30대에 들어간 지라 약간 탱탱한 맛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나이에 맞지 않는 그런 몸매를 가지고 있는 육감적인 여인이다. 하지만 그것을 멍하니 감상하기에도 어색해져 나는 얼른 담배로 눈을 돌렸다.
“오빠는 담배가 좋아? 내가 좋아?”
“반반.”
“흥.”
콧방귀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순간 멍해지는 느낌과 기분 좋은 느낌, 그리고 좋지 않는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온다. 사실 담배는 모든 것을 잊고 단지 짧은 시간 동안 기분 좋아지라고 피는 것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것 보다는 오만 가지 잡생각이 다 떠오르는 이런 오묘한 느낌이 좋아 담배를 피게 된다.
“음료수 갔다 줄까?”
“응 부탁해.”
알몸인 몸을 가벼운 홑 블라우스로 가리고 부엌 쪽으로 나가는 여인.
물론 아내는 아니다. 단지 일의 뒤처리 중에 만난, 가벼운 관계일 뿐이다. 처음에 가볍게 몇 번 만나고 끝내려 했지만 단지 그것이 조금씩 이어져 내려왔다. 그로부터 몇 달이나 지났을까? 하긴 그런 것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이 여자는 괴롭고 슬픈 일이 있을 때, 나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화상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화 상대로는 매우 드물게 이 여자는 나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나도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그리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나와 그녀의 무언의 약속이다.
“맥주, 괜찮지?”
“응.”
짧게 대답한 다음 차갑게 식혀진 맥주 캔을 땄다. 파각, 시원스러운 소리와 함께 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차가운 맥주 거품이 내 손을 타고 흘러 내려 왔다. 아무래도 맥주 캔은 시원하게 한번 흔들린 듯 보였다.
“언제적 장난이야?”
“이런 장난이라도 해야 들볶인 기분 나쁜 일이 풀어지지 않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와서 단답형으로 침대에 들어, 생각보다 빨리 일을 끝낸 후, 맥주와 담배를 동시에 마시며 피는 남자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지 모르겠다.
“속이기가 힘들군.”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대.”
3년.
오래도 지났다.
“3년이라…….”
3년 동안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었을 때, 나는 항상 이곳을 찾아왔고 이 여자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나를 받아 주었다. 내가 혼잣말을 해도, 아니면 모든 것을 털어놓아도, 그런 것을 간단하게 대꾸 형식으로만 받아줄 뿐, 나에 대해서 캐묻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의 실없는 소리에, 심각한 소리에, 아니면 기쁜 소리에 그냥 그녀는 같이 웃을 뿐이었고 같이 울어줄 뿐이었다. 내가 누군지도 밝히지 않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그냥 무엇인가를 빗댄 암호 같은 이야기만을 자신에게 지껄이는데도 불구하고.
“있잖나.”
“응?”
“너랑 있으면 왠지 편안하고 몽롱해져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조차 모르겠어.”
부시럭, 무엇인가 다가오는 느낌.
“왜 그렇게 느끼는 거야?”
“글쎄?”
약간 까끌한 블라우스 표면이 내 살에 닿는다.
“오빠가 그렇게 느끼면 난 그걸로 된 거야.”
“그것이 몽롱한 느낌이듯, 꿈 속을 거니는 느낌이듯, 아니면 지옥과 같은 느낌이듯, 그런 것은 나에겐 아무런 상관 없어.”
“그냥 그런 느낌이 오빠가 좋으면 되는 거야.”
순간 커다란 무지(無知)의 블랙홀이 나의 머리를 감싸 돈다. 차갑고도 아무 것도 모르는 느낌이 엄습하였다. 아무 것도 걱정할 필요 없이 그냥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것 같은 편안하고 안도되는 느낌이 온몸을 휘감아 올랐다.
“...넌 누구지?”
“묻지마.”
입술에 조금은 진한 끈적거림이 느껴졌다.
“오빠도 날 모르고 나도 오빠에 대해서 몰라.”
향기로운 립글로즈의 향기.
“그 오묘한 선 가운데에서 우리는 행복을 만드는 거야.”
“실제가 존재하지 않는 추억 뿐…인가.”
“그래…… 지금 우리는, 단지 이 시간 조차도 추억 속에 있는 사람들일 뿐이야.”
부드러운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존재하지만, 존재 하지 않는 듯……”
다시 이불이 온몸을 파고 들어 온다.
“한번 더할까?”
“응.”
[쉬이이익]
노래 소리인지 가습기 소리인지, 정체 불명의 소리는 내 귀를 더욱 크게 울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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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기업의 R M Y 회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가지고 이번에 파산 신청을 낸 L그룹의 불법 편법 인수에 관한 심경을 밝히고 이번 사건은 K기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
집으로 가는 길의 카 라디오에서는 저녁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의 직책은 K기업 비서실의 비서실장이다.
[…L그룹 관계자들은 K그룹의 용역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하고 있어…….]
눈동자가 살짝 떨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도둑이 제발 저린 다는 말이 절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더럽다고 욕해도 좋다. 솔직히 더러운 것은 더러운 것이니까.
더럽게 살지 않으면 어디 하나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몇 개나 되는가? 이 세상 속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은 더러운 사람을 욕하면서 자기 자신 한가운데에 커다란 바늘이 쿡쿡 찌르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 같다.
크든 작든 조금은 손을 더럽혀야 자신의 업적, 아니 더욱 원초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잘 먹고 잘 살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각 까지도 어느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은 크든 작든 더러운 짓을 하고 있다. 단지 더러운 부분이 큰지 작은지가 사회적 지탄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비겁하게 양비론(兩非論)을 가져다 붙인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 남을 비판하려면 그만큼 자신도 깨끗해야 한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뿐이다.
물론 이것이 내 자신의 가장 큰 합리화 수단이겠지만.
아무튼 일은 잘 해결했고 뒤처리도 깔끔하게 이루어졌다.
그 부분에 대해서 나와는 연관되는 부분은 없으며, 앞으로 내 입에서 언급되는 일도, 남의 입에서 언급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는 나의 우직하고 무거운 입을 사랑하신다. 나 또한 모든 것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는 그 분을 사랑한다.
[…R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L그룹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습니다……]
R회장은 나를 어떻게든 지켜주실 것이다.
뭐…그것이 진짜 나를 위한 것은 아니겠지만.
[다음 뉴스입니다. 룩셈부르크 조약에 발맞추어 정부는 내년부터 전격적으로 휘발유를 필두로 한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차량 운행을 금지하기로……]
“네 녀석도 내년이 마지막이로구나.”
이 시대는 수소 엔진을 단 차량들이 대세지만 나는 아직 휘발유 엔진 차량을 가지고 있다.
화석연료 주유소도 모두 없어진 지금 특별 주문을 하여야 겨우 연료를 얻을 수 있고 그 가격 또한 굉장히 비싸다. 휘발유 엔진 차량은 10년 전에 생산이 중단된 터라 부품 수급도 힘들어 태생이 20년 이상 된 이 녀석을 유지하기란 꽤나 힘든 일이다.
그래도 이 녀석은 나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녀석이다.
나의 추억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이차가 한번 우리 가족의 품에서 팔려나가는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가 났고 아버지는 채권자들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에 의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그 후 화병으로 돌아가셨고, 여동생은 실종 상태였다 1년 후 청량리 푸줏간 골목 어딘가에서 포대에 담겨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버지가 지키시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회사도, 가족도, 그리고 이 차도.
하지만 몇 년 후 이 차는 나의 손에 의해 빠져 나왔다. 열심히 일했다. 단지 이 하나를 위해. 이 차를 되 찾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려 했다. 그래서 결국 되찾아 왔다. 돈으로 힘으로, 결국 내가 빼앗겼던 방법 그대로 다른 누군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빼앗아왔다.
추억에 돈이란 것은 남아있지 않는다. 단지 다시 추억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나에겐 중요한 것이었다. 그 사람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적어도 이 차는 나에게는 단 하나의 추억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버지는 지금 잘 계실까?
이 차가 굴러가지 못할 즈음, 한번 찾아 뵈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추억을 생산 할 수는 없지만, 회상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감 때문인지 나의 눈가가 살짝 아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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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어느 평범한 37평형의 아파트.근 30년 전에는 주택가격 버블로 몇 십억이나 했던 재건축 건물이지만 거품이 꺼진 지금은 단지 몇 억 정도 하는 보통 중산층의 낡은 아파트일 뿐이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낮은 속도에서 조금씩 털털거리는 추억을 몰고 언제 봐도 낯설게 느껴지는 아파트 숲 속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언제나 낯선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올드패션드한 분위기의 느낌과 낯선 느낌이라는 것은 섞일 듯 섞이지 않는다.
집 앞에 서서 나는 10초 정도 고민한 다음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 들었다. 집안 식구들을 방해하기는 싫었다. 아니 솔직히 마주치기가 두려웠다.
덜컥, 문이 열리면서 익숙하고 따듯하며 날카로운 느낌이 나를 반겼다. 열쇠 소리를 듣고 자신의 방에서 나온 나의 스위트 하트가 방금 잠을 깬 듯 침침한 눈빛으로 나를 반겼다.
“나왔어.”
“외근은 잘 하시고 오셨어요?”
“응. 당신은 별일 없었지?”
“특별히 없었어요. 식사하셔야죠?”
“응 부탁해.”
따듯한 공기와 차가운 형광등의 부조화, 그리고 무미건조한 물음이 나를 나의 뇌 속 꼭지까지 뒤틀리게 만드는 것 같다. 처음 마주칠 때 눈 마주침, 그 이상 그 이하도 없었다. 서로 딴 곳을 응시하며 당연하다는 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집이다. 나의 아내가, 나의 딸이 사는, 마이 스윗트 홈.
하지만 그것은 말 뿐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 곳에 들어오기 무서워 졌다. 두려워 졌다. 알 수 없는 무미건조한 공기, 추웠다. 이 곳에 있으면 무엇인가 내 자신을 강하게 압박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디찬 남극 한낮에 아찔하게 날카로운 햇빛을 받으며 눈밭에 홀로 앉아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현관 옆 방으로 들어갔다. 형형 색색, 밝고 따듯한 색으로 치장된 조그마한 방에는 곱디고운 어린 아가씨 한 분이 푹신해 보이는 침대에 파묻혀 주무시고 계셨다. 요 근래 일이 바빠서 그런지 나는 이 공주님을 한 달에 몇 번 밖에 보지 못했다. 대화는 더욱이 할 수도 없었다. 내가 이 무섭디 무서운 집에 들어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순간 넋이 나가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순간 쓰다듬고 싶고 안아 올리고 싶고 볼에 가벼운 키스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애 잠 깨겠어요.”
“….아?”
“저녁 준비 다 됐어요.”
“으…응.”
짧지만 강한 몇 마디에 나는 나의 공주님의 방에서 이끌려 나와야 했다.
식탁에는 어디에선가 사온 듯한 김치, 냉동 떡갈비, 일주일 전에도 먹었던 기억이 나는 오래된 미역국, 그리고 너무 기름져 보여 간단하게 어느 제품인 것 까지 맞출 수 있을 듯한 레토르트 즉석밥이 나를 반겼다.
“잘 먹을게.”
무미건조하게 대답한 후 나는 밥을 먹기 시작한다. 나의 스위티가 내 맞은 편에 앉는다. 쩝쩝거리는 소리, 고개를 식탁에 처박고 먹는 가여운 강아지 같은 나의 모습을, 그녀는 말없이 바라본다. 너무나 조용하고 어색한 느낌에 나는 먹는 소리의 빈도를 높여 간다. 이곳은 감옥이다. 진공으로 감싸 쥐어진, 소리가 통하지 않는 감옥. 나의 귀는 멍해져 가고 있고 음식은 나의 목을 메우기 반보 직전이었다. 제발, 제발 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뭐든 좋으니까, 빨리 벗어나고 싶다.
“저기…….”
“응?”
“요즘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왜?”
솔직히 무슨 일이야 많다. 하지만 이 사람에게 내가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서로 이해해주지도 않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무튼 주위는 조용해지고 나와 아내는 다시 대화를 중지하였다. 무언의 시간을 깨기 위한 형식적인 대화.그래도 벗어나고 싶은 상황을 벗어나게 만들어준 소중한 대화.
나는 왜 이 사람과 결혼한 것일까?
서로 만나길, 말하기도 주저하는 이런 어색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아니,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나는 이 사람을 단지 사랑으로 만난 것은 아닌 듯하다. 처음에야 사랑이라고 생각 했겠지만 나에게는 그냥 가족을 가지고 싶었고 또한 그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의 추억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서로 의견 충돌도 없었고 수많은 로맨틱한 상황을 만끽했었다. 달콤한 목소리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그때를 다시 정의해 보자면 그 날들의 추억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우리는 결혼을 꿈꾸었다. 나도 참 원하는 것이었고 그녀 또한 결혼을 원했다. 물론 그녀의 집이 형편상 힘들었다는 것도 있었다는 것은 그 당시에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나에게는 결혼, 아내, 가족, 그리고 자식이라는 것을 너무나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서로의 품에서 달콤하게 귀로 흘러 들어오는 마약 연기에 취해 인생의 한 부분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듯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현재를 표현해보자면 우리들은 아름다움이라는 안개 속에 가려진 또 다른 목적을 완수했고 그 순간, 안개는 걷히고 또 다른 우리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옥 그 자체였다.
지금 그녀가 말을 걸어 온 것도 너무나 무서워 죽겠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여보.”
그녀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응.”
“나 더 이상 못 참겠어.”
에…?
아무런 이유도 말하지 않았다.
“응?”
나는 되물었다.
“우리 헤어져.”
단도직입적이었다.
“응. 알았어.”
물론 내 대답도 간단하게 나왔다.
“당신 바쁠 것 같으니까 서류 내가 준비해놓을게. 우리 재희 양육권 문제는 법원에서 이야기하자.”
하지만 목이 막힐 것 같았다. 눈에 순간 스팀이 들어온 듯 뿌옇게 되었다.
“응, 땡큐.”
그렇지만 실제로 막히는 것은 없었고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단지 기분 탓이었다.
그녀는 내 앞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이미 서로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어떻게 되던 별로 그 뒤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나는 이런 부분을 두려워 한 것이 아니라 원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5분이라도 늦게 이야기 했으면 내가 말할 뻔 했어. 여보.”
나는 그녀가 떠난 테이블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먹는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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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뉴스 입니다. 첫번쨰 소식입니다........]
거의 듣지도 않는 TV 뉴스 프로그램을 틀어놓은 상태로 나는 이전 커플의 밤 꽃 냄새가 아직 채 지워지지 않은 어두침침한 여관방에서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한 묶음은 회사의 뒤처리를 위한 유령회사의 서류뭉치, 또 하나는 이혼관련 서류들이다. 보통 이런 일을 할 때면 허름한 여관 방에 앉아 혼자 몇 시간이고 일을 처리한다. 꽁초가 빼곡히 들어찬 재떨이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밤 꽃 냄새를 찐득한 담배냄새로 바꾸려는 노력을 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 건만 끝나면 회장님은 나에게 산하의 기업 하나의 경영권을 주시기로 약속하였다. 기간사업을 다루고 있는 기업의 건이라 노동조합과 언론들의 관심과 공격이 심상치 않아 굉장히 일을 처리하기 힘들었지만 나의 계획대로 되어 주기만 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회장님이 검찰에 불려가 있지만 이미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 놓았고 검찰 윗 선에도 뒷돈을 충분히 대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검찰 수사가 끝나고 작성하고 있는 유령회사가 L기업을 인수한다면 반년 내에 아무런 뒷 부담 없이 L기업을 처리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또 하나의 서류 뭉치는 이혼 관련 서류 이다. 다른 것은 어느 정도 포기할 수 있지만 양육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자 유령회사 건은 다했고…이제 이혼 서류 차례인가.”
변호사에게 맡길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이것은 최소한의 내 옛 아내에 대한 예의이며 내가 양육해야만 하는 나의 소중한 공주님에게 크나큰 실례이기 때문이다. 내 실력이 형편없는 것도 아닌데 남에게 맡기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크나큰 실례이다.
[속보입니다. K기업의 R회장의 측근에 따르면 K기업 비서실의 비서실장 L씨가 이번 편법인수를 주도하여…R회장은 아무 것도 몰랐고 증언…….]
순간 뭔가 믿기 어려운 듯한 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검찰은 지금 L씨에게 구속영장을……..]
“…………”
[L씨는 현재 잠적중이며…….]
나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모레 내로 출두하지 않으면 수배령을 내릴 생각이라고 검찰측은…….]
담배연기가 나를 감싸 쥐는 듯 하다 이내 사라졌다.
“…그 참……악운이 따르는 것은 좋은데 따로따로 좀 오지…….”
담배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그렇게 나는 갇혀진 어둠 속에 굳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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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오빠 이 시간에 왜…?”
“응…그냥.”
내가 그녀의 집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 다 되어갈 때였다. 실제로 이 시간대는 내가 이곳을 떠날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 나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가 닥쳐왔다. 너무나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처음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도 않고 그냥 괜찮겠지…라는 너무나 막연한 기대감이 두 시간 정도 나를 지배 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후 나는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예전의 좋지 않은 추억이 나의 기억 속에 오버랩 되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해야 할지 아무런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오버랩 된 추억에 지배 당한 상태로 단지 공포에 덜덜 떨고 있는 내 자신만을 한심스럽게 거울을 통해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패닉 상태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최대한 생각을 했다. 내가 어디에서 평안을 찾고 있었을까? 집? 내 딸내미의 방? 밤 꽃 냄새 찬란한 여관방?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이 겉돌기를 2시간…결국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 곳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그녀의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녀는 백열등과 가습기, 그리고 아로마 향을 준비해 주었다.
“따듯한 정종 한잔 가져다 줄게. 기다려.”
그녀는 자신의 뜻대로 나의 음료수를 가지러 떠났다. 적당한 습한 느낌, 몰려오는 은은한 아로마 향이 나를 빠르게 진정시켜 주고 있는 듯 싶었다.
“자 여기.”
나는 그녀가 건네주는 정종을 말없이 받아 살짝 목을 축였다. 근 10시간 동안 물 한 방울 먹지 않아 갈라질 때로 갈라진 목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몸이 조금씩 살아 돌아감을 느꼈다. 이 전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빠른 심장 박동이 점차 느껴지고 있었다. 그 놈은 빠르게 움직이다 천천히 뛰는 속도를 줄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중심 축에 있는 답답함은 풀릴 줄을 모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오빠?”
나는 대화 상대를 원했다. 그래서 이곳에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핵심을 비껴나가게 이야기 했었다. 예전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것은 나의 실제를 들어내지 않으면 영원히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내 앞에 있는 이 여인은 충분히 이해해줄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경험, 그녀와의 추억이 그렇다고 나에게 긍정적인 해답을 흘려주고 있었다.
“나…다 이야기 할게……나의 모든 것을……..”
그녀의 표정이 오묘하게 바뀌어갔다.
“난…언제나 오빠의 모든 것을 들어왔는걸…….”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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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이익…….]
나는 엷은 백열등의 빛과 가습기의 소리에 잠이 깨었다. 간만에 꿈도 꾸지 않은, 그런 상큼한 잠을 잔 것 같았다. 오히려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들이 차라리 꿈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또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였다. 예전과는 너무나 다른 꾸며진 진실이 아닌 진실의 진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받아 주고 해답을 같이 연구하였다. 그녀의 느낌이 조금 틀린 것 같았지만 나에게는 그런 미묘한 차이에 투덜거리기에는 너무나 급한 일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이야기 하고 대책까지 강구한 나는 그녀의 옆에서 조용히 잠들었다. 아마 극도의 공포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리라. 조금 이상한 것은 언제나 그녀는 내 옆에 있어주었는데 지금은 내 옆에 그녀가 없었다. 무엇인가를 가지러 간 것일까? 아니면………
“L씨?”
순간 방 문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L씨, 저희랑 서로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이 것…때문인가?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들에게 다가섰다. 그들은 내가 다가오자 긴장한 듯 경계태세를 취했다.
“갑시다.”
그래, 아마도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견딜 수 없었던 듯 하다. 나는 그녀에게 너무나 큰 짐을 지우게 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몰려왔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 당시에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그래, 이것은 내가 그녀에게 주었던 너무나 큰 짐에 대한 죄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사복형사들과 나갈 때 거실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라고 할 수 없는 야릇한 눈 빛. 경멸의 눈 빛? 아니면 동정의 눈 빛? 아니면 나를 사랑한다는 눈 빛? 아니면 슬픈 눈 빛? 아니면 귀여운 눈 빛? 아니면…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쉽네.”
갑자기 나는 그녀의 눈 빛을 해석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 빛에서 수만가지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표정한 듯한 그녀의 얼굴에서 읽혀지는 것들. 그것들의 대한 해석을 하기엔 내 머리가 너무나 멍청한 것인지도 모른다.
“너…….너…….”
“…멍청하긴……..”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 갑자기 내 정신이 다시 멍해져 옮을 느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면 내 아버지가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내 동생이 포대에 담겨져 버려진 것을 발견했을 때와 느낌이 같다.
“으아아아!!!”
나는 순간 형사들을 밀쳐내고 현관 쪽으로 뛰어 나갔다. 도망. 아무런 이유가 없는 듯한 도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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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유품인 나의 자동차를 힘에 부치는지 털털거리며 최고 속도로 나를 텅 빈 도로에서 달리게 도와주었다.
그녀와의 기억들이 내 머리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그 추억 추억에 대한 방울방울 하나하나 한꺼번에 해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히려 그것들을 해석하려는 나의 머리 속은 오버히트되어 미치기 반보직전까지 나를 몰고 갔다.
갑자기 무엇인가가 불같이 솟구쳐 옮을 느꼈다. 도대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냥 불같이 달아오를 뿐이다. 나는 그런 달아오른 감정을 식히기 위해 더 세게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하지만 그 감정은 꺼지지 않고 더욱더 커질 뿐이었다. 마치 산불이 건조한 바람을 만나 더욱더 커지는 것 처럼.
내 옆으로 한강 둔치의 모습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새벽 3시, 음주운전인 듯한 몇몇 차들만이 느릿느릿, 비틀비틀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나에게 아무것도 남은 것은 없어 보였다. 나는 내 빌어먹을 과거를 그래도 그럴 듯한 추억으로 바꾸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래서 나는 번듯한 직장, 그래도 적지 않은 돈, 그리고 가족을 움켜쥘 수 있었다. 근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겹치는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도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일까? 모르겠다.
[부아아앙!]
아무튼 이제 내 인생도 갈 때 까지 가버린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나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나도 배신을 당했으니 그 배신을 돌려줄 차례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풀면 R회장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우선 딸과 아내를 불러내서 보호한 다음……우선 생각하기 보다는 전화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집으로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빠?”
공주님의 목소리.
그렇게도 듣고 싶었던 목소리.
“아빠? 어디야? 아빠? 나…나 무서워.”
내가 그렇게 듣고 싶어하던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재희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딸이 참 예쁘군.”
낯선 남성의 목소리.
“너…누구야?”
“당분간 자네 아내와 딸은 내가 보호하겠어.”
“그러니까 너 누구냐고!”
“자네가 누구에게 기대지만 않았어도 다음 달이면 좋은 자리 하나 꿰차고 있었을 텐데.”
따르르릉. 내 마음 속의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가 울렸다.
“자네 딸 목소리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듣게.”
“아빠…아빠? 아빠!!!”
“재희야! 재희야?!”
………….
전화는 끊겼다.
나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까지 사라졌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자수? 그냥 가서 가짜를 말하고 몇 년 살다 나오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진실을 이야기 해버리는 것이 좋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을 폭로하는 것인데 그 것까지 박탈당해버렸다. 나에게 이제 선택의 여지는 없다.
차는 어느덧 한강 다리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었다.
자살.
문득 든 생각이다. 근데 그 생각이 그렇게 나쁘게 만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자살을 하면 나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괴로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래 자살을 하자. 110km/h. 이 속도에서 조금만 핸들을 꺾어 주면 나는 간단하게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
그래 틀어버리자. 나에게 있어 이제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
[아빠.]
순간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가지마.]
내 앞으로 뻗어 오는 가련한 다섯 손가락.
[나 두고 혼자 자면 안돼?]
나의 손을 꽈악 붙잡았다.
“재희…….”
순간 나의 손이 멈칫했다.
내가…지금 뭘 하려고 한 거지?
그래, 자살이었다.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기착지.
나는 이 순간 나의 모든 것을 잃었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견디기 힘든 물적, 심적, 물리적 고통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참지 못해 자살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히 털어버릴 수 없는 짐을 남긴다. 피의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나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아직 남아 있다. 내가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다.
재희. 나의 소중한 딸.
아직 그녀를 두고 죽을 수 없다.
내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그녀에게 큰 짐을 지우게 할 수는 없다.
그녀는…
그녀는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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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빠아아앙!]
순간 내 앞이 순백색으로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어?”
[콰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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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der n., v.
━ n.
1 사닥다리
climb up[down] a ladder 사닥다리를 오르다[내리다]
2 사닥다리 꼴의 물건
3 출세의 연줄, 수단 《of》;사회적 지위
4 [보통 the ladder] (신분•지위 등의) 단계
5 《영》 (스타킹의) 세로 올의 풀림(《미》 run)
ps.제 글을 읽어 주시고 평가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택에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고 더욱이 제글을 발전
시켜나갈 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쉬이이익.]
작고 가는 가습기의 소리와 어디에서인가 달려있는 작은 스피커에서 날법한 조용하고 감미로운 클래시컬한 음악이 불협화음 아닌 불협화음이 되어 귀에 아련히 들려온다. 그 두 가지가 합쳐진 오묘한 멜로디는 가습기 소리도 아니고 음악도 아닌, 그냥 현대사회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평범하디 평범한 소리에 불과했다.
나는 듯 안 나는 듯, 나의 코를 부드럽게 자극하는 아로마향, 그리고 고급스러운 멋을 내려고 애쓴 왠지 모르게 싸구려 느낌이 확 나는 고딕느낌의 조그마한 백열조명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조명은 나를 꽤나 안정적인 느낌으로 감싸 안아 올리는 것과 동시에 왠지 모를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요즘 빨라진 것 같지 않아 오빠?”
나의 몸 중앙에서부터 순식간에 가슴으로 올라오는 차갑고 부드러운 느낌이 순간 나의 쾌감에 가속도를 붙여 올려주었다. 나는 그런 쾌감에 못 이긴 나머지 크게 몸서리를 치고 만다.
“그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렇게 따지면 나도 30대 초반인걸?”
“나에겐 언제나 넌 꼬맹이일 뿐이야.”
“이렇게 늙은 꼬맹이 봤어?”
나의 몸에서 꼼지락거리던 것이 멈추고 이불이 들려 올려졌다. 춥다. 겨울은 아무리 난방이 잘 된다 하더라도 무엇인가 자신의 몸을 덮고 있던 것이 사라지면 왠지 모를 한기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늙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 앞에서는 반라의 여인이 귀여운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이가 30대에 들어간 지라 약간 탱탱한 맛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나이에 맞지 않는 그런 몸매를 가지고 있는 육감적인 여인이다. 하지만 그것을 멍하니 감상하기에도 어색해져 나는 얼른 담배로 눈을 돌렸다.
“오빠는 담배가 좋아? 내가 좋아?”
“반반.”
“흥.”
콧방귀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순간 멍해지는 느낌과 기분 좋은 느낌, 그리고 좋지 않는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온다. 사실 담배는 모든 것을 잊고 단지 짧은 시간 동안 기분 좋아지라고 피는 것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것 보다는 오만 가지 잡생각이 다 떠오르는 이런 오묘한 느낌이 좋아 담배를 피게 된다.
“음료수 갔다 줄까?”
“응 부탁해.”
알몸인 몸을 가벼운 홑 블라우스로 가리고 부엌 쪽으로 나가는 여인.
물론 아내는 아니다. 단지 일의 뒤처리 중에 만난, 가벼운 관계일 뿐이다. 처음에 가볍게 몇 번 만나고 끝내려 했지만 단지 그것이 조금씩 이어져 내려왔다. 그로부터 몇 달이나 지났을까? 하긴 그런 것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이 여자는 괴롭고 슬픈 일이 있을 때, 나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화상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화 상대로는 매우 드물게 이 여자는 나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나도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그리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나와 그녀의 무언의 약속이다.
“맥주, 괜찮지?”
“응.”
짧게 대답한 다음 차갑게 식혀진 맥주 캔을 땄다. 파각, 시원스러운 소리와 함께 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차가운 맥주 거품이 내 손을 타고 흘러 내려 왔다. 아무래도 맥주 캔은 시원하게 한번 흔들린 듯 보였다.
“언제적 장난이야?”
“이런 장난이라도 해야 들볶인 기분 나쁜 일이 풀어지지 않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와서 단답형으로 침대에 들어, 생각보다 빨리 일을 끝낸 후, 맥주와 담배를 동시에 마시며 피는 남자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지 모르겠다.
“속이기가 힘들군.”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대.”
3년.
오래도 지났다.
“3년이라…….”
3년 동안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었을 때, 나는 항상 이곳을 찾아왔고 이 여자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나를 받아 주었다. 내가 혼잣말을 해도, 아니면 모든 것을 털어놓아도, 그런 것을 간단하게 대꾸 형식으로만 받아줄 뿐, 나에 대해서 캐묻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의 실없는 소리에, 심각한 소리에, 아니면 기쁜 소리에 그냥 그녀는 같이 웃을 뿐이었고 같이 울어줄 뿐이었다. 내가 누군지도 밝히지 않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그냥 무엇인가를 빗댄 암호 같은 이야기만을 자신에게 지껄이는데도 불구하고.
“있잖나.”
“응?”
“너랑 있으면 왠지 편안하고 몽롱해져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조차 모르겠어.”
부시럭, 무엇인가 다가오는 느낌.
“왜 그렇게 느끼는 거야?”
“글쎄?”
약간 까끌한 블라우스 표면이 내 살에 닿는다.
“오빠가 그렇게 느끼면 난 그걸로 된 거야.”
“그것이 몽롱한 느낌이듯, 꿈 속을 거니는 느낌이듯, 아니면 지옥과 같은 느낌이듯, 그런 것은 나에겐 아무런 상관 없어.”
“그냥 그런 느낌이 오빠가 좋으면 되는 거야.”
순간 커다란 무지(無知)의 블랙홀이 나의 머리를 감싸 돈다. 차갑고도 아무 것도 모르는 느낌이 엄습하였다. 아무 것도 걱정할 필요 없이 그냥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것 같은 편안하고 안도되는 느낌이 온몸을 휘감아 올랐다.
“...넌 누구지?”
“묻지마.”
입술에 조금은 진한 끈적거림이 느껴졌다.
“오빠도 날 모르고 나도 오빠에 대해서 몰라.”
향기로운 립글로즈의 향기.
“그 오묘한 선 가운데에서 우리는 행복을 만드는 거야.”
“실제가 존재하지 않는 추억 뿐…인가.”
“그래…… 지금 우리는, 단지 이 시간 조차도 추억 속에 있는 사람들일 뿐이야.”
부드러운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존재하지만, 존재 하지 않는 듯……”
다시 이불이 온몸을 파고 들어 온다.
“한번 더할까?”
“응.”
[쉬이이익]
노래 소리인지 가습기 소리인지, 정체 불명의 소리는 내 귀를 더욱 크게 울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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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기업의 R M Y 회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가지고 이번에 파산 신청을 낸 L그룹의 불법 편법 인수에 관한 심경을 밝히고 이번 사건은 K기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
집으로 가는 길의 카 라디오에서는 저녁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의 직책은 K기업 비서실의 비서실장이다.
[…L그룹 관계자들은 K그룹의 용역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하고 있어…….]
눈동자가 살짝 떨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도둑이 제발 저린 다는 말이 절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더럽다고 욕해도 좋다. 솔직히 더러운 것은 더러운 것이니까.
더럽게 살지 않으면 어디 하나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몇 개나 되는가? 이 세상 속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은 더러운 사람을 욕하면서 자기 자신 한가운데에 커다란 바늘이 쿡쿡 찌르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 같다.
크든 작든 조금은 손을 더럽혀야 자신의 업적, 아니 더욱 원초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잘 먹고 잘 살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각 까지도 어느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은 크든 작든 더러운 짓을 하고 있다. 단지 더러운 부분이 큰지 작은지가 사회적 지탄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비겁하게 양비론(兩非論)을 가져다 붙인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 남을 비판하려면 그만큼 자신도 깨끗해야 한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뿐이다.
물론 이것이 내 자신의 가장 큰 합리화 수단이겠지만.
아무튼 일은 잘 해결했고 뒤처리도 깔끔하게 이루어졌다.
그 부분에 대해서 나와는 연관되는 부분은 없으며, 앞으로 내 입에서 언급되는 일도, 남의 입에서 언급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는 나의 우직하고 무거운 입을 사랑하신다. 나 또한 모든 것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는 그 분을 사랑한다.
[…R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L그룹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습니다……]
R회장은 나를 어떻게든 지켜주실 것이다.
뭐…그것이 진짜 나를 위한 것은 아니겠지만.
[다음 뉴스입니다. 룩셈부르크 조약에 발맞추어 정부는 내년부터 전격적으로 휘발유를 필두로 한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차량 운행을 금지하기로……]
“네 녀석도 내년이 마지막이로구나.”
이 시대는 수소 엔진을 단 차량들이 대세지만 나는 아직 휘발유 엔진 차량을 가지고 있다.
화석연료 주유소도 모두 없어진 지금 특별 주문을 하여야 겨우 연료를 얻을 수 있고 그 가격 또한 굉장히 비싸다. 휘발유 엔진 차량은 10년 전에 생산이 중단된 터라 부품 수급도 힘들어 태생이 20년 이상 된 이 녀석을 유지하기란 꽤나 힘든 일이다.
그래도 이 녀석은 나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녀석이다.
나의 추억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이차가 한번 우리 가족의 품에서 팔려나가는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가 났고 아버지는 채권자들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에 의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그 후 화병으로 돌아가셨고, 여동생은 실종 상태였다 1년 후 청량리 푸줏간 골목 어딘가에서 포대에 담겨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버지가 지키시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회사도, 가족도, 그리고 이 차도.
하지만 몇 년 후 이 차는 나의 손에 의해 빠져 나왔다. 열심히 일했다. 단지 이 하나를 위해. 이 차를 되 찾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려 했다. 그래서 결국 되찾아 왔다. 돈으로 힘으로, 결국 내가 빼앗겼던 방법 그대로 다른 누군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빼앗아왔다.
추억에 돈이란 것은 남아있지 않는다. 단지 다시 추억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나에겐 중요한 것이었다. 그 사람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적어도 이 차는 나에게는 단 하나의 추억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버지는 지금 잘 계실까?
이 차가 굴러가지 못할 즈음, 한번 찾아 뵈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추억을 생산 할 수는 없지만, 회상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감 때문인지 나의 눈가가 살짝 아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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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어느 평범한 37평형의 아파트.근 30년 전에는 주택가격 버블로 몇 십억이나 했던 재건축 건물이지만 거품이 꺼진 지금은 단지 몇 억 정도 하는 보통 중산층의 낡은 아파트일 뿐이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낮은 속도에서 조금씩 털털거리는 추억을 몰고 언제 봐도 낯설게 느껴지는 아파트 숲 속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언제나 낯선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올드패션드한 분위기의 느낌과 낯선 느낌이라는 것은 섞일 듯 섞이지 않는다.
집 앞에 서서 나는 10초 정도 고민한 다음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 들었다. 집안 식구들을 방해하기는 싫었다. 아니 솔직히 마주치기가 두려웠다.
덜컥, 문이 열리면서 익숙하고 따듯하며 날카로운 느낌이 나를 반겼다. 열쇠 소리를 듣고 자신의 방에서 나온 나의 스위트 하트가 방금 잠을 깬 듯 침침한 눈빛으로 나를 반겼다.
“나왔어.”
“외근은 잘 하시고 오셨어요?”
“응. 당신은 별일 없었지?”
“특별히 없었어요. 식사하셔야죠?”
“응 부탁해.”
따듯한 공기와 차가운 형광등의 부조화, 그리고 무미건조한 물음이 나를 나의 뇌 속 꼭지까지 뒤틀리게 만드는 것 같다. 처음 마주칠 때 눈 마주침, 그 이상 그 이하도 없었다. 서로 딴 곳을 응시하며 당연하다는 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집이다. 나의 아내가, 나의 딸이 사는, 마이 스윗트 홈.
하지만 그것은 말 뿐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 곳에 들어오기 무서워 졌다. 두려워 졌다. 알 수 없는 무미건조한 공기, 추웠다. 이 곳에 있으면 무엇인가 내 자신을 강하게 압박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디찬 남극 한낮에 아찔하게 날카로운 햇빛을 받으며 눈밭에 홀로 앉아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현관 옆 방으로 들어갔다. 형형 색색, 밝고 따듯한 색으로 치장된 조그마한 방에는 곱디고운 어린 아가씨 한 분이 푹신해 보이는 침대에 파묻혀 주무시고 계셨다. 요 근래 일이 바빠서 그런지 나는 이 공주님을 한 달에 몇 번 밖에 보지 못했다. 대화는 더욱이 할 수도 없었다. 내가 이 무섭디 무서운 집에 들어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순간 넋이 나가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순간 쓰다듬고 싶고 안아 올리고 싶고 볼에 가벼운 키스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애 잠 깨겠어요.”
“….아?”
“저녁 준비 다 됐어요.”
“으…응.”
짧지만 강한 몇 마디에 나는 나의 공주님의 방에서 이끌려 나와야 했다.
식탁에는 어디에선가 사온 듯한 김치, 냉동 떡갈비, 일주일 전에도 먹었던 기억이 나는 오래된 미역국, 그리고 너무 기름져 보여 간단하게 어느 제품인 것 까지 맞출 수 있을 듯한 레토르트 즉석밥이 나를 반겼다.
“잘 먹을게.”
무미건조하게 대답한 후 나는 밥을 먹기 시작한다. 나의 스위티가 내 맞은 편에 앉는다. 쩝쩝거리는 소리, 고개를 식탁에 처박고 먹는 가여운 강아지 같은 나의 모습을, 그녀는 말없이 바라본다. 너무나 조용하고 어색한 느낌에 나는 먹는 소리의 빈도를 높여 간다. 이곳은 감옥이다. 진공으로 감싸 쥐어진, 소리가 통하지 않는 감옥. 나의 귀는 멍해져 가고 있고 음식은 나의 목을 메우기 반보 직전이었다. 제발, 제발 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뭐든 좋으니까, 빨리 벗어나고 싶다.
“저기…….”
“응?”
“요즘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왜?”
솔직히 무슨 일이야 많다. 하지만 이 사람에게 내가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서로 이해해주지도 않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무튼 주위는 조용해지고 나와 아내는 다시 대화를 중지하였다. 무언의 시간을 깨기 위한 형식적인 대화.그래도 벗어나고 싶은 상황을 벗어나게 만들어준 소중한 대화.
나는 왜 이 사람과 결혼한 것일까?
서로 만나길, 말하기도 주저하는 이런 어색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아니,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나는 이 사람을 단지 사랑으로 만난 것은 아닌 듯하다. 처음에야 사랑이라고 생각 했겠지만 나에게는 그냥 가족을 가지고 싶었고 또한 그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의 추억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서로 의견 충돌도 없었고 수많은 로맨틱한 상황을 만끽했었다. 달콤한 목소리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그때를 다시 정의해 보자면 그 날들의 추억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우리는 결혼을 꿈꾸었다. 나도 참 원하는 것이었고 그녀 또한 결혼을 원했다. 물론 그녀의 집이 형편상 힘들었다는 것도 있었다는 것은 그 당시에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나에게는 결혼, 아내, 가족, 그리고 자식이라는 것을 너무나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서로의 품에서 달콤하게 귀로 흘러 들어오는 마약 연기에 취해 인생의 한 부분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듯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현재를 표현해보자면 우리들은 아름다움이라는 안개 속에 가려진 또 다른 목적을 완수했고 그 순간, 안개는 걷히고 또 다른 우리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옥 그 자체였다.
지금 그녀가 말을 걸어 온 것도 너무나 무서워 죽겠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여보.”
그녀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응.”
“나 더 이상 못 참겠어.”
에…?
아무런 이유도 말하지 않았다.
“응?”
나는 되물었다.
“우리 헤어져.”
단도직입적이었다.
“응. 알았어.”
물론 내 대답도 간단하게 나왔다.
“당신 바쁠 것 같으니까 서류 내가 준비해놓을게. 우리 재희 양육권 문제는 법원에서 이야기하자.”
하지만 목이 막힐 것 같았다. 눈에 순간 스팀이 들어온 듯 뿌옇게 되었다.
“응, 땡큐.”
그렇지만 실제로 막히는 것은 없었고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단지 기분 탓이었다.
그녀는 내 앞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이미 서로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어떻게 되던 별로 그 뒤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나는 이런 부분을 두려워 한 것이 아니라 원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5분이라도 늦게 이야기 했으면 내가 말할 뻔 했어. 여보.”
나는 그녀가 떠난 테이블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먹는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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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뉴스 입니다. 첫번쨰 소식입니다........]
거의 듣지도 않는 TV 뉴스 프로그램을 틀어놓은 상태로 나는 이전 커플의 밤 꽃 냄새가 아직 채 지워지지 않은 어두침침한 여관방에서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한 묶음은 회사의 뒤처리를 위한 유령회사의 서류뭉치, 또 하나는 이혼관련 서류들이다. 보통 이런 일을 할 때면 허름한 여관 방에 앉아 혼자 몇 시간이고 일을 처리한다. 꽁초가 빼곡히 들어찬 재떨이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밤 꽃 냄새를 찐득한 담배냄새로 바꾸려는 노력을 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 건만 끝나면 회장님은 나에게 산하의 기업 하나의 경영권을 주시기로 약속하였다. 기간사업을 다루고 있는 기업의 건이라 노동조합과 언론들의 관심과 공격이 심상치 않아 굉장히 일을 처리하기 힘들었지만 나의 계획대로 되어 주기만 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회장님이 검찰에 불려가 있지만 이미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 놓았고 검찰 윗 선에도 뒷돈을 충분히 대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검찰 수사가 끝나고 작성하고 있는 유령회사가 L기업을 인수한다면 반년 내에 아무런 뒷 부담 없이 L기업을 처리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또 하나의 서류 뭉치는 이혼 관련 서류 이다. 다른 것은 어느 정도 포기할 수 있지만 양육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자 유령회사 건은 다했고…이제 이혼 서류 차례인가.”
변호사에게 맡길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이것은 최소한의 내 옛 아내에 대한 예의이며 내가 양육해야만 하는 나의 소중한 공주님에게 크나큰 실례이기 때문이다. 내 실력이 형편없는 것도 아닌데 남에게 맡기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크나큰 실례이다.
[속보입니다. K기업의 R회장의 측근에 따르면 K기업 비서실의 비서실장 L씨가 이번 편법인수를 주도하여…R회장은 아무 것도 몰랐고 증언…….]
순간 뭔가 믿기 어려운 듯한 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검찰은 지금 L씨에게 구속영장을……..]
“…………”
[L씨는 현재 잠적중이며…….]
나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모레 내로 출두하지 않으면 수배령을 내릴 생각이라고 검찰측은…….]
담배연기가 나를 감싸 쥐는 듯 하다 이내 사라졌다.
“…그 참……악운이 따르는 것은 좋은데 따로따로 좀 오지…….”
담배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그렇게 나는 갇혀진 어둠 속에 굳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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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오빠 이 시간에 왜…?”
“응…그냥.”
내가 그녀의 집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 다 되어갈 때였다. 실제로 이 시간대는 내가 이곳을 떠날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 나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가 닥쳐왔다. 너무나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처음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도 않고 그냥 괜찮겠지…라는 너무나 막연한 기대감이 두 시간 정도 나를 지배 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후 나는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예전의 좋지 않은 추억이 나의 기억 속에 오버랩 되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해야 할지 아무런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오버랩 된 추억에 지배 당한 상태로 단지 공포에 덜덜 떨고 있는 내 자신만을 한심스럽게 거울을 통해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패닉 상태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최대한 생각을 했다. 내가 어디에서 평안을 찾고 있었을까? 집? 내 딸내미의 방? 밤 꽃 냄새 찬란한 여관방?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이 겉돌기를 2시간…결국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 곳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그녀의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녀는 백열등과 가습기, 그리고 아로마 향을 준비해 주었다.
“따듯한 정종 한잔 가져다 줄게. 기다려.”
그녀는 자신의 뜻대로 나의 음료수를 가지러 떠났다. 적당한 습한 느낌, 몰려오는 은은한 아로마 향이 나를 빠르게 진정시켜 주고 있는 듯 싶었다.
“자 여기.”
나는 그녀가 건네주는 정종을 말없이 받아 살짝 목을 축였다. 근 10시간 동안 물 한 방울 먹지 않아 갈라질 때로 갈라진 목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몸이 조금씩 살아 돌아감을 느꼈다. 이 전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빠른 심장 박동이 점차 느껴지고 있었다. 그 놈은 빠르게 움직이다 천천히 뛰는 속도를 줄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중심 축에 있는 답답함은 풀릴 줄을 모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오빠?”
나는 대화 상대를 원했다. 그래서 이곳에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핵심을 비껴나가게 이야기 했었다. 예전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것은 나의 실제를 들어내지 않으면 영원히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내 앞에 있는 이 여인은 충분히 이해해줄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경험, 그녀와의 추억이 그렇다고 나에게 긍정적인 해답을 흘려주고 있었다.
“나…다 이야기 할게……나의 모든 것을……..”
그녀의 표정이 오묘하게 바뀌어갔다.
“난…언제나 오빠의 모든 것을 들어왔는걸…….”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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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이익…….]
나는 엷은 백열등의 빛과 가습기의 소리에 잠이 깨었다. 간만에 꿈도 꾸지 않은, 그런 상큼한 잠을 잔 것 같았다. 오히려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들이 차라리 꿈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또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였다. 예전과는 너무나 다른 꾸며진 진실이 아닌 진실의 진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받아 주고 해답을 같이 연구하였다. 그녀의 느낌이 조금 틀린 것 같았지만 나에게는 그런 미묘한 차이에 투덜거리기에는 너무나 급한 일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이야기 하고 대책까지 강구한 나는 그녀의 옆에서 조용히 잠들었다. 아마 극도의 공포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리라. 조금 이상한 것은 언제나 그녀는 내 옆에 있어주었는데 지금은 내 옆에 그녀가 없었다. 무엇인가를 가지러 간 것일까? 아니면………
“L씨?”
순간 방 문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L씨, 저희랑 서로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이 것…때문인가?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들에게 다가섰다. 그들은 내가 다가오자 긴장한 듯 경계태세를 취했다.
“갑시다.”
그래, 아마도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견딜 수 없었던 듯 하다. 나는 그녀에게 너무나 큰 짐을 지우게 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몰려왔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 당시에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그래, 이것은 내가 그녀에게 주었던 너무나 큰 짐에 대한 죄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사복형사들과 나갈 때 거실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라고 할 수 없는 야릇한 눈 빛. 경멸의 눈 빛? 아니면 동정의 눈 빛? 아니면 나를 사랑한다는 눈 빛? 아니면 슬픈 눈 빛? 아니면 귀여운 눈 빛? 아니면…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쉽네.”
갑자기 나는 그녀의 눈 빛을 해석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 빛에서 수만가지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표정한 듯한 그녀의 얼굴에서 읽혀지는 것들. 그것들의 대한 해석을 하기엔 내 머리가 너무나 멍청한 것인지도 모른다.
“너…….너…….”
“…멍청하긴……..”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 갑자기 내 정신이 다시 멍해져 옮을 느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면 내 아버지가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내 동생이 포대에 담겨져 버려진 것을 발견했을 때와 느낌이 같다.
“으아아아!!!”
나는 순간 형사들을 밀쳐내고 현관 쪽으로 뛰어 나갔다. 도망. 아무런 이유가 없는 듯한 도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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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유품인 나의 자동차를 힘에 부치는지 털털거리며 최고 속도로 나를 텅 빈 도로에서 달리게 도와주었다.
그녀와의 기억들이 내 머리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그 추억 추억에 대한 방울방울 하나하나 한꺼번에 해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히려 그것들을 해석하려는 나의 머리 속은 오버히트되어 미치기 반보직전까지 나를 몰고 갔다.
갑자기 무엇인가가 불같이 솟구쳐 옮을 느꼈다. 도대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냥 불같이 달아오를 뿐이다. 나는 그런 달아오른 감정을 식히기 위해 더 세게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하지만 그 감정은 꺼지지 않고 더욱더 커질 뿐이었다. 마치 산불이 건조한 바람을 만나 더욱더 커지는 것 처럼.
내 옆으로 한강 둔치의 모습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새벽 3시, 음주운전인 듯한 몇몇 차들만이 느릿느릿, 비틀비틀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나에게 아무것도 남은 것은 없어 보였다. 나는 내 빌어먹을 과거를 그래도 그럴 듯한 추억으로 바꾸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래서 나는 번듯한 직장, 그래도 적지 않은 돈, 그리고 가족을 움켜쥘 수 있었다. 근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겹치는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도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일까? 모르겠다.
[부아아앙!]
아무튼 이제 내 인생도 갈 때 까지 가버린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나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나도 배신을 당했으니 그 배신을 돌려줄 차례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풀면 R회장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우선 딸과 아내를 불러내서 보호한 다음……우선 생각하기 보다는 전화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집으로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빠?”
공주님의 목소리.
그렇게도 듣고 싶었던 목소리.
“아빠? 어디야? 아빠? 나…나 무서워.”
내가 그렇게 듣고 싶어하던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재희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딸이 참 예쁘군.”
낯선 남성의 목소리.
“너…누구야?”
“당분간 자네 아내와 딸은 내가 보호하겠어.”
“그러니까 너 누구냐고!”
“자네가 누구에게 기대지만 않았어도 다음 달이면 좋은 자리 하나 꿰차고 있었을 텐데.”
따르르릉. 내 마음 속의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가 울렸다.
“자네 딸 목소리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듣게.”
“아빠…아빠? 아빠!!!”
“재희야! 재희야?!”
………….
전화는 끊겼다.
나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까지 사라졌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자수? 그냥 가서 가짜를 말하고 몇 년 살다 나오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진실을 이야기 해버리는 것이 좋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을 폭로하는 것인데 그 것까지 박탈당해버렸다. 나에게 이제 선택의 여지는 없다.
차는 어느덧 한강 다리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었다.
자살.
문득 든 생각이다. 근데 그 생각이 그렇게 나쁘게 만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자살을 하면 나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괴로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래 자살을 하자. 110km/h. 이 속도에서 조금만 핸들을 꺾어 주면 나는 간단하게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
그래 틀어버리자. 나에게 있어 이제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
[아빠.]
순간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가지마.]
내 앞으로 뻗어 오는 가련한 다섯 손가락.
[나 두고 혼자 자면 안돼?]
나의 손을 꽈악 붙잡았다.
“재희…….”
순간 나의 손이 멈칫했다.
내가…지금 뭘 하려고 한 거지?
그래, 자살이었다.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기착지.
나는 이 순간 나의 모든 것을 잃었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견디기 힘든 물적, 심적, 물리적 고통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참지 못해 자살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히 털어버릴 수 없는 짐을 남긴다. 피의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나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아직 남아 있다. 내가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다.
재희. 나의 소중한 딸.
아직 그녀를 두고 죽을 수 없다.
내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그녀에게 큰 짐을 지우게 할 수는 없다.
그녀는…
그녀는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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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빠아아앙!]
순간 내 앞이 순백색으로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어?”
[콰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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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der n., v.
━ n.
1 사닥다리
climb up[down] a ladder 사닥다리를 오르다[내리다]
2 사닥다리 꼴의 물건
3 출세의 연줄, 수단 《of》;사회적 지위
4 [보통 the ladder] (신분•지위 등의) 단계
5 《영》 (스타킹의) 세로 올의 풀림(《미》 run)
ps.제 글을 읽어 주시고 평가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택에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고 더욱이 제글을 발전
시켜나갈 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