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마당 - 단편 게시판
글 수 521
출근하기 전엔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곤 한다. 머리 모양이 깔끔치 못하진 않은지, 양복이 더럽지는 않은지, 혹은 네가 매준 넥타이가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그걸 확인한 다음이라야 마음 놓고 나설 수 있다. 네가 항상 말했던 것처럼 사람은 말끔하게 보여야 하는 법이니까. 사실 난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손수 넥타이를 매어주며 당부하던 네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오늘처럼 시간이 촉박한 날엔 종종 그걸 잊어버리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인근 역의 계단으로 내려갔을 때에야, 난 무언가 일이 틀어졌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부랴부랴 근처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 앞에 섰을 때, 온몸의 털이 솟구치는 듯했다.
넥타이의 매듭이 틀어져 있었다.
네가 매준 넥타이의 매듭이.
시간의 여유라곤 고작 5분밖에 없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든 해보려고 용을 써본다. 이리 당기고, 저리 당겨보지만 매듭은 점점 삐뚤어질 뿐이다. 구겨진 매듭은 통 멋이 없다. 난 시간이 흐른다는 것도 잊은 채, 넥타이에만 정신이 팔렸다.
뒤에서 지켜보던 누군가가 아예 풀러버리고 다시 매지 그러냐는 말을 할 땐, 얼굴이 달아올라 이 답답함을 목구멍 너머로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당신이 뭘 안다고?’
감히 네가 매준 넥타이를 풀러버리란 말을 다 하다니. 두 손이 모두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면, 그의 얼굴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을 게 분명하다. 너는 종종 내가 다혈질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이럴 때까지 참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아침 햇살만치나 화사하게 웃는 네가 내게 잘 다녀오라며 매어준 넥타이가 아니더냐.
한참동안 넥타이를 바로잡다가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 틈에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난 일단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넥타이를 바로 잡자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런 꼴로 회사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난 거울 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종일 서있었던 탓에 다리가 뻐근하고, 관절이 뻣뻣했지만 도무지 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네가 걸어준 넥타이가 삐뚤어져 있는데, 네게서 받은 마지막 온기가 아직까지 남아있는데, 내가 어떻게 편히 쉴 수 있을까?
이 넥타이를 걸고 있으면 너와 같이 내 생일선물을 고르러 백화점 매장에 갔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수많은 물건들 중에서도 너는 특히 넥타이를 주고 싶어 했지. 나비넥타이, 리본넥타이, 학생들처럼 편하게 매도록 지퍼가 달린 넥타이 등등 각양각색의 넥타이 패션쇼의 모델이 된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았어. 한참을 고민한 끝에 네가 고른 것은 제법 비싼 가격표가 달린 실크 넥타이. 이런 비싼 걸 사줘도 되겠느냐고 물었을 때, 네가 한 말은 내 가슴에 아직까지 새겨져 있어.
“매일 아침마다 내 손으로 직접 매어줄 물건인데 아까울 게 뭐가 있어?”
그런 소중한 넥타이가 이렇게나 삐뚤어져 있다. 이걸 똑바로 고쳐 메기 전까진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넥타이니까.
-따르르릉
저녁 8시가 지났을까?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려대지만, 그런 사소한 일은 중요하지 않다. 내 모든 신경은 아직도 이 넥타이에만 쏠려 있다. 저녁을 먹는 것도 미뤄두려는 판에, 그깟 전화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보나마나 무단으로 결근한 이유 따위를 묻는 거겠지. 그런 건 나중에 해명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네가 매어준 넥타이를 바로잡는 일에만 신경을 쓰겠다. 너와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것도 이 넥타이를 매고서였다.
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네가 날 떠나보내던 그 따사로운 미소를, 내 가슴에 닿는 살풋한 손길을. 어떻게 그날을 잊을 수 있겠는가?
넥타이의 끝을 잡아당기는 단조로운 작업은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한숨도 잠들지 못했다. 아니, 잠들려 하지 않았다. 이 꼴을 하고서 잠들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나를 보면, 네가 무슨 생각을 할까?
양끝을 당기면 당길수록, 넥타이는 내 목을 조여든다. 이것은 네가 나에게 내리는 벌이 아닐까? 숨통이 압박당하는 와중에도 내 손은 넥타이의 끝을 놓으려 들지 않는다. 이것만이 내게 남은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너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띠리리리리리링
어느 틈에 아침이 된 것인가?
기상 시간을 알리는 자명종 소리에 놀라 무심코 넥타이의 매듭을 잡아당기니, 그것은 처음부터 묶여 있지 않았던 것처럼 허무하게 풀어져 떨어졌다. 푸르게 물들었던 얼굴이 제 혈색을 되찾는다.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넥타이를 주워들었다. 거기엔 이미 아무런 의미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 번 흐트러진 넥타이의 양끝을 아무리 잡아당긴다 해도 매듭이 고쳐지진 않는다. 되레 더욱 꼬여버릴 뿐. 넥타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매듭 자체를 풀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이제야 그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는, 넥타이를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아무런 미련 없이.
그걸 확인한 다음이라야 마음 놓고 나설 수 있다. 네가 항상 말했던 것처럼 사람은 말끔하게 보여야 하는 법이니까. 사실 난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손수 넥타이를 매어주며 당부하던 네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오늘처럼 시간이 촉박한 날엔 종종 그걸 잊어버리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인근 역의 계단으로 내려갔을 때에야, 난 무언가 일이 틀어졌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부랴부랴 근처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 앞에 섰을 때, 온몸의 털이 솟구치는 듯했다.
넥타이의 매듭이 틀어져 있었다.
네가 매준 넥타이의 매듭이.
시간의 여유라곤 고작 5분밖에 없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든 해보려고 용을 써본다. 이리 당기고, 저리 당겨보지만 매듭은 점점 삐뚤어질 뿐이다. 구겨진 매듭은 통 멋이 없다. 난 시간이 흐른다는 것도 잊은 채, 넥타이에만 정신이 팔렸다.
뒤에서 지켜보던 누군가가 아예 풀러버리고 다시 매지 그러냐는 말을 할 땐, 얼굴이 달아올라 이 답답함을 목구멍 너머로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당신이 뭘 안다고?’
감히 네가 매준 넥타이를 풀러버리란 말을 다 하다니. 두 손이 모두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면, 그의 얼굴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을 게 분명하다. 너는 종종 내가 다혈질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이럴 때까지 참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아침 햇살만치나 화사하게 웃는 네가 내게 잘 다녀오라며 매어준 넥타이가 아니더냐.
한참동안 넥타이를 바로잡다가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 틈에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상태였다. 난 일단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넥타이를 바로 잡자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런 꼴로 회사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난 거울 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종일 서있었던 탓에 다리가 뻐근하고, 관절이 뻣뻣했지만 도무지 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네가 걸어준 넥타이가 삐뚤어져 있는데, 네게서 받은 마지막 온기가 아직까지 남아있는데, 내가 어떻게 편히 쉴 수 있을까?
이 넥타이를 걸고 있으면 너와 같이 내 생일선물을 고르러 백화점 매장에 갔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수많은 물건들 중에서도 너는 특히 넥타이를 주고 싶어 했지. 나비넥타이, 리본넥타이, 학생들처럼 편하게 매도록 지퍼가 달린 넥타이 등등 각양각색의 넥타이 패션쇼의 모델이 된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았어. 한참을 고민한 끝에 네가 고른 것은 제법 비싼 가격표가 달린 실크 넥타이. 이런 비싼 걸 사줘도 되겠느냐고 물었을 때, 네가 한 말은 내 가슴에 아직까지 새겨져 있어.
“매일 아침마다 내 손으로 직접 매어줄 물건인데 아까울 게 뭐가 있어?”
그런 소중한 넥타이가 이렇게나 삐뚤어져 있다. 이걸 똑바로 고쳐 메기 전까진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넥타이니까.
-따르르릉
저녁 8시가 지났을까?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려대지만, 그런 사소한 일은 중요하지 않다. 내 모든 신경은 아직도 이 넥타이에만 쏠려 있다. 저녁을 먹는 것도 미뤄두려는 판에, 그깟 전화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보나마나 무단으로 결근한 이유 따위를 묻는 거겠지. 그런 건 나중에 해명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네가 매어준 넥타이를 바로잡는 일에만 신경을 쓰겠다. 너와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것도 이 넥타이를 매고서였다.
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네가 날 떠나보내던 그 따사로운 미소를, 내 가슴에 닿는 살풋한 손길을. 어떻게 그날을 잊을 수 있겠는가?
넥타이의 끝을 잡아당기는 단조로운 작업은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한숨도 잠들지 못했다. 아니, 잠들려 하지 않았다. 이 꼴을 하고서 잠들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나를 보면, 네가 무슨 생각을 할까?
양끝을 당기면 당길수록, 넥타이는 내 목을 조여든다. 이것은 네가 나에게 내리는 벌이 아닐까? 숨통이 압박당하는 와중에도 내 손은 넥타이의 끝을 놓으려 들지 않는다. 이것만이 내게 남은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너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띠리리리리리링
어느 틈에 아침이 된 것인가?
기상 시간을 알리는 자명종 소리에 놀라 무심코 넥타이의 매듭을 잡아당기니, 그것은 처음부터 묶여 있지 않았던 것처럼 허무하게 풀어져 떨어졌다. 푸르게 물들었던 얼굴이 제 혈색을 되찾는다.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넥타이를 주워들었다. 거기엔 이미 아무런 의미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 번 흐트러진 넥타이의 양끝을 아무리 잡아당긴다 해도 매듭이 고쳐지진 않는다. 되레 더욱 꼬여버릴 뿐. 넥타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매듭 자체를 풀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이제야 그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는, 넥타이를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아무런 미련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