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마당 - 환상회랑 작품
이것은 갈마내리 테라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버려진 땅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세계에서 신들은 오랫동안 자신의 생명체들을 만들었다. ‘작품’이라 불려진 그 생명체들은 신들의 사회에서 완성도를 평가받았고, 완성작들은 1세계라 불리는 신들의 세계에서 살 자격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실패라고 생각되는 작품은 전부 버려졌다.
그것은 ‘알가샤’라는 거대한 비행 생명체를 통해서였다. 30km가 넘는 고깃덩어리 구체 알가샤는 일명 ‘쓰레기받이’라 불렸다. 그리고 오랫동안 실패작들을 옮기기 위한 쓰레기받이로 기능했다.
하지만 알가샤의 실패작 운송은 결국 최후의 날을 맞이하고 말았다. 실패작들은 비록 신에게 버려지긴 했지만, 개중엔 매우 강력하고 영성을 가진 자들도 존재했다. 그들 중에서도 강력한 자들이 바로 ‘왕’이라 불렸다. 왕들은 자신을 버린 창조주인 신에게 불만을 품었다. 그리고 신들이 실패작을 버리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왕들이 모여 알가샤를 공격했고 알가샤의 거대한 몸체는 폭발했다. 신들의 세계와 갈마내리 테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끊어졌다.
그 후로 많은 일이 있었다.
신의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인간들을 위해 여신이 갈마내리 테에 강림했다. 그녀는 신성 대산맥을 만들어 괴물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했고 축복을 내려 신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녀는 유일신으로 한동안 갈마내리 테에 머물렀다.
인간들은 실패작 괴수들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세력을 키워갔다. 그리고 갈마내리 테 역사의 중심은 왕과 신, 괴수로부터 인간에게로 넘어갔다.
인간들은 신성 대산맥 이북의 여신 ‘뮐’을 믿는 신인간과, 신의 보호를 받지 못했지만 과학과 문명을 발전시킨 구인간과, 다른 유사인종으로 나뉘어졌다. 신인간은 신성 대산맥 이북에 신성 뮐 교국을 세우고 교리를 전파했다. 신성 대산맥 이남에 거주하는 구인간은 한동안 도시 국가의 형태로서 뒤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곧 구인간들은 혁신을 통해 신인간을 따라잡았다.
그나슈페트 사상의 지주인 소그다네트는 인민민주주의라는 것을 제창했다. ‘구인간’은 평등하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뭉쳐 국가를 세우자는 사상이었다. 그는 목매달려 죽었지만 그의 제자인 세름 그나슈페트는 혁명을 일으켰다. 귀족정 도시 아이사네칸은 인민민주주의 지하 정부에 의해 무너졌다. 그나슈페트 정부는 곧 ‘건국 혁명 전쟁’을 시작했다. 도시들은 무너졌다. 그나슈페트 동맹은 그 위에 세워졌다.
최초의 국가 그나슈페트가 세워진 이후, 구인간의 철학과 지성은 무섭게 발전했다. 그 후로 파렘 제국, 게소드 제국 등의 구인간 국가가 차례차례 세워졌다.
그나슈페트 제헌 국회에서 제 1대 대통령이 당선된 날이 대륙력 0년 0월 0일 이후로 150여년이 지났다.
대륙력 159년 1월 1일, 그나슈페트 시민 페텐 카트슈는 자신의 인생의 전환점을 찾길 바라며 군에 입대했다.
그의 소속은 남부 3군단 11대대 2중대 3소대였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미개척지 레카스첸 산맥의 괴물로부터 국경을 사수하는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그는 위험과 긴박감, 모험보다는 매일 같은 생활에 적응해 가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 1년 전과 가장 달라진 점을 묻는다면 , 3소대의 괴짜 첸 에든과 친해진 것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160년 2월 41일
어느 날도 페텐이 아침에 일어나서 본 정경은 언제나와 같았다. 그 날의 특이점을 꼽는다면 어제는 에든이 항상 하던 이야기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메이저 소대장이 알아채 버렸다는 것이다.
메이저는 소대원들로부터 소대장이라고 인정받은 적이 없었다. 물론 그가 소대장인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는 정식으로 임명된 사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부하들의 존경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부하들은 그를 내심 경멸했다. 메이저를 경멸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강도로 욕하는 사람은 에든이었다. 그는 일이 잘 되갈 때도 농담처럼 불평을 내뱉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메이저 같은 형편없는 상사가 있으니 그의 기분이 괜찮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소대장에 관한 험담을 항상 퍼뜨렸다. 물론 그게 메이저의 귀에 들어간다면 영창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돌려서 말하는 걸 잊지 않았다.
에든의 이야기가 들킨 덕분에 대원들은 연병장에서 굴러다니며 잠을 잤다. 페텐의 기억으로는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횟수로 따지면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고, 평온한 일상의 일부일 뿐이었다.
이번에는 메이저 소대장이 자라목인 것을 빗대어 에든이 그 앞에서 항상 자라를 욕한 것이 들켜 버린 일이었다.
“자라는 꽁생이라고들 하지? 자기 등껍질이 무거운 줄도 모르고 목이 굽었다고!? 이런 멍텅구리가 한 명 외에 있을까!”
메이저 소대장은 그게 자신을 욕하는 것인지는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소대원들이 에든을 따라하며 메이저가 옆을 지나갈 때마다 신나게 욕을 하는데도 몰랐다. 한 번은 왜 자라를 욕하냐는 이유를 물은 적도 있었다. 대원들은 단순히 자라가 싫어서라고 말했다.
“젠장! 어떤 자식이 알려준 거야.”
에든은 일어나자마자 불만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유인즉 메이저가 자신이 거북이란 걸 알아채버렸으니 더 이상 돌려 욕할 수도 없고, 불쌍한 다른 동물을 메이저에 비유해야 할 것이 무척 죄책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머리 까진 두루미 같은 놈. 키는 작고 목만 긴 기린 같은 놈.”
에든은 열심히 새롭게 욕할 동물을 궁리하는 중이었지만 ‘머리 까진’과 ‘키가 작은’은 메이저 소대장이 듣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는 말이었으니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소대원들이 에든의 농담을 한동안 받지 못할 것 같았다. 어제 메이저 소대장이 연병장에서 대원들에게 앞뒤좌우로 백 번씩 구를 것을 명령한 탓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서 동물을 욕할 생각은 그만둬라!” 고 말했다.
페텐이 경험을 뒤돌아보면 매번 에든이 욕을 생각해내기까지 한 달여, 메이저 소대장이 그것을 금지할 때까지가 한 달이 걸렸다. 그러므로 에든에게 페텐은 앞으로 한 달간은 꼼짝없이 입을 닫고 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대의 아침이 지나가고, 평냥 소보다 더욱 지나쳐진 메이저의 훈련 강도를 느끼며 대원들은 지친 몸으로 식당 줄에 서 있었다. 식당에는 1소대와 2소대원들이 먼저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3소대였고 3번째 순서였다.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2소대의 낌새가 이상했다. 밥은 안 먹고 귀를 맞대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수군거림은 가까이 앉은 대원들을 통해 도미노처럼 페텐의 자리까지 퍼져오더니 한 대원이 그에게 수군거렸다.
“중대장과 3소대장이 그렇고 그런 사이란다. ”
그렇고 그런 사이란 것은 동성애자란 이야기였다.“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왠지 낌새가 그랬던 것도 같다.”
페텐은 대답했다. 메이저는 무슨 이유인지 소대 막사에는 있지 않으려 했다. 항상 중대장 막사만 찾아 들락거렸다. 그리고 둘이 손을 잡고 걸어다니는 걸 봤다는 이야기도 난 적이 있었다. 동성애자라서 그렇다는 건 그럴 듯 해보였다. 그리고 메이저가 동성애자란 소문이 나서 파면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을 찾기 힘들 것이었다.
소문은 점점 커졌다. 어느새 이야기는 잔뜩 부풀려지더니 “메이저와 에뮈 중대장이 하는 걸 페텐이 봤다더라!”라는 소문으로 둔갑했다. 물론 페텐은 그 이야기를 전혀 믿지 않았지만.
또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메이저는 부하들을 굴리는 본분에 최선을 다했다. 자꾸 자기 욕을 하지 않는지 보려고 열심히 소대를 들락거리는 바람에 잠을 잘 때가 돼서야 페텐은 쉴 틈을 가질 수 있었다. 잠자리에서 에든이 다가와서 말했다.
“그 소문 사실이야 페텐? 네가 봤다면서.”
그는 아니라고 대답했다.“하지만 패튼 소대장은 자기가 널 보내서 메이저를 감시했고, 이미 증거까지 확보했다고 하던데.”
“패튼이 헛소문을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 결국 증거 따윈 없을 거라고.”
하지만 전혀 믿지 않는다는 눈으로 에든은 고개만 끄덕거리며 비슷한 소문을 계속 말했다. 귀찮아하며 눈을 감고 누운 페텐에게 에든은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곧 탐색대를 다시 조직할 거라고 하던데. 7차 탐색대 말야. 이번에는 임무에 실패해도 귀환만 하면 계급승진은 정해진 거라 하던데. 살아만 오면 이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또 패튼이 한 이야기냐?”
“그래. 패튼이 이번에는 자기가 꼭 참가할 거라고 했어. 다시없는 기회라고 말야.”
페텐은 놀랐다. 패튼이 헛소리를 잘 하긴 하지만 스스로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에는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믿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너도 참가할 생각이야?”
“아니. 미쳤냐? 보나마나 가면 죽을 텐데.”
에든과 페텐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빨리 안 자냐!?”
누워 있던 대원들이 짜증스럽게 외쳤다.
160년 3월 2일
대대 지휘본부에서 외따로 떨어진 큰 건물 앞에 흰 띠를 두른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사각의 벽돌 건물 내부는 고의로 햇빛을 받지 못하게 한 듯 어두컴컴했다. 페텐은 지하로 쑥 빠진 차가운 지하의 바닥에 앉아 추위에 떨며 건설자들이 죄수에게 줄 고통을 충분히 고려하며 감옥을 세웠을 거라 생각했다. 페텐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왔던 침착함에 관한 믿음도 크게 흔들리는 중이었다. 그 원인은 다름아는 그의 동료 에든이었다.
“으으으…이 나쁜 자식…”
페텐은 자신에게 씌워진 누명을 생각하자 다시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 기분은 에든을 향한 분노와 합치되었다. 감옥에 갇힌 것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페텐이 이틀 전을 회상했다. 훈련 도중부터 에든이 자꾸 찡긋거리며 손짓을 하더니 은밀한 곳으로 불렀다. 그러더니 갑작스레 먹음직스런 과일을 꺼내든 것이다. 과일의 이름은 ‘모’라고 했는데 남부에서 유명한 과일이라고 했다. 페텐은 먹어 본 적이 없는 종류였다. 물론 의심스러웠으므로 출처를 물었다. 그 때, 에든이 주저하더니 집에서 보내줬다고 말할 때 알아챘어야 했다고 페덴은 생각했다. 에든의 가정이 화목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는데도 그렇구나 하고 의심을 거둔 게 잘못이었다. 어쩌다 보니 페텐은 과일을 먹었고, 에든은 아직 숨겨 둔 게 많다고 하며 나눠주자고 소대원들을 부르자고 했고, 페텐은 영문을 모르고 그 말에 따른 것이다.
과일 파티가 끝나고 에든이 거짓말을 했다는 게 드러난 건 금새였다. 메이저는 자신의 보관함에서 과일 상자가 없어졌다며 소대원들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일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에든이 범인이란 게 알려졌다. 게다가 그 과일은 메이저의 것이 아니라 에뮈 중대장의 소유였다. 중대장은 크게 화를 냈고 에든을 군정에 기소해 버렸다. 그 이유인즉 ‘과일 상자는 군단 사령부로 가는 물건이었다. 상자에는 군수품이라는 표식도 찍혀 있었다. 그러므로 에든은 군수품을 절도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라는 것이었다. 메이저는 평소부터 에든에게 벼르고 있었던 만큼 법정에 서서 에든을 심하게 몰아붙였고 어쩌다 보니 페텐이 처음부터 에든과 공모하고 절도했다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것이 페텐이 감옥에 갇혀 억울해하고 있는 이유였다.
페텐은 식사로 제공된 딱딱한 빵을 씹으며 이를 갈았다. 빵을 다 먹고 삼킬 때쯤에 멀리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감옥은 50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하지만 요즈음엔 죄수가 들어오질 않았다. 이 곳에 수감된 죄수는 페텐이 알기론 그와 에든밖에 없었다. 혹시 자신과 관계있는 이야기일까 궁금해진 페텐은 벽에 귀를 바짝 붙이고 집중했다. 아니나 다를까 에든의 목소리였다.
‘상대는 누구지? 간수인가?“
페텐이 궁금해하고 있을 때에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크게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걸걸하고 욕이 잔뜩 섞여 있었다. 페텐은 그 목소리가 만약 1소대장 패튼이 아니라면 숨겨진 쌍둥이 동생이라도 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대화는 점점 고성으로 치닫더니 끝이 났다. 그리고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곧 쇠창살 너머에 거칠고 붉은 얼굴이 내밀어졌다.
역시 패튼이다. 페텐은 그렇게 생각했다. 패튼이 손짓해 에덴을 부르더니 갑작스레 한 이야기를 꺼냈다.
“페텐. 너 이번에 레카스첸 탐색대가 다시 결성된다는 이야기를 들어 봤자?”
“예. 들어 봤습니다.”
“물론 그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 테고?”
“옙. 탐색대는 1차부터 4차까지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5,6차는 어떻게든…“
“아 됐어. 그 얘기는 그만하고.”
패튼은 손을 휙휙 저으며 싫증을 냈다. 그리고 다시 말을 던졌다.
“이번에 참가한 군인에게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줄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만…"
"특진이다. 너는 소대장이 되고 나는 중대장이 되는 거다. 그것도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임무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패해도 귀환하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야!“
패튼은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숨을 크게 내쉬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놀라운 모양이었다.
“어때? 구미가 당기지?”
하지만 페텐의 표정은 영 밝지 않았다. 그는 패튼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글세 말입니다. 저는 죄수 신세인데 어쩔 수 있겠습니까?”
“상관없네. 과거는 묻지 않는다고.”
페텐은 더욱 곤란해했다. 사실 페텐은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의 합리주의적 입장에서 위험과 보상을 저울질해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일이었다. 페텐이 최대한 부드럽게 거절할 말을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패튼이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에든은 너만 참가한다면 자신도 갈 거라고 큰소리를 치던데 말이야. 자네는 몰라도 에든은 분명 갈 거라 생각했는데…"
패튼은 입을 쩍쩍 다셨다. 갑자기 페텐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소위님?”
“왜?”
“제가 참가하겠다고 말만 하면 에든은 간단 말입니까?”
“그렇지.”
패튼은 페텐을 빤히 응시했다.“그렇다면 저도 가는 걸로 해 주십시오!”
멀리서 이 이야기를 들으려 애쓰고 있을 에든에게 들리도록 하려고 페텐은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돌발 행동에 의아해하는 패튼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제가 간다고 말을 하면, 한 명은 소위님과 함께 가는 것 아닙니까?”
패튼은 놀랍다는 눈으로 페텐을 쳐다봤다. 그리고 역시 조용하게 한 마디를 했다.
“똑똑하군. 페텐. 뭐, 알았네.”
패튼은 그 말만을 하고 등을 돌려 떠나 버렸다.

우왕, 더 내용이 충실해졌군요.굳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