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idental Death, by Peter Baily

* 이 작품은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지의 1959년 2월호에 실렸던 작품으로,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의해 e-book화 된 것을 입수해 번역한 것입니다.
* 번역 실력이 미숙해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직역 후 의역 과정을 거치며 다듬는 과정에서도 원문과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장전이 되었는가를 알 수 없는 무기가 가장 위험한 무기이다. -

북서풍이 불어닥치자 눈발이 시야를 가리고 차가운 얼음결정이 따끔거렸다. 바람은 얼어붙은 돌벽에 부딪쳐 휘감기며 반 마일 내내 절벽을 기어올랐다. 꼭대기에 이른 바람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텅 빈 둘레를 휘감자 눈은 광신자들처럼 춤을 추며 그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쌓였던 눈은 기다란 틈 속으로 기세 좋게 휘말려들었고 작은 언덕을 향해 흘러들었다.

태양은 얼음에 뒤덮인 검은 바위와 깊게 갈라진 균열, 산마루 그리고 얼음 다리 위에 비쳐들고 있었다. 눈 비탈 위에서는 얼어붙은 섬광처럼 빛났고 기다란 틈에는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검은 틈 사이 끝에서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뭔가가 햇볕에 부딪혀 밝게 빛났다. 생명없는 미개지에 떨어진 인공물이었다.

그곳에는 생장하는 것도, 날개를 가진 것도, 다리를 가진 것도, 말을 하는 것도 없었다. 그러나 틈 속의 그 물체만은 등뼈가 부러진 뱀처럼, 혹은 태엽이 다 된 인형처럼 딱딱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런 움직임이 멈추자 따각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시작됐다. 가늘고 까치작거리는 그 희미하던 소리는 1 야드 밖까지 들려왔으며 기진맥진한 기색에도 멈출 줄을 몰랐다. 틈 속의 그 형체에서는 사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손과 팔은 다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이 시작되었다. "발가락들은 모두 잘 움직입니다. 작동하는 게 보이진 않지만 카드들도 다 무사하고 고장이 난 곳은 전혀 없어요. 이제 발버둥치며 이상이 있는지 더 살펴보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괜찮은 곳입니다. 잠시 누워 쉬면서 테이프에 얘기를 좀 기록해둬야 겠습니다. 이 슈트에는 녹음기가 내장되어 있는데, 그걸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제가 느낀 것보다 실제 상황이 나쁘다해도 메시지는 남겨둘 요량입니다. 당신도 알듯, 저희가 귀환을 하긴 했는데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죠.

전 아직 쇼크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몸을 일으킬 수 없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누가 그만한 행운에도 충격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러고보면 전 항상 운이 좋았죠. 웨일 호에 탑승한 것도 행운이었어요. 전 제가 훌륭한 천문학자였다고 확신하지만 솔직히 저만한 사람은 널렸습니다. 제 나이가 열 살 정도 더 많았다면 최초의 도약을 하는 첫 우주선에 뽑히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제 나이에서는 행운이었습니다.

당신은 우주선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궁금할 겁니다. 배는 틀림없이 작동했습니다. 마치 폭탄처럼. 우리는 지구와 화성 사이의 천체 선도를 항행했고, 당신이 기억할 듯 제임스가 '도약'이라 표시된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버튼에서 떨어지자 우린 어느새 알파 센타우리(Alpha Centauri)에 도착해 있었지요. 지구의 시간으로는 두 달 후의 일이었고, 우리에겐 1초가 지난 후의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시간 측정처럼 우리에게 할당된 모든 조사 항목들을 살폈습니다. 일은 능숙하고 부드럽게 진행됐죠. 설탕이 든 뜨거운 블랙 커피 한 잔처럼. 아, 커피가 있다면 나을 텐데. 그게 어렵다면 찬물이라도 충분히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웨일 호는 점검이 끝날 때까지 전혀 이상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배가 스스로 오류를 일으킨 것은 아닌지를 의심할 지경이었어요.

우리 천문학자들은 그런  조사 항목들을 정말 잘 수행했습니다. 당신들이 보게 되길 기대했는데 - 물론 당신들은 그럴 수 없었죠. 전 연기 속에서 모두 사라져버린 그 소중한 필름들을 생각하면 울고 싶은 지경입니다.

* * * * *

충격을 받아 정신이 없는 모양입니다. 제가 누구인가를 말하지 않았군요. 맷 헤네시, 달 뒤쪽의 파사이드 관측소에서 왔습니다. 우주선 웨일 호에서 천문학 조사에 딸린 정찰 비행이 임무였지요. 이 테이프를 발견한 당신이 누구든 간에, 당신은 성공한 셈입니다. 이것을 라디오 방송국이나 신문사 사무실에 갖고 가세요. 부르는 게 값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럼, 잘 가요.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제가 우리가 어떻게 챙(Chang)을 발견했는지 말씀드렸던가요? 그건 원주민들이 그것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1.1의 중력과 인치 입방당 15파운드에서 대기에 20퍼센트의 산소를 함유한 대기의 푸른 하늘을 가진 행성의 말하고 걷는 원주민들 말입니다. 첫 행성 도약으로 여섯 개의 천체 관측에서 챙을 발견할 확률은 10의 100 제곱 분의 1이니, 우린 확실히 운이 좋았던 거지요.

챙의 원주민들은 고도로 발달된 기술을 갖고 있진 않았어요. - 이를테면 우주여행을 해본 일이 없답니다. 그래도 그들은 훌륭한 천문학자들이었어요. 그들의 망원경을 갖고 우리의 태양을 보여줄 수 있었죠. 그렇듯, 그들은 수준 높은 문명인들이었던 겁니다. 사람보다는 고양이에 가까워 보이는 이들이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분명 사람들이었어요. 믿을 수 없다면 다음의 사실들을 한번 곱씹어 보세요.

첫째, 그들은 4주만에 우리의 언어를 배웠습니다. '그들'이라 함은 열 사람으로 구성된 팀을 말하는 겁니다.

둘째, 그들은 맥주와 비슷한 술을 양조하는데, 그건 웨일 호에서 우리가 마시던 캔 맥주보다 더 맥주 맛에 가까웠죠.

셋째, 그들은 유머감각이 뛰어납니다. 장난은 대단히 짖궂은 경향이 있엇는데, 저 자신도 모욕적인 장난과 포복절도를 할 때가 있지만, 취향이 달랐어요.

넷째, 그 열 사람의 언어 팀은 체스와 탁구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뭐가 더 필요합니까? 영어를 말하고, 맥주를 마시고, 농담을 좋아하고 체스나 탁구에서 저를 깔아뭉개는 사람이라면 설사 그들이 바지를 입은 호랑이처럼 보인대도 사람이라 부르는 게 맞을 듯 싶은데요.

탁구를 할 때면 재밌게도 그들이 항상 이겼습니다. 그들은 승리에도 그리 신나하진 않았어요. 아마도 10퍼센트의 추가 중력이 우리의 공격을 무디게 했던 것 같습니다. 체스의 경우엔, 스벤들로프가 우리의 챔피언이었어요. 그는 여러 차례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사람들은 칭시(*역주: Chingsi 챙의 원주민을 일컫는 말)와의 게임에서는 누구든 지는 것 같더군요. 그들의 실력이 그렇게나 훌륭했던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걸까요? 제가 기억하기로 그들과의 시합에서 우리는 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곤 했습니다. 실수란 것이 체스에서는 치명적이죠. 물론, 1.5인치 길이의 노란 눈과 길다란 하얀 수염이 달린, 몸에 모피를 기르는 상대와 체스를 둔다는 게 좀 별난 상황이긴 합니다. 당신이라면 게임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가요?

제가 그들의 고양이 같은(*역주: feline에는 '음흉한'이라는 뜻도 있다) 매력에 희생된 거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귀여웠지만, 당신이 이를 드러낸 성인들의 얼굴을 본다면 머리를 토닥거려주고픈 생각은 들지 않을 겁니다. 전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잘 알고 지냈던 칭시 하나를 썩 좋아하지 않았죠. 우리는 그를 찰리라 불럿습니다. 그는 민족학자이자 대사이며 연락책이었죠. 당신이 그를 뭐라 부르든 상관은 없어요. 왜 제가 그를 싫어했는가 하면, 그건 그가 언제나 기세를 잡고 있으려 노력한 까닭이예요. 언제나 그는 최고였죠. 유머 감각도 훌륭했고요. 전 웨일 호의 엔진 룸으로 가는 좁은 금속 복도에서 미끄러운 걸 밟고 넘어져 거의 목이 부러질 뻔했어요. 찰리가 포복절도를 하더군요. 모두가 웃었죠. 저조차도 웃었어요. 그게 넘어진 것보다도 절 더 쓰라리게 했지만. - 그렇죠, 인생과 영혼의 파티였어요. 아, 늙은 찰리...

제가 기정(汽艇)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것은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던 사람들, 살이 타는 듯 달콤한 기운이 있던 역한 냄새며 단열재가 타며 나는 숨 막힐 듯한 악취. 요동치고 흔들리며 부서지던 배와 화염 속에서 아직 몸이 성한 채 웃고 있던 찰리였습니다...

제길. 여기는 좀 어둡군요. 제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 거죠? 오십 마일은 되겠군요! 최소한 시속 800 마일이고, 땅에 닿을 즈음이면 그보다 더 나가겠지요. 오십 마일을 추락하면 최후에는 시속이 얼마나 나올까요? 5만 마일 즈음 될 것 같습니다. 탈출해도 마찬가지겠죠. 시속 2만 4천 마일 정도는 나오겠어요. 전 궁지에 몰리게 될....

* * * * *

좀 낫네요. 왜 진즉에 눈을 감지 않았는지. 저 별의 광선들이 제 눈을 어지럽게 했어요. 제가 떨어져 대기를 스쳐가면 꽤 멋진 유성우가 되겠죠. 그것에 관해 생각해보자고요. 전 대기 한 가운데 있어요. 한번 보세요.

점점 밝아지는군요. 저 아래 봉우리들을 봐요! 훌륭한 칼들 같아요. 전 제가 예상했던 것만큼이나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거의 둥둥 떠다니는 수준이네요. 무전기 스위치를 올리고 세상에 인사를 해야겠어요. 안녕, 지구... 안녕, 다시... 그리고 이만 안녀어...

죄송합니다. 정신줄을 잠시 놓았었네요. 제가 뭐라 말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무슨 말을 했건, 슈트의 녹음기에는 재생이나 지우는 기능이 없죠. 슈트의 산소가 바닥났던 것 같아요. 산소 결핍증으로 정신줄을 놓은 거죠. 무전기의 스위치를 켜는 꿈을 꿨는데, 그게 실제로는 비상 산소 탱크 버튼이었던 겁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덕분에 시간을 좀 벌었군요.

궁금하실 겁니다. 왜 슈트를 찢고 병 속의 산소 대신 신선한 공기를 마시지 않는지.

전 그렇게 하고자 몸을 일으키려 했었답니다. 제 생각에 몸을 일으키는 것처럼 큰일을 하자면, 일단 좀 더 누워 적당히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아요.

전 돌아오는 여행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맞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도약은 지구와 화성의 궤도 사이에 우리를 다시 데려다 줄 수 있었죠. 그런데 제임스가 버튼에서 그의 손가락을 떼었을 때, 이번에는 지구와 화성 사이의 궤도에 도착하는 대신, 질량 탐지기는 우주의 잡음 수준 외에는 아무 것도 보여주질 않았어요.

우리는 하루를 우주 밖에서 머물렀습니다. 천문학자들은 태양계를 기준으로 삼아 우리의 정확한 위치를 설정해야 했지요. 승무원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찾아내야 했고, 물리학자들은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경로를 계산하며 압력이 없는 우주에서의 오차 주름에 관해 불평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작업은 쉬웠어요. 왜냐하면 우린 태양으로부터 반 광년 정도 떨어져 있었거든요. 승무원들의 작업도 쉬웠지요. 그들은 삼십 분도 안 되어 뭐가 잘못 작동했는지를 찾아냈습니다.

여전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예요. 성간 도약을 위해 우주선을 프로그램하는 일을, 당신은 그저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길 원하는지를 설정하는 것이라 생각하겠죠. 실제로는 이래요.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은하의 질량점 위상 순위에 기초한, 난해한 좌표 시스템에 맞춰 변환해야 하는, 정확한 측정값들의 연속값이 필요해요. 그런 뒤에야 컴퓨터의 테이프를 절단하고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겁니다. 컴퓨터에는 잘못된 부분이 없었어요. 엔진도 그랬고요. 우리는 올바른 버튼을 눌렀고, 우리가 지정한 곳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헌데, 우리가 수행한 모든 것들이 잘못된 장소를 지정하는 작업이었다니.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저도 가슴 아프군요. 전 그저 우주 비행 경험을 갖추지 못한 부수 인력일 뿐입니다. 고도로 훈련된 한 승무원이 테이프에 잘못된 패턴의 천공을 뚫었던 게 사실이고, 동등한 훈련 수준의 다른 이는 이를 점검하면서도 그 실수를 살피는 데 실패했죠. 정말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이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두 번이나 반복되어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겁니다. 믿기 어렵지만 그게 실제 일어난 일이예요.

(*역주: 글이 발표된 시기는 1959년으로 컴퓨터의 자료 입력에 천공 테이프가 사용되던 시기였다.)

어쨌건, 우리는 차후의 많은 측정값을 꼼꼼이 살폈습니다. 그게 우리가 그곳에서 그토록 오래 머무른 이유였어요. 다섯 차례에 걸쳐 교차분석을 했습니다. 전 아팠기 때문에 스페이스 슈트 안에 들어가 밖으로 나갔죠. 외부 지대의 수소농도를 측정하고자 태양의 사진을 몇 장 찍었죠. 제가 돌아왔을 때는 모든 준비가 끝나있더군요. 우리는 통제실로 들어와 제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모두가 이번에는 일이 잘 되길 기도했고, 실제 시간으로 네 달이나 흘렀을 지구의 모습을 다시 보길 고대했어요. 계속해 킬킬거리며 고개를 흔들던 찰리와 그런 찰리를 응시하며, 자신의 인간 존엄성이 찰리의 사지를 쥐어뜯는 일만은 허락해주길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던 제임스 선장만이 예외였을 거예요. 선장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모든 것이 활줄처럼 윙하고 울렸습니다. 전 제 자신이 안으로 수축되는 걸 느꼈어요. 작은 체를 통과하는 것 같았고 다시 형상에 부어지는 느낌이었죠. 함수의 모든 벽면 스크린이 지구로 가득 차올랐습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거였고 이번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어요. 우리는 태평양 위 약 이백 마일 지점에 도약을 했던 것인데,약 시속 2천 마일의 상대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돌아버릴 상황이었죠.  웨일 호는 주관적인 시간으로 1초에 50광년을 커버할 수 있는, 지금까지 건조된 가장 강력한 함선이었고 주체를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도 알 듯, 성간도약은 한번 사용하면 최소한 두 시간 동안은 다시 쓸 수가 없어요.

웨일 호는 물론 이온 로켓을 보유하고 있었고, 직접 변환된 표준적인 중수소 결합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죠. 이또한 당신이 알다시피, 지속적으로 가동을 하며 극도로 높은 속도를 낼 수 있으므로 행성간 비행에는 제법 유용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는 쓸모가 없었어요. 그 상황에서는 숫제 출력이 낮은 편이 더 나았으니까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내며 충분히 편향을 시켜야 하는 것보다 그쪽이 차라리 더 많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었습니다. 우린 우주선을 버리는 데 5분이 걸렸어요.

이 죽음을 향한 돌진에서 제임스 선장은 우리 모두를 기정(汽艇)에 승선케 했어요. 우리가 입고 있던 옷 외에 어떤 것도 챙길 시간이 없었죠. 기정은 행성들이나 소행성에 갈 때 사용하는 짧고 무거운 단거리 비행정입니다. 이온 드라이브 외에도 비상용 원자력 로켓을 갖추고 있으며 질량을 감소시키는 추진력을 사용해요. 우리는 캐저미언이 우리의 추락 속도를 몇 초간 줄여냈을 때 신께 감사드렸습니다. 만곡하며 중국 위를 한참 지나온 약 오십 마일 상공에서, 웨일 호가 태평양을 강타하는 걸 목격했어요. 6백 톤짜리 중량의 물체가 시속 2천 마일로 떨어지며 어마어마한 물을 튀겼죠. 지금쯤이면 벌써 당신들은 물 아래로 내려가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걸 인양 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군요.

전 선장이 왜 우주선과 함께 추락한 건지 궁금합니다. 속담대로였을까요? 속담과 다를 건 아무 것도 없죠. 그의 사랑하는 함선이 조각나는데 그의 가슴은 틀림없이 무너져 내렸을 겁니다. 아니면 그저 또 하나의 인간적인 실수를 저지른  걸까요?

(*역주: 선장은 항상 배와 함께 침몰한다. The captain always goes down with the ship라는 미국 속담이 있는데 이는 '책임은 항상 윗사람이 진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린 그것에 관해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작동되는 무전기를 얻지 않는 한은요. 추진 로켓이 폭발했어요. 불쌍한 캐저미언은 아삭하게 타버렸죠. 절 구해준 건 제가 그제까지 입고 있던 스페이스 슈트였어요. 전 얼굴판을 홱 잡아 내렸습니다. 선실이 열기로 가득 차올랐으니까요. 전 찰리가 화장실 밖으로 나오는 걸 봤는데 - 그렇게 탈출을 했었던 거죠. - 그가 웃기 시작했어요. 그 후, 포트 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전 밖으로 떨어져 내렸죠.

기정이 회전하며 날아가 보랏빛이 물든 검은 하늘에서 붉게 명멸하는 걸 봤습니다. 저는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지표의 경사면 오십 마일 아래에 떨어져 내렸어요. 두 눈을 감았고 그게 제가 기억하는 전부입니다. 전 우리 중 얼마나 살아남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 죽었겠지요.

전 일어나 이 슈트를 찢고 공기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전 오십 마일을 낙하산도 없이 떨어졌죠. 이미 죽었으니 일어날 수도 없는 겁니다."

* * * * *

간간이 심술궂은 바람 소리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잠시 정적이 맴돌았다. 그 후 암붕 위에서 눈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딱딱한 동작으로 기어나와 그의 발을 떨었다. 그는 한동안 천천히 주변을 돌았다. 약 두 시간 후에 그는 그 틈새로 돌아갔고, 쪼그려 앉아 녹음기의 스위치를 켰다. 목소리가 다시 시작됐는데 적잖이 지친 기색이었다.

"누구 없습니까! 전 제가 여지껏 본 중 가장 황량한 곳에 있습니다. 이 장소는 황량한 달조차 포근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제 주변의 모든 길이 절벽이고 그나마 길 하나는 위로 통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 내려가는 길을 찾게 될 때까지 길을 올라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눈을 씹어 갈증을 채웠는데 말 고기라도 씹어먹을 정도로 허기가 집니다 제 슈트에서 단파 방송을 잡아냈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영어도 아니고, 불어도 아닙니다. 전 거기에 집착하고 있었어요. 15분동안 그저 사람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있었지요. 슈트의 5밀리와트짜리 송신기로는 누구에겐가 연락이 닿을 수 있을 거라 희망을 품긴 어렵지만, 계속 시도해볼 참입니다.

  제가 길을 오르기 전에 테이프에 담아 두고픈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제가 어떻게 이곳까지 왔느냐는 것입니다. 전 제가 군사 훈련에서 낙하산 점프를 하던 때를 기억했습니다. 사람의 몸이 대기로 떨어질 때의 종단 속도는 약 시속 백이십 마일입니다. 오십 마일을 추락하는 것은 오백 피트를 떨어지는 것보다 더 나쁠 것도 없죠. 당신이 운이 좋다면 오백 피트를 높이에서 추락해도 살 수 있어요. 사실입니다. 전 운이 좋았지요. 슈트는 부피가 크지만 가벼웠고 제 추락을 늦춰줬던 것 같습니다. 전 산의 이쪽 면에서 불어오는 시속 60 마일짜리 상승 기류를 맞았고, 눈으로 쌓인 반 마일 정도를 아래를 향해 옆으로 미끄러져 내려오다 무작정 떠밀려가는 걸 멈췄어요. 슈트는 닳았지만 여전히 작동을 합니다. 전 괜찮아요.

두 번째로 말하고픈 것은 칭시에 관해서예요. 말씀을 드리겠으니 주의하세요. 그들의 장난은 위험합니다. 전 관찰에 관한 한 과학적 미덕을 취하기 위해 어떻게 그런가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당신 스스로 이해해보십시오.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칭시는 말하고 웃을 줄 알았지만 아무튼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일백 광년 떨어진 외계인들의 세상에서, 그들이 뭔가 이상한 능력을 계발 못했을 이유가 있겠어요? 여기에서야 불안정적이고 신비한 능력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해도, 그곳에서라면 고도로 발달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2) 웨일호의 원정은 챙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순조로웠습니다. 그 뒤로는 불운에 휩쌓인 것 같았죠. 실제 고약한 불운들이 일어났고 여전히 수상스러워 보입니다. 우리는 배를 잃었고, 우리는 기정을 잃었으며 한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가 목숨을 잃었어요. 우린 탁구 게임에서조차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우리는 운이 좋았던 걸까요, 나빴던 걸까요?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미래의 확률 사건은 한정된 확률입니다. 그들은 유리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확률 사건의 다수가 불길하게 일어날 때, 당신은 불운을 겪게 되는 겁니다. 그것은 당신의 경험의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수많은 확률 결과를 위한 수식어인 셈이죠. 그러나 도박사들은 그걸 다르게 정의합니다. 도박사에게 운은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며, 미래의 확률 사건이 경험의 폭에 이르지 않을 때에야 당신은 비로소 불운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과학적 조사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지만, 모두가 어떤 사람들은 행운이 넘치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압니다. 미숙한 재능의 실수 어린 손길, 우리가 취한 모든 것은 힌트이며 암시입니다. 사악한 눈의 전설과 불행의 전달자인 요나를 떠올려 보십시오. 미신이라고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보험회사에 엑서던트프론(*역주: accident prone은 보통보다 사고를 많이 내는 경향 내지 그런 사람을 일컫는다)들에 대해 문의 해보세요. 그걸 뭐라 이름 짓는 것이 좋겠습니까? 미신을 믿는 사람처럼 불운한 사람이라 부를까요? 그를 액서던트프론이라 부르는 것이 사업적인 어감으로 들리긴 하겠네요. 제 얘기는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우주비행의 기록들을 살펴보시고 보험 계리인과 말씀을 나눠보십시오. 우주선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고도로 훈련되어 정선된 승무원이 완벽한 조건 하에서 조정을 할 때에는, 가능성을 무시하고 바보같이 일어나는 연달은 실수가 얼마나 자주 있겠습니까?

전 두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나쁜 것이고 하나는 좋은 것이죠. 하나의 칭시가 우리 우주선과 기정을 파멸시켰다는 겁니다. 그들이 전 행성에 걸쳐서는 무슨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요?

반면, 교묘하게 확률 사건을 조작하는 그 능력은 그저 우연에 묶여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고도로 계발되었는가와 상관없이 원한다고 해서 언제나 성공하지는 못하는 거죠. 제가 살아남아 이 얘기를 하고 있음이 그 증거예요."

* * * * *

영하 이십도에 시속 오십 마일로 부는 바람이 산을 유린했다. 그의 편광 면갑이 하얗게 젖어들고 그 위로 눈이 가득한 공기가 휘몰아쳤다. 매 걸음마다 미끄러지고 비틀거렸다. 차츰 경사는 급해졌고, 또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맷 헤네시는 조금씩 움직이며 에베레스트 산의 북쪽 경사면을 오르기 시작했다.

THE END